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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아침 7시에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갔습니다. 어제는 수술을 했고, 오늘은 수술이 잘 되었는지 점검을 했습니다.
진료를 마치고 나서는 하루 종일 안대를 쓰고 생활을 했습니다. 꼭 필요한 업무는 안대를 벗고 보았습니다. 원고 교정도 보고, 보고 문서도 확인하고, 여러 업무들을 처리한 후, 오후에는 수술 후 회복을 위해 안정을 취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3일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금요 즉문즉설 강연 내용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고르려고 하지 말고 눈높이를 확 낮추면 돼요. 나보다 스무 살이 많은 남자, 결혼을 한 번 했던 남자, 돈이 없는 남자, 건강이 안 좋은 남자도 좋다면 금방 결혼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질문자는 인물도 잘났고, 나이도 적당하고, 경제력도 있고, 나만 쳐다보는 남자를 고르니까 거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 질문자처럼 생각하면 혼자 사는 수밖에 없어요. 저와 같은 처지가 될 것 같네요. (웃음)
결혼에 목메지 말고 혼자 사는 것도 괜찮습니다. 옛날에는 스님이 되거나 수녀가 되지 않으면 혼자 살기가 어려웠어요. ‘뭐가 부족해서 저러나’ 하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을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의 비율이 40퍼센트까지 높아졌습니다. 아직 미혼인 사람, 이혼해서 혼자 사는 사람, 사별해서 혼자 사는 사람 등 현재 혼자 살고 있는 사람이 그만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2030년이 되면 그 비율이 50퍼센트가 된다고 해요. 그렇게 되면 혼자 사는 사람이 다수가 되어서 질문자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 되는 겁니다. 오히려 결혼해서 사는 사람이 비정상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질문자는 현재 나이로 봐서 최소 50년은 더 살 텐데 그때는 혼자 사는 사람이 다수에 해당하는 시대가 되기 때문에 하나도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싶다면 자꾸 고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눈을 감고 상대를 잡아야 돼요. ‘위아래로 스무 살 차이가 나도 된다’, ‘남자면 됐다’ 이런 정도의 기준을 가지면 결혼할 상대는 부지기수입니다. 자꾸 평범한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데, 말이 평범하다는 것이지 실제로 질문자가 원하는 조건을 들어보면 결코 평범하지가 않습니다. 키는 질문자보다 커야 하고, 대학도 나와야 하고, 얼굴을 볼 때 싫은 마음이 안 들어야 하고, 스스로 밥벌이는 해야 하고, 이렇게 자꾸 범위를 좁히면 거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혼자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옛날에는 상대가 싫다고 해도 열심히 쫓아다니면 애절한 사랑이라고 표현했어요. 그래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이런 속담도 있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상대가 싫다는데 두 번만 쫓아가면 곧바로 스토킹을 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갈 위험이 있습니다. 조금만 가까이 가서 애정 표현을 해도 성추행범이 됩니다. 이렇게 시대가 바뀌었어요. 요즘은 어떤 이유로든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 안 됩니다. 처음 만날 때부터 ‘연애하자’ 하고 접근하면 상대가 겁부터 날 것 아니에요? 질문자도 만난 지 얼마 안 된 남자가 ‘나와 연애할래?’ 하고 접근하면 겁이 날 겁니다. 만약 남자가 질문자처럼 생각하고 접근하면 여자들은 곧바로 그 남자를 성추행범으로 고소합니다. 질문자가 여자이니까 그나마 덜 할 뿐이지 그렇게 접근하면 다 도망가요. 그러니 그렇게 접근하는 것은 옳지가 않습니다.
그냥 사람과 사람의 만남으로 생각하고 상대를 사귀어야 해요. 그래야 상대가 결혼했는지 안 했는지, 혼자인지 아닌지,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이런 것들을 전혀 따지지 않게 됩니다. 그러다가 연애로 이어지려면 나도 좋은 감정이 있고, 상대도 좋은 감정이 있어야 합니다. 교감이 이루어져야 연애가 가능해요. 일방적인 감정으로는 연애를 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 중 20퍼센트 정도는 나와 교감이 되는 사람이 있어요. 서로 교감이 이루어지는 사이에서는 언제든 연애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애로 발전했다고 해서 다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애할 때는 상대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든, 상대가 외국인이든, 상대가 결혼을 했든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할 때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둘이만 살면 되는 게 아니라 가족도 다 보고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반대하거나, 아버지가 반대하거나, 동생이 반대하거나, 여러 가지 말이 나옵니다. 그래서 ‘나이가 비슷해야 한다’, ‘신체가 건강해야 한다’, ‘인물도 반듯해야 한다’ 이런저런 조건을 요구하게 되는 거예요. 연애를 한다고 다 결혼까지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연애는 그냥 좋은 감정만 있으면 되지만, 결혼은 가족을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까지 수용해야 합니다.
만약 100명의 친구가 있으면, 그중 연애할 수 있는 사람은 10명 정도이고, 그중 결혼할 만한 사람은 1명 정도에 불과해요. 그런데 질문자는 100명의 친구를 사귀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친구를 10명도 안 사귀고 있는데 어떻게 연애를 하고 결혼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배가 고파도 음식을 급하게 먹으면 체하잖아요. 그것처럼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연애나 결혼을 하겠다고 덤비는 것은 요즘 시대에 적절치 않습니다. 옛날에는 오히려 사람들이 ‘그냥 사귀는 건 낭비이니 목표 의식을 분명히 하고 사귀어라’ 이렇게 조언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개개인의 자유를 굉장히 존중하는 시대가 되었어요. 엄마도 자기 자식을 때리면 아동 학대죄로 감옥에 잡혀 갑니다. 선생님이 학생을 때려도 아동 학대죄에 해당해요. 군대에서 훈련시킨다고 기합을 줘도 복무 위반에 해당합니다. 시대가 변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젊은 사람이 이런 시대에 살면서 그런 고지식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냥 혼자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자가 스님 꼴 나는 일이 벌어지겠어요.” (웃음)
“제가 이성을 만날 때 자꾸 상대방에 대해 많이 알고 싶어하고, 다 알고 난 뒤에야 마음이 열리다 보니까 연애를 시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애를 하려면 당연히 상대에 대해 좀 알고 사귀어야지요. 안 그러면 사기를 당하게요?”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캐묻는 게 좀 심한 것 같거든요.”
“그만큼 안전한 것이니까 좋은 일이에요. 어떻게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 줄도 모르고 연애를 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연애가 잘 시작되지 않는 게 고민입니다.”
“그럼 연애를 안 하는 게 낫지요. 며칠 전 뉴스에 상대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르고 결혼 발표까지 한 일이 보도가 되었잖아요. 나이가 젊은 사람이 좋은 차를 사주면 그게 쥐약인 줄 알아야 하는데 ‘이 나이에 웬 떡인가’ 하다 보니 그런 사달이 난 겁니다. 그렇게 사기를 당하느니 차라리 안 사귀는 게 낫습니다. 사귀지 않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사기를 당하는 게 더 큰 문제이죠. 질문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너무 배가 고프니까 쥐약이라도 먹고 싶은 상황이 아니라면요.”
“저는 결혼 생각이 있다 보니 이성적으로 호감이 생겨도 상대방이 결혼 생각이 없다면 아예 연애를 시작하지도 않았습니다. 방금 스님께서 친구를 사귀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라고 하셨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건 질문자의 선택이지요. 내 목표가 결혼이라면 결혼에 관계없이 그냥 사람을 만나는 건 시간 낭비잖아요. 나는 결혼이 하고 싶은데 상대방은 결혼에 관심이 없다고 하면 당연히 만나는 것을 그만두어야죠. 그런데 결혼은 고사하고 연애라도 해보고 싶다면 일단 연애라도 시작해 보세요. 연애를 자꾸 해보면서 결혼할 인연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하기 싫다는 것이 확인되면 ‘너는 결혼을 안 한다고 했지. 잘 가’ 이렇게 말하고 헤어지면 됩니다. 그런 후 결혼한다는 사람하고 또 사귀면 돼요. 그게 뭐 어려운 일입니까. 결혼을 안 한다는 상대방과는 연애까지만 하는 겁니다. 그러나 나는 결혼을 꼭 해야 하니까 결혼 상대자를 계속 찾는 거죠. 결혼해서 아기도 꼭 낳고 싶다면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사람을 계속 찾아야겠지요. 서로 요구 조건이 다 다른데 어쩌겠어요. 요구 조건이 일치하는 사람을 계속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제가 결혼에 집착해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했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는 친구를 사귀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이성을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내일도 눈 수술 후 회복을 위해 하루 종일 안정을 취한 후 저녁에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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