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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엄마는 쉬지않고 일하는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엄마는 봄에는 산에서 나물을 캐고 저수지에서 우렁을 잡아 팔며 틈틈이 남의 집 일을 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했는데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아이 둘이 있는 아빠와 결혼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고생하면서 새엄마로 살아야 했던 불쌍한 엄마입니다. 지금은 참 고마운 분이지만 사춘기 때는 새엄마라는 이름만으로 미움과 원망이 많았습니다. 새엄마가 아닌 친구들이 부러웠고, 엄마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리웠습니다. 힘들 땐 엄마 품에 안겨 울어도 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마음이 간절할수록 나는 엄마와 멀어져 갔고, 엄마라는 존재를 지우고 세상에 나 혼자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한 결혼과 출산, 육아는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회사를 다니며 아내로 엄마로 살아가는 게 너무 버거웠습니다. 출근길에 막 돌 지난 아이를 이웃집 아주머니 집에 맡기고 퇴근길에 아이를 데려와야 하는 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둘째 아이를 낳고 회사는 그만 두었지만 두 아이 모두 아토피 질환이 있어 건강관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공부가 제일 중요한 줄 알고 되지도 않는 당시 유행했던 엄마표 교육을 하며 아이들을 다그쳤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거울 속에 비친 무표정한 내 얼굴을 보며, 사랑은 없고 책임과 의무, 욕심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음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러다가 우리 아이들과 남편을 잡겠다는 생각이 스치며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크게 일어났습니다. 또, 엄마는 ‘무한한 사랑과 격려로 세상에서 제일 편한 사람’ 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나를 미워하며 괴롭혔습니다. 정작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런 엄마가 되어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참 힘들어하고 헤매고 있던 2013년, 법륜 스님의 희망편지를 시누이를 통해 받았습니다. 4월 즈음 희망편지를 만나고, 그해 9월 불교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즉문즉설과 법륜스님 책을 시간이 날 때마다 보고 또 보았습니다. 《엄마수업》책 속에서 ‘아이들의 문제만 보지 말고 부모 자신을 먼저 봐야한다’, ‘부모 자신의 상처부터 치료하고, 아이를 위한다면 먼저 배우자를 존중하라’는 말이 충격적이었고 내가 잘못 살았음을 알았습니다. 이후 엄마표 교육을 당장 그만두었고 교육 방향과 관점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또, 불교대학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도반들과 나누고, 여러가지 수련 프로그램에 참석하며 나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속에는 엄마의 사랑을 구걸하고 있는 아이가 있었고, 그토록 찾고 헤맸던 것이 엄마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그 엄마는 내가 만든 허상임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받은 상처를 아이들에게는 물려 주고 싶지 않아서 더욱 간절히 참회하며 부모님께 감사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엄마의 사랑을 구걸했던 내 안에 아이를 떠나보낼 수 있었고, 미워하고 원망했던 엄마에게도 그때 어떻게 했냐가 아닌 다만 거기에 있어준 것만으로 감사한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두 어머니에게 감사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사랑해요’ 라는 말은 못하지만 언젠가는 이 말도 자연스럽게 하게 될 날이 꼭 오리라 믿습니다.
불교대학 입학하자마자 JTS 거리모금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불교대학, 사회활동, 전법, 자원활동 소임을 두루 하며 많은 봉사 경험을 했습니다. 봉사 소임 덕분에 나를, 내 고집을, 내 것을 내려놓은 연습을 하게 되었고, 소임을 마친 후에는 마음에 가득 감사함이 채워졌습니다.
법당 총무소임은 많은 도반들을 만날 수 있게 합니다. 도반들이 불법을 배우고 수행과 봉사를 하며 행복해져가는 과정을 함께한 것이 총무소임으로 받은 가장 큰 선물입니다. 또 도반들을 통해 몰랐던 나를 보고, 몰랐던 남편과 아이들, 부모님의 마음도 많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이 나에게 돌아오니 봉사는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법당 총무소임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법당 정리였습니다. 법당불사를 한 입장에서 법당을 정리를 해야 한다는 게 쉽게 받아들여 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마음은 ‘어떻게 불사를 했는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생긴 것임을 알아차리고, 코로나와 정토회의 방향을 이해하며 도반님들과 함께 정리를 잘 마쳤습니다. 계약기간이 1년 6개월 남은 상황에서 법당 계약을 해지해야 해서 건물주와 좋지 않는 일도 있었지만 이 또한 좋은 경험으로 큰 공부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일찍 정리되어 감사할 뿐입니다.
법당을 정리하면서 제일 아쉬운 점은 함께한 도반들과 흩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도, 직장을 다니면서도, 연세가 많아도 법당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참석을 못하게 되면 미안해하는 도반들의 따뜻함이 마음에 남아 더욱 서운했습니다. 천일결사 10차를 시작하고 일 년이 조금 지난 2021년 4월 회향을 했지만, 그동안 법당이 청정하고 화합하며 운영될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한 도반들 덕분입니다.
매일 이루어진 법당에서의 새벽기도, 매주 진행된 통일기도, 불교대학과 경전반 수업, 법회, 회계, 사회활동, 모둠활동 등 모두 도반들과 함께였습니다. 이처럼 함께 살고 함께 행복해 지는 길을 스승님, 도반들과 함께하고 있는 것이 제게는 큰 행복입니다. 함께라서 참으로 좋습니다.
얼마 전 함께 울고 웃으며 공부했던 도반이 출산을 했습니다. 아이를 가지고도 거의 매일 수행을 해서인지 조금 늦은 출산임에도 아이도 산모도 건강하다고 합니다. 어렵고 힘든일들 수행으로 잘 극복해나가서 고맙고 제 딸이 출산한 것 같이 기특하고 감사했습니다.
정토회 덕분에 세상은 혼자 사는게 아니란걸 깨달은 것도 큰 행복입니다. 때때로 업식으로 인해 어둠이 드리워질때도 있지만 이 또한 행복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걸 알기에 괜찮습니다. 넘어지면 넘어진 줄 알고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걸 알았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가족을 사랑하며, 나아가 세상으로 사랑을 확장해 나가면 어느덧 삶의 종착역에 서 있지 않을까 합니다. 덕분에 함께 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다 보니 요동치는 제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아이 어린이집 보낸 낮 시간, 집안일을 핑계로, 글을 정리해야하는 소임을 미루고 미루며 도망쳤습니다. 회피하고 싶은 마음, 잘해서 칭찬받고 싶은 마음, 내 글이 아닌데도 완벽함을 위해서라며 움켜쥐고 싶은 마음, 명확하게 알지 못하며 일으키는 분별...
머리가 아프게 굴리고 굴리다 완벽함은 내 몫이 아니라는걸 알았습니다. 탁 놓는 연습을 해볼 수 있는 희망리포터가 좋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그냥하며 오늘은 탁 내려놓았습니다. 탁 내려놓으니 가볍습니다. 연습할 수 있는 희망리포터 소임을 제안해준 김희진 님께 감사드립니다.
글_김희진(인천경기서부지부)
정리_홍자원 희망리포터(인천경기서부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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