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시흥법당
부처님 편히 쉬십시오
이제 저희가 하겠습니다

이번주는 시흥법당을 개원하고, 시흥 법당의 유일한 서원행자이며 통일특위로 시흥 전법의 개척자인 백승례님의 수행담을 취재했습니다. 시흥법당에 단 한 명의 서원행자라고 하는데 어떤 이야기 보따리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지금 들어봅니다.

주 1회 봉사 간담회(앉은 줄 왼쪽에서 두 번째)
▲ 주 1회 봉사 간담회(앉은 줄 왼쪽에서 두 번째)

정토회와의 인연

제가 정토회와 처음 인연이 된 것은 힐링캠프였습니다. 그때 법륜스님을 처음 봤고, 즉문즉설이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정토회를 알기 전, 저는 집 근처 사찰에서 매일 사시예불을 다녔고, 금강경을 독송했습니다. 금강경을 계속 읽다보니 내용이 궁금해져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책까지 읽었습니다. 그동안 가족들 잘 되게 해달라고 기복신앙으로 절에 다녔는데, 스님 책을 읽으면서 어떤 마음을 내야 제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그 후, 2015년에 시흥시 두레 생협 교육관에서 열린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인도성지순례에서 만난 발원문

인도 성지 순례
▲ 인도 성지 순례

저는 맏이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농사일로 항상 바쁘신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돌보며 살았습니다. 내 마음이 어떤지 살필 겨를없이 살았기에 불교대학에서 자기 마음을 표현하라는 나누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청소 소임이 주어졌고, 소임 덕분으로 결석도 못하고 불교대학을 꾸준히 다니며 깨달음의 장1도 다녀오고, 8-6차부터는 입재하여 수행자로서의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정토회가 3단계 설거지 하는 것을 보고, 그동안 물을 마냥 흘려보내며 설거지 했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여기는 환경을 생각하며 실천하는 곳이구나' 라고 생각하니 정토회에 무한 신뢰가 갔습니다. 그러면서 봉사에 좀 더 마음을 냈습니다. 불사 담당자와 법당 불사 후보지도 여러 차례 보러 다니면서 우연히 법당을 바로 집 앞으로 구했습니다. 인테리어 공사 후 하나하나 청소하며 법당이 완성되는 것이 신기할 때 쯤, 저는 인도 성지 순례를 갔습니다.

14박 15일의 일정으로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니 경건함과 감사함이 올라왔습니다. 때로는 성지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열반당에서의 발원문에 '부처님 편히 쉬십시오. 이제 저희가 하겠습니다.'라는 구절은 제 가슴에 깊이 박혔고, 그 후 저는 봉사에 더 마음을 냈습니다.

활동가로서의 삶

개원 법회 사회
▲ 개원 법회 사회

그 당시 시흥 법당은 신생 법당으로 활동가가 많지 않아 가족같이 재미있게 지냈습니다. 불교대학과 법회만 돌아가도 성공한 거라는 부총무님의 당당한 모습에 용기가 났고, 경전반에 다니면서 불교대학 담당을 했습니다. 담당을 하며 다시 한 번 듣는 불교대학 수업은 제가 학생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동과 이해가 있어 감사했습니다. 경전반을 졸업하기 전, 9차에 법당 부총무 제안이 왔는데 이 소임은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때 불교대학 도반들이 함께 고민해주고, 격려해줘서 부총무 소임을 덥석 받았습니다. 그 후 거의 매일 법당에서 도반들과 함께 하고, 불교대학 모집으로 한 분 한 분 도반들이 늘어날 때마다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총무단회의로 만나는 여러 선배 도반들의 모습을 보며 저는 큰 어려움 없이 부총무 소임에 적응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부천 정토회 총무들과 대표가 만나 한 달에 한 번 간담회를 하면서 서로 힘든 점도 살펴주고 격려해 주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저에게 개인적으로 경제적 문제가 생겼습니다. 남편에게 뒤통수 맞았다는 생각때문에 잠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정토회 활동이 바쁘기도 하고, 법비에 젖어 남편과는 서로 상처 주지 않고 위기도 잘 넘겼습니다. 가끔은 불쑥불쑥 그때 왜 그랬는지 남편에게 묻고 싶지만 지나간 얘기 그만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살자고 저를 스스로 다독이곤 합니다.

서원행자가 되기까지

서원행자대회
▲ 서원행자대회

서원행자 제안이 왔을 때는 비록 자격요건이 되었다고는 하나 바로 마음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부족함도 많고, 앞으로 더 큰 소임이 오면 어쩌나 걱정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그때, 금강경 강의에서 들은 '무위의 삶'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서원행자는 잘해야 하고,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상을 짓고 있었습니다. 또 책임지기 싫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인연따라 주어지는 대로 살면 되는데 또 놓쳤구나를 알아차렸고 이후 저는 가벼운 마음으로 서원행자가 되었습니다. 시간을 많이 낼 수 있어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부총무 소임을 마치고 나서는 시흥지역에 통일특위가 한 명도 없어 통일특위 일까지 해서 시간에 쫓길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행복학교를 진행하며 매일매일 참여자들과 행복 연습을 통해 저의 부족함도 인정하며 알아갈 수 있어 감사합니다.

며칠 전 아이들이 물었습니다.

"엄마는 매일 개인적인 시간도 별로 못 갖고 하고 싶은 것도 못하며 지내는데 행복해?"
"엄마가 예전처럼 가족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으면 너희들도 힘들지 않았을까? 할 일이 있어 너희에게 신경을 덜 쓰니 너희가 편할 수도 있어. 한 살 한 살 들어가며 이렇게 잘 쓰일 수 있어서 좋아. 보람도 있고."
"그럼 됐어. 엄마만 행복하면 우린 좋아."

부처님 법 안에서 참스승을 만나 잘 쓰이다 가는 인생으로 회향하며 살겠습니다.


법당 공사할 때 대패질하던 백승례 님 모습이 떠오릅니다. 여리여리하게 보이는데 참 꼼꼼하다, 감탄했습니다. 조용조용 시흥법당을 여법하게 이끌어주어서 감사합니다.

글_남리라 희망리포터(부천정토회 시흥법당)
편집_ 손정화(수성정토회 수성법당)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전체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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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승례님을 떠올리면 마음이 든든합니다.
함께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

2021-02-08 22:57:03

이수향

이렇게 뵈니 반갑습니다. 수행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1-19 21:27:36

무지랭이

반갑습니다~^^

2021-01-19 18: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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