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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오프라인 즉문즉설 강연을 하는 날입니다. 지난 10월에 시작한 이후 세 번째 오프라인 만남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강연 시간에 맞춰 정토사회문화회관 대강당으로 향했습니다. 입구에는 즉문즉설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접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은 현장 접수를 한 후 번호표를 한 장씩 추첨함에 넣은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낮 기온도 영하로 떨어져서 매우 추웠습니다. 길 안내를 하는 봉사자들도 모두 옷을 두껍게 입고 손을 호호 불며 반갑게 시민들을 맞이했습니다.
대강당에는 400석이 만석이 되었고, 유튜브 생방송에는 3,900여 명이 접속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노래 공연으로 즉문즉설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정토회 회원인 장혜진 님이 ‘아름다운 나라’를 아주 아름다운 목소리로 불러 주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무대 위로 걸어 나왔습니다. 모두가 뜨거운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내며 스님을 반겼습니다.
“오늘 상당히 춥죠? 추운 날씨에도 이렇게 많이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서 노래하신 분도 아주 아름답게 노래를 잘 부르셨죠? 감사합니다.”
이어서 질문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여섯 명이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결혼식을 앞두고 예비 시아버지가 무당의 말을 듣고 결혼을 반대하고 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즉문즉설은 질문자 스스로 변해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지혜롭게 적응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다른 사람을 바꿔서 내가 덕 볼 수 있는 방법을 나누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수행이 아니에요. 지금 질문자의 질문은 오히려 질문자가 그런 무속인한테 가서 빌어야 할 내용입니다. 제가 보기에 질문자는 시아버님보다 더 무속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네요.”
“제가 저를 변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무속인이 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남편과 질문자가 결혼하겠다면 하면 됩니다. 안 하는 게 낫겠다고 결정하면 안 하면 됩니다. 그건 결혼할 두 사람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두 사람의 결혼에 무속인 얘기를 끌어들이거나 시아버지를 핑계 삼는다는 것은 두 분 다 결혼할 마음이 별로 없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예식장까지 예약해 놓았고, 결혼 준비도 실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결혼을 하면 되는데, 왜 여기까지 와서 저한테 질문을 하게 되었을까요?”
“저는 시아버지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시아버지는 반대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요?”
“그럼 그 무속인의 말이 정말 맞을까요?”
“요즘 시대에는 그 무속인의 말이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요즘은 결혼해서 평생 살아가는 부부가 많습니까, 중간에 이혼하는 부부가 많습니까?”
“이혼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요즘엔 이혼하는 부부가 많으니까 그 무속인의 말이 맞을 확률이 더 높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무속인의 말은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질문자가 자꾸 염두에 둔다는 것은 맞을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어요. 지금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누군가 자신의 결혼을 반대하면 그 사람이 미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해서 생활하다 보면 누구나 다 갈등을 겪게 됩니다. 그러면 질문자처럼 어떤 무속인이 결혼 전에 ‘얼마 안 가서 이혼할 것이다’ 하는 얘기를 들은 부부들은 그 무속인의 말을 끌어와서 이혼을 합리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똑같은 갈등 상황에 처하더라도 이런 말을 들은 부부들이 이혼을 선택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양가 어느 쪽이라도 반대가 있는 결혼은 나중에 이혼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누구나 같이 모여서 살면 갈등이 생깁니다. 그 갈등을 극복해야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강연장을 찾아오신 여러분들 중에도 부부싸움 한번 안 하거나 이혼할 생각조차 한번 안 하고 사신 분은 거의 없을 거예요. ‘아이만 없으면 이혼해 버렸을 텐데’ 하며 살아온 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또 자식들이 성인이 되어서 지금 이혼하려고 하면 재산 분할 문제가 생겨서 그냥 사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만약 친한 사람이 결혼을 반대했다거나 부모님들이 결혼을 반대한 경우, 나중에 부부 갈등이 생기거나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그 이야기를 전부 끌어와서 이혼을 합리화합니다. ‘그래서 엄마가 반대했구나’, ‘그래서 저 남자는 안 된다고 그랬구나’, ‘그때 엄마 말을 들을 걸’ 하면서 이혼으로 마음을 돌립니다.
질문자가 그 무속인을 문제 삼는 것을 보면 앞으로 질문자도 이혼할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질문자는 ‘그분은 무속인이라서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그건 그분의 얘기이고, 나는 결혼을 하겠다’ 이렇게 마음을 내어 결혼을 하면 됩니다.
지금은 이혼에 대한 사회적 관점이 많이 변했습니다. 옛날에는 이혼하면 여자가 혼자서 살기 힘든 시대였지만 지금은 이혼해도 혼자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전처와 자식까지 있는 남편도 이혼을 하고 나 같은 여성과 재혼을 하는데, 만약 나도 이혼하더라도 남편처럼 자식 데리고 다른 남자와 재혼해서 또 살면 되지.’
이렇게 마음을 열고 살아가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남편은 벌써 두 번째 결혼인데, 세 번째 결혼을 한들 요즘 시대에 무슨 흉이 되나요? 나중에 이혼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때 선택하면 되지 지금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저는 이혼이 무서운 게 아니라 시아버님이 무속인을 믿는 것이 무섭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종교에 대한 자유가 보장되어 있습니다. 질문자가 시아버님의 종교를 반대할 권리가 있습니까?”
“저는 그걸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종교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또 피해를 주어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이 틀린 건가요?”
“지금 밖에 나가 보세요. 수많은 종교가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있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그게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입니다. 강요가 없으면 좋지만 우리는 지금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질문자는 이론으로만 자기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만약 그 무속인이 시아버님에게 이 결혼이 좋다고 추천했다면 질문자는 시아버지를 좋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또 질문자가 그 무속인을 문제 삼을 이유도 없지 않을까요? 지금 질문자의 문제는 그 무속인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닙니다. 질문자가 바라는 바를 시아버님이 반대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종교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시아버님은 아들에게 이미 이혼 경험이 있으니까 또 이혼할까 봐 염려가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결혼에 반대하는 시아버지를 탓하거나 바꾸려고 한다면, 질문자가 인생을 공짜로 살겠다는 심보를 갖고 있는 겁니다. 시아버지가 반대하더라도 내가 결혼하겠다면 하면 됩니다. 오늘처럼 날씨가 춥더라도 즉문즉설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크면 옷을 껴입더라도 나오게 됩니다. 물론 날씨가 따뜻하면 제일 좋겠죠.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인생이 늘 이렇습니다. 만약 결혼을 하려고 할 때 양가의 한쪽은 불교 집안이고 다른 한쪽은 기독교 집안이라면, 반대하는 정도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 거예요. 그런 상황에서도 결혼을 선택할 수 있고,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시아버님의 의견은 참고하되 결정은 질문자와 남편이 하면 됩니다. 결혼을 하기로 했으면 시아버님께 이렇게 얘기하세요.
‘아버님, 저희가 설령 이혼한다고 하더라도 초혼인 제가 손해이지 남편이 손해 볼 게 뭐가 있겠습니까? 결혼생활 하면서 손주들도 키우고 가정도 돌보면서 좋은 일을 많이 하겠습니다.’
시아버지의 의사를 부정하거나 무속인을 문제 삼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시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하더라도 결정은 질문자와 남편이 하면 됩니다.”
“앞으로 결혼 준비를 잘해서 좋은 삶을 살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어떻게 하시겠다는 거예요? 또 시아버지를 시비하겠다는 거예요?”
“저는 저의 길을 그냥 가겠습니다.” (모두 박수)
청중들은 큰 박수로 질문자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무속신앙이라고 하면 좀 나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속신앙은 크게 보면 그냥 종교의 일부일 뿐입니다. 서양 역사에서 ‘마녀 사냥’이라고 들어보셨죠? 마녀란 동유럽에 존재했던 여성 사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성 중심의 중세 기독교가 동유럽으로 확장하면서 토착 신앙과 갈등을 일으키게 되어 일어난 일이 마녀 사냥입니다. 신앙에는 높고 낮음이란 게 없습니다. 다만 각각의 신앙이 서로 다를 뿐입니다. 우리는 토속신앙을 멸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인지도 있는 큰 종교들처럼 무속신앙도 서로 다른 신앙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손금으로 운명을 예측하기도 하고, 뱀을 숭배하는 곳도 있습니다. 하늘을 숭배하기도 하고, 사주팔자로 사람의 운명을 점치기도 합니다. 굿을 하거나, 동전을 던지기도 하고, 하늘의 별을 보고 점을 치거나 미래를 예측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모두 각자가 가진 서로 다른 믿음일 뿐입니다. 그 믿음을 다 옳다고 말할 수도 없고, 다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각 종교에서 신자들이 그렇게 믿을 뿐입니다.
질문자는 지금 시댁에서 결혼을 반대하는 상황에 놓여 있을 뿐이지 그것을 신앙 탓으로 돌리면 안 됩니다. 가족들이 반대하더라도 당사자 두 명이 상의해서 결정하면 되는 문제라고 보셔야 합니다. 시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해도 두 분이 상의해서 결혼하자고 결정할 수도 있고, 결혼하지 말자고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약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질문자들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오프라인 강연이다 보니 질문자들도 청중의 반응을 들으며 깨닫는 것이 있었습니다. 다른 분의 질문을 듣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큰 박수와 함께 즉문즉설 강연을 마쳤습니다. 이어서 선물 추첨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회자가 추첨권을 뽑아서 번호를 호명하면, 당첨자가 무대로 달려 나와 스님으로부터 직접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선물 추첨 시간을 마치고 곧바로 책 사인회를 했습니다. 참석자들은 무대 위에서부터 객석까지 길게 줄을 서서 스님의 책 사인을 기다렸습니다.
“스님 법문 듣고 정말 많이 행복해졌어요. 감사합니다.”
모두 한결같이 스님에게 직접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안과에 들러서 눈 수술 후 상태를 점검하고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고 자승스님 분향소를 조용히 조문한 후 스님들과 대화를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 시간대 시청자들을 위한 금요 즉문즉설 강연이 정토사회문화회관 지하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400석의 자리에 사람들이 가득 찬 가운데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6,6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저녁에는 가수 마야 님의 특별 공연으로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로 부른 노래는 ‘진달래꽃’입니다. 대강당은 순식 간에 콘서트 장이 되었습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노래가 끝나고 마야 님이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정토회 회원입니다. 사실 저는 그동안 돈을 받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주인이 되어 살라는 법륜 스님의 법문을 듣고 오늘은 주인이 되어 무대에 올랐습니다. 오늘 저의 잔잔한 향기가 여러분에게 오래도록 꼬리표로 달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청중들의 뜨거운 앙코르에 호응하여 두 번째 노래 ‘나를 외치다’를 열창했습니다.
절대로 약해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
뒤쳐지면 안 된다는 말 대신 oh~
지금 이 순간 끝이 아니라 ♬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외치면 돼
청중들은 핸드폰 플래시를 위로 들고 흔들었습니다. 객석은 반짝이는 불빛으로 가득 찼습니다.
열정적인 무대를 뒤로 하고 함께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무대로 걸어 나왔습니다.
두 시간 동안 즉문즉설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여섯 명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청중의 웃음소리와 박수 소리가 분위기를 더욱 훈훈하게 달구었습니다. 밤 9시가 넘어서 대화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이렇게 참여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곧바로 무대 위에서 책 사인회를 가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섰습니다. 스님은 사인을 하며 한 분 한 분과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청중들이 강연장을 모두 빠져나가고, 오늘 두 번의 강연을 준비한 서울제주 지부의 봉사자들이 모두 무대 위로 올라와 스님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수고했어요!”
스님은 오전과 저녁에 두 번 연속 강연을 준비하느라 하루 종일 수고가 많았던 봉사자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많은 시민들이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찾은 날이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영어 정토불교대학 코스1을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들과 즉문즉설 생방송을 한 후 정토불교대학 학생들과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방송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인 길벗 회원들과 구룡마을에서 연탄 배달 자원봉사를 한 후 즉문즉설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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