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노원법당
나는 행복한 크리스천 부디스트!

매주 수요일, 낮에는 천주교 노원성당에서 회합1을 하고 저녁에는 정토회 노원법당으로 법회에 나가면서 누구보다 바쁜 일주일을 보내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원성당 레지오 부단장으로 활동하면서, 정토회 노원법당 모둠장인 조은정 님의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불교대학 입학식 봉사 중에(맨 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조은정 님)
▲ 불교대학 입학식 봉사 중에(맨 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조은정 님)

무작정 간 불교대학에서 만난 성당 자매님

어느 날 유튜브 추천 영상을 통해 법륜스님 즉문즉설2 영상을 처음 봤습니다. 명쾌하고 합리적인 말씀이 인상적이어서 다양한 주제를 찾아보면서 법륜스님과 정토회를 알게 됐습니다. 친한 언니가 불교대학을 권유해서 망설이다가 신청도 안 하고 무작정 2016년 봄 정토불교대학 입학식 날 노원법당을 갔습니다.

영상강의를 법당에서 다 같이 보는 줄 알고 별 기대 없이 찾아갔는데 정성스러운 다과와 축하 춤 공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직도 입학식을 생각하면 그 장면이 떠오릅니다. 매주 갈 때마다 ‘내가 여기를 왜 가지?’ 하면서도 불교대학이 재미있어서 아무 생각 없이 다녔습니다.

열성적인 불교대학 도반들 덕분에 절이 안 되는데도 새벽예불을 함께 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기를 하며 정말 재미있게 다녔습니다. 불교대학 담당자분을 천주교 신자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성당 입간판에 대표 부부로 이름이 있어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도반들과 행복한 마음공부 중(앞줄 왼쪽 두 번째 조은정 님)
▲ 도반들과 행복한 마음공부 중(앞줄 왼쪽 두 번째 조은정 님)

정토회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면서 어떻게 성당을 다닐까? 보통은 이전에 성당을 다녔다는 사람들은 있어도 성당과 법당을 동시에 다니면서 활동하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모두 천주교 신자여서 초반에는 불교대학 다니는 걸 비밀로 했습니다.

수업 끝나고 불교대학 담당자분과 집에 가는 길에 천주교 신자로서의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게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가족들에게도 점차 자연스럽게 불교대학 다니는 걸 알렸습니다. 불교대학 담당자님이 법륜스님과 함께한 ‘봉사자 나들이’ 나누기를 들려주는데 저도 함께 나들이 가고 싶은 마음에 2학기 때 스태프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스님과 나들이 가고 싶었던 마음이 계기가 되어 정토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7년에 경전반을 다니고, 2018년~2019년 불교대학 팀장, 2020년 모둠장을 맡으면서 점점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문경 수련원에서 도반과 함께(앞줄 가운데 조은정 님)
▲ 문경 수련원에서 도반과 함께(앞줄 가운데 조은정 님)

정토회 활동과 성당 활동을 함께

불교대학 입학했던 2016년에 큰아들은 중국에 가 있고, 작은아들은 입대해서 시간 여유가 많았습니다. 시간이 많아져서 성당 활동도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하게 됐습니다. 그전까지는 평신도였는데 구역장님 권유로 반장을 맡게 되고, 2016년 5월에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토회 불교대학과 성당 활동을 같이하게 됐습니다.

정토회에 오면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는데 성당에 가면 젊은 축에 들어서 성당 활동도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성경 말씀 중에 ‘5리를 가라 하면 10리를 가라',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을 내주어라', '겉옷을 달라고 하면 속옷도 내주어라’를 수없이 듣고도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스님이 말씀해주실 때 주인 된 마음, 기꺼운 마음이 들어서 그 덕분에 신앙심도 깊어졌습니다.

인도성지순례에서 도반들과(앞줄 맨 오른쪽 조은정 님)
▲ 인도성지순례에서 도반들과(앞줄 맨 오른쪽 조은정 님)

처음 나간 해외, 인도성지순례

<깨달음의 장3>을 다녀오고 인도성지순례 홍보영상을 보다가 더 나이 들기 전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번도 간 적 없는 해외를 인도성지순례로 처음 갔다 왔습니다. 그리고 8월에 동북아 역사탐방도 다녀왔습니다.

두 곳 모두에서 스님과 오래전에 인연이 되어서 함께 활동하고 가이드까지 하는 활동가들과 스님의 행보에 감동하였습니다. 코로나 19가 터져보니 작년에 갔다 온 것이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이 요즘 듭니다.

참 봉사, 참 보시의 삶

감사하게도 남편, 자식, 시댁 등과 큰 갈등이 없이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보통 정토회 만나서 많이들 순해졌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가 됐습니다. 제 의견이 강해졌습니다. 예전에는 딸, 부인, 엄마로 주어진 역할에 순응하며 살았습니다.

그때는 말하고 싶어도 못했던 부분에 대해 이제는 제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며 살아서 좋습니다. 사회생활을 한 적이 없어서 직접 돈을 벌어보지 못해 그것이 늘 아쉬웠습니다. 이제는 정토회 만나서 원 없이 사회활동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가끔 일정이 많아져서 바쁜 것이 힘들기도 합니다.

동북아 역사탐방에서 조은정 님
▲ 동북아 역사탐방에서 조은정 님

또한 전에는 친구들 만나서 맥주 한잔하면서 이야기하고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지금은 봉사하는 삶을 살면서 금주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맥주 마셨던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졌습니다. 나이 들어서 체력적으로 힘들고 구글 드라이브, 영상 통화 등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무슨 고생인가 싶기도 합니다.

불교대학 홍보활동 중 도반과 함께(가운데 조은정 님)
▲ 불교대학 홍보활동 중 도반과 함께(가운데 조은정 님)

주위에 놀 시간도 없다고 겉으로 투덜대지만 속으로는 뿌듯한 마음이 더 많습니다. 정토회가 아니면 어디서 새로운 것들을 배울까 싶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정토회 수행자로 살면서 생긴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불교대학 다닐 때 노원구청에서 스님 즉문즉설이 있어서 봉사 했었습니다. 현장에서 들었던 강연내용과 스님의 하루 내용이 완전히 똑같고, 읽을 때마다 언행일치와 봉사하는 삶이 이런 것이구나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정토회가 어떻게 돈을 쓰는지 알기 때문에 정말 한 푼도 아깝지가 않습니다. 큰돈을 보시할 수 없지만 매일 천 원씩, 매달 불사모연금을 작게라도 꾸준히 낼 수 있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그래서 매달 수입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보시를 합니다. 저는 이것을 개인적으로 ‘작정보시금’ 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인생후반부 늦가을에 맞이하는 봄

특별하게 바라는 것은 없고 꾸준히 수행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수행이 힘들고 잘 안 됩니다. 처음 천일결사4에 입재했을 때 3일하고 안 하고를 반복했습니다. 이번에는 입재하고 매일 아침 기도를 빠지지 않고 하는 것을 보면 이렇게 점차 나아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내년이 환갑이다 보니 인생 사계절 중에서 늦가을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까지는 주어진 대로 살았다면 인생 후반부에서는 주인 된 자세로 잘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늦가을에 다시 봄을 시작하는 마음입니다.

단풍이 물들듯 인생을 아름답게 색칠해 가는 조은정 님
▲ 단풍이 물들듯 인생을 아름답게 색칠해 가는 조은정 님


인터뷰 전날은 어머님이 수술을 마치고 퇴원했고, 다음 날은 불교대학 졸업수련, 다음 주는 이사가 있다는 조은정 님 일정을 들으니 인터뷰를 한 시간이 더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밝은 미소로 인터뷰를 하시다가 인생 후반부의 봄을 잘 살 수 있을 용기가 난다는 말에 눈물을 보이셔서 그 마음이 얼마나 깊고 단단한지 느껴졌습니다. 손수 준비한 점심에 저는 공양게송을 조은정 님은 성호를 그으며 기도를 하고 식사했습니다. 각자의 위치는 다르지만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도반이 있다는 것이 감동을 주었습니다.

글_ 김소희 희망리포터(노원정토회 노원법당)
편집_ 이종명(전주정토회 전주법당)


  1. 가톨릭교회의 평신도 신앙 공동체 '레지오 마리애(Legio Mariae)의 기초 조직단위인 '쁘레시디움(Praesidium)' 정기 주 모임. 

  2. 즉문즉설(卽問卽說): 법륜스님이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한 프로그램. 살아가면서 겪는 괴로움과 어려움에 대해 '즉시 묻고, 즉시 이야기 하는 대화 방식'을 말함. 

  3.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4박 5일 

  4.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했습니다.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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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이전까지는 주어진 대로 살았다면 인생 후반부에서는 주인 된 자세로 잘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늦가을에 다시 봄을 시작하는 마음입니다...힘내세요. 응원합니다.

2020-07-25 20:03:38

보디사트바

아름답습니다.
나도 시간 더 가기 전에
정토회에 딱붙어 있어야겠다. ㅠㅠ

2020-07-03 15:05:31

무승화

"스님이 말씀해주실 때 주인 된 마음, 기꺼운 마음이 들어서 그 덕분에 신앙심도 깊어졌다"는 노원의 조은정님, 그 마음 압니다. 저도 개신교 신앙인으로의 활동도 겸하거던요. "점심에 저는 공양게송을 조은정 님은 성호를 그으며 기도를 하고 식사" 했다는 희망리포터의 말씀도 신선했습니다. 전 교회와 가족과는 기도를, 정토회 모임서는 공야게송을 함께.

2020-07-03 00: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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