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월간정토
명상은 몸과 마음의 보약입니다.

<월간정토>에 실렸던 글을 이곳 '정토행자의 하루'에 소개하기 위해서는 글쓴이에게 다시 한번 발행 동의를 얻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번 명상 수련 소감문의 주인공인 조경옥 님께도 문자를 드렸는데요. "7월 여름 명상을 말하시는 건가요?" 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지난 겨울 명상에 이어 이번 여름 명상도 참여하셨구나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명상 수련이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길래 이토록 계속 참석하게 되는 걸까요?

내 모습을 확인하는 일부터

최근 들어 제 몸의 상태가 평소처럼 운동하는데 잘 회복되지 않고, 계속 드러눕고 싶고 가라앉는 느낌이었습니다.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 눈이 아파져 두통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때보다 이번 ‘온라인 명상 수련’이 기다려졌습니다.

호기롭게 시작한 명상 수련 첫째 날, 입재식 법문을 듣는데 문득 같이 소임을 하는 도반에게 전달하지 않은 일이 생각났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꺼둔 핸드폰을 다시 켜고, 못다 한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입재 법문을 놓쳤습니다.

오후 공양 시간이 되자 마음이 한가해지면서 되돌아봐졌습니다. ‘놓친 일이 떠오르면 불안해서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구나!’, ‘급한 성격에 일중독, 불안감까지 안고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먹한 마음으로 공양 시간을 보내고, 오후 수련부터 졸음이 쏟아졌지만 빨리 벗어나서 반가웠습니다.

조경옥 님
▲ 조경옥 님

번뇌에 사로잡힌 순간

둘째 날 아침 정진을 마친 후, 사용하지 않는 남편의 구형 핸드폰에 다음 수련 일정을 알람 설정 해두었습니다. 수련이 시작된 지 10분쯤 지났을 때, 서서히 울려 퍼지는 때 이른 알람 소리에 당혹스러웠습니다. ‘어쩐다, 스님이 말씀하신 호객 행위에 이대로 말려들 것인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만 볼 것인가’하는 번뇌에 사로잡힌 순간이었습니다. ‘그래, 지나가는 개가 짖는다고 생각하고 문제 삼지 말자’ 하고 마음을 다잡으니, 불규칙하던 호흡이 점차 안정적으로 변해갔습니다. 때 이른 알람 소리는 명상을 마치는 죽비 소리가 울리기 몇 초 전까지 이어지다가 자동으로 꺼졌습니다.

통증이 다리, 허리, 어깨로 돌아다니다가 급기야 얼굴에 이르러 열감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입니다. ‘이렇게까지 힘들게 명상해야 하나’하는 불평이 올라왔습니다.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단지 알아차리며 지켜볼 때, 감정에 휩싸이지 않는다는 법문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망상이 정점을 찍을 때

셋째 날에 망상이 정점을 찍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말씀에, 남들 하는 만큼은 하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남편이 점심으로 혼자 라면을 끓이다가 저와 딱 마주쳤습니다. “홀아비가 따로 없네, 이게 홀아비지 뭐!”하며 으름장을 놓습니다. 저는 명상이 끝날 때까지 마주치지 말자며 조용히 개인 법당으로 입장했습니다. ‘일부러 저렇게 TV 소리를 크게 하나?’ TV 소리 때문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마치는 죽비 소리만 기다렸다가 얼른 나가서 TV 소리를 낮추었습니다. 그러자 이미 평소보다 소리를 줄여서 TV를 시청하던 남편이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오후에 스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알았습니다. ‘온갖 것이 방해하는 가운데서도 호흡을 알아차리며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라는 법문을 듣고 있자니, 모든 것이 제 망상임을 알았습니다. 또한 제가 남편에게 세상 누구보다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상하도록 도와주는 남편의 배려는 안중에도 없이 그저 방해꾼이라고만 여겼습니다. 남편에게 고마워지면서 동시에 미안했습니다. 잘못한 줄 알면 그것도 수행이라고 하니 제 나름의 방지책을 연구했습니다. 문틈에 담요를 씌웠더니 한결 소리가 작게 들렸습니다.

김해지회 경주역사기행 중(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조경옥 님)
▲ 김해지회 경주역사기행 중(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조경옥 님)

쉼으로써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다

넷째 날, 연말을 가족과 보내겠다며 주말에 아이들이 집에 왔습니다. 스님의 가르침대로 이 상황을 연습의 기회로 삼아보고자 마음먹고, 분별심이 들 때마다 호흡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습니다.

여전히 망상의 잔치를 벌이지만, 몸과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고 두통이 없어졌습니다. 컴퓨터 앞에서 눈이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이 함께 가야 할 불편한 친구로 여기기로 했습니다. 되도록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지 않고 일을 나눠서 하며, 건강을 유지해 나가고자 과제를 안고 갑니다. 공양 때마다 쪽잠을 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밤에 잠자리에 들면 그야말로 꿀잠을 잤습니다. 모처럼 원 없이 쉬었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여러 봉사자 덕분에 명상 수련을 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가르침을 믿고 들은 대로 해보니, 명상은 오롯이 몸과 마음에 보약이 되었습니다. ‘명상은 쉼’이니 욕심내지 말고 꾸준히 하라는 말씀에 위로를 얻고, 다음 명상 수련은 어떨지 기대를 안고 회향합니다.

인도 성지순례 중(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조경옥 님)
▲ 인도 성지순례 중(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조경옥 님)


이 글은 <월간정토> 2025년 3월 호에 수록된 명상 수련 소감문입니다.

글_조경옥(경남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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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9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7

0/200

무구의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25-09-08 21:32:34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5-09-08 17:19:50

현광 변상용

'나도 언젠가는 꼭 해 볼거야~' 명상소감문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입니다.
그런 제 생각을 +1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09-08 12: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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