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6.1 파키스탄 홍수 피해 수재민 집 짓기 사업 점검
“가출한 아내가 5년 만에 돌아왔어요. 같이 살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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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님은 어젯밤 9시 5분 비행기로 방콕을 출발해서 카타르 도하 공항을 경유하여 오늘 새벽 6시 50분에 파키스탄 카라치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파키스탄은 지난 2022년 6월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사망자가 1000여 명이 나왔습니다.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긴 대홍수로 인해 수재민이 3300만 명 이상이 나왔으며, 주택 100만여 채가 부서졌고, 다리가 240개 이상 끊어졌습니다. 이러한 대재앙에 정부도 속수무책이었고, 외국의 지원도 미미한 실정이었습니다.

스님은 작년 8월 말 인도 방문 일정 중에 파키스탄의 수재민 상황을 보고 받고 곧바로 JTS를 통해 현장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10월 7일부터 JTS 대표 박지나 님이 파키스탄에 입국해서 현장을 확인하니 차가 다니는 도로 위까지 물이 빠지지 않은 상태였고, 홍수로 집을 잃은 사람들은 물이 없는 땅을 찾아서 그 위에 텐트를 치고 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JTS는 신속하게 파키스탄 수재민에게 식량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파키스탄 현지 단체 5개와 미팅하여 JTS의 협력 파트너로 ‘FRDP(Fast Rural Development Program)’라는 단체를 선정했습니다. 물자 지원은 JTS가 책임지기로 하고, 분배는 FRDP에서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JTS는 구호 물품 구매와 배분을 담당하고, FRDP는 지역 관공서와 협력하여 지원 가구를 선별한 후 운송과 배분을 맡아서 협력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 10월부터 지금까지 총 6차례의 식량 지원을 완료했고, 1000개의 핸드 펌프 지원, 100채의 집짓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스님은 그동안 JTS와 협력해서 지원 사업을 진행해 온 FRDP 활동가들과 함께 1천 가구에 식량을 지원하기 위해 파키스탄에 왔습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JTS 박지나 대표와 파키스탄 구호 사업 협력 단체인 FRDP 총괄 디렉터 알리 샤히드(Ali Shahid) 님이 함께 스님을 맞이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두 사람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하이바라드 숙소를 향해 3시간 동안 이동했습니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간단하게 식사를 한 후 집짓기 프로젝트 사업의 진행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파키스탄의 대홍수 피해 지역은 여러 나라의 도움과 파키스탄 정부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회복 중에 있지만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중에서 특히 더 어려운 사람은 이번 대홍수로 집을 잃은 가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48시간 동안 비가 끊임없이 쏟아졌기 때문에 진흙으로 지은 집은 대부분 무너져 내렸습니다.

대홍수 이후 1년 동안 파키스탄은 극심한 물가 상승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가난할수록 수입의 대부분을 식비로 쓰게 되고, 교육비와 의료비는 감당할 수가 없어 거의 포기 상태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을 새로 짓는다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 입장에서 그저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소규모 대출을 받기 시작했고, 갚을 능력이 안 되니 빚을 지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가난한 사람이 대홍수의 가장 큰 피해자인데, 오히려 빚을 안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JTS는 1차로 극빈자 100가구를 대상으로 집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오늘 집 100채를 짓기 위해 사전 작업으로 건축한 모델 하우스 세 곳을 둘러보고 점검했습니다. 모델 하우스는 얼마 전에 완공이 되었으며, 현재는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과부를 우선순위에 두고 극빈자 세 가구를 선정하여 모델하우스에 살게 했습니다.

먼저 숙소에서 2시간을 이동하여 첫 번째 모델하우스가 있는 마을인 코지 아메(Kozi Ahme)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입구에 사람들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이 마을 입구로 들어가자 아이들이 꽃을 뿌려주며 환영했습니다.

한 아이가 작은 비둘기를 건넸습니다.

“스님,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비둘기를 날려 달라는 거지요?”

“네.” (웃음)

비둘기를 날리자 아이들이 손뼉 치며 좋아했습니다. 스님은 간단하게 커팅식을 하고 집 안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5평 정도 되어 보이는 작은 공간에 침대 2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곳은 몇 명 정도 살게 하려고 지은 집인가요?”

“지금은 4명이 살고 있습니다.”

건축을 한 기술자가 대답했습니다. 스님은 이 집에 살고 있는 가족들을 찾았습니다.

“어때요? 이 정도 집이면 4명이 사는 게 가능해요?”

“네, 만족합니다”

“살면서 불편했던 건 없었어요?”

“네, 없었습니다.”

“방이 하나밖에 없는데 화장실이나 부엌은 어디 있어요?”

“외부에 있습니다.”

스님은 부엌과 화장실을 둘러보았습니다

“부엌이나 화장실은 원래 있던 것이지 신축한 게 아니네요?”

“네, 예산에 맞게 하려다 보니 여러 가지를 고민했습니다. 첫 번째 집의 경우는 성인 4명이 살기 때문에 내부 공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화장실과 부엌은 원래 있던 공간을 이용하게 하고, 내부 공간을 최대한 넓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스님은 첫 번째 모델 하우스를 나와서 주변 마을의 살림살이를 확인했습니다.

“인도 불가촉천민 마을인 둥게스와리보다 더 열악한 것 같네요.”

스님은 두 번째 모델 하우스로 이동했습니다. 이 집도 5명이 살도록 지었습니다.

이곳에는 지금 딸 셋과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사는 과부가 선정되어 살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집과 조금 다른 점은 천장 마감재로 대나무를 써서 지은 것입니다.

집을 둘러보고 나서 나가기 전에 스님은 가족을 만났습니다.

“학교는 다니고 있어요?”

“네”

“지금 몇 학년이에요?”

“5학년입니다.”

“정부 학교에 다녀요? 사립학교에 다녀요?”

“정부 학교에 다닙니다.”

“학비는 어떻게 충당하고 있어요? 유료예요, 무료예요?”

“무료입니다. 그러나 학용품은 개인이 구입해서 사용합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학교 다니는 것은 꼭 놓치지 않도록 해요.”

스님은 어린아이들을 만나면 학교는 다니고 있는지 어떻게 다니고 있는지 꼭 물어보았습니다. 세 번째 모델 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세 번째 모델 하우스는 작은 화장실 한 칸이 집 안에 있고, 밖에 베란다가 있어 방 크기는 지금까지 본 집들 중에 가장 작았습니다.

이 집에서는 정신 장애가 있는 과부가 치매가 있는 어머니를 모시고 다섯 딸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집 밖 평상 위에 가족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방이 이렇게 작은데 다 같이 사는 게 가능해요?”

“네, 괜찮습니다. 날이 너무 더워서 집 안에 있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은 이렇게 밖에 있는 평상에서 지냅니다. 괜찮습니다.”

“화장실이 집 안에 있는데, 방이 좁아도 화장실이 집 안에 있는 게 더 좋아요?”

“네.”

스님은 모델 하우스 세 곳을 모두 둘러보았습니다. 모두 흙집이 아닌 시멘트로 집을 지었습니다. 집 안이 약간 비좁아 보였지만 현지 사람들은 대부분 마당에서 지내거나 밖에 나와서 살기 때문에 좁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내일은 건축을 담당했던 기술자와 함께 회의를 해서 설명을 듣고, 어떤 모델 하우스를 선정해서 100여 가구의 집을 건축할 것인지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FRDP도 진행 상황에 맞추어 정부기관과 협력해서 지원할 대상 가구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스님은 마을을 나오기 전에 환영을 해 준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숙소로 들어오는 길에 FRDP 사무실을 방문하여 둘러본 후 그동안 고생한 FRDP 활동가들을 초대해서 저녁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파키스탄에서의 첫날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내일은 FRDP와 함께 식량 배분을 하고, 핸드 펌프 지원 사업의 진행 상황을 점검한 후 방콕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더중앙플러스 초청 즉문즉설 강연에서 소개하지 못한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가출한 아내가 5년 만에 돌아왔어요. 같이 살아야 할까요?

“저는 결혼해서 25년 동안 굉장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큰 딸이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우울증이 와서 집안 분위기가 안 좋아졌습니다. 저는 처음에 치료를 잘하면 깨끗하게 낫는다고 하니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하자고 했어요. 아내는 자랑할 일도 아니고 병원에 가서 치료하기보다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헌금하면 낫는다고 하니 교회에서 치료하자고 했습니다. 부부가 합심해도 치료가 될 듯 말 듯한데 몇 년 동안 부모가 서로 의견이 안 맞으니 딸의 상태가 점점 심각해졌습니다. 결국 가족회의를 해서 딸을 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딸을 몰래 퇴원시키고 둘이 가출을 했어요. 저는 아내와 딸을 열심히 찾았지만 결국 못 찾고 괴롭게 5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아내가 찾아와서 같이 사는 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나간 일을 다 잊고 아내와 같이 살아야 할까요? 아니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고 결정을 해야 할까요? 이혼을 하고 따로 사는 게 옳을까요?”

“그 일은 지금 스님의 문제예요? 질문자의 문제예요?”

“제 문제입니다.”

“질문자가 결정하면 되지 않을까요?”

“세 가지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무엇을 선택할지 헷갈릴 때는 세 가지 다 손익이 비슷하다는 거예요? 차이가 많이 난다는 거예요?”

“거의 비슷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세 가지 다 비슷하기 때문에 앞으로 아무리 고민을 해도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거예요. 그리고 어떤 결정을 내려도 손익이 비슷하기 때문에 결과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첫째, 결정을 안 내리고 계속 고민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둘째, 그중에 아무거나 하나 결정을 툭 해버리는 방법도 있어요. 어느 것을 선택해도 손익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스님한테 물어볼 정도면 ‘아! 저 문제는 손익이 비슷한 것이구나’ 하고 금방 알아요. 손해가 80이고 이익은 20밖에 없어서 도저히 못 살겠다 싶으면 저한테 묻겠어요? 본인이 알아서 이혼하겠어요? (모두 웃음)

반대로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이익이 더 많다 싶으면 저한테 묻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본인이 계산해 보니까 49대 51이 되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스님한테 찾아와서 묻습니다. 지금 같은 질문은 벌써 통찰력으로만 봐도 ‘아! 비슷하구나’ 하고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첫째, 비슷한 손익을 갖고는 아무리 고민해 봤자 결론이 안 납니다. 둘째, 어떤 결정을 내려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니 1,2,3을 써 놓고 던져서 나오는 대로 아무것이나 선택하여 가든지, 침을 뱉어서 튀는 쪽으로 가든지, 탁 결정을 내려서 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니면 내버려 두는 방법이 있어요. 세월이 흐르다 보면 그중에 하나가 비중이 조금 더 높아지거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자꾸 생깁니다. 그러면 그때 가서 결정을 하면 됩니다. 내버려 두고 결정을 나중에 하거나. 그중에 하나가 비중이 높아질 때 결정을 하거나, 오늘 당장 아무것이나 하나를 결정해 버리는 방법이 있어요. 그것도 제가 추천을 해 드릴까요?”

“추천을 받고 싶습니다.”

“그러면 오늘 당장 집에 들어오라고 하세요. 25년을 같이 살았는데 앞으로 못 살 이유가 없잖아요. ‘들어와! 한번 살아보자’ 하고 같이 살아본 후 도저히 안 되겠으면 나가라고 말하면 되잖아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의견이 맞으면 같이 살자’ 이런 말은 안 살겠다는 얘기예요. 왜냐하면 의견은 맞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와 다른 상대의 의견을 인정해야 같이 살 수가 있습니다. 어떻게 할래요?”

“글쎄요.”

“추천을 받고 싶다고 해서 막상 추천을 해주니까 또 망설여져요?”

“스님께서는 첫 번째 화살을 맞을지언정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고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같이 살아본 다음 문제가 있으면 다시 헤어지면 된다는 말씀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다시 헤어지는 것이 두 번째 화살을 맞는 것이 아니에요.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 것이란 헤어질 때 괴롭지 않은 것을 뜻합니다. 같이 살아도 괜찮고, 서로 안 맞아서 다시 헤어져도 괜찮고, 어떤 경우에도 괴롭지 않은 것이 핵심이에요,

이혼을 했다, 이별을 했다, 이런 것이 두 번째 화살이 아닙니다. 이제는 아내가 집에 들어오든 나가든 괴롭지 않은 경지에 도달해야 합니다. 같이 살아도 봤고 헤어져 보기도 하면서 집에 들어와도 큰 차이 없고, 집을 다시 나가도 큰 차이 없다는 것을 알았잖아요. 그러니 집에 들어와서 살겠다고 하니까 ‘그래, 들어와서 살아봐!’ 하면 되고, 같이 살아보고 나서 도저히 못 살겠다고 하면 ‘그래, 나가라’ 하면 됩니다. 아무 선택이나 해도 됩니다. 그런데 마침 상대가 다시 들어오겠다고 하니까 ‘그래, 들어와서 살아봐’ 이러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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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숙

스님의 명쾌하신 말씀 고맙습니다.

2023-08-30 12:25:43

드림하이

홍수의 피해가 전세계적으로 계속 되니 걱정입니다..

2023-08-23 20:47:59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6-12 11: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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