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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어나가는 잡초처럼 욕망에 집착해서 살았다'라는 표현에 요즘 내 모습이 돌이켜지며 마음 한구석이 콕콕 찔립니다. 욕구뿐만 아니라 생각이 이리저리 튀는 증세도 비슷합니다. 권세미 님의 경험에 따르면, 명상수련을 하면 욕구가 생겼을 때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생각할 간격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과연 그렇게 되는지 속는 셈 치고 돌아오는 일요일 명상수련부터 시작해 볼까요?
‘명상수련’을 하기 전의 나는 순간순간 일어나는 욕구를 그대로 따라가는 불나방과 같았습니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일하기 싫으면 안 했습니다. TV와 핸드폰은 항상 켜놓고 살았습니다. 최근에 이런 상태가 더 심해지면서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더니 급기야 나 자신이 싫어졌습니다. 학위 논문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 불안한 마음과 함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 무의식중에 피어올랐습니다.
명상수련을 하며 돌아보니, 견디는 힘이 한없이 약해진 내 모습이 보였습니다. 주변에서 건강을 위해 먹지 말라고 하면 싫다고 떼쓰며 먹고, 공부하라고 하면 알아서 할 거니까 내버려두라면서 뻗어나가는 잡초처럼 욕망에 집착해서 살았습니다. 명상수련 중에 잠시 쉬는 시간이 주어지면, 과거의 습관대로 ‘끝나면 뭐 먹지?’, ‘TV 보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들뜨는 마음이 사라졌다가도 금방 올라오곤 했는데, 다시 알아차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수련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마음과 수련이 끝나서 모두 돌아가 버린 후를 걱정하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습니다. 정말 먹고 싶고, TV를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기보다는 욕구대로 했을 때 순간적으로 채워지는 만족감을 느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욕구만이 아니라 생각도 이리저리 튀었습니다. 평소에는 읽지도 않던 경전이 불쑥 읽고 싶다든가, 옷이 불편한 느낌이 들면 곧바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수련 중이라 참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무의식중에 손이 먼저 나가는 듯한 자동화된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이 드는 순간까지, 일어나는 욕구를 생각 없이 따라가다 보니 늘 산만하고 피곤하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욕구가 생기면 욕구를 따라가기까지 시간 간격을 벌릴 수 있는 명상수련이 꼭 필요한 시기였습니다.
첫째 날 공양 시간에 밥을 오래 씹으니 달았습니다. 미역 줄기는 식감이 오독오독하고 맛이 감미로웠습니다. 간단한 찬이지만 맛있었습니다. 조금씩 천천히 먹으니 적게 먹어도 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 식탐하는 업식이 올라와서 반찬 한 가지를 더 꺼내기는 했지만 되도록 적게 먹고 간단하게 식사했습니다.
둘째 날에는 한참 졸며 명상했습니다. 쉬는 시간에 일상에 대한 걱정과 함께 나 자신이 싫은 마음이 불쑥 올라왔습니다. 45세 늦깎이 학생으로 ‘이 나이에 어느 조직에 껴서 내 역할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평소 후회하지 않는 편인데 마음이 많이 약해져 있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싫고 두려웠습니다. 그동안 사소한 욕구를 충족하는 것으로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부끄럽지만 오랜만에 아침 천일결사 기도를 하면서, ‘나는 이대로 괜찮습니다’ 하고 되뇌어 보았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사는 방법이 있겠구나’ 싶어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넷째 날은 자세를 바르게 유지하다 보니 허리와 가슴 부위가 긴장되어 숨이 잘 안 쉬어졌습니다. ‘이게 맞나?’ 싶었지만 자세를 바로 해야 명상을 오래 할 수 있다는 스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이어 나갔습니다. 머릿속에서 자세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감독하는 소리로 시끄러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숨 쉬는 게 편해졌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넷째 날이 된 듯, 지난 시간이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수련 전에는 불면증 때문에 잠이 늦게 들곤 했는데, 수련하면서는 잠이 잘 오고 몸도 개운하니 덩달아 마음도 편해졌습니다. 차분한 마음에 한 자락 기쁨이 느껴졌습니다. 스님의 말씀이 생명줄 같은 가이드가 되어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즉문즉설 때 한 법우님이 질문한 것처럼 ‘명상수련이 끝나고 다시 욕망에 사로잡혀 살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명상수련 전에도 그리 살아왔는데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뭐가 큰일이겠어요? 매일 또는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명상을 해보세요”라고 말씀해 주셔서 실천해 보려고 합니다.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은 수행자도 못 되는 수준이라는 말씀처럼, 저는 아직 수행자도 아닌 수준이지만 나아지려고 꿈지럭대며 해탈과 열반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다시 천일결사 기도를 시작하면서 마음의 힘을 길러보려 합니다. 이번 명상수련은 나 자신을 돌이키는 힘을 길러주었습니다. 세심하게 수행자를 살피며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글_권세미 (서울제주지부)
편집_월간정토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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