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부평법당
낙숫물은 서서히 바위를 뚫는다

뜨거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즈음 부평법당 정해웅 님과 행복한 만남이 있었습니다. 편안한 얼굴과 소년같이 수줍은 미소가 일품인 정해웅 님은 수행법회 저녁반 담당입니다. 가볍게 ‘한번 해볼까?’ 마음 내어 그냥 해보는 정해웅 님. 수행으로 변화되어 바위처럼 단단하게 커진 그 마음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천일결사 정진 (앞줄 가운데)
▲ 천일결사 정진 (앞줄 가운데)

돈 생각 접으니 홀가분해져

저는 현장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포크레인 기사입니다. 서울, 수서, 평택 지하철 공사 작업 중 점심시간에 유튜브를 검색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 마음을 빼앗겨 꾸준히 듣게 되었습니다.

2015년 가을, 친구에게 2천만 원을 빌려준 일이 있습니다. 1천만 원은 받았는데 나머지 1천만 원은 받기가 무척 곤혹스러웠습니다. 친구에게 전화하는 것도 만나는 것도 돈을 달라고 보채는 것 같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고 마음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친구보다 내가 조금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에게 ‘돈은 갚지 않아도 되니 건강 잘 챙겨라.’ 문자를 보냈습니다. 답장은 없었지만 1천만 원에 대한 생각을 접으니 홀가분하고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살이 찌는 것에 대한 즉문즉설을 듣고 10일 동안 물만 먹는 단식을 한 적도 있습니다. 단식 10일이 길게 느껴지고 ‘일주일만 할걸......’ 하는 생각이 올라왔지만 ‘무너지면 안 된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마음먹은 대로 단식을 끝내고 나니 몸무게가 15kg이나 빠지고 몸이 가벼워져서 좋았습니다.

정토회가 궁금해져서 검색해보고 2016년 2월 부평법당 수행법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수요일마다 꼬박꼬박 수행법회에 참석해 법문을 들었습니다. 법당 도반들의 권유로 2016년 3월 봄 불교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었고 저는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던 시절

JTS 거리모금 중 (왼쪽)
▲ JTS 거리모금 중 (왼쪽)

저는 강화도 교동에서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큰 사건 사고 없이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고 유순하게 자랐습니다. 딱히 드러나는 성격은 아니었으나 고집과 자존심은 강했던 것 같습니다.

서른이 넘어서 결혼을 하였고 두 아들은 이제 11살과 8살입니다. 털털한 성격의 저와는 다르게 아내는 깔끔하고 정확한 것을 좋아합니다. 서로의 성격이 다르다 보니 사소하게 다투곤 하였고, 갑갑함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아내와 다투고 나면 대화로 풀기보다 집 밖으로 나가거나 며칠씩 찜질방으로 몸을 피하기 급급했습니다.

아내가 아이들을 잘 가르치지 못해 아이들이 버릇이 없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회초리 한 번 들지 않은 부모님과 다르게 큰아들을 때리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아이의 잘못보다는 저의 감정이 크게 개입되었음을 알았습니다. 그 후 아이를 때리지 않기로 약속했고, 현재까지 지키고 있습니다.

불교대학 초기에는 배운 법문을 저 자신이 아닌 아내에게 적용하여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피우던 담배는 아이들이 어릴 때 끊었으나 술은 가끔 집에서 마셨습니다. 술 먹는 것을 싫어하는 아내가 술을 버리면 밖에 나가서 먹고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더 많이 놀아주기를 바라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해서 불쾌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아내가 바라는 마음을 내면 섭섭함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가 아내한테 하는 말을 똑같이 하고 있는 큰아들을 보았습니다. 그 모습은 ‘또 다른 나’를 보는 듯했습니다. 그 순간, 아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선 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선유동 봉사활동 (앞줄 오른쪽 첫 번째)
▲ 선유동 봉사활동 (앞줄 오른쪽 첫 번째)

도전은 더 새로운 도전으로

2016년 6월 <깨달음의 장1>을 다녀오고 9-2차 천일결사2 입재를 시작으로 아침수행을 시작했습니다. 밥을 먹지 않으면 죽는 줄 아는 아내의 걱정을 뒤로 하고 1년에 한 번 정도는 몸을 쉬게 해주고 싶어서 단식을 합니다. 평소엔 밀가루 음식과 육식을 줄이고, 점심과 저녁 두 끼만 먹습니다. 물론 좋아하던 술도 끊었습니다. 단식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기도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한 번도 특별한 각오를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도전은 새로운 도전을 나았고 새로운 수행에 저를 밀어 넣었습니다. 천일결사기도 108배, 통일기도와 이전불사기도 300배, 가끔 아침수행을 놓치면 나에게 주는 벌로 저녁에 500배를 했습니다. 2019년 12월에는 3000배 정진을 했습니다. 정진을 통해 어려운 일도 관점을 달리하면 쉽다는 걸 알았습니다.

108배나 3000배나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으로 하다 보니 어렵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절은 하기 싫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제는 몸이 알아서 움직이는 경지가 되었습니다.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며 여러 가지 방법들을 시도하고 실천하는 것이 몸에 배이게 되었습니다.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온 기간을 제외하고는 늘 꾸준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거사나들이 (오른쪽 두 번째)
▲ 거사나들이 (오른쪽 두 번째)

관계에서 오는 두려움

유순하고 소심한 성격인 줄만 알았는데 불교대학, <깨달음의 장>, <명상수련>을 하면서 저 자신을 더 정확하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마음나누기를 통해 대인관계를 상당히 두려워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깨달음의 장>이후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공동묘지를 세 번 다녀왔습니다. 첫 번째는 풀 한 포기를 생각하며 나라는 존재를 잊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밤 10시에 올라가서 10분 정도 명상을 하고 내려왔습니다. 두 번째는 불교대학 수업을 마치고 밤 12시에 ‘죽어도 괜찮다.’라는 생각으로 올랐습니다. 처음보다는 편안했습니다. 세 번째는 공포영화도 생각나고, 전설의 고향도 생각나고, 온갖 무서운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오로지 두려움을 없애자는 마음으로 올랐습니다.

그만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두려움은 제가 넘어야 할 산이었습니다. 2018년 겨울에는 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서 삭발을 감행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 주변의 지인들은 “출가할 거냐?”라고 물으며 걱정했습니다. 저 자신이 용기를 내서 할 수 있는지 궁금했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습니다.

부평법당 이전불사 정진 (맨 뒷줄 오른쪽)
▲ 부평법당 이전불사 정진 (맨 뒷줄 오른쪽)

막연했던 인생에 방향이 생기다

불교대학과 경전반을 졸업하고 꾸준히 마음수행을 하면서 가족, 지인들과 편안해졌습니다. 외면하고 회피하던 모습도 많이 줄었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사과 문자를 먼저 보낼 수 있는 용기도 생겼고,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이해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아내에게 바라는 마음을 버리고 도와주려는 마음을 냈더니 오히려 아내가 저에게 바라지 않고 그냥 해버립니다.

맛있는 음식을 과식하지 않고 젓가락을 놓을 수 있는 의지도 생겼고, 올라오던 화도 모두 어디론가 사라진 듯합니다. 상반기 하반기 1년에 두 번 있는 정일사 정진에서 부족한 부분을 수행과제로 삼아 정진합니다. 부처님 말씀을 기준 삼아 실천해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건강한 가족만을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돈을 조금 더 벌어서 어려운 사람들도 도와주고 싶고 꼭 필요한 곳에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JTS거리모금에 언젠가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막연했던 제 인생이 구체적 방향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바뀐 제 삶을 돌아보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잘 쓰이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뭐 특별할 것도 없다고 손사래 치던 정해웅 님, 정토회 오기 전의 모습을 생각하면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며 환하게 웃는 모습에 제 마음도 밝아졌습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묵묵히 도전하고 몸으로 체득하는 그의 삶이야말로 참 특별해 보입니다. 자신의 존재를 있는 듯 없는 듯하다고 말하지만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갖고 있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것보다는 조금 빠른 것 같다.’라며 자신감을 보여주는 정해웅 님. 더 당당한 모습과 새로운 목표가 기대됩니다.

글_김혜옥 희망리포터(인천정토회 부평법당)
편집_허란희(용인정토회 용인법당)


  1.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2.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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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실천하시는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2020-07-25 17:44:08

범부중생

대단해요 수행자님~!! 나는 괴로운데 왜 저런 초발심이 안생기고 행동이 안되는걸까...

아직은 버틸만한가보다..ㅋ

2020-07-12 18:55:22

자재왕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은 이럴 때 하는 말인 것 같습니다. 닮아보려 합니다. 감사드립니다.

2020-07-11 12: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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