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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번] 죽음을 넘어 희망으로, 불법으로 인생의 서프보드를 타다_율리아 님 수행담

차가운 햇살과 서늘한 바람에 몸이 절로 움츠러드는 7월 멜번의 겨울, 호주 멜번법당의 율리아 님을 만났습니다. 율리아 님은 파란 눈의,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는 러시아인입니다.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멜번으로 먼 길을 돌아와 경전반 공부를 하고 있는 율리아 님. 처음 멜번 법당에 왔을 때 파란 눈의 외국인이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나누기하는 모습에 도반들 모두 놀랐던 게 생각납니다. 지금은 율리아 님이 외국인이라는 걸 의식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워졌는데요,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율리아 님은 결혼 후 지인에게서 받은 법륜스님의 책으로 정토회와 인연이 닿았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즉문즉설 강연도 들으러 다니고, 팟캐스트로 스님 법문을 듣고, 책을 읽으며 정토회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답니다.

“처음 스님의 팟캐스트를 들을 당시에는 한국에서 석사과정 공부 중이었고, 임신 중이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때는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아, 이런 불교가 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갑작스러운 아이의 죽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절망의 시간

“임신 38주째, 정기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들렀을 때 배 속의 아이가 사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몸이 아팠던 것도 아니었는데 아기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정말 너무 괴로웠어요. 사산의 이유도 모르고, 내가 어떻게 손쓸 수 없는 상황이 매일 지옥 같은 시간이었어요.”

그때 어떤 이유에서인지 남편에게 부탁해 법륜스님의 ‘지금 여기 깨어있기’ 책을 사와 병원에서 읽었던 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마음이 편해졌던 것까진 아니지만, 너무 괴로웠던 그 순간에 스님의 책을 읽으면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멜번으로 오게 되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달라진 것이 없었고 낯선 환경과 더불어 우울증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만난 스님의 멜번 강연, 그리고 불교대학 입학. 그렇게 만난 불교대학은 어땠는지 물었습니다.

“불교대학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세상이 달라 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불대를 신청하게 되었어요. 다니면서 그런 마법 같은 건 없다는 걸 알았지만 (웃음).”

처음 얼마간은 낯선 예불과, 스님의 불교대학 강의가 한국인의 문화와 삶이 많이 반영되어있어서 어색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스님이 ‘짠-‘ 하고 마법처럼 내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는 그런 게 아니어서 좀 실망했어요. 그런데 그런 내 마음 바닥에, 얼마라도 돈을 내고 수업을 들으러 왔으니 그런 요법을 바라는 보상심리가 있어서 실망한 거였더라고요. 내가 기대했던 것하고는 조금 달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도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는 마음이 좋아졌어요. 나랑 안 맞는 것 같다는 의구심에서 지금은 나랑 안 맞으면 안 맞는 걸 연습 삼아 해보자고 마음이 바뀌었어요.”

율리아 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보기 좋고 아름다운, 지혜로는 한 문장의 글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조금씩 지혜의 안목이 생기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고 합니다.

멜번 경전반 입학식: 아랫줄 왼쪽에서 첫 번째에 율리아 님
▲ 멜번 경전반 입학식: 아랫줄 왼쪽에서 첫 번째에 율리아 님

경전반 공부, 그사이 찾아온 유산

“둘째는 9주 만에 유산했어요. 예전 같았으면 지금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이렇게 두 번이나 연달아 아이를 잃은 점이 매우 마음이 아파요. 지금도 아픈 마음이 남아있지만, 며칠 전에 남편에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자신을 봤어요. 둘째 아이한테는 미안하지만 행복해요. 그게 참 이상해요. 걱정보다는 기대와 희망이 더 커요.”

얼마 전 두 번째 아이를 유산한 율리아 님은 전과는 사뭇 다른 자신의 모습에 놀랐다고 합니다. 그래도 행복하고 그래도 살아 있어 희망적이라는 율리아 님. 경전반 공부를 하면서 느낀, 또 다른 자신의 변화가 있냐는 물음에 인생의 서프보드를 탈 수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어떠한 파도도 탈 수 있는 서프보드 말이죠.

좋아하는 걸 시작해도 중간에 그만두게 되는 업식에 가끔 수업을 빼먹기도 하지만 함께 열심히 공부하는 도반들 덕에 다시 돌아오게 된다고 합니다.

“늘 고통스러운 마음과 잔잔한 마음 사이를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데요, 그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주기가 길어졌어요. 아직 마음이 왔다 갔다 하긴 하지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이렇게 서서히 고통스러운 마음이 줄어들 거라는 희망이 있어요.”

경전반 하길 참 잘했다고 웃으며, 이제는 집에서 듣는 남편의 법문에도 예전처럼 ‘너나 잘해’ 하는 마음보다는 ‘감사합니다’ 하는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나누고 비우는 나비 장터. 가운데에 율리아 님
▲ 나누고 비우는 나비 장터. 가운데에 율리아 님

소탈하고 진솔하게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는 율리아 님. 본인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는 기삿거리가 될지 잘 모르겠다며 멋쩍어했지만, 서프보드를 탈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는 이야기가 저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랑하는 아이를 두 번 잃은 아픔과 그 죽음의 파도를 넘어선 율리아 님의 마음을 꼭 안아주고 싶었습니다.

얼떨결에 맡은 희망리포터 소임이지만 이렇게 기사를 써 가며 참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불대를 하면서 ‘하지 말까’ 하는 마음이 드는 도반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겪어야 했던 모든 분이 인생의 서프보드를 탈 수 있게 되는 그 날을 기원하며 응원하는 마음을 보냅니다.

글_김구슬래 희망리포터 (호주 멜번법당)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2017 법륜스님 해외강연 - 호주 멜번 일정]
09월 8일 (금) 7:00 PM

▶강연세부정보 : https://goo.gl/rM8vQ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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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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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사

나무 관세음보살_()_

2017-08-15 19:06:26

김지현

잔잔한 감동이 있네요.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불대 수강중이란 기사를 본 것 같은데 경전반 진학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2017-08-15 11:40:59

현광

스님의 가르침을 마법으로 표현한 부분이 재미있네요. 두 아이를 잃은 아픔을 이겨낸 마음을 볼 수 있어서 감동입니다. 성불(행복)하세요. _()_

2017-08-15 07: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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