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시흥법당
기도하면서 나이드는 '복'을 아시나요?

코로나19로 법당을 피해 김병선 님과 김명임 님을 만났습니다. 김병선 님은 경전반 학생이면서 불교대학 담당자입니다. 또 김명임 님도 경전반 학생으로 불교대학 부담당을 맡고 있습니다. 눈치가 빠르신 분은 감이 오지 않나요? 이 두 분은 시흥법당의 꽃이라 불리는 자매입니다. 지금부터 두 자매의 수행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래 오른쪽 두번째 김명임님, 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김병선
▲ 아래 오른쪽 두번째 김명임님, 뒷줄 오른쪽에서 두번째 김병선

이 절, 저 절에서 부적받던 내가 정토회를 만나다.

김병선 님: 스님의 즉문즉설 유튜브 들으면서 정토회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마침 단월드에서 같이 운동하는 이태자 님이 정토회를 다닌다고 해서 언니(김명임 님)랑 같이 시흥법당에 갔습니다.

김명임 님: 법당에 갔더니 좀 냉랭하고 쓸쓸하다 싶었는데, 스님 믿고 다녀보자 했습니다. 그때가 봄불교대학의 첫 번째 강의는 지났는데 바로 입학했습니다. 저는 개근상을 타고 동생(김병선 님)도 한 번 빠졌습니다. 안 빠지고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매일 아침 108배도 시작했습니다. 108배 하니까 그동안 불안했던 마음이 다 없어졌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전국 절을 다 다녔는데 이제는 아침 명상까지 하고 나면 불안한 마음이 사라집니다. 이제는 수행만 하지, 전국을 안 돌아다닙니다.

김병선 님: 여행이랍시고 이 절 저 절 다니고 좋은 산은 다 찾아다녔습니다. 금강산도 가고 태백산도 갔습니다. 가는 절 마다 등 달고, 기도를 올리고, 부적을 받았습니다. 살다 보니 일이 안 풀리면 별 것 다 하게 되고, 다라니경도 외우며 갖가지 경전을 사경 했습니다. 또 예전에는 거절을 잘 못하고, 친구들을 위로해준다고 같이 술 먹고, 돈 쓰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아침기도를 꾸준히 하니 불안한 마음도 사라지고, 편안해졌습니다. 지금은 친구들이 만나자고 하면 당당히 ‘정토회로 와라’ 말합니다.

앉은줄 좌측 첫번째부터 김병선님, 김명임님
▲ 앉은줄 좌측 첫번째부터 김병선님, 김명임님

기도하면서 '나'라는 아집이 녹아내리다.

김명임 님: 제 나이가 67세인데 기도하면서 나이 든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나’를 알게 되고, ‘나’를 숙이고, 기도하는 것을 생각하면 ‘내가 이 복을 어떻게 받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하다보니 ‘내가 고생해서 이만큼 살았다’라는 아집이 컸는데 기도하니까 다 녹아내립니다. 동대문에서 20년 넘게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저녁 9시까지 장사를 했습니다. 장사는 바쁘지, 밥도 제대로 못 먹지, 애는 넷이고, 집에 오면 애들 도시락에 할 일은 많지, 사춘기지, 남편은 술 먹고 오지. 저녁 6시가 되면 너무 힘들어서 저절로 눈물이 흘렀습니다. 저는 힘이 들어서 콩팥 하나가 없어지는 줄도 몰랐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콩팥이 하나 없으니까 의사들이 아팠냐, 힘들었냐, 수술했냐 물었습니다.

남편에게 ‘당신이 잘났으면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냐, 당신이 잘한 게 뭐가 있냐, 그때 뭐 했냐’라며 한 맺힌 고생보따리를 푸는 것이 저의 무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그 무기를 버려야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누구 때문이 아니다. 그건 내 몫이었다’라고 생각하니 그제서야 제가 보였습니다. 그동안은 고생보따리만 보였는데 제 자신이 보였습니다. 그후로는 남편에게 가졌던 미운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그 길로 사위랑 딸에게 장사를 맡기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습니다. 그 뒤로 한 번도 시장에 안 갔습니다.

눈물 줄줄 흘리고 다닐 때는 이런 생활이 올 줄 몰랐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한 일입니다. ‘내가 고생했다는 생각을 던져버리고, 묻어버리고 숙이면서 기도하는 것’이 제 복입니다. 게다가 동생(김병선 님)이 저를 끌어주면서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합니다. 저와 9살 차이가 나서 업어 키웠는데 그 답례를 톡톡히 합니다. 지금은 천국에 사는 것 같습니다. 자기만 생각하던 큰딸도 지금은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제 옆에 있으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듣는데 참 감사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세상 밖으로

졸업식에서 김병선님옆이 김명임님
▲ 졸업식에서 김병선님옆이 김명임님

김병선 님: 매일 기도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법당 가서 스님 법문 들으면 아는 상식들이 많아집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나만 잘살려고 아등바등 살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말 그대로 우물 안 개구리로 살다가 북한 어린이가 굶는 현실도 알게 되고, 환경생각도 안하고, 음식도 잘 버렸던 가치관이 달라지고 국가와 세계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김명임 님: 샴푸도 아끼고, 물도 아끼고, 음식도 많이 아끼고 줄입니다. 공부하니까 보는 눈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눈 뜨면 바로 기도하면서 ‘이대로 죽어도 좋다’, ‘기도하다 죽으면 얼마나 복인가’ 저와 인연된 여러 도반들에게 감사하고, 특히 동생(김병선)에게 감사합니다.

김병선 님: 신혼 초에 무속인 형님이 같은 동네에 위, 아래로 살았는데 저는 뭣도 모르고 굿과 고사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부엌에서 일했는데 저를 붙잡아 두려고 했는지, 저한테 팔자가 매우 안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큰집에 가서 뭘 하지 않으면 잘못 될까봐 불안했습니다. 그 말에 세뇌되어 있었던 겁니다. 10년 정도 형님 뒷바라지를 하다가 남편과 같이 사업하면서 자연히 큰집과는 멀어졌지만 불안한 마음에 틈만 나면 절에 갔습니다. 그래도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정토회 와서야 불안감이 딱 끊어졌습니다.

밥은 굶어도 기도는 한다.

한가운데가 김병선님
▲ 한가운데가 김병선님

김명임 님: 이제는 다른 절에 기도 올리지 않습니다. 아침마다 제 기도를 제가 직접 하는데 그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동안 기복신앙에서 살다가 이제야 제 자신을 위한 신앙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법을 만난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어떤 어렵고 힘든 일도 아침에 기도하고 나면 다 잊습니다. 전에는 자식들이 힘들다고 하면 몇 날 며칠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간절하게 아침기도 하고 나면 부처님께서 알아서 해주시겠지 하면서 감쪽같이 잊어버립니다.

밥은 안 먹어도 기도는 합니다. 기도는 9-7차 입재부터 한 번도 안 빼먹었습니다. 장례식장 가서도 새벽에 다들 잘 때 영정 앞에서 했습니다. 혼자보다 동생이랑 둘이 하니까 더 좋습니다. 동생이랑 같이 나누기합니다. 도반이 스승입니다. 못마땅한 신랑이지만 있는 게 어디냐 그랬더니 남편이 요즘은 더 잘합니다. 법당에서는 우리 자매가 꽃이라고 합니다. 경전반 도반들도 왕언니들 때문에 온다고 하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데려오지는 못할망정 있는 도반들이라도 잘 챙겨야겠습니다.

김병선 님: 제가 이태자 보살님 덕분에 정토회를 알게 되고 큰 복을 받았으니까 저도 받은 것을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기도도 안 빼먹고, 수업도 잘 듣습니다.


‘기도하면서 늙어간다는 게 복’이라는 말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정말 도반이 스승입니다. 왕언니가 꽃입니다.

글_남리라 희망리포터(시흥법당)
편집_권영숙(홍보국 온라인운영팀)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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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화 고명주

두 자매님이 꽃이 맞네요.
두분 수행하시며 당당히 사시는 모습 너무 흐믓하고 보기 좋습니다. 수행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나.

2020-05-02 10:54:04

이기정

법당에서 늘 즐겁게 열심히 하시는 자매 도반님 뵈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여기서 뵈니 더 반갑고 더 감사합니다♡

2020-05-01 20:37:52

이경숙

너무 많이 공감되어
가슴에 팍!! 와 닿습니다~~~
어제 정토회에 첫발을 딛고
두분 처음 뵈었는데
벌써 마음이 살짝 고요해지려합니다^^
고맙습니다~~

2020-05-01 14: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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