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시흥법당
“그래 한번 해보자” 봄 경전 새터민 방문 봉사반

정토회에는 '좋은 이웃 되기'라는 통일 활동 사업이 있습니다. 사단법인 좋은벗들과 함께 하는 사업인데, 남한에 정착한 북한 이탈주민(이하 새터민)과 교류를 통해, 남과 북의 주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통일 이후의 사회에서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할 새터민을 응원하는 활동입니다. 시흥 경전반 봉사자들의 ‘좋은 이웃 되기’중 새터민 방문 봉사 활동 소감 전합니다.

시흥에도 새터민의 보금자리가 점점 늘어나는데 그에 비해 봉사자가 부족하였습니다. 부총무 님의 제안으로 봄경전 주간반 학생들 모두 가볍게 마음을 내어 팀별 봉사로 새터민 방문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좋은 이웃 되기’ 교육을 받고 봉사를 시작한지 어느덧 10개월이 되어갑니다. 경전반 졸업을 앞둔 봉사자의 변화된 모습이 궁금하여 인터뷰하였습니다.

봄경전반(위 오른쪽부터 이명은 님, 신미순 님, 김명신 님, 
아래 오른쪽부터
김윤자 님, 이정원 님, 이태자 님, 이혜정 님)
▲ 봄경전반(위 오른쪽부터 이명은 님, 신미순 님, 김명신 님, 아래 오른쪽부터 김윤자 님, 이정원 님, 이태자 님, 이혜정 님)

통일의 ‘통’ 자도 생각을 안 했습니다

이태자 님: 경기도로 이사 오고 남편이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한 달이 지나도 마음을 잡을 수 없고 집에서 잘 수도 없어 딸 집에 가서 잤습니다. 절에는 20년 넘게 다녔는데, 2년 전부터 법륜스님 유튜브를 보고 있었습니다.

시흥 법당에 전화했더니 수행법회부터 나와 보라고 해서 정토회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이상하게 수행법회 나온 그 날부터 아무 두려움 없이 혼자 잘 수 있었습니다.

법문 듣는 건 좋은데 자꾸 잊어먹습니다. 하지만 도반들 덕분에 불교대학을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도반님 얼굴 보는 재미로 경전반도 다니고 있습니다. 부총무님이 열심히 하시는 덕분에 경전반도 졸업하게 됩니다.

일을 많이 못 도와줘서 아쉽던 차에 '새터민 방문 봉사’활동을 한다고 해서 ‘자리만 지키자’하고 갔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새터민의 얼굴이 밝아서 좋았습니다. 좋은 우리나라에 사는 게 감사합니다.

새터민 방문(왼쪽 김윤자 님, 오른쪽 신미순 님)
▲ 새터민 방문(왼쪽 김윤자 님, 오른쪽 신미순 님)

김윤자 님: 불교 공부만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불교대학에 왔는데 봉사를 하라고 하니 3개월은 내적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른 데서는 안 해본 수행을 집중적으로 하는 게 좋아서 계속 다니니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고 ‘이런 게 행복이구나’ 느낄 때도 있습니다.

통일의 ‘통’ 자도 생각을 안 했습니다. 새터민 봉사를 다녀와서 마음이 아프고 절절한 얘기에 처음에는 가슴이 요동을 쳤습니다. 한 분은 요양원에서 함경도가 고향인 실향민 치매 할머니를 돌보았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고향에 간다고 무섭게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함경도 사투리를 쓰셨다고 합니다. 함경도 얘기를 하면 할머니가 진정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세계 어느 곳에나 다 갈 수 있는데 북한만 못 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북에 두고 온 가족 때문에 어디를 가도 마음껏 즐기지 못하고 일만 한다는 분들 볼 때, ‘통일이 거창한 것이 아니구나! 편안하게 왕래하는 게 통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같이 김장하기
▲ 다같이 김장하기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신미순 님: 예전에 크게 충격을 받은 일로 평소에 신경이 쇠약하고 약간 불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신경질적이고 긴장도 잘하는 편입니다. 불법 공부와 수행을 통해 마음을 살피고 현재에 집중하기를 연습하면서 많이 안정되고 편안해졌습니다. 사실 부끄럽지만, 정토회에 와서 봉사라는 것을 처음 해보았습니다. '새터민과의 만남'을 처음 갈 때는 몇 날 며칠을 궁금해했었습니다.

새터민들과 같이 김장을 했습니다. 김치를 그냥 주는 곳은 있었지만 이렇게 같이 하는 곳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하는 말에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봉사를 통해서 나를 알아가게 됩니다. 조금씩 하다 보니 배워나가는 점도 많이 있습니다. 자신감도 생기니 물러서는 마음보다 ‘그냥 해보자’하는 마음이 먼저 생기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도반님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가다 보면 어느덧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 듯이 저도 정토회와 함께 물들어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는 길을 안다는 것

이혜란 님: 정토회에 오기 전에 저는 좋고 편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나를 위해 효율적이고 현명한 판단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렇게 도망치며 살다 보니 괴롭고, 화도 쌓이고, 몸도 아팠습니다.

여전히 생각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좋고 싫은 극단의 선택 속에 헤매지만, 그래도 이제는 길을 안다는 점에서 마음이 좀 편해졌습니다. 타 법당에서 뒤늦게 이동해오다 보니 봉사 소임에 많이 참여하지 못해서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전에 불교대학 홍보를 하면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이 좋은 것을 모르나, 안타깝다’ 하며 나름의 판단을 내리기도 하고 오래 서 있다 보니 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옆에 도반들과 함께여서 특히 힘이 나고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불대홍보 (왼쪽부터 김윤자 님, 이태자님 , 신미순 님, 오른쪽부터 이혜정 님, 이혜란 님)
▲ 불대홍보 (왼쪽부터 김윤자 님, 이태자님 , 신미순 님, 오른쪽부터 이혜정 님, 이혜란 님)

점점 이해하는 힘이 커졌습니다

이혜정 님: 아직 마음의 번뇌는 진행 중입니다. 강도가 약해졌느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아닙니다. 다만 내가 왜 화를 내고 있고 내 마음의 번뇌가 왜 반복되고 있는지를 알아차릴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나를 바라보며 참회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인 수행 정진을 게을리해서는 결코 내가 달라질 수 없겠구나!’ 그래서 몸을 낮추어 오늘도 절을 합니다.

새터민 봉사하면서 자신과 관련된 정보가 북으로 흘러 들어가 북에 두고 온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 교류를 경계하며 외롭게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북이나 중국에 두고 온 가족 걱정, 직업 걱정, 남한에서의 적응 걱정 등 늘 마음이 불안해 보이는 분도 있었습니다. 꾸준한 연락과 방문으로 신뢰와 믿음을 주어 든든한 안정감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새터민방문 (왼쪽 이혜정 님, 오른쪽 김윤자 님)
▲ 새터민방문 (왼쪽 이혜정 님, 오른쪽 김윤자 님)

이정원 님(봄경전 담당): 정토회에 와서 제일 좋은 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내가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방향이 잡혔다는 점입니다.

처음 새터민 담당을 맡았을 때, 저 또한 똑같이 모르는 상황인 만큼 이해하는 마음을 더 내야 헤매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새터민이 연락을 꺼리시거나 방문 약속을 갑자기 어기거나 할 때 언짢기도 했습니다. 받아들여야 내 마음이 편하다 보니 점점 이해하는 힘이 늘었던 것 같습니다.

어려워하던 새터민분이 마음을 열어주실 땐 참 감사합니다. 앞으로 또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지만 다만 그때그때 내가 잘 쓰이면 되겠다고 하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도반님들이 잘 도와주셔서 아주 어려운 것이 없었습니다. 그게 제일 감사합니다.

졸업수련(오른쪽부터 이혜정 님, 신미순 님, 이태자 님,김윤자 님,이순우 님)
▲ 졸업수련(오른쪽부터 이혜정 님, 신미순 님, 이태자 님,김윤자 님,이순우 님)


봄 경전반 졸업 후 수행법회도 나오기로 하고, 새터민 봉사도 계속 이어가기로 하며 서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도반에서 좋은 이웃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시흥법당 봄경전 주간반을 보면서 내가 참 좋은 나라에 태어났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_남리라 희망리포터(부천정토회 시흥법당)
편집_고영훈(인천경기서부)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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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불대생

그래, 그냥 한번 해보자!
실천하며 배워가는 중 입니다. 수행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01-10 19:59:05

대덕

시흥법당 봄경전 따봉~~!!

2020-01-09 11:57:05

광명심

같은 경전반 학생들의 이야기라 비슷한 처지인 것 같아 마음에 와 닿습니다.
도반의 힘으로 함께 나아가기를~~

2020-01-09 08: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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