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해외 강연이 9월 한 달, 세계 여러 도시에서 진행 중입니다. 그 강연 일정에는 없지만, 뉴욕 정토행자들은 지난해부터 9월의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려 왔습니다. 한달 전, 대중을 위한 홍보 대신 정성 가득한 초대장이 정토행자들에게 발송되었습니다. 드디어 오늘, 법륜스님을 모시고 뉴욕정토회 설립 25주년을 기념하는 ‘특별법회’를 열었습니다.

27년 전인 1992년 처음 시작되어, 2년 후인 1994년 법인을 설립한 뉴욕정토회는 현재 전 세계 60여 곳이 넘는 정토법당과 법회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뉴욕정토회가 민들레 홀씨가 되어 전 세계로 뿌리내린 결과입니다.

이번 강연은 뉴욕정토회와 인연 있는 분들만 특별초대 형식으로 이루어졌음에도 강연 날짜가 다가오자 일반 대중들의 참가 문의가 이어졌고, 초대받은 분들이 친구와 함께 와도 되냐는 질문 또한 많았습니다. 200석이라는 한정된 좌석으로 그분들께는 정중히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럼에도 강연이 시작될 무렵에는 모든 좌석이 가득 차고, 뒤쪽에는 서 계신 분이 많이 있었습니다.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도착합니다
▲ 반가운 얼굴들이 속속 도착합니다

오늘도 봉사자들의 활약이 빛납니다
▲ 오늘도 봉사자들의 활약이 빛납니다

여러 분들이 정성껏 마련한 음식으로 일찍 오신 분들은 반가운 얼굴로 담소를 나누며 그간의 회포를 풀었습니다.

뉴욕.뉴저지법당에서 공수한 잔칫상입니다
▲ 뉴욕.뉴저지법당에서 공수한 잔칫상입니다

김윤진 님의 편안한 진행으로 행사의 막이 올랐습니다. 뉴저지법당 박승희 님의 따님, 신재아 학생의 첼로 연주가 오늘의 첫 순서입니다. ‘백조’의 잔잔한 선율이 강연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엄마(반주)와 딸의 콜라보. 오프닝 공연이라서 둘 다 엄청나게 떨었다는 후문입니다
▲ 엄마(반주)와 딸의 콜라보. 오프닝 공연이라서 둘 다 엄청나게 떨었다는 후문입니다

오늘의 뉴욕정토회 역사와 함께 한 최경숙 님의 인사말이 이어졌습니다. 최경숙 님은 1994년 뉴욕정토회 창립을 시작으로 같은 해 7월에는 JTS 설립이사로 오늘날 JTS가 있게 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인사말 중인 최경숙 님
▲ 인사말 중인 최경숙 님

“거룩하신 부처님의 은혜와 존경하는 법륜스님의 인연으로 뉴욕정토회가 설립된 지 어언 25년이 되었습니다. 오늘 이런 특별한 자리에 법륜스님을 모시고 환영 인사를 드리게 되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을 큰 박수로 환영합니다.

그동안 뉴욕정토회에서는 법륜스님의 법문과 각종 수련을 통한 수행정진으로 과도한 욕심을 지양하고 성냄과 어리석음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더욱 자유롭고 행복한 모습으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아가서 JTS 활동을 통해 인도나 필리핀, 북한 등지에서 굶주리는 어린이들을 돕고 병원 설립, 학교 설립 등의 활동을 통해 문맹 퇴치와 여러 재난지역에 긴급 구호활동도 펼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환경운동, 인권운동, 평화운동 등에 적은 힘이라도 보태는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일이 각 개인의 힘만으로는 하기 어려운 일들이지만 정토회 수련을 거쳐 각 사회에 흩어져 활동하고 계시는 여러분의 힘이 모여 가능한 일임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시간이 여러분들에게 지혜와 복덕이 구족되는 시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또 다른 축하 공연, 류지나 님의 한국무용 순서입니다
▲ 또 다른 축하 공연, 류지나 님의 한국무용 순서입니다

강연 시작 전, 축하 공연을 준비중인 류지나 님을 미리 만나보았습니다. 류지나 님은 그 시절, 스님과의 인연을 이렇게 회고합니다.

“제가 올해 한국 나이로 70입니다. 1985년, 처음 미국에 와서 남편이 제가 만들어 놓은 틀안에 들어와 주지 않는다고 참 많이도 불만 했었습니다. 어느 날, 한국에서 스님 한 분이 오셨다 해서 집으로 초청해 법문을 듣게 되었는데, 기복신앙이 주를 이루던 시절, 그 스님의 법문은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열렸습니다. 이것이 법륜스님과의 첫 인연이었습니다.

그때는 아직 법당이 없었기 때문에 스님이 일 년에 한 번씩 오셔서 저희 집과, 다른 도반의 집을 교대로 머무르시며 경전 강의, 즉문즉설, 밤에는 거사들과 모임도 가졌습니다. 이것이 뉴저지 가정법회였고, 이것이 스님의 해외포교 시작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스님의 법문은 제게는 감로수 같았고, 스펀지에 물이 스미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정토법당도 생겼습니다. 불교대학, 깨달음의 장, 나눔의 장, 인도 성지순례까지 스님을 쫓아 한 발, 한 발 온 것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매일 절하고 참선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예전에 문제 아닌 것을 문제 삼던 제가 돌아봐 집니다. 지금은 남편과도 아이들과도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하게 잘살고 있습니다.

결혼한 딸에게 ‘마음이 어렵다면 친구 따라 교회에 가거라. 여기서 자란 너는 불교를 이해하기 어려울 거다.’ 얘기해 주었는데, 그 딸이 저를 따라 스님 법문을 듣기 시작한 것이 최근에 가장 큰 보람입니다. 어릴 적, ‘법회’라는 단어를 몰라 “엄마! 오늘도 뷔페 먹었어?” 하던 아이였는데, 오늘 이 자리에도 함께 와 있습니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해라!’ 제가 스님 말씀 중 참 좋아하는 말입니다. 그 말씀 덕에 제가 60살이 넘어서 한국무용도 배우고 가야금도 배우고, 그 재능으로 한국 양로원에 가서 봉사하고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갑니다. 오늘 이 무대도 그래서 설 수 있었습니다. 요즘 저는 그냥 춤추고, 그냥 이야기하고, 그냥 살고, 그냥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덕분입니다.”

뉴욕정토회의 25년 역사를 돌아 볼 수 있는 영상이 상영되었습니다. 그간의 땀과 눈물, 환희와 기쁨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습니다. 7분의 영상이 상영되는 동안 몇몇 분들의 눈가가 붉어졌습니다.

드디어 스님이 입장하고, 다 함께 축하 케익에 촛불을 밝혔습니다.


오늘을 위해 특별 제작한 아름다운 떡 케익입니다
▲ 오늘을 위해 특별 제작한 아름다운 떡 케익입니다

영상을 보며 옛 생각에 뭉클했다는 스님의 말에 몇몇 분이 ‘저도요’를 외쳤습니다. 스님이 그 시절 에피소드를 얘기할 때는 다 같이 박장대소하기도 하고, 어려웠던 시절 다 함께 이루어 낸 일들을 회고할 때는 이심전심 뿌듯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오늘같이 좋은 날에는 다 같이 노래 부르고 놀아야지, 오늘도 질문자가 있냐며, 뭐가 그리 괴롭냐는 말에 다같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질문자들의 즉문즉설을 마칠 무렵, 뉴욕 불교방송 대표인 김자원 님이 정토회 25주년을 축하하는 시를 낭송해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김자원 님을 만나 소감을 들었습니다.

시 낭송 중인 김자원 님
▲ 시 낭송 중인 김자원 님

“저는 '정토회는 스님이 안계시는데 어떻게 법회가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을 가끔 듣습니다. 처음에는 법륜스님 영상법회 이러저러하다고 설명을 하다가 어느 날부턴가
'직접 한번 가 보시면 알게 됩니다.'라고 답하게 되었습니다.

정토회는 정갈하고, 검소하며, 늘 밝은 얼굴로 맞이하는 정토행자님들, 그리고 도반들끼리의 인내와 협조로 수행하는 분들의 모임입니다. 그러한 정토회를 25년 끌어온 힘은 그 모든 분이 자신을 오롯이 내려놓고, 부처님의 진리와 법륜스님의 법문을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 친화적인 마음가짐으로 지구를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인류평화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단체입니다. 더불어 세계 곳곳에 부처님의 자비와 평화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같은 마음으로 작은 일이나마 세계평화를 이루는데 한몫을 하겠다는 일을 스스로 하는 이들의 마음은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정토회의 확장은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일입니다. 정토회의 발전을 빕니다.”


어느덧 오늘이 저물어 갑니다. 오늘은 봉사자들과 스님의 기념사진이 아닌,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과의 기념사진입니다. 200명이 넘는 사람들을 한 화면에 담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모두의 마음도 그득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뉴욕정토회의 역사를 쓰신 원로 회원들도 있었지만, 이제 막 정토회에 발을 들인 정토 새내기 회원들도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소감도 들어 보았습니다.

맨하탄법당 불교대학 졸업생 김민지 님입니다.

“20대 후반에 미국에 유학 와서 자리 잡은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지만 늘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맨하탄정토회를 알게 되고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저도 제 삶의 뿌리에 건강한 잔털들이 자라나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오늘 강연을 통해 제가 몸담고 있는 뉴욕정토회가 25년 동안 많은 분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꾸려졌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의 제 뿌리 또한 튼튼하고 굳게 자리 잡을 것임을 알기에 이곳에 계신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아쉬운 작별의 시간입니다
▲ 아쉬운 작별의 시간입니다

뉴저지법당 불교대학 졸업생 성경아 님입니다.

“오늘 강연장에는 유난히 머리 희끗하고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뉴욕정토회 25주년’ 세월과 함께하신 분들이지요. 이제 정토행자 1년 차로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토회를 일구어 오신 선배 도반들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심에 뭉클한 마음이 일었습니다. 그 시절, 그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오늘 제가 이곳 뉴욕에서 행복한 수행자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기념품. 작고 가볍지만 펼치면 명절 장보기도 거뜬한 마법의 장바구니입니다
▲ 오늘의 기념품. 작고 가볍지만 펼치면 명절 장보기도 거뜬한 마법의 장바구니입니다

맑은 마음 . 좋은 벗 . 깨끗한 땅 이곳은 뉴욕정토회 입니다.

글.편집_박승희 (뉴저지법당)
사진_임선희 (뉴욕법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