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제천법당
마음나누기가 제일 어려웠어요!

2018년 봄불교대학을 입학한 장순민 님. 처음엔 도반들과 마음나누기가 너무 어려웠지만, 지금은 가볍게 내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도반들과 마음나누기가 자신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 보배임을 알게 되었다는 경전반 학생 장순민 님의 수행이야기를 담아봤습니다.

편안함을 느꼈던 인도

정토회를 오기 전에도 나름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노력한 만큼 주어지는 순리를 믿었습니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나보다 더 나은 사람도 있고 못한 사람도 있는 것이고, 우월감과 열등감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비교적 과거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마음으로 살아왔으니, 아프게 다투고 살았던 기억쯤은 간단히 내면으로 감추는 능력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17년 둘째 아이의 수능시험을 마치고,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불교방송국에서 함께하는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출발 전부터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가본 인도였음에도 한국보다 편안함이 느껴졌습니다. 인도 글씨조차 낯설지 않았고, 계속된 들뜸이 있었습니다. 성지 곳곳에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 주체하지 못했고, 구걸하는 인도 아이들과 눈을 마주할 수 없는 자신을 보았습니다. 돈을 주지 말라는 가이드의 말과 내 안에서 일어나는 주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습니다. 나는 그 아이들의 눈을 볼 수도 없어 눈물만 흘리다가 돌아왔습니다.

6월 경전반 특강수련에 들어가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장순민 님(오른쪽)
▲ 6월 경전반 특강수련에 들어가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장순민 님(오른쪽)

자석처럼 이끌린 법륜스님 법문

평소에 종교적인 체험을 이야기 하는 사람을 보면 정신적으로 이상 있다고 여기고 믿지도 않았습니다. TV에 나오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도 모른 척했습니다. 누구나 자기 앞가림은 스스로 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에서 나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검색 중 우연히 법륜스님의 법문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나는 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자석에 끌려가는 것처럼 즉문즉설 동영상을 계속 들었습니다. 잠잘 때도, 화장실 갈 때도 그냥 법륜스님 동영상을 열어놓았습니다. 그러다가 정토회를 알게 되었고, 2018년 봄불교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불편한 마음나누기

법륜스님 법문은 환희심으로 들었는데, 도반들과 마음나누기! 아, 이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더구나 내가 어렵게 꺼내놓은 이야기를 불교대학 담당자가 종이에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도 내면의 것은 잘 꺼내어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 편이라 내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에 대한 불쾌함이 컸습니다. 그렇지만 스님 법문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던 중에 경주남산순례를 가서 스님과 악수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뵙고 싶었던 법륜스님을 만나보았기 때문에 더는 미련이 없어졌습니다. 정토회는 불편한 마음나누기만 있을 뿐이라 생각하고, 불교대학 담당자에게 그만둔다고 문자를 남기고 수업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다시 시작된 정토회 인연

그런데 생각해보니, 5월 5일 어린이날 JTS 거리모금을 나가기로 약속해 놓은 게 떠올랐습니다. 한번쯤은 JTS 거리모금을 해야겠다고 자신에게 해 놓은 약속이었습니다. 그래, 약속한 것이니 이것만 하고 그만둔다는 생각으로 JTS 거리모금에 나갔습니다. 의무감으로 거리모금을 마치고 돌아올 때쯤 불교대학 담당자가 나를 잡았습니다. 불교대학은 안 나와도 좋으니까, 법당에서 하는 새벽예불이라도 나와 보라고 권유했습니다. 일반 절에서도 새벽예불을 하는데 정토회라고 다를 것 같지 않았고, 나누기에 대한 부담도 없을 듯하여 다음날 새벽예불에 나갔습니다. 이틀째 되는 날, 집전하는 도반이 참회게를 하는데 눈물이 흘렀습니다. 참회인지 뭔지는 잘 모르지만, 불교대학을 다시 다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정토회와의 인연이 되어 매일 새벽예불과 천일결사 기도하면서 지금은 경전반에 다니고 있습니다.

JTS 거리모금에서 장순민 님
▲ JTS 거리모금에서 장순민 님

인도에서 그렇게 눈물이 났던 이유

그동안 〈깨달음의 장〉과 〈나눔의 장〉그리고 〈명상수련〉을 차례로 참가해보면서, 내가 잘 감추어 놓은 지난날의 불편한 기억과 지금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인도에서 그렇게 눈물이 났던 이유도 깊숙한 내면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마음의 상처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13살 때, 12월 한겨울 홀로 된 엄마는 10살 남동생과 막내 5살 여동생을 남겨두고, 이모네를 다녀온다며 열흘씩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3~4일 지나고 먹을 것은 다 떨어졌는데, 3일 만에 돌아온다던 엄마는 오지 않았습니다. 방안에 놓인 물이 얼음이 될 정도로 추웠습니다. 동생들은 먹을 게 없어서 배고픔에 울기만 했습니다. 무기력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화냈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약속한 날에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가슴이 미어지도록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이런 날들이 반복됨에 따라 이제 엄마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과 그런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약속한 날을 훨씬 넘기고 엄마가 돌아왔을 때, '엄마 가지 마세요.' 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왠지 그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았고, 말이 되어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그 말 대신, "엄마 밥하는 것 좀 가르쳐 주세요. 만두 만드는 것도 가르쳐 주세요."라고 물어보면서 가르쳐 주는대로 바로 배웠습니다. 그러나 연탄불은 아무리 배워도 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연탄불 피우는 것을 포기하고 한겨울을 이불속에서 지냈는데, 방안에 얼음이 얼어도 이불속에 동생들과 함께 있으니 얼어 죽지는 않았습니다. 동생들과 함께 배고파 울던 장면과 약속한 날에 오지 않는 엄마를 애타게 그리워하던 몇 가지 장면이 바위에 새긴 듯이 나의 무의식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마음나누기가 어려웠던 이유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어릴 때 우리를 방임한 엄마에 대한 지독한 원망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에서 사랑으로 포장해 남편을 내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집착하면서 괴로움을 풀고 살았던 자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이것을 사랑이라고 적당하게 포장하고 그것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내면의 것을 나 자신도 모르게 숨기는 버릇이 생겼고, 포장해서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보여주는 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토회에서 마음을 나누려면 불편한 내면의 모습, 가식과 의심과 솔직하지 않은 마음을 보아야 하니까 마음나누기가 어려웠습니다. 솔직하게 꺼내 놓아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가볍게 내놓는 것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참 무겁게 살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직도 의심하고 경계하는 내 습관들이 화살보다 빠르게 먼저 올라와서, 나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꼭꼭 묶어 놓고 공격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자유롭고 행복하게 해 준 마음나누기

〈나눔의 장〉과 〈명상수련〉을 통해 편안하게 나를 풀어주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대로 실천하기 위해 매일 부지런히 수행정진 합니다. 언제든지 그때 바로 솔직한 내 마음을 스스로 알아주고 가볍게 내어놓는 것이 나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나를 보지 않고 상대를 보면서 상대를 무시하거나 부러워했고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를 오가며 살았던 지난날을 참회합니다.

이제는 나를 고립시키지 않고 편안하게 생활합니다. 도반들이 어렵게 혹은 가볍게 내어주는 나누기가 나에게 약이 되듯이, 내 것이라고 무의식 속에 끌어안고 있었던 이야기들이 도반들에게 약으로도 쓰일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내가 자유로워지는 길 그것은 솔직한 마음나누기입니다. 지금도 매일 법당에 나가서 새벽예불을 합니다. 새벽수행정진의 보배는 함께 하는 도반들의 마음나누기입니다. 저는 매일 아침 내 마음을 나누고 도반들의 마음을 받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참 좋습니다.

법당에서 도반들과 새벽예불을 마치고 불교대학 홍보를 준비하며(오른쪽이 장순민님)
▲ 법당에서 도반들과 새벽예불을 마치고 불교대학 홍보를 준비하며(오른쪽이 장순민님)

글_장영근 희망리포터(제천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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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나누기 할때가 가장 좋고, 나누기 하면서 법문만큼이나 많이 배워갑니다.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

2019-11-20 14:44:01

세명

어릴 때 엄마의 부재가 가져온 상처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네요. 나는 어떤 상처 또는 업식이 있을까 돌아보게 합니다.
수행담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19-11-13 02:10:40

황소연

도반은 수행의 전부임을 다시 한번 알아갑니다(_)
소중한 도반입니다(_)

2019-11-12 17: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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