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대문법당
아내가 정토행자여서 좋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어떤 소임이든 가볍게 마음을 내는 산뜻한 이정희 님. 2019년 6월 사진영상봉사를 시작으로 은평법당 이전불사의 모습을 매일 기록으로 담아 올려 주시고 현재는 정토봄불교대학 부담당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진취적이고 호기심 많은 그녀의 수행담을 들어보았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을 준비하는 이정희님
▲ 불교대학 수업을 준비하는 이정희님

야단법석으로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예민한 아이는 잘 자지도, 잘 먹지도 않아서 힘들어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우연히 법륜스님의 저서 ≪야단법석≫을 읽게 되었습니다. 삶을 보는 관점이 기존의 제가 가지고 있던 것들과 많이 달랐기에 잘 납득이 안 되면서도 신선하고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탐구심이 강했던 저는 법륜스님의 모든 저서를 다 찾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느낌이 들고 지식은 아닌데 원리를 이야기하니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정토회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주사가 심한 아버지

어린 시절 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주사가 심했습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어머니, 언니와 함께 집에서 쫓겨나 밖에서 잠을 자야 했습니다. 불안과 두려움에 떨던 생활을 이어가다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고 아버지와는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어머니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힘겹게 일을 하셨는데 중학교 2학년 무렵 그간의 가난하고 어두운 생활로 우울했던 저는 내가 죽어야 한 입이라도 덜어서 어머니가 편해지겠다는 생각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런 신체의 손상 없이 어이없게도 살아났고, 죽음을 각오했던 경험이 추웠던 시절 한 장의 사진으로 제 가슴에 깊게 남아있습니다.

행복한 마음공부 활동중 이정희님(가운데)
▲ 행복한 마음공부 활동중 이정희님(가운데)

경제력이 생긴 후로

어둡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마감하고 상고 졸업 후 취직을 했고, 경제력이 생긴 후로 날개가 달린 듯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미술을 하고 싶었던 평소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낮에는 일하면서 야간대학 미대에 진학하였고, 여세를 몰아 대학원에도 진학을 하였습니다. 공부를 마친 후 원하던 대로 미술관에서 일하게 되어 행복했습니다. 전시회 뒤풀이 자리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그의 진솔함에 이끌려 결혼도 하였습니다.

나의 응어리로

그러나 아이가 태어난 후 다시 옛날로 돌아가 산후우울증으로 신경정신과 상담치료를 2년 2개월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모든 게 내 문제며 나의 응어리를 못 풀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30여 년 전으로 돌아가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 나의 아이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TV프로그램 중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며 역시 모든 게 내 문제며 나의 응어리 때문이라는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토불교대학 입학식에서 이정희님(가운데)
▲ 정토불교대학 입학식에서 이정희님(가운데)

‘아내가 똑똑해졌다!’

2016년 우연히 은평법당에서 일반인을 수요법회에 초대하는 전단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통해 이미 법륜스님과 정토회를 알고 있던 저는 자연스레 그 법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영상으로 법문을 하는 것도 새로웠고, 종교를 강요하거나 인위적으로 전도 하지 않는 분위기, 법문 후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 하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이날의 참석을 통해 정토불교대학이라는 과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과거는 보내고 내 앞에 놓인 삶을 잘 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살면서 다양한 도움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마음의 작용에 대한 것은 정토회가 가장 컸습니다. 정토회 사이트에 있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백일동안 다 듣자고 원을 세웠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노트북을 들고 방에서 나와 엑셀파일에 일련번호와 즉문즉설 제목을 정리하였습니다. 그 당시 1,400여개의 즉문즉설을 매일 새벽마다 결국 1년에 걸쳐서 빠짐없이 다 들었습니다. 들은 날과 뭘 느꼈나 기록한 것까지 모두 정리한 파일을 출력해서 남편에게 선물했습니다. 한 가정의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잘 살고 싶어서 들었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법문을 들으며 괴로움이 줄었고 내가 편해졌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똑똑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내가 보살이어서, 정토행자여서 좋다고 합니다. 지금도 즉문즉설 업데이트 되는 것을 계속 듣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큰아이는 봄불교대학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때 옆에서 같이 들어서 법륜스님도 잘 알고 요즘 법륜스님의 얼굴이 검어졌다고도 이야기 합니다. 두북에서 농사를 짓느라 검어진 스님의 얼굴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봄경전반 졸업식에서 이정희님(뒷줄 맨오른쪽)
▲ 봄경전반 졸업식에서 이정희님(뒷줄 맨오른쪽)

평생

2016년 가을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고 난생 처음으로 평생이라는 놀라운 개념을 접하게 되었고, 평생 108배하며 수행하는 사람이 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또한 가장 이타적인 게 가장 이기적이라는 것, 너를 돕는 것이 나를 돕는 거라는 사실을 경전반 공부를 하며 마음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경전반 특강수련 시 묘수 법사님을 만나며 명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3월에 명상수련 신청을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어 무척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일요일에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을 하면서는 이제 매일 아침마다 기도를 마친 후 30분간 혼자 명상을 합니다. 지금도 직장에 다니며 바쁘게 살고 있지만 금요일 오후 7시면 한껏 피로해진 몸을 추스르고 불교대학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뛰어갑니다.

정토불교대학 홍보중 오른쪽에서 두번째 이정희님
▲ 정토불교대학 홍보중 오른쪽에서 두번째 이정희님

올해의 계획은 “스님의 하루를 꼭 읽는다”로 정했습니다. 뉴스의 헤드라인에 현혹되고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상에서 무엇이 바른지 세상사를 판단하는데 법륜스님의 말씀이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틀림없다는 믿음, 확신, 스님에 대한 존경심으로 흐트러지려는 자세를 바로잡습니다. 현실을 왜곡하지 않고 바로 보는 힘을 키우며 감정에 끌려 다니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그리고 소임에 성실하고 이웃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반짝이는 별을 만나고 온 느낌이었습니다. 사자는 새끼를 산꼭대기에서 발로 차서 떨어뜨리고 기어 올라오는 놈만 기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고생은 신의 선물이고 고난을 통해 인간은 성장한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정희님의 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글_안형선 희망리포터(서대문정토회 은평법당)
편집_이정선(진주정토회 진주법당)

전체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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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시간이 지나고보니 제가 벌써 저때와 많이 달라졌네요 과거사진을 보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돌이켜봅니다 ㅎㅎ

2020-10-11 20:36:31

춘천 얼짱

깨장 동기!!
정희님의 진솔한 얘기 잘 읽었습니다.
공감이 되며 존경심도 생기네요

늘 응원 하겠습니다^^

2020-08-12 22:09:42

관음성

씩씩하고 멋지게 힘든 시간도 이겨 내시고 하고자 하는일에 열정적으로 살아가시는 모습은 저도 배우고 싶네요~^^
수행담 감사합니다!

2020-08-10 12: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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