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런던법회
하얗게 밝힌 런던의 밤
송년 삼천배 철야정진

2015년 봄에 런던법회가 시작되고 그해 연말부터 삼천배 송년 철야정진을 해왔습니다. 철야정진을 한 후 런던의 이른 아침에 국화꽃 대신 도반들이 환하게 피워낸 정토회의 자랑 나누기 꽃을 소개합니다.

런던 외의 영국의 다른 지방에서는 온라인으로 정진 시작을 알리고 함께 철야정진에 참여한 후 SNS에 나누기를 올렸습니다. 한 해를 떠나 보내는 길목에서 삼천배를 향해 한 배 한 배 절하며 밤을 하얗게 지새운 도반들의 정성과 의지를 생각하니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로 시작하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도반들의 나누기를 들어볼까요?

부동심 김지은 님

저는 2015년 8월에 남편의 발령으로 남편과 런던에 왔습니다. 그해 12월 31일 런던법회 도반 두 분과 저희 집에서 새해맞이 밤샘 삼천배 정진을 했습니다. 모두들 처음이라 조금 두려움을 가지고 시작했고 땀을 뻘뻘 흘리며 하다가 나중엔 다리가 너무 아파 그만두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말없이 끌어주고 밀어주고 다리도 주물러 주며 열심히 하다 보니 어느새 삼천배가 모두 채워졌습니다. 그땐 뭐가 그리 풀어낼 게 많았던지 엉엉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처음엔 과거의 슬픔과 회한이 진하게 밀려오더니 차츰 정리되고는 마침내 새싹이 움트듯 희망이 움트던 그때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2016년 말에도 저희집에서 모였는데 참가자가 많아져서 10명이 넘었습니다. 많은 도반들이 모이니 더욱 힘이 났고 지난해보다 마음도 훨씬 가벼워져 있었기에 삼천배도 가볍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2017년 말, 2018년 새해맞이 정진도 역시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한배 한배 절을 하면서 지난 한 해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습니다. 힘들었던 일도 많았지만 그것보다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고 저의 어리석음도 깊이 참회할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도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어리석은 중생이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정성껏 우직하게 걸어온 자신에게도 애썼다 칭찬해 주었고 이웃의 행복, 민족의 화합과 평화통일, 세계평화에 대한 염원과 함께 올해는 더 많은 분들이 불법을 만나 행복해지기를 서원하였습니다. 이번에 장소 제공 및 준비에 수고하신 도반들, 옆에서 천진하고 밝은 모습으로 함께 절하며 웃음을 선사한 김세경 님의 아들, 초등학생인 영우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함께한 도반들이 아니었다면 마음 내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덕분입니다.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회향하겠습니다.

보덕화 이혜숙 님

재작년은 선약이 있어 온라인으로 송년 정진에 참여했고, 작년에 처음으로 도반들과 함께 밤새워 삼천배를 마쳤던 감동이 남아있어 올해도 철야정진 에 함께했습니다. 법당이 없는 런던에서 철야정진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장소도 제공해 주고 끝까지 여러 면에서 힘써준 도반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철야정진을 마치고 바로 주말 일을 나가야 한다는 핑계로 올해는 욕심내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정진해 천육백배에 머물렀지만 도반들과 함께 정진할 수 있었음에 감사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절만 했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누군가를 위해 발원을 해보자는 생각에 수험생인 아들이 먼저 생각났던 것도 잠시, 철야정진 전에 들은 스님의 법문 중 한반도와 세계평화라는 발원이 생각났습니다. 이리저리 바쁜 스케줄에도 이곳으로 자석처럼 이끌려 온 이유와 목표가 뚜렷해졌고, 이 거대한 발원이 가볍게 마음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 발원은 성취될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삼천배도 한배부터! 정성스럽게 절을 하는 김세경 님 아들 최영우 어린이 (가운데)
▲ 삼천배도 한배부터! 정성스럽게 절을 하는 김세경 님 아들 최영우 어린이 (가운데)

이다솔 님

처음으로 하는 삼천배였습니다. ‘저걸 도대체 왜 하는 걸까?’ 하는 호기심으로 참석했습니다. 처음에 런던법회에 온 계기도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려고 찾아온 것이고, 그런 만큼 도반들이 삼천배 송년 철야정진을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천배가 엄청나게 힘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는지도 제대로 몰랐고 천배를 채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심리적으로 어떤 변화가 오는지 관찰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하다 보니 익숙해지면서 천배를 마쳤습니다. 천배를 끝내고 잠시 휴식 시간이 있었습니다. 같이 절을 하던 김세경 님의 열 살 된 아들 영우가 “아 인생은 힘든 거야”라고 키득거리며 얘기를 해서 모두가 웃었습니다.

이천배가 시작됐습니다. 멈추다 하니까 더욱 힘들었습니다. 몹시 힘들어하는데 제 앞에서 영우는 이천배도 폴짝폴짝 가볍게 잘도 하는 걸 보며 ‘이야! 어른들은 엄청 진지하고 무겁게 하는데 쟤는 아주 가볍게 하네’라고 생각한 순간 영우가 휴식시간에 툭 던졌던 그 말이 생각났습니다. ‘인생이 힘들다?’ 아! 이 절이 혹시 그럼 인생을 뜻하는 것인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 움직임은 인생에서 반복되는 괴로움과 비슷했습니다. 절하는 분들을 살펴보니 모두 열심히 하는데 절하는 스타일은 모두 달랐습니다. 제 자신을 살펴보니 느릿느릿 절하는 모습이 제가 살아가는 인생 스타일과 상당히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난 왜 이렇게 무겁게 하고 저 아이는 저렇게 웃으면서 가볍게 하는가? 좀 실없는 것 같았지만 저 아이를 따라 한 번 웃어보았습니다. 그러니 이상하게도 실실 웃음이 나오면서 보다 가벼워지고 행복했습니다. 인생의 행복이란 게 그냥 웃으면 되는 것인가?

이천배가 끝나고 무릎이 아파서 잠시 쉬었는데 시간이 막바지로 다가오니 이상하게 의욕이 솟구쳐 올라왔습니다. 마지막으로 108배만 하자. 열심히 절을 했지만 다 마치진 못했습니다.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저한테는 하나 의문점이 남아 있었습니다. 인생의 행복이란 게 영우가 하는 것처럼 그냥 습관적으로 웃으면 되는 거라면 이걸 과연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절하는 것이 인생 사는 것과 좀 비슷해 보일진 몰라도 막상 현실로 돌아와 보니까 그렇게 웃으면서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각도로 봐야 웃을 수 있는 건지 절할 때처럼 피식 웃어보려 했는데 어려웠습니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유익한 경험이었고 앞으로도 또 하고 싶습니다. 모두 행복한 수행자가 되시길 빕니다.

지난 12월 런던 평화모임에도 함께 참여했던 귀염둥이 영우는 우리의 희망, 예비 수행자입니다 (왼쪽부터 최영우, 이다솔, 김은경, 김혜숙 님).
▲ 지난 12월 런던 평화모임에도 함께 참여했던 귀염둥이 영우는 우리의 희망, 예비 수행자입니다 (왼쪽부터 최영우, 이다솔, 김은경, 김혜숙 님).

김현주 님

성탄절 전후로 거의 열흘 가까이 아침에 정진하지 않았던 것이 마음에 걸려서 삼천배 정진은 못해도 천배는 할 수 있을 듯했습니다. 왼쪽 무릎이 오랫동안 좋지 않아 좀 걱정했는데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며 나를 관찰하자’ 하고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도록 카톡으로 받은 음원과 간략한 안내 메시지를 들으며 시작을 했습니다. 400배를 하고는 쉬고 150배, 100배, 다시 100배, 총 750배를 하고 나니, 저녁을 먹지 않아서인지 힘이 다 빠져 다시 시작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만 마무리해야겠다고, 이만큼 한 것도 만족해하며 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딸과 남편이 “몇 번?” 하고 물어서 750배라고 했더니 남편은 “거의 다 했네, 들어가서 얼른 마저 해”라고 가볍게 말했습니다. 천배 절을 한다는 말을 저에게서 처음 들었을 때의 생뚱해 하던 표정과는 완전 반대였습니다.
부엌에 남아있는 차가운 파스타를 작은 접시에 몇 숟갈을 담아와서 방으로 돌아와 음식을 갖고 다시 절 방석 앞에 앉았는데 ‘이 음식을 먹고 부지런히 정진하여 괴로움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하는 구절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올라왔습니다. 정말 그 적은 양의 찬 음식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천배를 마치는데 거의 끝나갈 무렵엔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 이후로는 감사하는 마음이 그전보다 자주 듭니다.

김유나 님

2017년도 송년 철야정진을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직장 일로 전날 밤과 새벽을 새고 아침부터 철야정진을 가는구나 피곤이 몰려왔습니다. 그래도 그 마음을 바꾸어 씻고 짐 챙기면서 ‘이 과정 자체가 수행이다’라고 생각하니 짜증과 피곤이 감사와 기쁨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관세음보살을 도반들과 계속 외치며, 영우의 활기찬 목소리, 퍼석 쓰러지는 소리에 웃으면서 아주 재미있게 절을 했습니다. 도반 엉덩이에 한번 머리 박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절하면서 올해 나와 내 주위 사람들에게 생긴 일들과 상황들을 감사하며, ‘배우고 복을 지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절했습니다. 무릎이 아플 땐 아프신 할머니 생각이나 울컥 했지만, 할머니께 참회의 기도 겸 소원성취를 기도드렸습니다. 2018년도 가볍게 즐겁게 살 수 있도록, 그리고 꾸준히 정진하겠다고 다짐하고 정진 마쳤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반들의 열기로 거실이 후끈 달아오릅니다.
▲ 시간이 지날수록 도반들의 열기로 거실이 후끈 달아오릅니다.

지광명 이순조 님

마지막 천배가 힘이 들었습니다. 억지로 힘겹게 절을 하면서 하기 싫어하는 이 마음을 이겨낸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순간순간 바뀌는 마음에 끌려다니지 않고 또 올라오는 마음 따라 행동하지 않고 다만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순간에 깨어서 목소리를 낮추어 조용히 말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내 가슴에, 모든 존재에, 사랑이 가득 차기를 발원합니다.

이스텔라 님

계획한 것보다 늦어졌지만 천배 정진을 마칩니다. 절을 하는 중에 아주 반가운 사람으로부터 오랜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고 긴 대화를 하면서 하고 있던 절의 리듬은 끊겼지만 마음은 훈훈합니다. 2017년을 돌아보며 얼마나 감사한 일들이 많았는지 깨닫습니다. 이렇게 오로지 나에 집중하며 새해를 맞을 수 있어서 다행이고 행복합니다. 2018년엔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연습을 더 열심히 하리라 다짐합니다.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기도합니다.

무량원 김세경 님

오늘도 살아있어 감사합니다. 부모님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참회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도반들이 덕분에 이만큼 왔습니다. 함께 정진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이를 이해해주는 가족이 있는 것이 큰 복인줄 알고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스님 말씀처럼 지난해 세웠던 계획을 성취하지 못한 것에 집착하지 않고, 올해는 조금 더 부지런히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다 이룰 수는 없어도 게으름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도록 순간순간 깨어있도록 하겠습니다. 업식에 끄달리지 않는 자유로운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부처님, 스승님의 제자 됨이 자랑스럽습니다. 이 땅에 고통받는 모든 중생을 구원하는 보살이 되고자 태어났음을 잊지 않고 항상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능인화 김은경 님

오롯이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는 행복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영우가 맨 앞자리에서 한껏 신나게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밤늦게까지 절을 하는 모습은 보는 그 자체로 기쁨이었습니다. 다솔 님의 정성스런 한배 한배에 놀라웠고 도반들과 함께하니 걱정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이 그냥 매 순간 이대로 넉넉하고 감사했습니다. 함께 자리한 소중한 인연들에 감사합니다. 원하는 것들, 내가 높힌 잣대에 스스로 힘겨워했던 욕심과 어리석음에 참회합니다. 지금 이대로 충분히 괜찮습니다. 정토세상,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간절히 발원합니다.

철야정진으로 다음날 아침 모두 더 밝아진 얼굴로~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세경, 김은경, 김지은, 이다솔, 이혜숙, 이순조, 김유나 님)
▲ 철야정진으로 다음날 아침 모두 더 밝아진 얼굴로~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세경, 김은경, 김지은, 이다솔, 이혜숙, 이순조, 김유나 님)

'좋은 도반은 수행의 절반이 아니고 수행의 전부이다'_라는 부처님 말씀이 있습니다. 도반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삼천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졌지만 같은 길을 서로 도우면서 함께 가는 도반들의 표정에서는 피곤함이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철야정진으로 흘린 땀방울만큼 한해를 보다 가볍게 마무리한 도반들의 얼굴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맑은 광채가 느껴집니다.

정리_유영애 희망리포터 (런던법회)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삶을 바꾸는 공부, 정토불교대학]
원서접수기간 : 2018. 3. 25 (일)까지

문의 : 02-587-8990
▶정토불교대학 홈페이지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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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승화

런던 법우님들 멋져요. 상해도 이런날이 오길 발원합니다.

2018-02-09 12:49:24

보리안

반짝반짝 런던 보살님들~
귀엽고 대견한 영우 도반님~
읽는 내내 입꼬리 눈꼬리 올라가네요~
늘 좋은 기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02-03 15:02:55

벤쿠버 부동심

반가운 얼굴들을 여기서 뵈니 참 좋습니다. 삼천배후의 도반님들 얼굴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런던법당 화이팅 !!!!

2018-01-31 00: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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