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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두북 수련원에서 나비장터와 김장축제가 열리는 날입니다.
1년 동안 농사지은 생산물을 정토회 회원들과 나누고,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게 공유하는 축제의 장입니다.
8시 50분이 되자 각 부스별로 사전 준비를 마친 후 봉사자들 모두가 운동장 가운데로 모였습니다.
삼귀의, 수행문을 낭독한 후 스님에게 여는 말씀을 청했습니다.
“봄부터 밭을 일구고, 배추를 심고, 키우고, 수확하고, 다듬고, 양념을 만들고, 김치를 만들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오늘 하루도 힘이 닿는 대로 봉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공동체지부에서는 사회 인사들에게 보내는 김치를 어젯밤 10시까지 작업해서 겨우 끝냈습니다.
오늘은 김장 축제를 핑계로 함께 어울리는 시간입니다. 농산물이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우리가 봉사해서 수확한 것이니까 한번 맛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했어요?”
“네!”
“다들 축제를 준비하느라 수고들 많이 하셨습니다.”
농사팀에서는 올해 배추반을 새로 모집하여 일 년 농사를 함께 지었습니다. 모두 배추반 봉사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서 역할을 맡아 수고해 준 서로에게도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김장축제!”
스님은 잠시 후 생방송 강의 일정이 있어서 김장 축제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한 후 방송실로 향했습니다.
봉사자들은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각자 자신의 위치로 이동해서 정토회 회원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운동장에서는 나비장터와 김장축제가 시작되고 스님은 10시부터 경전대학 학생들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즉문즉설을 하기에 앞서 경전대학 학생들이 지난 한 달 동안 평화 실천 활동을 한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실천을 다짐해 보는 학생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지난주에 애광원에 배추를 나눠주고 구룡마을에 연탄 나눔을 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준 후 연말에는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시간을 가져볼 것을 당부한 후 곧바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9월에 입학한 경전대학 학생들은 반야심경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수업 중에 궁금했던 내용들을 편안하게 질문했습니다. 사전에 다섯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그중 한 명은 반야심경 강의에서 스님이 설명한 양자역학과 우주의 원리가 마음공부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질문했습니다.
“이 세상은 크게 물질세계, 생명세계, 정신세계,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중 첫 번째가 물질세계입니다. 공기나 흙 등이 모두 물질적 존재라고 할 수 있죠. 물질적 존재에 대해서는 우리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정도의 지식으로도 상당 부분 이해하고 있습니다. 모든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는 원자이고, 원자들이 결합해서 분자가 되고, 분자들이 다시 결합을 해서 물질이 됩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모든 물질은 신이 창조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19세기에 돌턴의 원자설이 나올 무렵만 해도 사람들이 물질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모든 물질은 근본 알갱이인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돌턴의 원자설이 등장했고, 그 이후로 입자물리학이 발달하면서 처음엔 분해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원자도 더 작은 소립자의 결합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소립자들은 또다시 쿼크(quark)의 결합이라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이렇게 물질의 가장 근본이 되는 입자를 밝혀내고, 그러한 미시 세계의 입자들이 어떤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지를 밝혀내는 학문이 양자역학입니다.
물질세계에는 이렇게 작은 입자를 다루는 미시 세계도 있고, 사람에게 익숙한 현실 세계도 있고, 넓은 우주를 다루는 거시 세계도 있습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거시 세계를 관장하는 물리 법칙은 소위 만유인력이라고 부르는 중력입니다. 그리고 미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원자핵 내부의 핵력입니다. 이렇게 같은 물질계라고 하더라도 미시 세계인지, 거시 세계인지에 따라 주된 힘과 성질이 다릅니다.
두 번째는 생명세계입니다. 물질적 현상에는 크게 물리적 변화와 화학적 변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관장하는 법칙들이 물리 법칙과 화학 법칙이라고 할 수 있죠. 반면, 생명계의 기본 작용은 신진대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 현상의 원리는 물질세계에 기반하긴 하지만 물질세계의 원리와는 다른 작용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생명에 기반해서 나타나는 정신세계입니다. 정신세계는 생명세계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또 생명세계와는 다른 작용을 합니다.
이렇게 이 세상의 존재를 물질, 생명, 정신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부처님께서는 주로 정신 작용에 대해 연구를 하셨습니다. 물론 부처님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과학자나 의사처럼 몸을 해부해서 연구를 하신 건 아닙니다. 그러나 마음 작용은 생명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몸에 대해서도 탐구를 하셨습니다.
이렇게 붓다가 탐구 끝에 발견해 낸 것이 무아(無我)와 무상(無常)입니다. 그런데 무아와 무상과 같은 가르침은 부처님 당시에는 정말 이해하기가 어려운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람에겐 영혼이 있다거나, 그 영혼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는 물질세계에서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믿음이었습니다. 생명세계에서는 창조설을 믿었고, 정신세계에서는 영혼불멸설 등을 믿었기 때문에, 그 당시 부처님이 설한 연기, 무상, 무아와 같은 깨달음은 가히 혁명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어쩌면 양자역학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보다 더 파격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놀라운 부분은 최근에 물질세계와 생명세계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뤄지면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연기, 무아, 무상이 비단 정신세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물질세계와 생명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즉, 물질세계, 생명세계, 정신세계의 작용 원리가 동일하다는 거죠. 달리 말하면, 아주 미시적인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이나, 거시세계를 다루는 우주론이나, 생명현상을 다루는 분야나, 그 기본 원리가 같다는 뜻입니다.
이건 기존의 종교와는 매우 다른 점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의 믿음이나 가르침들은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면서 자연법칙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가령,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는 믿음은 빅뱅 이론이 나오면서 그 입지가 매우 좁아졌고,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는 믿음도 과학이 발달하면서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반면, 붓다의 가르침은 과학이 발달하고 다양한 분야가 연구되면 될수록 더 맞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런 뜻으로 불교의 과학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불교의 과학성이라는 말이 붓다가 물리학자처럼 물질을 연구하고, 의사나 생물학자처럼 신체를 연구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물질세계만 놓고 봐도 거시세계에 적용되는 만유인력, 현실세계의 전자기력, 미시세계에 적용되는 핵력, 이렇게 차원에 따라 주된 법칙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통일장 이론과 같은 아이디어도 나오게 된 겁니다. 그런 것처럼 물질세계, 생명세계, 정신세계에도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들은 다르지만 그 안에 또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서양의 학문은 물질과 생명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뤄졌는데도 아직 정신세계에 대해서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는 것보다 더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위대한 과학자라는 사람도 창조설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위대한 생물학자라는 사람도 영혼설을 믿기도 합니다. 그만큼 정신세계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전에 형성된 믿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불교를 공부하는 여러분에게는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장점은 여러분이 선택한 불교는 적어도 허황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과학이 발달하고 세상이 변한다고 해도 붓다의 가르침 중에는 모순이라고 밝혀질 내용들이 거의 없어요. 불교가 아닌 윤회설 같은 경우에는 사람이 죽어서 개가 되고 소가 되어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데, 이런 믿음은 앞으로 생명에 대한 연구가 발달하면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위험이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게 아니라는 것도 결국 과학이 발달하면서 밝혀졌잖아요. 그런 것처럼 사람의 정신력과 개의 정신력이 정말로 호환이 되는지는 앞으로 과학 분야에서 점점 밝혀지게 되겠죠. 요즘 나오는 전자칩들은 과거에 쓰였던 기계와는 호환이 안 됩니다. 서로 작동하는 원리나 체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처럼 언젠가는 사람의 의식과 동물의 의식이 호환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뤄질 겁니다.
그러니 불교가 아닌 것을 자꾸 불교라고 이야기하면 나중에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종교적인 믿음을 부정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믿음을 가지는 것은 각자의 자유입니다. 그러한 믿음을 존중하면서도 그것이 붓다의 가르침은 아니라는 구분을 분명하게 할 줄 알아야 해요. 왜냐하면 자칫 불교가 아닌 것을 불교인 줄 착각하고 있으면 과학이 발달하면서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면 ‘사실이 아닌 걸 잘못 믿었네’ 하는 혼란에 빠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장점은 불교 공부로 인해 과학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불교는 정신세계에 대해 많은 연구가 되어있습니다. 물질, 생물, 정신의 근본 원리에는 공통점이 많기 때문에 불교를 공부하면 과학이나 생물학의 연구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공부하는 과학은 이미 밝혀진 내용들입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영역을 연구해 나가려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걸 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합니다. 기존의 고정관념으로는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요즘 세계적인 기업들에서는 모범생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하지 않은 생활을 한 사람들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보던 것과는 다른 시선에서 뭔가를 볼 수 있어야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다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말하더라도,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생각을 해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죠. 모두가 양반과 상놈이 따로 있고, 남자는 우월하고 여자는 열등하다고 말하는 속에서 남들과는 다르게 볼 수 있어야 신분의 높고 낮음이 따로 없고, 남녀가 평등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생각을 가지면 그 당시에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수가 있겠죠.
뭔가 새로운 창조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보다는 조금 다르게 보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배운 그대로 사고가 굳은 사람은 모방하는 데는 필요하지만 새로운 걸 창조하는 데는 크게 효용이 없습니다. 애플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도 그렇고, 전기 자동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일론 머스크를 봐도 일반인들의 기준으로 보면 다들 특이한 사람들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다들 예의라는 범주를 따르고 주변 사람들과 비슷하게 말과 행동을 하는데, 이 사람들은 말과 행동도 특이하고 엉뚱한 생각들을 하죠.
불교 공부를 하게 되면 고정관념을 버리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또 사물을 옳고 그름이나 맞고 틀림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고, 깊이 있는 철학적 사고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불교 공부를 하면 비교적 창조적 사고를 하기가 쉽습니다.
다른 종교에서처럼 무조건 믿고 따르는 방식의 사고는 앞으로 미래 사회에는 조금 덜 맞지 않을까 싶어요. 학교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답을 정해놓고 배우는 교육은 창조적인 일을 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믿음에 대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믿고 따랐는데 나중에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 기분이 나빠지죠. 믿음이 부정당하면 괜히 속은 것 같고 상처를 받게 됩니다. 자기가 절대로 옳다고 믿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꿈속의 허황된 이야기더라 하면 얼마나 불행한 인생이 됩니까.
그래서 모든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는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불교는 믿음의 측면에서도, 이해의 측면에서도, 미래에 창조성을 갖는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유용합니다. 어떤 논리를 초월하는 건 괜찮지만, 그렇다고 허황된 이야기는 나중에 오히려 속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제가 100년 전에 태어났다면 과학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을 때이니까 무상과 무아를 다른 방식으로 설명했을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고등학교에서 배운 과학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가 무상과 무아를 물질적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기도 하는 겁니다. 이렇게 무상과 무아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영혼불멸설로부터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앞으로 운전을 자동으로 하는 자율주행차가 나온다고 해도 자동차 안에 무슨 실체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저 기계 부품들을 조립해서 거기에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깔면 그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가는 것뿐이지, 거기에 무슨 영혼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 것처럼 인간의 마음이 작동하는 것도 까르마라고 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것뿐입니다.
인간의 정신세계가 까르마에 의해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생명이 소중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건 다른 이야기예요. 이 옷이 누구의 것이 아니라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누구의 것도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쓸 수가 있고 더욱 소중하게 아껴야 합니다. 자동차에 영혼이 없다고 해서 자동차를 함부로 대하거나 부숴도 된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이용을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잘 이해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을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에도 적용할 수 있고, 불교 공부를 통해서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말씀을 잘 새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학생들의 질문에 모두 대답을 하고 나니 약속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다음 달에 다시 즉문즉설 시간을 갖기로 하고 12시가 넘어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2시부터는 평화재단 통일의병 정기총회에 참석했습니다. 통일의병들은 오후 내내 정토사회문화회관 9층에 모여 정기총회를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스님은 두북 수련원 방송실에서 온라인으로 참석하여 통일의병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반갑습니다.”
평화재단 통일의병이 창립을 한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통일의병들은 지난 10년을 돌아보고 미래 10년을 내다보며 통일의병들이 어떤 관점을 갖고 활동을 해나가면 좋을지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한반도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현실을 언급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강조했습니다.
“통일의병이 창립된 지가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우리가 통일의병을 창립할 때는 과거 역사 속의 의병들처럼 나라의 위기를 구하고자 큰 뜻을 세우고 시작했습니다. 고구려와 발해 유적지, 압록강, 두만강, 백두산을 찾아서 호연지기를 키우고, 여력을 모아서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를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고구려, 발해 멸망 이후 천 년 동안 동아시아의 약소국가로 살아온 한을 푸는 민족통일을 달성함으로써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통일 대한민국이 되기를 꿈꾸었습니다. 세계 평화를 옹호하고 한류를 널리 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보자는 큰 뜻을 품고 새로운 백 년을 맞는 자세로 통일의병은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년은 우리의 바람처럼 평화통일로 나아가기보다는 미중의 경쟁이 더욱더 치열해지면서 거꾸로 한반도의 긴장이 더 고조되어 왔습니다. 2017년도에는 지금보다 더한 위기가 찾아와 광화문에서 평화대회를 여는 시민행동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1년 후 2018년도에는 남북 간 합의에 진전이 이뤄지고, 남한의 대통령이 백두산에 오르고 북한 땅을 밟고 평양에서 연설도 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갖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에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결렬이 되면서 남북 관계는 다시 경색이 되고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더욱더 긴장이 고조되는 쪽으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지금만 보면 굉장히 암담합니다. 우리 주위의 강대국인 미중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이 터지고,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은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전반적인 조건을 보면 더욱더 나쁜 상황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70년을 돌아보면 남북이 전쟁할 듯하다가도 평화가 도래하고, 화해와 협력이 이루어져서 평화가 정착하나 하다가 다시 돌변해서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습니다. 분단 이후 지난 7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지금의 긴장 고조가 우리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낙담할 정도는 아닙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하면 좋은 시절 인연이 오겠느냐’ 하면서 점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인연이 도래하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통일의병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우리가 무슨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느냐’ 하고 계속 제안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저도 여러분들 못지않게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는 마음이 크지만, 현재 상태에서 어떤 대중 운동을 하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우리가 희생을 무릅쓰고 한다 해도 효과 면에 있어서 힘만 들지 효과가 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물밑 접촉 방식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가서 ‘한반도의 긴장이 미국의 국익에도 좋지 않다’ 하고 설득하고, 또 며칠 전에는 일본에 가서 ‘북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일본의 장기적 안보 상황에 유리하다’ 하고 설득을 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와도 비공식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진척이 될 만한 돌파구가 없습니다.
미국은 아마도 내년 선거가 끝나야 변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선거까지 일 년이나 남아서 확실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누가 당선이 되느냐에 따라 북미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날 수도 있고요. 그런 면에서 일 년은 지나야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남한은 내년에 4.13 총선 결과에 따라 정부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또 우선 북한이 국경을 개방해야 인도적 지원을 하든 교섭을 하든 할 수 있을 텐데 북한도 문을 닫고 있으니까 현재로서는 돌파구를 만들어내기가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마음이 답답할 거예요. ‘통일의병이 되어서 이렇게 아무 일도 안 하고 밥만 축내고 있어야 하느냐’ 하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의병은 긴급할 때는 목숨을 버리는 희생도 두려워하지 않고 나서야 하지만 평소에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훈련을 지속하고 긴급사태에 대비해야 합니다.
통일의병을 창립하고 나서 지난 10년의 시간은 어떻게 보면 길지만 역사 속에서는 짧은 시간입니다. 지난 10년은 통일의병이 창립되고 자리를 잡는 시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10년은 의병이 창립 취지에 맞게 본격적으로 활동한 시기라고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10년 만에 쇠퇴를 했다고 평가될 수도 있겠지요. 그것은 여러분이 하기 나름입니다.
내년이 되면 통일의병이 좀 더 활발하게 활동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더 큰 가능성이 열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힘을 비축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꿈을 잊어버려서는 안 됩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향한 우리의 염원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마치 잠복하듯이 행동할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때가 왔을 때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고 전략을 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오늘 이 자리가 10년을 마무리하고 다음 10년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내년부터는 조금 더 모임을 확대하고 내부를 정비했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의병입니다. 의병은 일사불란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오합지졸이 되기 쉽습니다. 물론 각각 자유로운 개개인이 모였으니 군대처럼 일사불란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여러분은 의병이기 때문에 나라와 민족을 구하겠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일사불란하게 행동하고 의지를 결연히 다져야 합니다. 오늘 여러분 모두가 그런 각오를 했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이번 총회를 기회로 삼아서 의병으로서의 삶을 다시 한번 결의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통일의병 창립 10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통일의병들은 지난 10년 동안 통일의병들이 탄생할 수 있게 기반을 만들어주고 잘 이끌어준 스님에게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방송실을 나오니 운동장에서는 김장축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고 뒷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정토회 회원들이 김장 김치를 한 봉지씩 들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저녁에는 두북 수련원에 스님과 함께 불교학생회 활동을 함께한 옛 도반들이 찾아왔습니다. 도반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눈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외국인을 위한 영어 통역 즉문즉설을 하고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오후에는 무안 미륵사에 도착하여 광주전라 지부 회원의 날 행사에 참석하여 즉문즉설을 하고, 저녁에는 서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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