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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련원 이야기]


바라지장에서
만난 ‘나’

제일 앞쪽 글쓴이

임진선   인천법당

첫 번째 바라지장 2019.1.2.~ 1.6.
바라지장에 오라는 법사님의 말씀을 듣고 주저없이 신청 후 문경으로 갔다. 막상 가보니 내가 여길 왜 왔나 후회막급. 나는 공양간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천하다는 인식, 하찮다는 편견이 내게 있어서 그런가 보다.
그러다 바라지장에 온 지 사흘쯤 되니 수련생들에게 공양을 올리는 일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한끼 밥에 이렇게나 정성이 담겨 있었구나!’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다해 공양을 올릴 수 있어 행복했다.
공양간에서 나갔다 들어올 때면 위생을 위해 비누로 손을 빡빡 씻었기에 겨울 칼바람에 손이 텄다. 손등에 피가 나고 거칠거칠했다. 내 거칠어진 손을 보니 할머니 생각이 났다. 내가 어릴 적에 할머니 손은 늘 거칠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기에 할머니가 나와 남동생을 돌보시고 끼니를 챙겨주셨다. 할머니는 남아선호사상이 있으셔서 나와 네 살 터울 진 남동생을 편애하셨다. 남동생도 밉고 할머니도 미웠다.
바라지장에서 거칠어진 내 손을 보며 ‘할머니가 해주신 끼니마다 참 많은 정성이 담겨 있었구나’ 깨달았다.
‘그 정성은 알지 못하고, 어린 마음에 남동생을 편애해 나를 차별하신 것에만 사로잡혀 있었구나. 그 마음을 몰랐구나’ 눈물이 났다. 참회의 눈물인 동시에 감사함의 눈물이기도 했다.
법사님께 질문했다. 아이 같은 모습을 받아내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이다. 법사님은 그냥 받아주라고 하셨다. ‘내가 많이 힘들었구나’ 알아주고, 그런 내 마음을 받아주라고.
이렇게 바라지장을 통해 처음 ‘나’를 만났다.

두 번째 바라지장 2019.2.27.~ 3.3.
일을 이렇게 신나게 할 수도 있구나. 수련공양간 팀장님이 일을 즐겁게 하시니 함께하는 도반들도 절로 신바람이 났다. 과일 소임을 맡은 나는 혹여 실수할세라 하나하나 물어서 하려고 했다. 그런데 팀장님은 나에게 탁 맡겨주셨다.
‘과연 나라면, 저렇게 믿고 일을 탁 맡길 수 있을까? 믿고 지켜봐주는 것이 그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거구나.’
‘따끔한 지적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그 사람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스스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줄 때 일을 신나게 할 수 있는 거구나.’
팀장님을 보며 그런 걸 배웠다. 몸이 편찮으신데도 넉넉한 미소로 도반들을 살뜰히 챙기며 이끄는 모습이 정말 멋졌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랑으로 도반을 챙긴다고 할까. 도반들의 나누기를 들으며 나를 돌아봤다.
이때 또 팀장님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걸려 불편했던 나를 보았다. ‘만만하다’는 말에 담긴 마음이 나를 무시한다는 의미가 아닌 건 알겠는데도 그 말에 걸렸다. 부산 사투리에서는 ‘만만하다’는 말의 의미가 ‘편안하다’는 의미라고 하셨다. 그렇구나, 알아들은 듯하면서도 말에 걸리는 나를 봤다.
팀장님은 일부러 그 말을 종종 쓰셨다. 앞으로 내가 그 말에 안 걸리게 해주고 싶었다고 하셨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걸 해주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구나. 그 사람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비록 그 사람이 원치 않는다 하더라도, 그게 사랑이구나!’
법사님께 여쭈었다. 건강에 대한 두려움이 많고, 돈이 없는데도 살 수 있는지. 법사님은 내게 남과 비교하는 마음, 다른 이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이 있어 불안한 거라 하셨다. ‘아하, 내 마음이 그런 거구나’ 알게 되니 눈물이 났다.
수련생들에게 마지막 공양을 올리고 하는 마지막 나누기. 팀장님은 처음엔 힘들어서 의지처를 찾으러 문경에 왔고, 지금은 누군가의 의지처가 되어주고 싶어 문경에 온다고 하셨다. 그 나누기를 듣고, 나도 지금은 의지심이 많지만 나중에는 누군가의 의지처가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나누었다. 팀장님은 이번 바라지장에서 내가 자신의 의지처였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나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울었다. 팀장님도 우셨다.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주는 공감의 눈물. 이렇게 울 수 있어, 나눌 수 있어 참 고마웠다.

첫번째줄 제일 왼쪽 글쓴이

세 번째 바라지장 2019.3.3.~ 3.7.
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지난번에 몸이 좋지 않아 바라지장을 취소한 적이 있기 때문에 ‘마장이구나’ 알아차리고 예정대로 했다. 몸이 좋지 않으니 평소라면 무심히 넘길 만한 이야기도 걸렸다. 나누기에서 나온 팀장님의 말씀, “진선 법우의 어리광을 받아주기 힘들다.”
나는 목이 아파 물을 자주 마셔야 했고, 해우소에 갈 때마다 팀장님에게 다녀와도 되냐 묻고, 알리고 갔다. 그 모습이 팀장님에게는 징얼거리는 듯 보였나 보다. 나누기를 마치고 나와서 울었다. 괜찮은 척하지 않고 내 마음 가는 대로 울었다. 집에 가고 싶었지만 가면 후회할 걸 번연히 아니까 가지 않았다.
울다보니 확연히 내 모습이 보였다. 내가 꼴 보기 싫어했던 모습들, 아이 같은 모습, 답답해서 내 속에서 분별심이 일게 하던 상대의 모습들이 사실은 내 모습이었다. 내가 나를 받아주지 못하니 다른 이에게서 그 런 모습을 보는 게 힘들었던 거다.
그 와중에 놀라웠던 건, 팀장님 말에 걸려 울기까지 했는데도 팀장님이 밉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평소의 나라면 팀장님을 시비분별하고 미워했을 텐데 그런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니 신기했다. 그러면서도 눈물은 주룩주룩. 어쨌든 과일 담당 소임을 계속 해나갔다.
법사님과의 시간에서 ‘이제 자기는 과거를 뒤적거릴 필요 없이 다만 알아차리면 된다’는 말씀을 들었다.
팀장님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봤다. 자기는 나름대로 애쓰지만,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몰라주는 상황. ‘나도 저랬겠구나.’ 탐장님이 편안하진 않지만, 밉지도 않다.
바라지장을 통해 나는 ‘나’를 만났다. 울 수 있고, 나눌 수 있고, 함께할 수 있어 참 고맙고, 행복하다. 바라지장은 사랑이구나!

 

* 이 글은 월간정토 2019년 6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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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댓글등록
이 글의 댓글 6개
  •  맑고가볍게 2019/07/27 07:48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팀장님은 이번 바라지장에서 내가 자신의 의지처였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나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울었다."--이 부분에서 멈칫 하면서 오래 머물렀는데, 누군가 내 노력을 내 성장을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내게 강하구나, 하는 개 느껴지네요. 성불하십시오.
  •  상덕행 2019/07/26 17:23
    바라지장~~진짜로 그런것 같습니다. 바라지를 하다보면 나의 모습이 보여서요. 저도 예전에 그래거든요.
    사진에 담긴 모습을 보니 참 좋아 보입니다.
  •  월광 2019/07/17 17:12
    지혜승님! 부지런히 수행 보시 봉사 하시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소중한 인연 참 고맙습니다.
  •  정광명 유연주 2019/07/17 13:50
    감사합니다._()_ 이끌어주시고 마음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정말 좋습니다. 저도 곧 가보고 싶어요~^^
  •  지혜승 2019/07/15 14:10
    소임은 복입니다. 삼보에 고맙습니다. 받은 은혜를 세상에 잘 회향하겠습니다._()_
  •  세주행 2019/07/15 14:06
    잘 읽었습니다 바라지장 저도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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