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노원법당
분별심 속에서 감사와 긍정을 꽃피운 송년철야정진

[노원정토회 노원법당]

분별심 속에서 감사와 긍정을 꽃피운 송년철야정진

 

한 해를 보내고 맞는 연말연시를 어떻게 보낼까 하는 궁리와, 정토행자의 하루 글 마감이 18일인데 이번 노원 소식은 뭘 전하지? 하는 고민을 동시에 하느라 머리를 굴리다가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자는 마음으로 노원법당의 송년철야정진 및 신년 하루명상에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밤 새워 절을 하고 이어서 하루 종일 명상이라니, 이 사람들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하는 마음이었지만 기사는 써야겠고, 뭔가 빡신 게(?) 있는 곳에 기삿거리가 있다는 생각에 하기 싫은 마음을 접고 총무님한테 나 절하러 갈 건데 절복이 없으니 옷을 마련해놔라는 건방진 주문을 해놓고는 철야정진을 시작하는 밤 열시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다가오자 너무 가기 싫은 거예요. 밤새워 절을 하고 또 하루 종일 명상을 하는 일정이 실현불가능하게 느껴지고, 밤새워 노는 것도 못하는 내가 밤새 절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하는 마음에 총무님께 새벽에 가겠다는 문자를 보내고는 그냥 주저앉았습니다.

 

~~주 편안하게 한해의 마무리로 숙면을 취하고 새벽 다섯 시에 법당에 갔더니 총무님이 마련해 놓은 절복이 얌전히 개켜져 저를 기다리고 있었고 매일 새벽 다섯 시면 시작되는 법당 새벽정진이 시작되는 참이었습니다. 밤새 절한 20명 정도의 도반들의 초췌한 모습 뒤에서 아주 뻔뻔하고 씩씩한 108배 기도를 했습니다. 절하면서 생각했지요. ‘밤새 절을 하신 분들이니 뭔가 많이 깨달으셨을 거고, 아주 찐~~한 나누기가 나올 거고, 난 그걸로 기사를 쓰면 되겠네.’

 


철야정진을 한 지친 몸으로 또 새벽기도를 하고 있는 노원 도반들

 

새벽기도가 끝나고 빙 둘러 앉아 나누기가 시작되었는데 어째 제 예상과는 다르네요. 온 밤을 절로 하얗게 불태우신 분들이 큰 깨달음을 전하시기는커녕, 맹숭맹숭한 나누기에 분별심이 장난이 아닙니다. 하신 말씀 중 분별심 부분을 그대로 전해 볼까요.

 

손연우_ 죽을동 살동 절을 하면 생과 사가 다르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했는데 역시 몸의 끄달림에 지쳐 흐느적거리는 인간이었고 큰 깨달음은 없었습니다.

 

강현주_ 하루명상도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철야정진 끝나고 하는지, 좀 텀이 있었으면... 이것도 생각에 끄달리는 거겠죠?

 

김태영_ 철야정진을 끝내고 예불을 하는데, 108배를 또 하라고 하니까, 짜증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이런 모든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쫌 아껴둘 걸 하는 생각도 들고요.

 

최춘화_ 네 시까지는 잘 버텼는데 네 시 이후로는 혼비백산이었어요.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구요.

 

김안나_ 남보다 절이 느려서 천배만 하자고 하고 했는데 몸이 너무 안 따라주고 복통이 너무 심하고 허리는 끊어질 것 같고 이렇게 힘든 시간에 이렇게 몸까지 안 따라주니까 하늘이 노랗더라구요.

 

유지훈_ 절하면서 짜증은 안났는데 세번째 목탁하시는 분인가.....저는 마라톤을 하러 왔는데 전력질주를 하시는 바람에....순간 염주를 집어 던지고 싶었어요 ㅎㅎ 누군지는 모르겠어요. (여기 없는 사람이에요ㅎㅎ-나누기할 때 가셨나 봅니다)

 

분별심의 압권은 노원 총무님입니다.

 

김경례_ 전 오기 싫었어요.(폭소) 눈치가 보여갖구. 45일 명상 갔다 왔는데 또 하룻밤 자고 12일 철야정진 오려니까 남편한테 눈치가 보이더라구요. 오기 싫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 있는데 명단에 김경례라 적혀 있어서 그냥 참석했어요. 참석해서는 잘했다 생각하는데 늘 왜 그렇게 눈치를 보는지... 마지막에 진수거사님 목이 터져라 집전해 주셔서 힘 받아서 잘 할 수 있었는데 끝날 무렵에 갑자기 느려지니까 힘이 쫙 빠지는 거야. 다리가 안 움직이더라구요. 집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철야정진 때 느끼게 되더라구요.

50분 하고 10분 쉬고 이렇게 가고 있는데 갑자기 마지막에 두 시간을 한다니까 화가 확 올라오면서 이런 경우가 어디 있나 차라리 처음에 두 시간을 하지 왜 이렇게 하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시간엔 한 시간에 100배 밖에 못했어요.

 

그런데 이런 분별심을 얘기하는 이분들의 얼굴 표정은 왜 이리 밝은 것이며 나누기는 왜 이리 웃음꽃이 피는 것일까? 그 답도 사실은 이분들의 나누기 안에 있었습니다.

 


철야정진을 마치고 기념촬영. 많이 지쳤지만 어쩐지 뿌듯해 보이는 환한 얼굴들

 

손연우_ 큰 깨달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끝나고 나니 힘이 생긴 것 같아요. 앞으로 얼마간 지탱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 것 같습니다.

 

최춘화_ 그래도 도전할 만하고 해보니까 힘들긴 하지만 내가 수행하는데 경계에 부딪치면 이기는 힘이 생긴 것 같은 생각이 들고, 도반의 소중함을 느꼈어요. 같이 하면 할 수 있구나 혼자면 택도 없는데. 함께하는 소중함이 느껴졌어요.

 

장혜은_ 거사님 네 분이 돌아가면서 목탁을 치는 게 참 보기 좋고 괜찮았어요. 나도 나중에 저기에 합류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철야정진은 도반이 있어야 하는 거고 이끌어주는 한 분이 있어야 유지가 되는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참 고맙다, 도반이 있어서 참 좋다는 마음이에요. 마음이 가볍고 뿌듯하고 이 힘으로 2016년도에 부담스러운 소임(재정을 맡으셨다고 하네요)을 원만히 잘 하겠습니다.

 

송미정_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었는데 철야정진 하면서 많이 가벼워졌고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또 할진 모르겠어요.(웃음) 모르겠지만 참 좋긴 하구나, 도반이 아니면 어떻게 가능했겠나 싶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김안나_ 집전자들의 모습을 보니 나는 절만 해도 이렇게 힘든데 계속 관세음보살 하고 목탁을 치면서 절을 하는 게 정말 힘든 일이겠구나 싶어서 많이 감사했어요.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 아픈 다리와 허리와 온갖 분별심과 싸우며 보낸 그 여덟 시간 생고생의 결과로 이분들은 도반에 대한 신뢰와 감사,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과 자신감을 선물로 받으신 것 같아서 그 충만함에 동참할 수 없음이 참 아쉽게 느껴졌습니다.(그런데 노원법당은 한달에 한번 철야정진을 한다니 저도 조만간 그 충만함에 동참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어지는 하루 명상 입재법문에서 법륜스님은 명상할 때 망념이 많은 건 당연한 거다. 십분 아니라 삼십분 아니라 삼천 시간을 해도 망념이 올라온다. 망념이 없는 게 수행이 아니다. 망념이 일어남을 알아차리고 망념은 망념대로 두고, 그 가운데도 호흡에 집중할 뿐인 거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씀에 오늘 저의 깨달음을 적용해 보았습니다. ‘분별심이 안 일어나는 게 수행이 아니다. 분별심을 알아차리고 분별심은 분별심대로 두고, 그 가운데에서도 해야 할 바를 하는 게 수행이다라고요.

 


이어지는 하루명상으로 다시 자리에 앉은 도반들.(명상할 때 사진 찍으면 안 된다고 해서 시작할 때 잠깐 찍었습니다^^)

 

어찌 보면 저 많은 분별심이 있기에 우리의 작은 깨달음, 거기서 얻은 자기긍정이 더욱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며칠 전 크리스마스에 노원법당에서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며 작은 송년회를 열었는데, 거기서 요즘 대유행곡인 백세인생을 패러디한 정토인생이란 곡을 불렀어요.

 


부처님께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시는 노원법당의 송년회 공간. 진정한 화합의 공간이 아닐런지^^

 

정토인생

 

1] 이른 새벽 다섯시에 수행하라 하거든

아직은 잠이 덜 깨 못한다고 전해라

오후 2JTS로 봉사하라 하거든

설거지가 산더미라 못간다고 전해라

백일마다 입재식에 참석하라 하거든

가족들과 여행 와서 못가겠다 전해라

모두 내는 삼보수호비 매달 꼬박 내라거든

취직하면 낼 터이니 재촉 말라 전해라

저녁 7시 경전반에 수업하러 오라거든

모처럼 회식이라 늦는다고 전해라

 

2] 이른 새벽 다섯시에 수행하라 하거든

나누기도 올렸으니 걱정 말라 전해라

오후 2JTS로 봉사하라 하거든

모금함 가득 채워 가고 있다 전해라

백일마다 입재식에 참석하라 하거든

예비 입재 도반님과 함께 간다 전해라

모두 내는 삼보수호비 매달 꼬박 내라거든

자동이체 되었으니 확인하라 전해라

 

만일 1절 없이 2절만 있다면, 얼마나 밋밋하고 재미없는 노래일까요? 우리 삶도 그와 같아서 온갖 분별심과 미움과 원망과 괴로움이 있기에 깨달음이란 보석을 발견할 수 있는 거고, 그러니 그 괴로움과 깨달음이 둘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지금 겪고 있는 괴로움이 좀 예뻐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_정혜진 희망리포터


2026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16

0/200

김혜영

ㅎㅎㅎ 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곧 철야정진에 도전할듯 하네요^^

2016-01-15 07:44:23

지명

담백하고 간결하게 잘 쓰시네요~~^^
잘 봤어요.

2016-01-14 21:16:05

김미경

와~~★★★ 분별심이 장난이 아닌것이 저와 같아요 ㅎ
혜진기자님 어쩜 그리 생생하게 실감나게 재미있게 쓰시는지요!! 원래 기자출신이세용?
첳야정진하신 도반님들 모두 감사와 긍정의 꽃을 피우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저도 하루 명상 참가해서 새해 뜻깊은 날이 되었어요^^

2016-01-14 11:23:01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노원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