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울제주지부
나를 지켜주는 새벽 수행

작은 체구의 주영미님은 집전을 하거나 나누기할 때 단아함이 물씬 풍깁니다. 그러나 법담을 나눌수록 바위를 뚫는 낙숫물과 같은 강한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보살이 되고 싶은 주영미님 수행담을 소개합니다.

새벽 집전하는 주영미님
▲ 새벽 집전하는 주영미님

단점이 장점으로

초등학생 시절 팔 관절이 약해서 부상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의사 소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체육 시간은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한쪽에서 지켜만 보았습니다. 정서적으로도 위축 되있던 시기라 신체 활동에 제한이 있다는 것은 더욱 마음을 주눅 들게 했습니다.

대학은 도서관학을 전공했지만, 전공과는 전혀 다른 의류 디자이너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결혼 후 육아를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요가를 접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제까지 단점으로만 생각하던 관절의 유연한 움직임이 오히려 요가에서는 긍정적으로 부각이 되었습니다. 첫 수업이 있던 날, 청강생으로 참가했던 저는 팔 움직임이 유연해 다른 수강생들의 이목을 한눈에 받았습니다. 눈여겨보던 강사는 저에게 요가 자격증을 따 보라는 권유를 했고 자격 수료 후 강사로 활동을 했습니다.

수행을 통해 관점을 잡다

평상시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특히 류시화 시인과 법정 스님의 책을 좋아해서 찾아가면서 모두 읽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집에 있는 책장에서 ‘육조단경’을 접했습니다. 한자로 되어있는 내용을 옥편 찾아가며 여러 번 완독 했습니다. 읽을수록 너무 좋은 육조단경을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에 ‘육조단경 강의’를 검색했더니 정토회와 법륜스님 자료가 올라왔습니다. 전화를 걸어 육조단경을 배우고 싶다고 했더니. 불교대학을 입학해야 한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기초 단계는 넘었다고 생각했기에 "다른 거 필요 없고 육조단경만 듣고 싶습니다."했더니 "다른 스님이 오셔도 불교대학부터 시작하십니다."라는 대답에 두말없이 입학을 결정했습니다.

경전반 졸업식
▲ 경전반 졸업식

불교대학 수업은 좋았으나 정토회 법당은 한동안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여느 법당과 너무 달랐습니다. 법당이 있는 건물이 평소 생각과 달랐고 불상이 없는 법당에서 영상법문 듣고 나누기 할때는 뭘 말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지금 그때를 되돌아보면 ‘참 거만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육조단경 외에도 금강경 수업을 들으며 ‘아, 법륜스님의 강의를 못 만났다면 모래 위에 성을 쌓은 격이 되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행을 통해 제 삶을 탄탄하게 하고 삶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울 수 있었습니다.

삶의 전환점

평생 쉼 없이 살며 일에 성취를 자존감으로 삼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항상 바쁜 아내, 바쁜 엄마였습니다. 어느 날 남편과 아이들이 저를 몰아세우며 ‘왜 그렇게 살아?’하며 제 삶을 통째로 부인했습니다. 몹시 서운하고 허탈한 마음에 가방을 싸서 집을 나와 명상 하러 갔습니다.

불교대학 홍보중인 주인공
▲ 불교대학 홍보중인 주인공

고요함 속에서 끊임없이 ‘왜 그럴까?’를 수없이 반복하며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어린 시절 저를 만났습니다. 6학년 때 엄마 품을 떠나 이모 집에서 생활하며 유학을 했습니다. 엄마의 정이 늘 그리웠고 혼자일 때가 많아 외로움으로 주눅 들어 있었습니다. 방학이 되어 집에 가면 엄마에게 와락 안겨 사랑을 듬뿍 받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눈 마주칠 겨를 없이 바로 일터로 향했습니다.

이후 저는 사랑이 많은 사람을 남편으로 만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지금의 남편을 선택했습니다. 사랑과 정이 많은 남편이었으나 그것이 제게로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남편 탓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는 저의 문제였습니다. 결국 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저 스스로가 제대로 보였습니다.

얼마나 내 고집 안에서 열심히 살았는지 깨달았습니다. ‘애써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나도 좋고 상대도 좋은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이 제 삶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엄마의 사랑을 깨닫게 해 준 인도 성지순례

잠시도 일을 멈춰본 적이 없는 제게 인도 성지순례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물리적으로 불편하고 힘든 것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행이 막바지에 이를 때 쯤 여러 가지 포기하고 온 긴 여정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귀국 이틀 전 인도 부모들의 삶에서 제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부모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자식이 먹을 게 없어 굶주림에 시달리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식 입에 뭐라도 하나 먹을 것을 더 주려고 그렇게 바빴던 것이었습니다. 반가움에 자식을 안아주고 싶었겠지만, 그보다 입에 뭐라도 하나 더 넣을 수 있게 일하는 것이 최고의 사랑 방식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철마다 이것저것 가득가득 택배를 보내주시는 부모님 사랑을 그때 제대로 느꼈습니다. 진심으로 참회하는 마음이 올라오며 부모님을 향한 감사의 마음으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행복학교 진행 (왼쪽 맨위 첫 번째 주영미 님)
▲ 행복학교 진행 (왼쪽 맨위 첫 번째 주영미 님)

항상 깨어 있겠습니다

정토회와 인연이 닿으려고 새벽 시간에 그렇게 많은 고민과 번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108배와 참회, 나누기하면서 삶이 채워졌고. 경전반 부담당과 토요 새벽 법회 목탁 집전 소임은 일상을 더욱 풍성하게 했습니다. 특히 집전할 때마다 목탁 소리와 제 마음의 파동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어 감동과 감사함을 배웠습니다.

온라인 정토회로 전면 개편이 되는 시기에는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인해 새로운 컴퓨터 기술을 배우고, 진행자 교육도 받았습니다. 지금은 모둠장과 불대 진행의 소임을 하고 있습니다. 중생의 요구에 수순하는 보살의 삶으로 제 삶을 잘 물들이며 살고 싶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제가 있듯이 가족 또한 그대로 있음에 항상 깨어있겠습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소임을 다 하면서 한번 시작하면 꾸준히 밀고 나가는 주영미님. 그 모습은 함께하는 도반들에게 큰 깨달음을 줍니다. 양천지회 도반들도 더불어 행복하게 수행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글_이경혜 희망리포터(서울제주지부 양천지회)
편집_임명자(광전지부 서광주지회)

전체댓글 7

0/200

호롱불

맞아요. 예전에 어른신들께서 자식의 입에 들어가는 밥숫가락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없다하시더라구요.
꾸준한 수행정진으로 모범을 보여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2021-05-17 07:00:06

김환희

깨달음의장. 주말명상해보려구요.

2021-05-14 07:02:29

혜당

자식 입에 뭐라도 하나 넣어 주고 싶은게 부모의 마음이고 사랑방식인 것을...부모님..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2021-05-14 06:20:30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서울제주지부’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