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마음을 모으고 꿈을 펼치는 도량, 천룡사

과도한 책임감으로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던 박정배 님은 정토회에서 마음공부를 하며 자신을 괴롭히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보리수 시스템이 도입되며 평일은 전법활동가, 주말은 천룡사에서 보리수 활동을 하며 수행과 실천이 함께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백일출가한 청년들과 함께한 봉사, 도반들과 함께한 백일정진의 경험 속에서 박정배 님은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는 방법을 배웁니다. 풀과 잡초가 스승인, 조용한 절에서 꿈을 펼치는 수행자는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을 위한 봉사를 합니다. 태어났고, 집착했으나, 부처님 법을 만나 집착을 멈추고, 세상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박정배 님의 이야기입니다.

보리수 소풍 중에(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박정배 님)
▲ 보리수 소풍 중에(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박정배 님)

과도한 책임감은 욕심이었음을

직장에서 여러 사람과 일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너무 컸습니다.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고 '시간 내서 내가 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누구에게 시키거나 부탁하는 게 불편했습니다. 문제는 저에게는 책임만 있고 권한이 없어 일을 잘 못하거나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때 교체를 요청하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운동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마음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불교 대학에 다니려고 찾아보니 처음 알아본 사찰이 접수가 마감되어 정토불교대학을 신청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창고 정리 중에
▲ 창고 정리 중에

대면 수업을 하던 시기, 부산 기장 법당을 갔을 때 일반 절과 너무 달라 당황스러웠습니다. 담당 총무님은 "한 달 정도 해보시고 정 못 하겠다면 수업료를 돌려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멈칫거리며 불교대학을 시작으로 경전 대학까지 개근하면서 공부하는 사이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나만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확연히 알았습니다.

프로젝트를 맡으면 빨리 완성하고 싶은 마음에 일 잘하는 사람만 찾고, 어떤 사람은 일을 못할 거라는 선입견으로 제가 혼자 하려다 보니 진행이 늦었습니다. 책임감이 지나쳐 강박으로 다가오면서 주변을 탓하는 마음은 사장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무거운 욕심을 놓아버리고 "예, 알겠습니다"로 일을 시작해서 혹여 늦어지면 "하는 데까지 하겠습니다"했더니 사장도 간섭하거나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예, 하고 합니다"라는 마음가짐은 사장과 다툴 일도, 무엇을 원망할 일도 없도록 했습니다. 이곳저곳 찾아다니다 정토회에서 마음공부를 하면서 적어도 내가 만드는 스트레스는 없어졌습니다.

천룡사에서
▲ 천룡사에서

수행과 실천이 함께하는 삶을 찾아

매주 화요일은 불교 수업을 듣기 위해 어떤 일이 있어도 오후 7시에 퇴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회사에서 배려해 주었습니다. 내가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겠다는 회향의 마음으로 전법교육을 신청했고, 1년여 교육을 마치고 전법활동가로 경전반 담당 소임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출장이 잦아 정토회 활동을 하는 데 무리가 있었습니다. 돈보다는 수행과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누님이 함께 일하자고 제안해 시간 여유가 있는 일로 이직했습니다.

물받이 수리 중에(오른쪽이 박정배 님)
▲ 물받이 수리 중에(오른쪽이 박정배 님)

보일러 관련 일을 오래 해온 터라 천룡사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가서 수리하고 살펴보면서 일일 봉사자가 되었습니다. 2023년 보리수 시스템이 도입되어 평일은 전법활동가로 소임을 하고, 주말은 천룡사에서 보리수 활동을 했습니다. 4개 지회 회원들로 예초팀을 구성했지만, 대부분 두북수련원 봉사 등 다양한 소임을 하고 있어 전적으로 천룡사를 맡아 봉사할 수 있는 회원은 거의 없었습니다. 예초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설비 점검 요청까지 들어오면 말도 못 하고 답답함에 속앓이했습니다. 직장 스트레스로 정토회와 인연이 되었는데, 예전 내 모습이 고스란히 반복되었습니다. 무엇을 하든 모두 천룡사를 위한 것이고, 누구든 해야 할 일이므로 어렵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직장일을 하면서 정토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누나가 어깨 수술을 하는 바람에 거래처 관리까지 하게 되면서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끝나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직장일과 저의 재능을 실질적으로 더 쓸 수 있는 곳은 천룡사였기에 전법활동가를 잠시 내려놓고 보리수 활동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팀 회의 중에(맨 왼쪽이 박정배 님)
▲ 팀 회의 중에(맨 왼쪽이 박정배 님)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청년들

보리수 도량 정비팀 배정을 받아 담당이 되었지만 예초, 화단 가꾸기, 전정(나무 가지치기), 도량 정비 등 경험하지 못한 일이 많다 보니 전체 팀을 관리하는 것이 막막하고 힘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체계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 일단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파악하고 하지 못하는 일은 도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업무를 분담하고 팀원과 일일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도 화단 잡초와 도량의 풀이 자라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법당에 올라갈 때마다 무성하게 자란 풀을 보며 '빨리 풀을 베야 하는데···잡초도 뽑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마음만 바쁘고 진척이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스님이나 손님이 온다고 할 때는 혼자 다 할 수 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시간에 쫓기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어느 날 유수 스님이 함께 풀베기하라면서 서울과 문경에서 청년 열두 명을 보냈습니다. 공동체 생활과 백일출가한 청년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과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습니다. 경험이 없어도, 남녀 구분하지 않고 배워서 하겠다며 무거운 예초기를 마다하지 않는 적극적인 자세는 저에게 감동과 놀라움을 주었습니다. 비 오는 날도 청년들에게는 일하지 못할 이유가 되지 않았습니다. 부족한 인원, 처음 하는 일이라는 저의 부담감을 무색하게 했습니다.

나무 심으며(맨 오른쪽이 박정배 님)
▲ 나무 심으며(맨 오른쪽이 박정배 님)

수행과 위안의 '백일정진'

10기 보리수 신입회원을 기다리는 지금, 의무감이 아닌 자발적으로 입재한 봉사자들이 늘고 무엇이든 기꺼이 하겠다는 의지로 참여율이 높아 고마운 마음입니다. 남 일로 구분하지 않고 언제든 도와주는 지원팀이 옆에 있어 잡초보다 더 탄탄한 도량 정비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도량을 둘러보며 부족해도 나를 필요로 하는 이곳에 있는 것이 감사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보리수 도반들이 참으로 소중함을 느낍니다. 제 마음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풀과 잡초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뿌듯합니다.

직장과 봉사활동에서 문제이던 일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감은 그 생각을 고집하면 스트레스가 되지만, 스스로 만들어낸 것임을 알고 나니 즐겁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도반들과 나누기를 통해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마음을 살피면서 대부분 욕심임을 깨닫게 해준 또 하나의 프로그램은 백일정진입니다.

금요일마다 도반들과 정진, 법문듣기, 수행 사례담 나누기를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법사님과 대화 시간이 있습니다. 법사님에게 개인 점검을 받으면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수행자의 길을 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수행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겪는 괴로운 일도 위안받고 편안해졌습니다.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졌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현실이 슬프고 힘겨웠습니다. 법사님은 "괜찮아요. 할 게 없으면 곁에서 바라보기만 하세요"라고 하셨고, 만날 때마다 어머니 안부를 묻고 대답하는 사이 힘들던 마음이 가만히 놓아졌습니다. 보리수의 꽃 백일정진, 도반들에게 꼭 권유하고 싶습니다.

나무를 심으며(오른쪽이 박정배 님)
▲ 나무를 심으며(오른쪽이 박정배 님)

나를 지켜보는 스승이 있는 곳

'잘 쓰입니다'라는 명심문을 통해 잘하고 못하고는 의미 없다는 사실을 알고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어려운 부탁도 쉽게 내어놓고 그것을 가볍게 받아주는 도반들을 보면서 '그냥 하면 되는 소통을 돌고 돌아왔구나. 참, 어렵게 살았네'라며 지난날을 되돌아봅니다.

저는 참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괴롭다고 찾아온 저를 정토회에서 공부시키고, 주변을 탓하는 저의 습관을 천룡사에서 봉사하며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자주 찾아오는 봉사자들 덕분에 보리수팀은 이제 안착이 되어갑니다. 아무것도 문제 될 게 없는 저의 꿈은 항상 깔끔한 천룡사 도량입니다. 풀과 잡초도 제 꿈을 키우는 귀한 스승입니다.


이 글은 <월간정토> 2025년 9월 호에 수록된 보리수 소감문입니다.

글_박정배(보리수 7기)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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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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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천룡사 지킴이로 살아가시는 모습을 뵈었는데 소감문 읽으니 가슴 뭉클합니다.^^
함께 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2026-04-06 08:36:59

견오행

박정배님, 글 고맙습니다. 생업과 수행의 균형을 맞추어 나가시는 모습이 너무 훌륭하십니다. 봉사를 통해 지혜와 복덕을 쌓고 다시 회향해 나가시는 모습이 너무 감동입니다. 늘 함께 합니다.고맙습니다.()()()

2026-04-06 08:35:10

신미경

도량정비 화이팅!!

2026-04-06 08: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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