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6.17 전법회원 법회
“어차피 계율을 다 못 지키는데, 참회가 점점 형식적으로 되지 않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전과 저녁에 전법 회원을 위한 생방송 법회를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부터 주간반 회원들을 위한 전법회원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전법회원들이 모여서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법문을 듣기에 앞서 이번에 새로 서원행자가 된 분들을 환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규 서원행자들을 환영하는 영상을 함께 본 후 큰 박수로 함께 기뻐했습니다.

이어서 전법회원들이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엊그제 6.13만인대법회를 무사히 끝내고 열리는 첫 법회이기 때문에 먼저 수고한 전법회원들을 격려했습니다.

“정토회 모든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여 6.13만인대법회를 잘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대표님을 비롯해 사무처장님, 각 지부장님, 지회장님, 모둠장님, 각 부서의 국장님, 팀장님, 담당자님 등 모든 임원단들의 특별한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시골에 만 명이 모여서 법회를 진행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고 의문을 가졌습니다. 조건이 열악했지만 모든 분들이 힘을 합쳐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당일 봉사자만 500명이 넘었습니다. 이분들은 행사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주차요원, 공양 준비, 각 부스에서 봉사자로 헌신해 주셨습니다. 특별히 이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에는 해외에서 100명이 넘는 정토회 회원들이 비행기를 타고 와서 행사에 참여해 주셨습니다. 아시아,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 등 세계 각국에서 참여해 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각 종교계 원로, 사회 원로, 정치 원로, 정치인 등 각계각층의 사회 인사들이 많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의 뜻을 세상에 더 널리 알리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만인평화선언을 널리 전해야 하는 이유

이제 남은 일은 이번 만인대법회에서 발표한 평화선언문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또 6.13만인대법회의 모습을 15분짜리 짧은 길이 영상, 50분짜리 중간 길이 영상, 120분짜리 풀영상으로 제작해야 합니다. 그 영상들을 정토회 회원 중 당일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공유하고, 참석한 여러분도 다시 보며 되새기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또 영상에 영어 자막을 입혀서 외국 사람들에게도 전달해야 합니다.

만인평화선언이나 만인의 다짐, 그 자체로는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만 명이 모여 이러한 결의를 했다는 점을 함께 알릴 때 파급력이 커집니다. 그러니 6.13만인대법회의 내용을 글과 영상을 통해 주변에 널리 확산시키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해나가야 할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전쟁의 위기가 고조된다면, 연말에 서울에서 다시 평화대회를 열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남한 정부나 북한 정부가 올해 안에 정책적 변화를 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두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첫째,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북미 간 대화가 진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미 간 대화가 이루어지면 남북관계도 회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남북관계 개선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 봄까지는 북한과 일본 간의 대화가 변수가 될 것입니다. 현재 북한과 일본 간의 대화가 진행 중인데, 이것을 잘 진척시켜 나간다면 당분간 전쟁의 위험을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언론에서 보신 것처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여 북러 간 군사적 동맹이 맺어진다면 군사적 대결 구도가 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강력한 힘만으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화를 통해서도 전쟁의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안보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쟁의 위험을 없애기 위해 상호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매우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6.13만인대법회를 연 것이니까 앞으로도 평화 행동을 확산시키는 데에 여러분 모두가 적극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스님의 격려 말씀에 이어서 특별히 수고가 많았던 정토회 대표님과 사무처장님의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전해종 정토회 대표님이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만 명의 마음을 모으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지만 과정은 즐거웠습니다. 대한정국 800년이라는 유훈을 한반도 평화, 국민통합, 국가의 지속적 발전이라는 현대적 과제로 풀어내시는 법륜 스님의 모습을 보면서 스승의 유훈을 어떻게 계승해야 하는지 참 많이 배웠습니다. 정토회에서 수행한 지 20년 만에 이번 행사를 통해 이제서야 비로소 용성조사님과 법륜스님의 제자로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6.13만인대법회를 한다고 아버님에게 말씀드렸더니 ‘전쟁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 하고 적극 지지를 해주셨어요. 행사를 마치고 나서도 아버님이 참 잘했다고 격려해 주시는 모습을 보니까, 이 행사가 원만히 잘 치러진 이유는 참석한 분들 뿐만 아니라 참석하지 못한 가족들과 지인들, 직장 동료들의 마음까지 모아진 덕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어서 백기순 사무처장님이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가면서 ‘이것이 정말 모자이크 붓다이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오로지 ‘행사를 잘 진행하자’ 하는 마음으로 모든 분들이 집중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그동안 정토회와 인연이 되었던 많은 분들도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토회가 한 단계 도약한다는 것을 느꼈고, 이 염원이 모아져서 대한민국의 도약을 발원하는 자리를 우리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땡볕에 앉아서 소중한 자리를 빛내 주신 모든 분들과 그 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큰 박수와 함께 그동안 수고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시골 산골짜기에서 만 명이 모이는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정토회가 한층 성장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정토회는 보름 동안 모든 전법회원들이 정일사 수련을 진행합니다. 정일사 수련에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지 스님이 입재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정일사 수련을 입재하는 날입니다. 오늘부터 2주간은 모든 것에 우선해서 정진을 해봅니다. 지난달에 우리는 정토회의 모든 일보다 우선해서 6.13만인대법회를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일과 겹치면 그 일을 포기하고 6.13만인대법회를 준비해야 했습니다. 그것처럼 이번 보름 동안은 어떤 일과 정진이 겹친다면, 오히려 일을 놓고 정진을 우선해야 합니다.

나의 정체성은 수행자입니다

정토회 회원은 수행자로서 사회활동을 해야 합니다. 나의 정체성이 ‘수행자’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나의 목표는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는 것입니다. 옛날 표현을 빌리자면 ‘상구보리 하화중생하는 보살’이 나의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일을 하다 보면 수행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놓칠 때가 있습니다. 회사의 사무실 직원처럼 똑같이 일을 하기가 쉬워요. 그래서 일 년에 두 차례는 정일사 수련을 통해 내 상태를 점검하고 항상 수행에 바탕을 두고 어떤 역할을 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천하가 태평해도 내가 괴로우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천하가 혼란스러워도 내가 편안한 것이 더 우선입니다. 내가 편안한 것을 기반으로 해서 천하를 편안하게 하는 게 우리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보름 동안은 부지런히 정진을 해서 나에 대해 자각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그룹별로 세 시간 정도 모여서 포살과 자자를 해야 합니다. 일반회원들은 이것이 의무가 아니라서 자기가 필요할 때 수행, 보시, 봉사를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전법회원은 수행할 의무가 있고, 봉사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니 정일사에 빠지지 말고 참여를 해주십사 부탁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들은 절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는데 현대인들은 대부분 운동 부족으로 몸이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절을 108배만 해도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만약 하루에 300배를 보름 동안 하면,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정진을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궁금한 점에 대해 스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몇몇 분들이 6.13만인대법회를 마친 소감과 제안들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한 분 한 분의 제안을 모두 수용하면서 6.13만인대법회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 다음에 이런 큰 행사를 준비할 때는 수행자로서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해준 후 법회를 마쳤습니다.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1시부터는 여행팀과 내년 1월에 진행되는 인도성지순례를 어떻게 준비할지 회의를 했습니다. 비행기값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오르고 있어서 대책을 논의하고, 만약 순례 일정이 하루가 더 늘어난다면 그에 따라 프로그램은 어떻게 조정할지 논의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서울 정토회관 방송실에서 저녁반 전법회원들을 위해 생방송 법회를 했습니다.

오전처럼 신규 서원행자들을 환영하는 시간을 갖고, 6.13만인대법회에서 수고가 많았던 분들을 격려하고, 정일사 입재법문을 한 후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6.13만인대법회를 마친 소감과 더불어 정토회 운영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전법회원이 되고 나서 포살에 처음 참가를 해보았는데, 18가지 계율을 모두 지키기가 무척 어려운 것 같다며 계율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어차피 계율을 다 못 지키는데, 참회가 점점 형식적으로 되지 않을까요?

“저는 처음 전법회원이 되어 포살에 참여하면서 계율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제 수준에서는 계율을 100퍼센트 지키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아요. 몇 가지 예를 들면, 첫째, 현대인들이 구입하는 모든 물건이 포장되어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 빵이나 커피, 설탕, 떡 등 거의 모든 음식이 중독성 있는 물질인데, 중독성 물질을 섭취하지 않는다는 계율도 불가능하지 않은가 생각이 듭니다. 청소를 한다는 것은 세균, 곰팡이, 이런 것들을 죽이는 일도 되는데요, 세균과 곰팡이도 엄연히 생명 아니겠습니까? 그들을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청소는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기, 지네, 바퀴벌레, 이런 것들도 생명이지만, 집에서 사람에게 접근하면 그것도 죽여야 될 것 같거든요. 그래서 ‘생명을 죽이지 않는다’ 이 계율도 지키기가 불가능해 보입니다. 결국 ‘어차피 나는 계율을 다 못 지켜’ 이러면서 형식적으로만 포살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질문자처럼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겠어요. 우리는 수행자로서 믿음이 있어야 되고, 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되고, 그리고 법에 대한 실천이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질문자는 첫째, 법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계율을 다 지키는 것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이렇게 얘기하는데, 예를 들어 커피나 차 같은 거 안 마시고, 마약 같은 거 안 하고, 담배 안 하고 사는 게 뭐가 어렵겠어요?

하지만 그 행동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렵습니다. 그 행동을 안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하나도 어려운 게 아니에요. 담배가 들어오기 전에 신라 시대 사람들은 담배 안 피우고도 잘 살았잖아요? 설탕이 들어오기 전에 설탕 안 먹고도 다 잘 살았잖아요? 커피가 들어오기 전에 커피 안 먹고도 잘 살았잖아요? 그런데 이거 안 먹으면 사람이 못 산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우리가 백 년 전에 누가 비닐을 썼습니까? 아무도 비닐 안 썼어요. 그러고도 잘 살았잖아요. 그러니 내가 못하는 것일 뿐이지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살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살면서 보이지 않는 미물을 죽이고 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참회를 해야 됩니다. 내가 산다는 것 자체가 다른 생명의 희생 위에 있음을 늘 자각하고 있어야 돼요. 그래서 발우공양을 할 때 외우는 소심경에도 ‘한 방울의 물속에도 팔만 사천 마리의 벌레가 있구나, 내가 만약 염불을 하지 않고 이 물을 마시게 되면 살생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살생을 하기 위해서 이 물을 마시는 것은 아니에요. 물을 먹다 보니 그 속에 나도 보지 못하는 생명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그것에 대해 참회를 하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해치는 경우가 있다는 뜻입니다.

부처님과 어떤 눈먼 비구 사이의 대화를 잠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어느 날 눈먼 비구가 길을 가다가 개미를 밟아서 개미가 죽었습니다. 자자 시간에 다른 스님들이 ‘저 비구가 살생을 했습니다’ 하고 문제 제기를 하니까 본인은 ‘제가 살생한 적이 없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눈먼 비구가 계율을 어겼나, 안 어겼나 하고 논쟁이 됐는데, 부처님께서 ‘그 비구는 살생하지 않았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어떤 비구니 스님이 숲 속에서 혼자 정진하다가 성폭행을 당했어요. 그러자 비구들이 ‘저 비구니는 음계를 범했다’ 하고 노닥거렸습니다. 그런데 비구니 스님은 자기가 음계를 범했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당한 거지, 내가 즐긴 게 아니다’ 하고 부처님께 하소연을 했는데, 부처님께서는 ‘이 비구니는 음계를 범하지 않았다. 그러니 대중들이 이걸 가지고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살생을 하지 말아야 하고, 중독성 물질을 섭취하지 말아야 하고, 지구환경 위기 속에서 가장 큰 오염 물질인 플라스틱을 줄이도록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내가 그것을 못 지킬 때 ‘이것은 못할 수밖에 없다’ 하고 합리화해서는 안 됩니다. 지키지 못하면 당연히 참회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참회한다면 그건 맞지가 않아요. 진지하게 참회를 해야 합니다. 내가 죽을 때까지 못 지키더라도 참회는 해야 됩니다. 왜냐하면 만약 비닐 포장에 든 사탕을 먹고 참회하게 되면, 이 사람은 플라스틱이나 더 큰 것을 노골적으로 사용하는 일을 자제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작은 것을 어겼지만 참회를 한 덕분에 더 큰 것을 막게 됩니다. 만약 커피 같은 중독성 물질을 마시고서 참회를 한다면, 적어도 술을 먹고 취한다든지, 마약을 섭취하는 것은 아예 꿈도 안 꿀 수가 있습니다. ‘커피 먹는 게 뭐 어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술 한 잔 먹는 거 뭐 어때?’ 이렇게 생각하게 되고, 나중에는 ‘마약 그것 좀 하면 어때?’ 이렇게 될 위험까지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것에 대해서 자각을 하고 있으면 큰 것에 대해서 미연에 방지를 할 수 있습니다.

‘작은 것은 어쩔 수 없고 큰 것만 지킨다’ 이러면 차츰 큰 것도 다 어기게 됩니다. 개미 한 마리 안 죽이려는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죽이겠어요? 그런데 ‘개미 같은 건 죽여도 돼’ 이러면 ‘토끼도 죽여도 돼’ 이렇게 되고, 심지어 ‘사람도 죽일 수 있어’ 이렇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참회를 건성으로 해서도 안 되고, 잘못했다고 죄의식을 너무 가져서도 안 됩니다. 죄의식은 잘못에 집착하기 때문에 생기는 겁니다. 18계를 다 지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못 지킨다고 다른 사람도 못 지킨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정도에 따라서 18계를 다 어기고 참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한두 개 어기고 참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럴 때 ‘너는 몇 개 참회하느냐’, ‘나는 몇 개 참회한다’ 이런 얘기는 하지 않아야 됩니다. 참회는 각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참회하는 것도 아니고, 참회할 게 적다고 훌륭한 사람인 것도 아닙니다. 계율은 모두 지켜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못 지키는 것에 대해 참회하고 늘 자각함으로써 한두 개씩 줄여 나가야 합니다. 같은 참회를 하더라도 매일매일 어기던 것이 한 달에 두세 번 어기는 것으로 줄었다면, 매일매일 어겨도 참회를 한 번 하고, 한 달에 한 번 어겨도 똑같이 참회를 한 번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참회의 개수나 횟수가 얼마냐고 묻는 것 자체는 의미가 없습니다.

똑같이 참회를 해도 한 사람은 30번을 어기고 참회를 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은 한 번 어기고 참회하는 것일 수가 있습니다. 매일매일 술 먹고 참회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쩌다가 일하는 중에 맥주 한 잔 갖다 줘서 마시고서 참회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참회하는 개수나 횟수를 갖고 이 사람은 잘 됐고 저 사람은 안 됐다고 보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서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일을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참회는 각자 자각해서 해나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좀 더 나은 쪽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참회를 몇 번 하든 관계없이 늘 그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서 가능하면 범하지 않는 쪽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계율을 범할 때가 있어요. 다만 알고서도 의도적으로 계율을 어긴다면 그것은 계율 정신에 어긋납니다. 나도 모르게 깜빡해서 어겼다가 ‘아, 내가 잘못했구나!’ 하고 돌이키는 것이 참회입니다. 이런 관점을 갖고 포살과 참회를 하시면 되겠습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고 법회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넘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6.13만인대법회를 준비한 정토회 임원단을 격려하는 시간을 갖고, 오후에는 평화재단 현안진단을 발행해 온 연구위원들과 모임을 한 후, 저녁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 6층 국제회의장에서 외국인들을 초청하여 영어 통역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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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현

공양게송 소심경이 마음이 와 닿았습니다. 이 몸을 유지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들의 희생이 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07-02 09:26:37

최상훈

고맙습니다 ^^

2024-06-23 15:11:20

박철성

상구보리하와중생
오늘도 생생명경 법문 감사히 잘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06-23 09: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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