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록키산맥을 넘어온 귀한 손님: 밴쿠버 천일결사 입재식 소식

▲ 8-6차 입재식 기념 촬영 (왼쪽 맨 끝이 오선주보살님)

[북미주서북부지구 밴쿠버법당]
록키산맥을 넘어온 귀한 손님: 밴쿠버 8-6차 입재식 소식

8월 23일에는 해외 모든 법당에서 제8차 천일결사 제6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국내 모든 지부 법당의 도반들이 한자리에 모여 스님과 함께 입재식을 하지만, 해외에서는 각자의 법당에서 지역 실정에 맞게 입재식을 하고 있습니다. 밴쿠버법당에서도 입재식이 감동적으로 치뤄졌고, 이에 참석하기 위해 캘거리에서 록키산맥을 넘어온 오선주 보살이 그 소식을 자세히 전해줬습니다.



오늘은 미주서북부지구 캐나다 밴쿠버법당에서 제8차 천일결사 제6차 백일기도 입재식이 있는 날입니다. 한국에서 입재식을 하면서 촬영한 동영상을 영상 자원봉사자들이 신속히 작업하여 공용드라이브에 올려주면 해외에서는 그 동영상을 활용하여 약 1주일 후 입재식을 가지게 됩니다. 열린법회 지역은 따로 입재식을 하지 않고 소속지역 법당에 가서 함께 입재식을 하도록 하는 해외사무국의 방침에 따라 저는 캐나다 캘거리 열린법회 담당자이지만, 큰 맘 먹고 가족여행 겸 밴쿠버법당을 찾게 되었습니다. 캘거리에서 밴쿠버는, 비행기로 1시간 30분 거리, 차로는 12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 록키산맥을 넘어가야 합니다, 밴쿠버는 바다가 있는 따뜻한 곳, 한국에 드나들 때 거쳐가는 관문, 캘거리와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은 한국사람들이 사는 곳, 맛있는 해산물, 농산물, 한국물건 등이 풍부한 가깝고도 먼 도시입니다. 

시애틀을 거쳐 밴쿠버로 도착한 저희 다섯 식구는 밴쿠버정토법당 부총무 박은선 보살이 숙식을 제공해줘 모처럼 집밥도 먹고 편안하게 밤을 지냈습니다. 다음날 남편에게는 ‘세 딸들과의 다운타운 밴쿠버 1일 자유관람권’을 선물하고 저는 설레는 마음으로 박은선 보살과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약 30분 정도 차로 달려가 아시아 상점이 많이 모여있는 킹스웨이 거리의 자그마한 상가건물 2층에 있는 밴쿠버정토법당에 도착했습니다. 

밴쿠버법당 안내
법당은 공양간과 회의실을 갖춘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법당이었습니다. 멀리 한국에서 배 타고 왔을 불단, 제기, 방석 등 불교용품들에 더하여 밴쿠버 도반들이 정성으로 십시일반 보시했을 살림도구들이 어우러져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밴쿠버법당에는 현재 봄불대 12명, 가을불대 5명, 경전반 4명이 정진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수행법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법당 구석구석 서로 힘을 모아 법당을 꾸려가고 있는 도반들의 따뜻한 마음과 두터운 신심이 제 마음까지 전해졌습니다. 

법당 바닥을 닦고 이런 저런 준비를 하는 사이에 법우 6명이 속속 모여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분이 더 왔는데 출장 차 밴쿠버에 왔다가 법당을 찾아온 경기도 광명법당의 봄불대생 이현주 보살이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으나 반갑고 신기하였습니다. 참석한 도반들 간에 일감을 나눈 다음, 아침 10시 30분 입재식을 시작했습니다. 김병조 거사의 재치 넘치는 사회로 각 법당별로 소개할 때 도반들은 각자 자신의 연고지가 어떻게 소개되는지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영주 보살은 밴드에서 우연히 만난 대학 후배가 일주일 전 입재식에서 경주정토회 소속으로 손을 열심히 흔들었다고 말했다면서 경주정토회가 소개되자 열심히 화면을 들여다봤습니다. 김병조 거사님이 “해외 정토회에서 근무 중인 우리 딸이 그러는데 한국의 입재식 참석자들이 해외정토행자에게 손을 흔들 때 가장 감동적이라 합니다. 한 번 더 흔들어 주세요.”라고 멘트할 때는 우리 모두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영상을 향해 함께 두 손을 흔들었습니다. 

수행사례담은 언제나 감동적입니다. 특히 한창 나이의 아들을 잃게되자 아들의 장기를 6명에게 기증하고도, 담담히 수행을 계속해 나가는 어느 보살의 이야기에 법당은 울음바다가 됐습니다. 수행을 하면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 괴로워하지 않게 된다는 가르침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법회를 진행하던 집이 최근 불타버린 제 처지와 겹쳐져 제 가슴도 뜨겁게 울컥했으나 곧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지도법사님의 8-5차 회향법문에서 ‘신자’와 ‘수행자’의 차이를 명쾌하게 설명해주시자 마음이 더욱 굳건해짐을 느꼈습니다. ‘정토행자는 신자의 기준으로 보면 너무 심하게 시키는 것 같지만, 수행자의 기준으로 본다면 많이 풀어준 것이다.’라는 설명에 이제까지 저는 스스로를 수행자라 불렀지만 사실은 신자로 여기고 있었음을 깨닫고 크게 참회가 되었습니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계정혜 삼학을 닦아나가는 진정한 불자가 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공양 시간에는 보살님들이 각자 한 두 가지씩 준비해온 반찬을 갖고 법당에서 전기밥솥으로 한 밥을 함께 나눠먹었습니다. 캘거리에서는 비싸게 사먹어야 하는 한국야채들, 보살님들의 화려한 솜씨를 뽐낸 각종 김치와 밑반찬에 정신이 황홀해져, 먹으면 없어지는 흰밥이 마냥 아쉬웠습니다. 납작하고 깨지지 않는 민무늬 코렐 접시와, 세제를 사용하지 않는 3단계 설거지통, 손으로 뜬 수세미를 보니 사소한 것도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는 글로벌 정토회라는 자부심이 솟구쳤습니다. 캘거리로 돌아가기 전에 밑반찬을 더 만들어 싸주시겠다는 보살님들 말씀에 불량주부인 저는 감격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오후의 8-6차 법문의 입재 법문은 매우 소중했습니다. 만일결사가 두 가지 큰 서원을 틀로 하여 구체적인 실천과제들이 그 틀 안에서 진행되었다는 것, 매일의 수행기도의 구성이 불자의 정의인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계정혜 삼학을 닦는 자’로부터 시작하여 하나하나 근거를 가지고 전개되고 있다는 설명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제가 그 오랜 시간의 흐름과 근거를 정확히 모른 채 어쩌면 하기 싫은 숙제 하듯이 기도를 해왔다는 사실에 놀라고 반성이 되었습니다. 열린법회를 할 때 스스로가 확실하게 몰랐기 때문에 도반들에게도 자신 있게 권하지 못했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마지막에 지도법사님께서 일촉즉발의 한반도 정세를 불보살님께 빌어서라도 평화롭게 넘기자는 호소를 하실 때는 오죽하면 스님께서 기복을 독려하실까, 평화통일의 원을 세우시고 온몸이 부서져라 애쓰신 후에 이런 상황을 지켜보시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까 하는 생각에 가슴 먹먹하고 눈물이 났습니다. 

이곳에서 입재식을 하고 있는 오늘 이 시각 마침 한국에서는 남북고위급 긴급회담이 진행 중입니다. 해외에서 바라볼 때는 한국 내에서 느끼는 것보다 늘 상황이 과장되고 더 심각하게 보여지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고국에 살고 있는 가족과 친구들 도반들 걱정에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외국에 나와 살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꼭 빌지 않더라도, 어디에 살든 내 나라가 잘되어야 내가 안심되고 기가 사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남북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를 해도 더 악화되다가 어느 순간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을 말씀하실 때는 정말 그렇게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게 올라왔습니다.

만일결사에 관한 입재법문을 듣고 나서 보니 수행문과 수행과제가 왜 그것인지 쉽게 이해가 갔습니다. 입재식 마무리 동영상을 본 후 사홍서원까지 마치니 오후 4시 반이 되었습니다. 도반님들과 나누기를 하였습니다. 이제 기도를 잘 따라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분, 우울했다가도 토요일에 법당에 왔다 가면 힘이 난다는 분, 여름이라 여행도 다니고 방학한 아이들 돌보느라 지난 백일기도가 특히 힘드셨다는 분, 입재식 참석자 숫자에 자꾸 집착하게 되는 자신을 본다는 분 등. 모두 나와 다른 듯 같은 마음으로 수행 정진하고 있는 밴쿠버 도반들과 마음을 나누어보니, 지난 몇 달간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나도 그냥 하고, 안되면 되도록 더 하고, 잘 되면 또 하고,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어서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지난 몇 개월 한국에서 머물며 만났던 서초법당의 도반님들, 오늘 입재식을 함께 한 밴쿠버의 도반님들… 어디서 만나도 항상 마음을 나누고 기댈 수 있는 도반들이 있어 정말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재충전하여 캘거리로 돌아가면 조금 더 강한 수행의 엔진을 달고, 조금 더 이해하며,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창하고 아름다운 날씨와 밴쿠버 앞바다의 파란 물빛, 거리의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 모두 두 눈에 꼬옥 담아 갑니다.  
글 | 오선주, 박근애 희망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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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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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안

12시간을 달려 록키산맥을 넘어 찾아간 밴쿠버 법당에서의 입재식을 읽고 지난 입재식 때의 감동이 되살아나네요. 존덴버의 노래도 생각나구요.^^ 법회를 보던 집이 불타버리셨다니.. 안타까운 마음... 그 와중에 수행을 하면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 괴로워하지 않게 된다는 가르침까지... 밴쿠버 도반님들의 넉넉한 인심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09-02 04:01:41

청정심

차 타고 벤쿠버까지...여행 겸사겸사라도 멋지십니다요^^

2015-09-01 20: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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