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금정법당
가벼워진 인생, 민들레 홀씨로 전합니다

금정법당 19년 가을불교대학 경전반은 9명이 입학하여 서로서로 끌어주며 수행정진해 전원이 함께 졸업하였습니다. 삶의 고비의 순간에 민들레 홀씨가 살포시 내려앉듯 우연히 찾게 된 불교대학에서 2년의 시간을 보내고나니 무거웠던 삶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불교대학 졸업으로 인생의 한 계단을 올라선 것 같은 지금, 이 마음을 나누어봄으로써 누군가에게 또 다른 민들레 홀씨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가을경전반 졸업수련을 마치고
▲ 가을경전반 졸업수련을 마치고

하선자 님

양약이 된 병고

사는데 급급해서 나를 돌아볼 시간도 없이 살던 어느 날 느닷없는 암선고로 병원치료 받고 있던 중 스님의 유튜브 영상법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네 마음을 보라!’ 는 스님의 한 마디에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제행무상, 제법무아… 처음 입학해서 듣게 된 불교용어는 낯설고 관념적으로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수행과 봉사로 실천을 함께 해나가며 차근차근 공부해보니 그동안 알아왔던 기복신앙의 불교가 아니라, 수행적 관점으로서 불교가 와닿았습니다.

입학식 날, 하선자 님
▲ 입학식 날, 하선자 님

저는 평소 꽁한 성격 탓에 ‘참을 인’자를 수 백번 새기다 목구멍까지 화가 차오르면 한 번에 쏟아내버리곤 했었습니다. 매일 아침 수행을 통해 올라오는 제 감정을 읽어주며 알아차림을 해나가다보니 어느새 일상이 가벼워졌고 저의 무의식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법당 보살님의 정회원 추천을 받고는, 소임이 부담으로 와닿아 처음엔 망설여졌었지만 어렵게 맞잡은 수행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고 또 정토회를 더 깊이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자식들이 <명상수련>, <깨달음의 장1> 수련장까지 태워주면서 엄마가 부드러워졌다며 저의 긍정적인 변화에 함께 좋아해주고 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암선고로 바쁜 직장생활을 끝내고 수행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으니, 아 ! 병고가 제 인생에 고난이 아니라 양약이 된 것입니다.

유이주 님

남편과 나, 함께 걸어가는 도반

결혼한 지 15년 만에 시댁에서 분가를 하게 되어, 오순도순 재미난 우리가족을 기대했던 저의 바람과는 달리, 남편은 되려 전에 없던 갖은 트집으로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러던 중 집 근처 절에 다니기 시작한 남편은 절수행으로 점차 변화되어갔고, 그 모습을 본 저도 자연스레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공양간[^각주5] 봉사중인 유이주 님
▲ 공양간[^각주5] 봉사중인 유이주 님

매일 수행을 통해 화내고 짜증내고 있는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훈련을 해나가다보니 지금은 화를 내는 저를 바라보며 먼저 제 안의 문제부터 다스리는, 많이 변화하고 행복해진 제 자신이 보입니다. 때로는 자신을 낮추며 감사한 마음을 가지지는 않고 운동삼아 절만 한다며 남편을 가르치려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가며 불법을 닦는 소중한 도반이 되었습니다.

경전반 졸업 후, 매주 한 번씩 꼭 출석해서 점검받던 법당을 나가지 않게 되니, 이전의 제 모습이 다시 슬그머니 올라오는 것 같아 대면수업의 중요성이 새삼 와닿는 요즈음입니다. 저에게는 모든 면이 유용하고 즐거웠던 정토회의 행사들과 함께, 앞으로는 정회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김민지 님

넘어져도, 이 정도라 다행이다!

삶이 고되어 견딜 수 없을 때쯤 정말 우연한 기회로 <깨달음의 장>에 가 잠시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집 근처의 금정법당을 소개받고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평소 기복신앙에 대한 반발이 없지 않았기에 '지금 당장 불안한 이 마음만 다스려야지.', '잠시 머물다 그만 두어야지.' 했었지만 스님의 ‘신자’가 아닌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과 논리적인 법문이 마음에 와닿아 정토회에 발을 푹 담그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잘내고 매사에 부정적이어서 늘 내 뜻대로 되어지지 않는 상황을 탓했습니다. 또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없다며 스스로를 불행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불교대학 2년 동안 바뀌지 않는 상황 탓을 할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을 먼저 다스려야 함을 알게 되면서 제가 그토록 원해왔던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수련, 김민지 님
▲ 불교대학 졸업수련, 김민지 님

이제는 나쁜 상황이 닥쳐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정토회의 프로그램이 다소 벅차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나의 변화를 위함임을 알기에, 넘어져도 ‘이 정도면 다행이다!’하고 감사하게 일어서는 그 날까지 수행정진해나가겠습니다.

김미진 님

마음 먹기에 달린 것들, 행복이 있는 이 곳!

결혼 후, 시부모님과 가까이 살며 시댁의 대소사에 동반되어 과한 관여를 받아오면서 어느새 제 자존감은 바닥을 보고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장에서의 업무가 과하여 힘들 때, 남편의 외도가 정점을 찍었습니다. 죽을 심정으로 받아보았던 심리상담으로는 나아지는 것이 없었고, 상대를 미워하고 있으니 제 마음은 더 지옥으로 떨어져 갔습니다. 그런 우울감은 아이들에게도 좋지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의 상황를 잘 아는 친구의 추천으로 마음공부를 하고픈 생각에 불교대학에 발걸음하게 되었습니다. 직장생활로 지친 몸으로 저녁에는 불교대학과 갖가지 정토회 행사에 참여하니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되려 잡생각이 없어져 맑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싶다는 생각에 늘 현재가 힘들다고 느꼈었는데 <깨달음의 장> 수련에 다녀오고 나서는 제 생활이 불행하지 않으며 지극히 평범한 생활 속에서 살고 있었고 이것이 바로 행복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 몸 하나에만 집중하던 제게 새로운 시야가 트이며, 선배 도반들의 노고와 그들의 선한 영향력을 헤아릴 수 있는 단계까지 저의 관점이 확장되어 갔습니다.

덕분에 화가 났을 때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나를 먼저 살피는 하나의 여과과정이 생겨, 감정을 쉬이 가라 앉히게도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오랜 외면이 남편을 외롭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시어른들께서도 귀한 며느리로 여겨주시니 세상에 좋고 나쁜 일은 따로 있지 않고 다만 그것일 뿐 모든 것이 다 제 마음에 달려있음을 깨닫습니다.

문경특강에서 왼쪽부터 하선자님,원미정님,김민지님,김미진님
▲ 문경특강에서 왼쪽부터 하선자님,원미정님,김민지님,김미진님

이성희 님

어떤 일도, 누구에게도

남 부러울 것 하나 없던 제 삶에, 갑작스럽게 닥친 암으로 다정했던 남편을 먼저 떠나보냈습니다. 건강한 사람의 변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저는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우울감에 빠져 남모르게 혼자서 무너지곤 했습니다. 흐르지 않는 시간을 어딘가에라도 집중하고 싶어, 평소 관심이 있었던 불교교리를 배워보기 위해 불교대학에 들어섰습니다.

민원을 처리하는 직장생활 덕에 여러 상황을 겪어보아서 처한 입장에 따라 사고의 전환을 하는 것에는 단련되어 있어 논리적인 불교대학 수업과정은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매번 수업시간마다 살아온 시간을 풀어내야하는 나누기는 남편과의 지난 시간을 떠올리게 해 힘들었습니다. 또한 몸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제게 백팔배나 천일결사2는 여전히 버겁습니다. 이 또한 도반들과 함께 수업을 계속 해나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젖어들어가고 있습니다.

사람 인생은 어떤 일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음을 알고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든든한 아들과 좋은 직장, 살뜰히 챙겨주시는 양가부모님이 계시는 그 자체가 감사함임을 오늘도 마음에 새겨갑니다.

JTS거리모금 후 김민지 님(뒷줄왼쪽 다섯번째) 하선자 님(뒷줄 오른쪽 첫번째)김미진 님(앞줄오른쪽 첫번째)안진옥 님(앞줄오른쪽두번째)
▲ JTS거리모금 후 김민지 님(뒷줄왼쪽 다섯번째) 하선자 님(뒷줄 오른쪽 첫번째)김미진 님(앞줄오른쪽 첫번째)안진옥 님(앞줄오른쪽두번째)

안진옥 님

미리 거름을 주듯, 복을 쌓으며

이른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오남매를 힘들게 키우시던 어머니를 따라 이집저집 전전하며 눈칫밥을 먹으며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씩씩한 천성 덕분에 구김살 없이 자랐습니다. 홀로 애쓰시는 어머니의 고단함을 덜어드리기위해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하여 학기 중에도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였고 졸업 후에는 대기업에 취직하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남편은 저에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향수를 불러 일으켰고, 결혼 후 줄곧 주말부부를 하면서도 아이 셋을 낳아 남편도 없는 시댁에서 어르신들을 모셨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사업은 연이어 실패했고 끝도 보이지않는 터널같은 시댁에서 탈출하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혼자 부산으로 와 취직했습니다.

몸 아끼지 않고 일한 덕에 회사에서 팀장까지 올랐지만 회사의 부조리를 보고는 노조활동까지 겸하게 되어 무척이나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공황장애까지 같이 따라오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라도 붙잡고 싶은 맘에, 하루는 스님의 즉문즉설을 보게 되었고 먼저 정토회에 다니고 있는 남편의 권유로 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경전반졸업식에서 남편(광산법당 주병근 님)과 함께 안진옥 님
▲ 경전반졸업식에서 남편(광산법당 주병근 님)과 함께 안진옥 님

<깨달음의 장>에서 처음으로 온갖 짐을 이고 살아가는 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씌운 새까만 선글라스와, 스스로 옭아맨 올가미도 보였습니다. 평생 지고 살아갈 뻔한 이것들을 일순간에 내려놓고 나니, 귀한 깨달음을 준 정토회에 뭐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에 ‘네’하며 시키는 소임을 충실히 했습니다.

경전반을 졸업하고 나서 이제 수행하는 방법을 알고있으니 혼자서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지금 고난없이 평탄하다고 교만해지지 말고, 미리 거름을 주듯 복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맡은 소임에 임하라는 남편의 권유에 힘입어 지원팀장의 소임을 맡았습니다. 열심히 수행하시는 도반님들께 저의 소임이 조그만 뒷받침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불교대학을 마치고 모처럼 함께 한 자리에서 결코 녹녹지 않은 지나온 시간들을 더듬어 가볍게 내놓는 도반들의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법문을 듣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완벽한 인생을 꿈꾸고 살아왔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인생은 없으며 불완전한 지금 이것이 바로 우리가 찾던 완벽한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귀한 나누기였습니다.

글_목승혜 희망리포터(금정법당 동래정토회)
편집_김난희(홍보국 편집담당)


  1. 깨달음의 장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2. 천일결사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17

0/200

자재왕

도반님들의 수행담 잘 읽었습니다 .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앞으로 나갈 수행의 길,행복의 길은 다 함께 걸어갈 것입니다. 감사드립니다.

2020-08-28 16:44:59

정주현

많은 보살님들의 수행담을 듣다보니 특히나 “깨달음의 장”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해외에 있고 지금 코로나사태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꼭 참여해보겠습니다.

2020-08-18 17:42:34

관음성

함께 하는 도반들이 수행하는데 큰 힘이 되는거 같습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보듬어 주고 격려하는가운데 감사함이 묻어나고 앞서서 걸어가는 선배 도반들의 선한 영항력으로 살아가는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시간들로 채워집니다.

2020-08-17 11:56:48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금정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