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관악법당
너와 나는 둘이 아닙니다
관악법당 오흥자 님 이야기

여름 장마 기간입니다. 비가 오지 않아 메말라 있던 대지와 풀들이 반갑게 비를 맞이하는 것이 시원한 빗소리를 따라 전해져 옵니다. 우리 관악법당에는 비가 올 때도, 햇빛이 쨍쨍할 때도 외부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늘 한결같이 자신의 소임을 하는 도반이 있습니다. 최근에 암 치료를 받고 있어서 힘든 중에도 희망리포터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 주었습니다. 도반님이 아프셔서 걱정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환하게 웃으며 리포터를 반겨주었습니다.

희망리포터 : 오흥자 님, 작년 연말에 JTS 거리모금 때 함께 한 후, 오랜만에 뵙습니다. 시간이 순식간에 잘 가네요. 그때 찍었던 사진들 참 잘 나왔지요.

오흥자 님 : 네, 사진이 잘 나왔어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갔지요? 최근에 건강이 안 좋아져서 법당에 못 갔는데 이렇게 뵈니 좋아요.

작년 연말, JTS 거리모금 중에 찰칵! 찍었습니다. 환한 웃음의 오흥자 님입니다.
▲ 작년 연말, JTS 거리모금 중에 찰칵! 찍었습니다. 환한 웃음의 오흥자 님입니다.

희망리포터 : 저야말로 직접 뵙고 인터뷰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오랫동안 서초법당에서 지장부 일을 해왔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정토회에서 봉사하게 되었는지 참 궁금합니다.

오흥자 님 : 2007년 1월부터 정토회에 다니기 시작해서 올해로 10년이 넘었네요. 절에 다니는 지인분들과 함께 서초법당에 처음 구경 갔다가 인연이 시작되었어요.
그때 지장부에 사람이 필요하다고 좀 도와달라고 해서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2007년 불교대학에 들어와서 경전반까지 졸업하고 지장부 일은 10년 한 것 같아요. 저는 남이 안 하고 힘들다고 하는 일을 해야 봉사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사람이 없다고 하는 곳에서 혼자라도 봉사를 하게 됐었죠.

희망리포터 : 아. 저라면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면 지겨울 수도 있고 또 여러 그만두고 싶은 이유를 찾았을 텐데 말이에요. 소임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오흥자 님 : 뭔가 거대한 목표나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에요. 함께 하던 도반들이 목탁 배우거나 다른 봉사를 하게 되면서 지장부 일을 못하게 되기도 했지만, 저는 할 수 있으니 ‘그냥 합니다’ 하면서 했어요. 나이가 먹어도 내가 잘 쓰이는 곳이 있어 좋다는 생각이 들고, 몸이 되는대로 나와서 해야겠다 마음먹었죠.

봉사하면서 하심하고 아상을 버리고,
시키는 대로 묵묵히 분별심 내지 않고 하는 것,
수행하기 위해서 가볍게 봉사를 합니다.
그저 고개 숙이고 ‘네’하겠습니다. 하면서 그냥 힘닿는 대로 하는 거지요.

함께 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더 많이 봉사할 기회가 되어 좋고, 함께 할 사람들이 있으면 같이 해서 좋습니다. 봉사를 통해 여전히 내가 잘 쓰이는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인연이 어디 있나요. 모든 사람이 귀한 인연입니다. 어떤 사람도 빠지면 안 되는 것 같아요. 너와 내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요즘 금강경을 읽으니 더욱 실감이 납니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것’ 그것을 실감하는 것이 봉사인 것 같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잘난 사람도 없고 못난 사람도 없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하고 필요한 존재죠. 또한 세상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끝이 있어요. 탐심을 버리기가 어려운데 그래서 꾸준히 수행해야 해요.

2016년 관악법당 확장 불사 기도 후 (오른쪽에서 세번째 오흥자 님)
▲ 2016년 관악법당 확장 불사 기도 후 (오른쪽에서 세번째 오흥자 님)

희망리포터 : 지장부는 어떤 일을 하는 건지요?

오흥자 님 : 지장부는 주로 제사상을 차리는 일을 합니다. 밥과 국을 만들고 상차림을 하고 설거지, 행주 삶기 등으로 마무리하는 일입니다. 봉사할 사람들이 없을 때는 도반님들이 봉사자들 데리고 오기도 했어요. 절일은 절로 돌아간다고, 서두르진 않았어요. 다 되더라고요.

제사가 많을 때는 매일 법당에 있기도 해요. 나는 주로 화, 금요일을 맡아서 했으나 다른 요일이라도 49재 있을 때는 다 나가서 도왔죠. ‘특별한 재주가 없으니 밥이나 하지 뭐’ 하는 마음으로 하니 계속하게 되었네요. 목탁도 팔이 아파 할 수가 없었어요. (웃음)

희망리포터 : 오랫동안 지장부 일 해오시면서 힘든 부분은 없으셨어요?

오흥자 님 : 일이 힘들긴 해요. 어느 일 하나 사람들하고 부딪히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어요. 다 화합하고, 함께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지요. 좋고 나쁜 것이 없이 그냥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마찰이 있을 때도 ‘그렇구나’하고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한 것 같습니다.

절 일이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잖아요. 절에서 필요한 일이고 누군가는 해야 하지요. 그런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잘 안 하려고 해요.(웃음) 그러다 상을 받았는데, 생각도 못했었어요. 맨 밑에서 일하면서 그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말이에요. 그때 받은 보온컵을 아직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어떤 일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하고 싶어요. 마음 닦는 것은 법문으로 듣고 수행하고, 몸으로는 봉사를 하고 싶어요. 건강이 좀 회복되면 다시 봉사 활동을 해야겠지요.

희망리포터 : 정토회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오흥자 님 : 정토회 하면 스님 법문이 먼저 생각나요. 스님 법문은 재밌고 좋아요. '공'에 대해서 잘 알려주시잖아요. 어려운 법문도 설명을 쉽게 해 주시니 좋습니다. 질문하는 사람에 따라 설법해 주는 것도 감동이지요. ‘극락이 있다고 생각하면 있고 없다고 생각하면 없다’는 말과, 자기 생각대로 인생이 간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일체유심조'라는 말이 요즘 더욱 잘 와닿는 것 같습니다.

지난 6월 12일에 70세 이상 봉사하는 도반님들과 문경에 다녀왔는데, 스님도 봉사자분들도 모두 아주 잘 해주셨어요. 스님과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모든 것을 평등하게, 높고 낮음이 없고, 깨끗하고 더러움이 없으며, 길고 짧음이 없다는 말씀이 참 맞는 것 같아요. 건강해지면 다시 봉사하러 나가야죠.

2017년 봄 불대 홍보 전단지를 돌리고 계시는 오흥자님 (초록색 상의)
▲ 2017년 봄 불대 홍보 전단지를 돌리고 계시는 오흥자님 (초록색 상의)

리포터는 오흥자 님과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다시 한 번 주어진 소임을 가볍고 즐겁게 해야 할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빨리 쾌차하셔서 늘 밝고 가벼운 걸음으로 함께 수요수행법회에서 뵙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모두가 귀한 인연입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할 때만 해도 비 소식이 반가운 소식이었는데, 그 사이 장마 피해가 엄청나네요! 무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해 봅니다. 홍수 피해 지역이 하루빨리 복구되기를 바랍니다.

글_박성희 희망리포터(서울정토회 관악법당)
편집_권지연 (서울제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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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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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보살님의 쾌차를 기원합니다 _()_

2017-07-28 10:32:21

이기사

쾌차를 기원합니다.
금강 반야바라밀_()()()_

2017-07-25 14:54:47

대승행

쓰이는 사람의 자세와 마음가짐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케 합니다. 귀한 수행담 공유 감사합니다.

2017-07-25 13: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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