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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 결혼 20년만의 첫 부부여행_김영미 님의 JTS 민다나오 센터 방문기

정토회 산하단체인 JTS(Join Together Society)는 국제 기아·질병·문맹 퇴치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NGO입니다. 필리핀의 JTS 활동은 이사장인 법륜스님의 ‘2002년 라몬 막사이사이상 국제평화와 이해 부분’ 수상을 계기로 현지의 요청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필리핀은 종교와 민족이 다양하고 갈등도 심한데 그중 가장 열악하고 분쟁이 심한 곳이 민다나오 지역입니다. 정부의 지원도 제대로 없는 이곳에서 JTS는 대표인 이원주 님을 필두로 본부에서 파견된 활동가들의 봉사와 많은 분들의 후원으로 원주민, 장애인 등 주로 소외된 계층을 위한 학교를 건축하고 학용품, 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JTS 민다나오 센터에 다녀온 마닐라법당 김영미 님의 경험담 소개합니다.

유럽은 무슨! 민다나오나~

2017년 7월 18일, TV에서 여행 프로그램을 보다가 "와~진짜 멋있다. 우리도 윤정이한테 가게 맡기고 유럽 여행 한번 가보자. 결혼한 지 20년, 필리핀 14년 살면서 슈퍼 한다고 같이 여행 한 번을 못 가보고 살았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러자 남편이 "유럽은 무슨! 민다나오나 갔다 오지 뭐." 하는 것이었다.
"왜?"
"갔다 온 사람들이 하도 대단하다 하길래 어떤 곳인가 해서.."

그날로 나는 필리핀 JTS 대표 이원주 님의 부인인 한금화 님에게 민다나오 센터 스케줄을 알아보았다. 아쉽게도 대표님이 이틀 후에 바로 민다나오에 가실 계획이라 하여 합류하지 못했는데 10여 일이 지나 한금화 님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우리 남편이 8월 17일에 민다나오에 간다는데 같이 갈래요?"

울퉁불퉁 흔들흔들

드디어 민다나오 가는 날!
부지런한 대표님 덕에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시작했다. 아침 6시 45분 비행기로 출발해서 가가얀데오로 공항에 도착하니 대략 8시쯤. 공항엔 JTS 민나다오 센터 안병주 국장님, 허유진 행자, 필리핀 직원이 마중 나와 있었다.

간단히 인사만 마치고 바로 올라탄 차는 난생 처음 가보는 길을 달리고 달려 드디어 끝 지점에 도착했다. 그런데 끝난 줄 알았던 길은 다른 시작점이 기다리고 있었고, 때는 이미 12시가 넘었다. 점심을 챙겨 먹을 식당도, 시간도 여의치 않아 요동치며 다시 달리기 시작한 차 안에서 센터에서 준 김으로 돌돌 만 맨밥에 김치로 점심을 해결했다. 우리는 먹으며, 남편은 급체와 멀미로 토해가며 울퉁불퉁 흔들흔들 산으로 산으로만 올랐다. 우기라서 진흙탕이 된 좁은 길은 여기 저기 깊게 파여 마치 놀이동산의 기구를 탄 기분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길랑길랑,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속 마을의 아이들은 나무를 깎아 만든 튜브도 없는 자전거를 언덕에서 타고 내려와서 끌고 올라갔다가 다시 타고 내려오며 놀고 있었다.

학교는 나무로 지어져 있었는데 집이 먼 교사들이 머물 숙소가 따로 필요했다. 마침 학교 옆에 빈 집이 한 채 나와 있어서 둘러 본 대표님은 조금만 수리하면 새로 집을 짓는 것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 집은 4만 페소. 한화로 백만 원쯤 되는 가격에 땅을 포함해서 매매를 원하여 3만 페소로 흥정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마을 사람들이 회관에 모여 밥이랑 치킨, 생선 등 점심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도 손쓰지 못하는 깊은 산골에 자식들이 다닐 학교를 지어준 JTS 봉사자들을 위해 최고의 밥상을 차려두고 있었던 것이다.

바갈랑잇 현장에서 대표님과 활동가들. 왼쪽에서 세 번째가 이원주 대표님~
▲ 바갈랑잇 현장에서 대표님과 활동가들. 왼쪽에서 세 번째가 이원주 대표님~

첩첩산중에 학교는 축복

식사를 마친 후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려 내려가서 두 번째 학교로 갔다. 콘솔라시온이라는 마을. 거기엔 교실 3개짜리, 전교생 73명인 초등학교가 작지만 당당하게 서 있었다. 산속의 학교는 비록 작은 건물 한 채였지만 그 자체로 문맹을 퇴치하는 첫걸음이 되고 있었다. 공부하려면 8km를 걸어야 하고, 환자가 생기면 38km를 가야 약을 살 수 있는, 호랑이가 나올 것 같은 첩첩산중에 학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 일행은 30도가 넘는 땡볕에 서서 그곳에 필요한 교직원 숙소 공사와 마을 주민들의 수익이 될 만한 사업에 대해 관계자들과 진지하게 논의했다. 어둠이 내리는 시간이 되어서야 차를 타며 이젠 숙소로 가려니 생각했는데 대표님은 산중턱에 또 한 곳을 더 들러 공사 진행 상황을 꼼꼼히 체크하고 앞으로 할 일을 지시했다. 그 모습이 본인이 마땅히 할 일을 하는 주인의 모습으로 보였다.

숙소로 향하는 차 안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저녁예불이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법당이 아닌 장소에서 경험하는 저녁예불이었다. 밤 10시가 돼서야 겨우 다음날 일정 때문에 JTS센터가 아닌 발렌시아에 있는 숙소에 도착했다. 센터에서 자면 2박 3일 동안 모든 사업장을 둘러볼 시간이 허락되질 않았다.

공사 감독의 어려움

둘째 날 아침, 같은 방을 쓴 안병주 국장님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준비하고 새벽예불을 올리는데 책에서나 보았던 수행자의 모습이었다. 아침식사 후 8시쯤 우린 또다시 길 위에 올랐다.

전날에 비하면 고속도로 같은 길을 달리고 달려 1시쯤 도착한 다물록 마카파리 고등학교엔 아이들을 위한 기숙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집이 멀어 통학이 힘든 아이들을 위한 기숙사가 완공되면 그 일대에선 제일 큰 건물이 될 예정이다.

그런데 공사장 곳곳의 사진을 찍던 박시현 님이 실수로 벽돌을 밟았는데 순간 벽돌이 흙을 뭉쳐 놓은 듯 박살이 났다. 우린 담당자를 불러 다른 벽돌도 한 손으로 툭툭 쳐서 깨트리는 차력을 보여 주었다. 그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위기를 모면하려 했지만 대표님은 이대로 공사를 계속할 거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최후통첩을 했고, 다신 이런 일 없을 거라는 다짐을 받고서야 그 자리를 마무리했다. 그들은 센터의 특성상 인원이 부족해서 매일 매시 공사 현장을 감독할 수 없다는 약점을 노리는 듯했다.

이원주 대표님의 큰 마음

또다시 한참을 달려 도착한 시내의 수밀라오 장애인 학교는 깜짝 놀랄 만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 동네 수준에 비하면 일반주택과 5성급 호텔이라고나 할까. 수밀라오 장애인학교는 성남시 지원을 받아서 지었고, 수밀라오 기숙사는 필리핀 JTS 이원주 대표가 보시해서 지었다고 한다. 거기엔 JTS 깃발과 함께 나란히 '이원주'라는 이름이 벽에 새겨져 있었다. 10년을 매달 오지를 다니며 공사장을 점검하고 새로운 사업지를 선정하러 험한 길을 목숨 걸고 내달려온 대표님이 그것도 모자라 장애인 학교에 거금을 보시한 것이었다. 그곳 시장님은 또 다른 곳에도 학교를 지어달라며 대표님과 국장님을 붙잡고 따라 나오면서까지 부탁을 했다.

다음 장소는 바갈랑잇이라는 산속 학교에 교실을 증축하는 공사장이었다. 꾸불꾸불 올라가는 산길은 구름까지 끼어서 흡사 밀림을 연상케 했다. 차가 미끄러져 후진하다가 겨우 다시 올라갔을 땐 아찔했다. 그 길을 트럭 타고 자재 싣고 오르내리던 활동가 허유진 님이 허리에 병이 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날은 마침 시에서 월급이 나와 다들 그리 몰려가서 사람이 없어 공사 진행 상황만 확인했다.

수말라오 시청에서 허춘, 김영미 님 부부
▲ 수말라오 시청에서 허춘, 김영미 님 부부

드디어 JTS 민다나오 센터

드디어 마지막 일정인 JTS 민다나오 센터. 깜깜한 길을 달려 도착한 센터에서 저녁을 먹고 누웠는데 차를 오래 타서인지 침대에 누워서도 몸이 흔들리는 듯했다.

다음 날 아침, 도량석 목탁 소리에 잠을 깬 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 번도 절에서 잠을 자 본 적이 없었는데 시연 님이 울리는 목탁 소리가 천장이 높은 센터 건물에 웅장하게 퍼지니 마치 깊은 산사에 있는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새벽기도를 해보고 맛난 아침 공양을 마친 후 그간의 사업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2시간 동안 논의한 것을 마지막으로 여행이 마무리 되었다.

진지한 회의가 한창인 JTS 민다나오 센터
▲ 진지한 회의가 한창인 JTS 민다나오 센터

정토의 정신을 이어갈 법의 씨앗

간혹 법륜스님께 질문하는 사람 중에 스님이 돌아가시면 정토회가 유지되겠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고 나도 그런 생각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강연하시고 유튜브로도 알려져서 스님 인기로 정토회가 유지되지만, 언젠가 입적하시면 시들시들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이 생각이 확 깨지게 되었다.

부처님의 제자인 스님이 불법을 널리 퍼트리러 매일 다니시는 것처럼 JTS센터의 대표님과 행자들이 묵묵히 산 속 깊은 곳, 전쟁의 위험이 있는 곳 등을 가리지 않고 아이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법의 씨앗을 듬뿍 뿌리며 다니고 있으므로 그 아이들이 자라서 또 다른 부처님의 모습으로 정토의 정신과 법을 이어갈 것이라 믿어진다.

결혼 20년만의 첫 부부여행을 민다나오로 다녀온 것은 최상의 선택이었다.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고 깨닫고 보람을 얻었으니 유럽의 화보 같은 풍경에서 얻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것 같은 풍요로운 마음이다.

글_김영미 (필리핀 마닐라법당)
담당_남주현 희망리포터(필리핀 마닐라법당)
편집_김지은 (해외지부)

**[2017 법륜스님 해외강연]

▶강연세부정보 : https://goo.gl/rM8vQ2

전체댓글 7

0/200

부동심

감동 감동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이런 분들과 도반으로 함께 가고 있다는 게 뿌듯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09-20 02:58:37

세명화

감동입니다? 저도 가보고 싶은 마음 굴뚝이네요 ^---^

2017-09-19 23:57:20

대승행

정말 감동적인 행보입니다. 2년만의 부부여행을 민다나오로 선택한 도반님들도 아름답고 이원주 대표님이하 JTS 세계 여러곳에서 수행자로 등불을 밝혀주시는 도반님들도 존경스럽습니다. 멋진 나누기 감사합니다

2017-09-19 11: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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