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초법당
제주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정토행자의 인연으로

[서울정토회 서초법당]

제주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정토행자의 인연으로

 

1223일 서울정토회 저녁부 송년식에서 서초법당 안은정 님이 낭독했던 <스님께 드리는 편지>를 전합니다.


 

존경하는 지도법사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서초법당 저녁부 토요 가을불교대 담당 소임을 맡고 있는 안은정입니다.

 

5년 전 쯤 청춘콘서트에서 스님을 처음 뵙게 되었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가정을 돌봐야하는 학생의 질문에 스님께서는 남의 인생 간섭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 때는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습니다. 학생이 힘들어하는데 위로는 안 해주고 참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스님을 잊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에서 작은 스트레스도 잘 이겨내지 못하는 나에게 남편은 여행을 권해주었고, 저는 13일간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제주 게스트하우스에서 50대 아주머니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 분은 아침, 저녁으로 밥을 지어주셨고, 밥을 남김없이 먹게 가르쳐 주셨으며, 매일5시에 일어나 300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그분이 해준 것이 발우공양이고 수행이고 나누기였음을 정토를 다니며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 그분은 저에게 깨달음의장과 정토회를 소개시켜주었고 그분의 권유대로 깨달음의장을 접수하고 불교대를 다녔습니다. 그렇게 다시 스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깨달음의장에서 생각의 전환을 경험하였고, 한 생각 돌이켜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불교대를 다니면서 너무나 쉬운 설명에 들을 때는 다 이해되고 받아들여지고 편안해졌습니다. 하지만 내 생활은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깨달음의장을 다녀오고 직장을 그만두는 일은 더욱 잦아 졌습니다. 예전엔 참고 참다 조용히 사직서를 냈는데, 이제는 회사에서 싸우고 나옵니다. 모르면 물으라는 스님의 말씀 따라 저는 왜 직장을 계속 못 다니고, 맘에 안 들면 참지를 못하는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질문했습니다. 법사님의 첫 마디가 부모님 원망했지요?”였습니다. 직장 생활이 힘들다는데, 부모님 얘기는 왜 하는지 의문이 들면서도 부모님 원망한건 어찌 아셨는지 신기했습니다. 법사님의 가르침에 따라 감사 기도를 시작하였지만 기도를 하면 할수록 원망하는 마음은 더욱 커졌고, 부모님을 뵙고 온 날은 더욱 힘들었습니다.

 

계속 정진을 하다 보니 매일 저녁 폭언으로 나를 힘들게 했던 부모님이 어느 순간 감사한 사람으로 되어있고, 부모님이 내 부모님이라서 다행이다, 참 좋다, 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편해지니 정진도 뜸하게 되었고, 해야지 하면서도 한 번 놓친 정진은 다시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불교대 담당 제의를 받았고 그 제의가 부담스러우면서도, 담당을 하면 마음공부를 많이 할 수 있다는 말에 혹하여 담당을 맡아 보기로 했습니다. 담당을 하면서 내 뜻과 맞지 않는 모둠장을 보며 분별하였고, 학생들도 부담으로 다가 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법당이 싫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주치는 사람마다 적개심을 갖고 배타적으로 변하는 저를 보았고 떠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나가면 예전의 나로 돌아갈 것 같아 다시 상담 요청을 하였습니다. 이번에도 법사님은 부모님께 감사기도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충분히 감사한데 왜 또 감사기도를 하라고 하나 의문이 들었지만 말씀대로 해보기로 했습니다.

 

다시 정진을 시작하니 부모님에 대한 참회가 빠져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간순간 올라오는 부모님에 대한 원망심을 그동안 외면해 왔습니다. 그때의 내 마음이 어땠는지, 부모님의 마음은 어땠는지를 들여다보니, 내 마음이 이해가 되고,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제 부모님의 힘겨운 삶을 알아드리고 위로해 드리고 싶습니다.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지니 그동안 힘들게 느껴졌던 담당 소임도 가볍게 받아들여지게 되었습니다.

 

아직은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미워도 하고, 원망도 합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나를 자책하거나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진을 놓치면 얼마나 괴로운 일이 생기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말씀처럼 눈뜨고 있는 한 정진 할 것입니다.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곳으로 안내해주신 스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스님의 가르침으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니 남 눈치 볼 일이 없어졌으며, 나는 이런 사람이란 것을 인정하니 편안해졌습니다.

 

 

부지런히 정진하여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제주에서 만난 보살처럼 생활 속에서 법을 전하는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1223

보덕화 안은정 올림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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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화

저와 비슷한 부분들이 많아 공감하며.... 읽으면서 여러번 울컥 울컥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br />내가 나를 사랑해서 남 눈치 볼 일이 없어지도록 또 나를 인정하며 자유와 행복의 길로 한발 더 나아가려 합니다~<br />고맙습니다~()

2016-01-10 17:23:41

보리안

경계에 부딪힐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이어온 수행담이 감동입니다. 제주보살님과의 특별한 인여이 시사하는 바가 크네요. 감사합니다.

2016-01-09 18:51:30

해탈행

저도 궁금합니다~
왠지 제주법당 분들은 아실 거 같은데...

2016-01-09 18: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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