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2.2 연탄 배달, 길벗 법회
“11년째 연기하고 있지만 늘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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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방송, 영화, 연극 예술인들의 마음공부 및 봉사 활동 모임인 ‘길벗’에서 연탄 배달 봉사를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8시에 영어 정토불교대학 코스1 과정에 입학한 학생들과 생방송으로 즉문즉설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북미 동부와 서부, 캐나다, 이탈리아, 홍콩,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했습니다.

지난 9월에 영어 정토불교대학 코스1 과정을 새로 시작했습니다. 코스1 과정에서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과 원리를 담고 있는 실천적 불교 사상 과목을 배우고 있습니다. 스님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불교대학을 공부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학생들이 수업 중 궁금한 점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그중에서 한 가지 질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친구와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갈등이 생겼습니다

“I have had a very close relationship with a friend, and we decided to start a wellness business together. While I enjoyed it very much her husband got involved. He was very disrespectful to me and caused me suffering. I know it's best for my health to create a distance between us, but it's been very difficult. I tried to apply the six principles of harmony by exchanging opinions that we could not reach a consensus. I tried to accept our differences, but the suffering is too great. When I attempt to separate myself from them, it makes me very sad. How can I help myself be happy?”
(저와 매우 가까운 친구가 있는데, 함께 건강 관련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일을 즐겁게 하고 있었는데 친구의 남편이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 남편은 제게 매우 무례했고, 그로 인해 저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제 건강을 위해서는 우리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알지만 정말 어렵습니다. 의견을 주고받기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인 육화합의 원칙을 적용해 보았는데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고통이 너무 큽니다. 그들로부터 나 자신을 떼려고 노력하면 정말로 슬퍼집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요?”

“선택을 해야 합니다. 함께 있으면 경제적 손실이 생기고, 서로 떨어지면 아쉬움이 생길 수가 있겠죠. 그러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취해야 합니다. 둘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친구나 친구의 남편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둘 다 가질 수 없는데 둘 다 가지려고 내가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어떤 것이든 하나를 선택하세요. 둘 다 중요하지만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관계를 조금 멀리해야 합니다. 관계를 더 중요시한다면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각오하셔야 합니다.”

“Is that suffering from ignorance?”
(고통은 무지로부터 오나요?)

“네. 그렇습니다. 무지(無知)를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합니다. 첫째, 욕심입니다. 둘째, 내 성질대로 하려고 하는 성냄입니다. 셋째, 나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음입니다. 이 세 가지는 다 나에게 손해를 발생시키는데도 불구하고 이익이 생기는 줄 착각하고 어리석게 행동하기 때문에 이것을 무지라고 말합니다.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 보면 모순된 두 가지를 다 가지려고 하는 욕심 때문에 고뇌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어떤 관계를 꼭 개선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관계를 개선할 수 있으면 하고, 개선할 수 없으면 관계를 멈춰도 됩니다.”

“I suppose since I’ve made one of those options to pull away, I don’t know how to not have this feeling. Typically, I would say that time heals. Is that correct?”
(거리 두기를 이미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감정을 어떻게 없애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게 맞나요?)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거리를 두지만, 무의식 세계에는 그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고뇌가 생기는 겁니다. 일단 관계를 1년 정도 멀리해 보면 판단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점점 잊혀 간다면 관계를 맺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그리움이 점점 더 강해진다면 오히려 갈등을 각오하고 관계를 맺는 게 더 낫습니다.”

“I am so grateful that you were able to guide us through this. I am grateful to have been speaking with you. There are a lot of contradictions and a lot of things to think about from this and from the other teachings. So, thank you”
(저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잘 극복해 갈 수 있게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과 대화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제가 갖고 있는 모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질문에 대해 답변을 다 하고 나니 약속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다음 달에도 궁금한 점에 대해 또 대화를 나누기로 하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정토불교대학 학생들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9월에 입학한 불교대학 학생들은 지금 부처님의 일생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오늘은 부처님의 일생을 공부하면서 궁금한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스님은 부처님의 일생을 배우는 의미, 2600여 년 전의 신화적인 이야기 속에 담긴 현대적 의미, 현재까지도 앞서는 혁명적인 사상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지난달에 불교대학 학생들 모두가 으뜸절에서 실천 활동을 하며 일과 수행의 통일을 경험한 모습을 영상으로 본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다섯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약속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점심식사를 한 후 스님은 길벗 모임과 함께 연탄 배달 봉사를 하기 위해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판자촌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1시에 구룡마을 회관 앞에 도착하자 배우 조인성 씨, 한지민 씨, 이시언 씨, 조혜정 씨, 임세미 씨, 가수 마야 씨, 작가 노희경 씨, 방송인 김제동 씨 등 방송, 영화, 연극, 예술계에 종사하는 140여 명의 봉사자들이 연탄을 배달하기 위해 모여 있었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작업복과 마스크를 쓴 스님을 뒤늦게 알아보고 모두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오늘 하루 지도법사가 아닌 연탄 배달부가 되어 함께 했습니다.

추운 겨울, 아직도 연탄이 필요한 이웃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습니다. 매년 따뜻한 손길이 이어져 왔는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후원도 줄고, 자원봉사도 발길이 끊겨 구룡마을 주민들은 연탄을 아껴가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JTS에서는 이 소식을 접하고 연탄 지원을 4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JTS 이사장인 스님이 먼저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오늘 완전 무장을 하고 왔습니다. 이 옷은 제가 밭에 똥거름을 뿌릴 때 입는 옷입니다. 아무리 연탄이 묻어도 옷만 벗어서 빨면 되거든요. 겨울에도 추위에 떠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따뜻한 연료를 공급해 봅시다. 함께 수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길벗 모임의 대표인 노희경 작가님이 참가자들에게 몇 가지 유의 사항을 알려 주었습니다.

“오늘 연탄을 나르다 보면 엄청 배가 고픕니다. 그렇지만 혼자서 뭘 먹지 맙시다. 조금만 참으시고 연탄 배달에 전념해 주세요. 특히 오늘 배우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간혹 극성팬들이 오셔서 사진을 찍자고 하거나 편지를 건네는 일들이 있어요. 자제해 주십시오.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각자 유의해 주시고요.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셔서 참 따뜻하고 든든합니다.”

그리고 동네 주민이 나와 오늘 연탄을 배달할 집을 알려주었습니다.

“먼저 동선이 먼 곳으로 갈게요. 이곳은 70명 정도 필요합니다. 사람을 나눠서 연탄 배달을 하겠습니다.”

스님은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먼 곳이면 제가 갈게요.”

오늘 길벗 모임과 함께 배달해야 할 연탄은 모두 3천 장입니다. JTS와 길벗 모임에서는 장애인, 중증 환자, 유공자 등 15 가구를 선별한 후 가구마다 2백 장을 배달해 주기로 했습니다. 모두가 어렵지만 특히 어렵게 사는 분들입니다.

어제 JTS 활동가들이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는 미리 연탄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러나 좁은 골목으로는 차가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길벗 봉사자들이 골목마다 길게 줄을 서서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날랐습니다.

연탄을 하나씩 나를 때마다 몇 번째 연탄인지 숫자를 헤아렸습니다.

“1, 2, 3...... 198, 199”

한 집마다 200개씩 연탄을 쌓았습니다. 스님은 집으로 들어가서 연탄을 쌓는 일을 맡았습니다. 연탄을 쌓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스님밖에 없었습니다. 스님은 먼저 바닥을 수평으로 만들고 연탄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습니다.

어느 정도 연탄이 쌓이자 스님은 봉사자에게 연탄 쌓는 일을 맡겼습니다.

“이제 이 위로 차곡차곡 쌓으면 돼요. 한번 해보세요.”

그리고 스님도 밖으로 나와 함께 연탄을 날랐습니다.

“마지막 200장 들어갑니다!”

마지막 연탄이 출발하자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습니다.

연탄이 쌓여가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집주인이 2백 장이 모두 배달되자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너무 고마워요! 덕분에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냅니다. 스님께서 해마다 지원해 주시는 것 잊지 않고 있어요.”

200장 배달을 완료하면 지체 없이 다음 집으로, 다음 집으로 배달을 계속했습니다. 같은 동작을 계속하다 보니 중간에 허리가 아픈 사람은 신음 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한 번씩 방향을 반대로 서면서 부지런히 연탄을 날랐습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작년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해서 그런지 예년보다 빨리 2시간 만에 3천 장 배달이 끝났습니다.

“마지막 연탄입니다. 끝났습니다!”

온몸이 뻐근하지만 빈 손으로 골목을 나오는 마음이 뿌듯합니다. 장갑을 벗으니 연탄재가 까맣게 묻어 있었습니다. 연탄재가 묻은 얼굴을 그대로 한 채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길벗 파이팅!”

길벗 모임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마음 나누기를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거리 모금이 중단되는 바람에 오랜만에 길벗 모임에 나온 한지민 씨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연탄을 열심히 나르고 나니까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내년 겨울에도 함께 합시다.”

스님은 배우들과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차를 타고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지하 1층 식당에는 카레와 김치가 정성껏 차려져 있었습니다.

언 손과 발을 녹이며 맛있게 식사를 하고 대강당에 모두가 다시 모였습니다. 오후 5시부터는 스님과 함께 인생 고민에 대해 묻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 연탄 배달을 가볍게 운동 삼아 했습니다. 우리들의 노력이 그분들이 따뜻한 겨울밤을 지내는 데 작게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이 자리는 법회도 아니고, 일을 마치고 나서 마음 나누기처럼 가볍게 대화하는 시간입니다. 소감을 이야기해도 좋고, 질문을 해도 좋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솔직하게 꺼내 놓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오늘은 이야기하지 말고 노래를 하자고 제안한다면 저는 그것도 좋습니다.” (웃음)

즉석에서 누구든지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대화를 하는 중에 가수 마야 님이 무대로 올라와 멋진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마야 님은 오늘 길벗 모임에 처음 참여했다고 합니다.

‘진달래꽃’, ‘나를 외치다’ 주옥같은 노래들을 파워풀한 목소리로 열창하자 모두 손을 흔들며 환호했습니다. 노래가 끝나고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노래를 들으니까 좋죠? 노래도 참 잘 불렀지만 청중의 호응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렇게 분위기를 일신해서 다시 대화를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다시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연기 활동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경쟁이 치열한 업계에서 늘 뒤처질까 봐 두려움이 생긴다며 어떤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11년째 연기하고 있지만 늘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두려워요

“저는 11년째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를 하고 있는데, 이 길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약해지면 안 된다는 일념으로 한 해 한 해를 버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연말이 되고 새해가 시작되는 시기가 되면 문득 ‘내년에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만약 이게 커리어의 끝이면 어떡하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들이 밀려옵니다.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그런데 죽지 않는 이상 올해 연기 인생이 끝날 이유가 뭐가 있어요?”

“제가 아무래도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을 하다 보니까 해가 거듭될수록 달라지는 나의 모습도 느껴지고, 이 시장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니까 저도 모르게 생기는 막연한 두려움이 느껴집니다. 지금까지는 약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제 자신을 다그치고, 열심히 관리하면서 지냈는데,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내년에도 올해만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약해지지 말고 버티라는 말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좋을까요?”

“제가 연예계에서 일해 보지 않아서 속사정을 다 아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그냥 제가 생각하는 대로 편하게 이야기할게요.

10대나 20대 신인 배우가 활동을 시작할 때는 대부분 외모에 비중을 많이 두는 것 같아요. 우리가 신인이 등장했다고 하면서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상당 부분 외모로 판가름이 나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배우 생활 10년이 넘어가는 사람이 계속 얼굴로만 승부를 보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마치 부잣집 자식이 평생 부모한테서 받은 것만 쓰면서 사는 것과 다름없는 자세가 아닌가 싶어요. 외모로만 승부를 건다는 건 그저 부모를 잘 둔 덕을 봐서 인물만 가지고 살아가려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연기력으로 승부를 건다고 생각해 보세요. 연기력은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늘어 갑니다. 나이가 들어가는데 연기력이 예전보다 못해질 일은 없잖아요. 질문자가 지금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나이가 서른이 넘고 마흔이 되어가는데도 계속 20대 때의 얼굴이나 몸매를 가지고 승부를 걸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젊은 사람들과 외모를 자꾸 비교하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이 아닐까요?

나이를 먹고 30대에 접어들었다면 20대들과 자꾸 외모로 비교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외모로 덕을 보는 일은 20대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나는 내 나이에 맞는 쪽으로 위치를 옮겨가야 해요. 나이가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었는데도 성형을 하거나 몸매를 가꿔서 20대의 모습을 연기하려고 한다면 잠깐은 통할지 몰라도 얼마 안 가서 20대한테 밀리게 됩니다. 20대는 새로운 인력이 계속 유입되기 때문에 경쟁도 점점 치열해집니다. 그러나 40대에는 40대에 맞는 역할을 하고, 50대에는 50대에 맞는 역할을 하고, 60대에는 60대에 맞는 역할을 하면 경쟁이 더 심해질 이유가 없어요. 갑자기 50대 연기자들이 늘어날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10대와 20대에서 신인들이 계속 등장하죠. 물론 연기자든 가수든 간혹 뒤늦게 데뷔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연령대에 맞는 연기를 추구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경쟁자들이 줄어드는 일만 생기지 경쟁자들이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물론 40대 역할을 기용하는 드라마가 많지 않아서 경쟁이 심해질 수는 있겠지만, 경쟁자가 더 많아지거나 신인들이 계속 치고 올라와서 경쟁이 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질문자의 고민은 기본적으로 젊은 연령 층과 계속 경쟁하려는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계속 그렇게 생각하면 나이가 들수록 불리해지고, 엄청나게 애를 써야 해요. 20대들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생긴 대로 나와도 되지만, 40대가 20대 분장을 하려면 체력도 단련해야 하고, 얼굴에 화장도 많이 해야 하고, 엄청나게 일이 많아집니다. 또, 그렇게 해도 따라간다는 보장도 없어요. 굳이 그렇게 애쓸 필요가 있을까요? 오히려 그 자리는 그 나이에 맞는 사람들이 하도록 넘겨주고, 자기는 자기 나이대에 맞는 역할로 옮겨가서 그에 맞는 배역을 계발해 가는 쪽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가 영화를 봐도 꼭 잘생긴 사람만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인물이 좋은 사람은 주인공을 맡을 때는 좋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특징 있게 생길수록 역할을 많이 맡을 수 있습니다. 또 멜로드라마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나올지 모르지만, 요즘에는 50대 연기자들도 드라마에 많이 등장하잖아요. 오징어 게임에 나온 할아버지 배우가 상을 받았다는 기사도 본 적이 있거든요. 옛날에는 젊은 미모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면, 요즘에는 오히려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그리 조급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달라져야 하고, 연기에 대해서도 관점을 바꿔서 접근해야 합니다.

요즘에는 한 집 건너 한 명이 가수 지망생이고, 한 집 건너 한 명이 배우 지망생이라고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분야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러니 10대와 20대들은 더욱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젊어서 일찍 유명해지는 것을 그렇게 부러워하지 않아도 돼요. 왜냐하면 일찍 유명해지면 10명 중에 1명 정도 빼고는 대부분 그 인기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인기가 빨리 식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스님들도 젊어서 유명해지거나, 인물이 좋아서 널리 알려지면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법륜 스님처럼 나이가 들어서 세상에 알려져야 오랫동안 이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젊어서 너무 알려지면 오래가기가 힘들어요. 왜냐하면 젊어서 인기를 얻으면 심리가 들뜨기 때문입니다. 수행을 엄청나게 하고 마음공부를 많이 해서 외부의 인기를 자기로 삼지 않을 수 있어야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데, 대부분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잘난 체 하다가 남녀 관계에 문제가 생기거나 구설에 휘말리거나 해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고 일찍 활동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젊어서 너무 유명해지거나, 외모가 너무 뛰어나면 나이가 들수록 굉장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우리처럼 평범하게 생긴 사람은 젊을 때도 이렇게 대충 생겼고 늙어서도 이렇게 대충 생겼기 때문에 나이가 든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가 될 게 없어요. 그러나 젊을 때 가진 미모라는 건 나이가 들면서 많이 바뀝니다. 그걸 유지하려면 성형도 해야 하고, 비싼 화장품도 써야 하고, 운동도 많이 해야 하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설령 그렇게 한다고 해도 결국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거울을 보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큰 심리적 충격을 받습니다.

이런 점에서 인생은 공평한 거예요. 젊어서 미모를 지녔거나 무언가를 많이 가졌다면, 반드시 세월이 흐르면서 그만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만약 외모로 자기를 삼으면 외모를 잃을 때 그만큼의 괴로움이 생겨요. 예술 분야에서도 아주 어린 나이에 세계적인 대회에 나가서 수상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사람들 중에 구설에 휘말리거나 우울증에 걸려서 자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두문불출하고 지내는 사람들도 있고요. 저도 이런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 너무 젊은 나이에 유명해져서 어려움을 겪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남자들은 젊어서 유명해지면 여자 문제가 복잡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에 누렸던 인기와 열광에 취해서 그걸 못 내려놓기 때문에 스님 같은 사람을 만나도 잘 안 깨져요. 괴로워하면서도 못 내려놓습니다. 그것만 탁 놔버리면 얼마든지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데 그렇게 못합니다. 다른 사람은 그 사람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면 자기가 입은 피해에 대한 원망이 아주 심합니다.

특히 연예인들이 이런 일을 많이 겪기 때문에 길벗과 같은 모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예인은 안 유명해져도 상처를 입고, 유명해지면 거기에 겉멋이 들어서 삶이 위험해집니다. 그래서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활동을 해서 대기만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좋아요. 그렇게 되면 특별히 사고도 안 나고, 사람도 겸손해지고, 연기력도 점차 좋아지고, 전체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삶이 더 좋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질문자도 자꾸 젊은 사람과 경쟁하려고 하지 말고, 나이에 맞게끔 연기를 해보세요. 또 일이 없을 때는 조금 쉬고요. 다른 사람도 먹고살아야죠. 다른 배우도 역할을 맡도록 해주세요. 그렇다고 나한테 역할이 왔는데도 억지로 다른 사람한테 주려고 할 것까지는 없습니다. 그만큼 보살도 아니잖아요. 그러니 나한테 배역이 오면 충실히 임하되, 다른 사람한테 가는 배역까지 곁눈질해가면서 뺏을 생각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닙니다. 돈만 벌지 말고, 이렇게 봉사도 하고, 수행도 하고, 인생을 즐기면서 살면 좋겠어요. 오직 목표 달성만 생각하고 불안해하며 사는 건 오히려 불행입니다. 새해에는 나를 안 불러줘도 좋다고 생각하면서 여유를 갖고 살아보세요. 그러나 연기 연습을 꾸준히 해서 실력을 갖춰나가는 것은 필요합니다. 인생살이 자체가 연기 연습이에요. 여러 인생을 살아봐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지, 그저 기술적으로 연기를 하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세상 경험도 좀 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자세를 가져보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큰 박수와 함께 길벗 회원들과의 대화를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모임을 마무리하면서 길벗 모임의 대표인 노희경 작가님이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방금 스님 말씀 중에 수행도 하고, 봉사도 하고, 그렇게 인생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이 참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그제야 ‘아, 지금 이 시간을 즐겨야겠구나. 일하기 위해 잡아 놓은 스케줄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즐기듯이 수행하고, 즐기듯이 봉사하는 길벗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다음 길벗 모임에서 또 뵙겠습니다.”

다 함께 행사장을 뒷정리한 후 다음 모임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해가 저물고 스님은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본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하고, 오후에는 부탄 왕실 관계자들과 온라인 회의를 한 후 전국 법사단수련에 참석해 회향 법문을 할 예정입니다.


2023 3월 정토불교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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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의 오디션

요즘 연예인들은 법륜스님의 오디션을 통과해야 합니까?

법륜스님은 다방면으로 활동하시는 것 같습니다.

2024-02-24 17:17:50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12-11 15:48:22

임효신

감사합니다.

2023-12-10 22: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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