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송현법당
부처님을 모시는 우리 집은 법당, 나는 당주

여동생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받은 마음의 상처를 불법으로 치유하고, 가족에게 불법을 전한 김지우 님. 지금은 가족이 도반이 되어 함께 길을 갑니다. 환한 웃음으로 자신을 ‘행복 전법사’라고 소개하는 달서 정토회 총무 김지우 님을 만나보겠습니다.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두 번째)
▲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두 번째)

말 잘 듣는 착한 아이

저는 5녀 1남의 셋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낳고 보니 또 딸이라 죽으라고 방구석으로 밀쳐버렸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가 군대 간 사이에 태어나 아버지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미움을 받으며, 눈치 보는 아이로 컸습니다. 그래서 단 한 번도 부모님 속을 썩인 적이 없었고, 오히려 미움 받지 않으려고 뭐든 열심히 노력하는 착한 아이였습니다. 저는 착하게 살면 언젠가는 복 받는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 믿음대로 어린 시절의 서러움을 잊을 만큼 저를 사랑해주는 남편과 시부모님을 만나 남부럽지 않게 살았습니다.

10차 백일기도 입재식(왼쪽에서 세번째)
▲ 10차 백일기도 입재식(왼쪽에서 세번째)

여동생의 갑작스런 죽음

어릴 때부터 저를 많이 따랐던 막내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마음씨 착한 동생이 결혼해서 힘들게 살아 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가끔 너무 힘들어 하소연하는 동생에게 저는 참고 살면 언젠가는 복 받을 것이라며 위로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막내 여동생이 교통사고로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가 동생을 잘 보살피지 못해서 죽었다는 죄책감, 저도 덧없이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허무함.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믿음에 대한 배신감으로 6개월을 울고 괴로워했습니다. 세상이 끝나버린 것 같은 슬픔에 젖어 이 절 저 절을 찾아다니며, 부처님께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빌고 또 빌었습니다.

우연히 듣게 된 “일체중생을 구원하겠다는 원을 세워 《금강경》을 꾸준히 읽고 마음에 새기면서 공부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에 제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동생의 죽음으로 힘들 때도 열심히 《금강경》을 계속 읽었지만, 저의 괴로움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법륜 스님을 만나다

그러던 중, 지인의 권유에 법륜 스님의 법문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가슴이 뻥 뚫리고 눈앞이 밝아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법륜스님이 부처님이나 원효대사의 환생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님 법문에 빠졌습니다.

JTS 거리 모금 중
▲ JTS 거리 모금 중

어느 분의 질문에 법륜스님이 “사람은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해 줄 수 없다.”라고 한 말이 제 머리를 때렸습니다. 그 말로 제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동생 죽음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졌습니다. ‘내가 어리석어서 괴로움을 스스로 만들었구나! 이 세상의 수많은 죄가 있지만, 어리석음만큼 큰 죄는 없구나.’하고 저의 어리석음을 깨치고 나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그 때가 동생이 죽은 지 딱 3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렇게 스님의 법문으로 새 삶을 얻었으니 법륜스님을 위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 정토회 대구 법당을 찾아갔습니다. 법륜스님은 저에게 밝게 웃으시며 부지런히 수행정진하고 봉사하라고 격려했습니다. 그 후로 수행 법회에 참석했고, 그 해 7월 〈깨달음의 장1〉에 다녀오고, 바로 천일결사2 5-6차 입재식에 참여했습니다. 처음 접하는 낯선 경험에 어색하기도 했지만, 천일결사 입재 때 “앞으로 나는 법사가 되고, 우리 가족은 정토 행자가 되고, 우리 집은 법당이 되어야 한다.”는 스님 법문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그 길만이 우리 모두 행복해지고, 제 업식과 괴로움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 않는 길이라 확신했습니다.

이어서 정토회 불교 대학과 경전반에 입학했고, 주어지는 대로 봉사하면서 열심히 법당에 다녔습니다. 제가 여러모로 잘 쓰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거리모금으로 모은 돈이 생명을 살린다, 생각하면 뿌듯했습니다. 바닥을 빡빡 긁어도 없던 자존감이 어디서 생겨났는지 가슴을 가득 채웠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거리 모금 중(오른쪽에서 세번째)
▲ 도반들과 함께 거리 모금 중(오른쪽에서 세번째)

도전이 된 소임

경전반을 졸업하니 불교대학 담당 제안을 받았습니다. 당시 아이들이 어리고, 법당이 멀어 아침 일찍 나오면 저녁 때나 집에 가는 상황이라 남편 동의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어렵게 남편의 허락을 받고 3년간 봉사할 생각으로 불교 대학 담당을 맡았습니다. 하지만, 작은 오해의 불씨로 도반에 대한 실망과 원망에 사로잡혀 1년 만에 그만두었습니다. 소임을 내려놓고 보니 ‘법륜스님의 은혜를 갚겠다던 마음이 고작 이 정도구나.’하고 제 옹졸한 마음을 크게 참회했습니다.

그후 달서정토회 송현법당 불사(佛事)에 동참하며 정토회와의 인연을 다시 이어갔습니다. 불사 과정은 무척 힘들어 도반들과 부딪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만두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안된다는 걸 이미 경험했기에 어떻게든 이 고비를 넘겨보자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불사한 공덕으로 달서정토회 송현법당 부총무 소임까지 맡았습니다.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첫번째)
▲ 도반들과 함께(왼쪽에서 첫번째)

남편과의 갈등

가정적인 남편은 퇴근하면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을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꿈이라고 결혼 전에 말한 적도 있습니다. 법당에 다니면서 저는 행복했지만, 남편과 아이들은 저로 인해 많은 불편함을 겪었습니다. 가족들은 제가 법당 다니는 것을 반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저에게 “당신은 어떤 것 하나에 빠지면 미친 듯이 한다.”고 말하면, 저는 남편에게 “미쳐야 뭐가 되도 된다.”는 말로 제 행동을 합리화했습니다. 남편은 가족보다 법당을 우선시하는 저에게 엄청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저는 그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이백일 동안 매일 천 배를 하며 남편에게 참회했습니다.

그렇게 남편에게 숙이고 또 숙이면서 부총무 임기 3년을 겨우 마쳤습니다. 법당 일을 하지 않으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고, 그 길이 행복으로 가는 옳은 길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숙여 남편에게 맞췄지만, 남편의 마음을 얻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숙이기보다는 차라리 맞서 넘어서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인도 성지순례를 가려면 이혼을 각오하라는 남편의 말에, “다녀와서 이혼하자.”고 말하며 인도 성지 순례를 떠났습니다. 막상 다녀오니 남편은 별말이 없었습니다.

정토회 도반인 친정식구들(오른쪽에서 두번째)
▲ 정토회 도반인 친정식구들(오른쪽에서 두번째)

부처님을 모시는 우리 집은 법당, 나는 당주

불심도문 큰스님 팔순 법회에서, 불심도문 큰 스님을 생각하는 법륜스님의 애틋한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나도 저런 마음으로 남편을 대했더라면...!’, ‘조금만 더 지혜를 발휘했더라면, 법당 활동을 잘 하면서도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을 텐데...’하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저에게 그 누구보다 소중하고 감사한 사람인데 그렇게 대하지 못했음을 깊이 참회했습니다.

먼저 저 세상으로 간 동생은 우리 가족에게 불법의 인연을 맺어주러 온 불보살이라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해 어머니, 언니, 여동생, 남동생, 제부, 조카들까지 정토회와 인연 맺어 불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직 남편과 아이들은 정토회와 인연이 닿지 않았지만, 이제 남편이 저의 활동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가족들과 함께(오른쪽 첫번째)
▲ 가족들과 함께(오른쪽 첫번째)

어쩌면 남편은 부족한 저의 공부를 이끌어주기 위해 온 부처님이자 스승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여기까지 오는데 도와준 사람들이 많지만 특히 남편이야말로 가장 감사한 사람입니다. 이제 남편에게 그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수행 정진하고 있습니다. 처음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했던 다짐을 되새기며, 저희 가족은 정토행자가 되고, 저희 집은 부처님을 모시는 법당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또한, 저는 행복 전법사이자 당주로서 부지런히 수행 정진하면서 그 법당을 묵묵히 지키고,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일구겠습니다.


슬픔과 갈등을 거름삼아서 행복전법사로서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는 김지우 님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김지우 님의 튼튼한 법당에서 가족들이 수행하면서 더욱 화목하고 행복해지길 기원합니다.

글_윤정인_희망리포터(달서정토회_송현법당)
편집_성지연_편집자(서초정토회_서초법당)


  1. 깨달음의 장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2. 천일결사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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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왕

잘 읽었습니다.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2020-08-28 15:15:28

정주현

태어나실때의 환경이나 최근 둘째 이모의 갑작스러운 죽음까지 저희엄마와 비슷한 상황같아서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부처님의 원력으로 힘든 시기들을 항상 지혜롭게 잘 넘기고 계십니다. 저 또한 엄마를 통해 20대때부터 불교를 알게 되어 이 글을 읽고나니 어머니께 감사함을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감사합니다.

2020-08-13 20:27:02

견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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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2 12: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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