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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 또 하란다.’ 춤과는 거리가 먼 나의 일상에 춤이 슬며시 비집고 들어오면 설렘보다는 무겁습니다. 살면서 이래저래 춤출 일이 별로 없었고 이성적인 면이 강해 음악이나 술에 취해 노는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미친 듯이 펄쩍거리며 양팔이 허공에서 놀면 내 영혼이 가출한 것처럼 불안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세상처럼 낯설었던 일이 최근에 자꾸만 현실이 되어버립니다.
연습하러 가는 날은 핑계라도 만들어 빠지고 싶었습니다. 다른 이들의 앞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틀리면 안 되고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나를 더 짓눌렀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란 말은 내겐 예외였습니다. 피할 수도 즐길 수도 없는 막다른 골목의 막막함이 제 마음이었습니다. ”예하고 합니다.”란 명심문이 족쇄가 됩니다.
통일의병 입재식 때 공연할 붐바스틱을 연습하는 첫날, 알면서도 약속을 잡았습니다. 담당자는 칼군무를 선보여야 하니 연습을 많이 해 오라고 했습니다. 우선 피하고 싶은 마음에 그러겠다고 하고 펑크를 냈습니다. 공연 일이 다가오고 소통공간에 다른 분들의 연습 영상이 올라옵니다.
“그래도 하기 싫다.”
공연 전날, 미루고 미루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간이 되어서야 영상을 털어 연습하는데 2분이라는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고 순서도 자꾸 틀립니다. 그러니 짜증이 올라와 신경질을 내니 옆에 있던 딸이 한마디 합니다.
“엄만 이왕 할 거 즐겁게 하지 왜 그렇게 짜증을 내세요?”
순간 뭔가 휙 지나갑니다. 바로 알아차림입니다.
내가 하기 싫다는 마음을 부여잡고 있으니 그 마음을 비집고 즐거움이 들어올 여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싫어하는 일을 할 때 유독 강하게 반응하는 제 업식이 뚜렷이 보입니다.
도 닦으러 법당 다닌 지 4년, 딴엔 입바른 소리로 주위 지인들의 허물을 들추어내고 그걸 도반애로 교묘히 포장하며 보냈던 시간, 깨어있기, 다만 바라보기 듣기 좋은 수행송이 먼 소리마냥 아득합니다.
“아! 미쳤구나.” 놓친 것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500여 명이 모인 문경수련원, 충분하지 않은 연습량, 선천성 가슴 벌렁거림까지 다리가 후들거린다.
‘오직 춤에만 집중하자.’ 호흡을 크게 합니다. 음악이 나오고 곁눈질로 옆 사람의 동작을 훔쳐봅니다. 이내 나도 모르게 흥에 겨워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며 승천할 듯이 뜁니다. ‘놀랍다. 이게 나인가?’ 마음 속에서 신명이 쭉쭉 올라왔습니다. 오로지 희열뿐이었습니다.
그때 알게 됩니다. 순간에 존재하면 행복하다는 단순한 진리를……깨어 있으면 일과 수행이 합일되는 지점에 기쁨의 꽃이 핍니다. 땀 범벅인 얼굴 위로 미소가 번집니다.
‘나, 진정 춤꾼이었나?’ 피식 웃습니다. 박수 소리에 퍼뜩 놀라 인사를 합니다. 잘 논 하루였습니다.
글_박나교(남산법당)
편집_도경화(대경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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