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3.27. 결사행자회의, 농사일
“연애를 해도 이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힘들어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6시 30분에 결사행자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명예 결사행자의 자격 유지 조건, 명예 결사행자의 의결권 부여 여부, 회원 간의 상거래에 대한 징계, 결사행자 공부방 운영안 등 여러 안건들을 논의하고 의결한 후 9시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스님은 작업복을 입고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곧 법사교육에 입재할 문수팀 행자님 5명도 함께 울력을 했습니다.

“톱과 낫을 챙겨서 산윗밭으로 갑시다.”

밭으로 가는 길이 온통 봄빛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산윗밭에 올라가니 3년 전에 심은 모란이 꿋꿋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올해는 드디어 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3년째가 되니 제법 많이 자랐어요.”


밭을 지나 과수원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여기 쓰러진 나무는 너무 커서 아직 못 치웠어요.”

스님은 앞으로 이 과수원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는지 하나하나 알려주었습니다.

“저 쪽에도 정비를 하면 나무를 심을 곳이 있어요.”

스님에게만 보이는 일감이 산 곳곳에 숨어있었습니다. 과수원 세 곳을 둘러보고 산으로 난 길로 내려왔습니다. 언뜻 보면 길이 없어 보였지만 길이 있었습니다. 스님과 행자님들은 길 위로 쓰러진 나무들을 치우며 내려왔습니다.


굵은 나무는 적당한 크기로 잘랐습니다.

“이런 건 지팡이 하기 좋네요. 옛날에는 이런 나무로 다 말뚝을 만들어서 농사에도 쓰고, 건축자재로도 썼어요.”

순식간에 지팡이 세 개가 만들어졌습니다.

스님을 따라 조금 더 내려오니 꽤 넓은 터가 나왔습니다.

“옛날에는 여기서 마을 사람들이 화전을 일구워 먹곤 했어요.”

빈터에 여기저기 자란 가시나무 줄기를 잘라주고 아래로 내려오니 지난번에 세워 놓았던 대나무가 또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지지대를 다시 세워주고 잘라놓은 대나무 중에 곧은 대나무를 하나 지고 내려갔습니다.


텃밭으로 가는 길에 대숲에서 감따기에 좋은 대나무를 하나 더 주웠습니다.


밭을 내려오자 스님이 대나무 잔가지를 한 아름 가져왔습니다. 며칠 전 거사님들과 죽은 대나무숲을 정리하고 모아온 잔가지입니다.

“자, 각자 빗자루를 하나씩 만들어 봅시다.”

스님과 행자님들은 따뜻한 햇살 아래 둘러앉아 각자 연구하며 빗자루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스님, 작은 빗자루도 하나 만들어 주세요.”

스님은 최보살님의 요청에 따라 길이가 짧은 빗자루를 만들었습니다. 먼저 잔가지를 하나하나 다듬어 빗자루 한 개가 될 만큼 모았습니다. 가지런하게 모은 잔가지는 끈으로 살짝 묶고 가운데에 대나무를 하나 적당한 크기로 잘라 넣어주었습니다. 대나무를 넣고 나서는 철사, 케이블타이로 여러 차례 단단히 묶었습니다.




“자, 이 정도면 됐어요?”

“아주 좋습니다. 스님. 고맙습니다.”

짧은 빗자루를 하나 뚝딱 만들고 스님은 긴 빗자루를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행자님들도 빗자루를 하나씩 완성했습니다.

“빗자루를 어떻게 만들지 했는데 직접 만들어 보니까 할 수 있네요.”

순식간에 7개의 빗자루가 만들어졌습니다.

스님은 새로 만든 빗자루로 마을 골목을 한번 쓸어보았습니다.

“숱이 좀 적어도 잘 쓸리네요. 빗자루 부자가 됐네요.”(웃음)

사용한 도구와 새로 만든 빗자루를 창고에 정리하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점심 공양을 하고 오후 1시부터는 기획위원회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회의를 마친 후에는 두북 수련원에 통일교 지도자들이 찾아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후 5시에는 공동체 법사단과 온라인으로 두 시간 동안 회의를 하고, 해가 저물고 나서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금요 즉문즉설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연애를 해도 이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힘들어요

“저는 항상 의존할 대상을 찾으려 합니다. 특히 남자친구라는 존재가 없으면 극심한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고 빠른 시일 내에 연애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차라리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헤어진 사람에 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재회를 할 수 있을지를 하루 종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하는 과정에서 제 판단에 확신이 없어서 매일 대여섯 명의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이별과 재회에 대한 제 생각들을 늘어놓게 됩니다. 성인이 된 후로 이런 상황이 반복되어 연애를 하면서도 이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행적으로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본인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렇습니다. 같이 있으면 못 살겠다 싶어서 헤어지고 싶고, 헤어지고 나면 또 아쉽고, 괜찮을 것 같아서 다시 만나면 이제는 정말로 같이 못살 것 같고, 그래서 헤어지면 또 그립고, 사람의 마음이 그래요. 왜냐하면 누구를 만나든 상대는 내가 좋아하는 면과 내 기호에 맞지 않는 면, 양쪽을 다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보고 싶을 때는 내가 좋아하는 면만 보이고, 내가 싫어할 때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면만 보이는 거예요.

내가 좋아할 때나 싫어할 때나 그 사람은 늘 똑같은 사람이에요. 내가 좋아서 만날 때의 그 사람이나, 내가 싫어서 헤어질 때의 그 사람이나, 모두 같은 사람입니다. 서로 다른 사람이 아니잖아요? 내 마음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것이지 그 사람이 바뀐 것은 아니에요. 똑같은 바다인데, 집에서 출발할 때는 바다가 너무 보고 싶어서 갔지만, 도착해서 바람이 불고 추우면 바다에 있기 싫잖아요. 같은 바다인데 내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질문자의 고민도 상대방의 문제는 아닙니다. 누구나 그런 마음이 들지만 질문자는 그 정도가 조금 심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누구나 다 앓고 있지만 그 증상이 좀 심하면 ‘병’이라고 말합니다. 누구나 다 감정이 일어나고 흥분하죠. 그런데 감정조절이 잘 안되는 정도가 약간 심하다면 ‘병’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다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우울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심하면 우울증이라 말 하는 거예요. 그래서 병과 병 아닌 것의 차이는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평균에서 좀 많이 벗어났다 하면 ‘병’이라 이름 하는 거예요. 만약 그런 병을 가진 사람들만 따로 모여서 살면 일부는 정상인의 범주에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사람이 원래 그런가 보다’ 이렇게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질문자의 증세는 병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특성인데 그 정도가 조금 심하기 때문에 이름하여 ‘병’이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균치 안으로 들어오도록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치료에는 자기가 자기를 치료하는 자가 치료 방법이 있고, 의사의 도움을 받아서 치료하는 방법이 있어요. 아무래도 내가 나를 치료하는 것은 좀 어렵겠죠? 그러나 내가 어떻게 노력하는가에 따라 많은 개선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남이 나의 치료를 돕도록 하려면 그가 나보다 이런 병에 대해서 전문적 소양이 좀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바로 ‘정신과 의사’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러니 정신과 의사와 먼저 상담해서 ‘평균치 정도 된다’ 하는 진단이 나오면 자가 치료를 하면 되고, ‘평균치 밖이다’ 하는 진단이 나오면 의사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또 의사가 이 정도면 약물치료는 필요 없이 상담 치료만 하면 되겠다고 하면 상담 치료만 하면 되고, 약물치료를 해야 하겠다고 하면 약물치료를 좀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선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둘째, 자가 치료를 하는 방법은 ‘한 번 만나면 3년 동안은 아무리 싫어도 헤어지지 않는다’ 하고 원칙을 정한 후 연애를 하는 것입니다. 지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연애를 시작하고 아무리 싫어도 3년은 헤어지지 않고 지내보는 겁니다. 그러면 하루에도 좋았다 싫었다 하는 마음이 열 번도 더 바뀔 겁니다. 그런 연습을 3년 동안하면 어느 정도 병이 치료가 될 수 있어요.”

“제가 항상 남자에게 먼저 차이는 입장입니다.”

“남자에게 차여도 맨날 따라다니면서 달라붙어 있는 거예요. 항상 나는 너밖에 없다고 계속 얘기하면 됩니다. 창피하다거나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이것은 치료의 한 방법이기 때문에 계속 좋다고 하면서 따라다니면 됩니다. 남자 친구가 경찰에 신고해서 제지를 당할 정도가 안 되는 선에서 계속 따라다니면 됩니다. 병원에 가도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아야 하듯이 비용을 좀 지불해야 돼요. 자존심 따지지 말고 지금이라도 그리운 사람이 있으면 먼저 연락을 하세요. 상대가 욕을 해도 계속 따라다니면 화를 엄청나게 내거나 경찰에 신고까지 하게 되어서 결국 자기 마음속에 정나미가 뚝 떨어지게 됩니다. 경찰에 두 번 정도 잡혀가면 정나미가 딱 떨어져서 그리움이 없어져요. 상대가 진짜 못되게 굴어야 정나미가 딱 떨어집니다.

상대가 나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쉽기 때문에 자꾸 그리운 거거든요. 정나미가 떨어져야 상대가 죽어도 아무렇지 않고, 잘됐다 해도 아쉽지 않고, 못됐다 해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그냥 산에 나뭇가지가 하나 부러지거나 새싹이 새로 움텄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요. 그렇게 하기가 힘들면 병원에 가서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방금 알려준 방법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입니다. 정나미가 떨어지면 외롭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감사합니다”

“이 남자한테서도 정이 떨어져 보고, 저 남자한테서도 정이 떨어져 보면, 그때부터는 영화배우를 데려다 놓아도 혼자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으로는 명상을 하는 방법도 있어요. 그리움이 아무리 사무쳐도 호흡만 알아차리고 가만히 있는 겁니다. 그러면 죽을 것 같고 뛰쳐나가고 싶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명상을 하면 오르락내리락 하는 마음이 점점 가라앉으면서 혼자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경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온라인 명상을 해도 좋지만, 중간에 그만두지 않으려면 오프라인 명상을 하는 게 좋습니다. 5일 프로그램 또는 10일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명상을 몇 번 하다 보면 극복이 됩니다.

남자가 보고 싶다고 자꾸 입으로 말하고 전화하고 그러면 그것도 마약처럼 습관이 되거든요. 그런 습관이 질문자에게는 정신적인 마약과 같습니다. 마약을 먹으면 잠시 괜찮다가 마약을 끊으면 미칠 것처럼 느껴지듯이 그런 습관을 딱 끊고 지내보면 죽을 것 같지만 고비만 넘기면 괜찮아집니다. 그 고비를 못 넘기면 중독이 되는 거예요. 명상은 혼자서 그 고비를 넘겨보는 좋은 방법이에요. 그래서 명상을 몇 차례 해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자 스스로 ‘이건 병이구나!’ 하고 자각하는 것입니다. 의지심은 중생이 가진 병 중에 가장 큰 병입니다. 옛날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의지심이 더 강했는데, 요즘은 남성들도 의지하는 병이 아주 심해지고 있어요. 의지심이 강한 남성들을 ‘마마보이’라고 부르잖아요. 엄마 품에 너무 오래 있으면 의지하는 병에 걸립니다. 요즘은 과잉보호가 늘어나서 남성들도 의지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어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고 늘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하면 결국 자기 결정권이 없어지게 됩니다.

의지심은 극복하는 게 좋습니다. 안 그러면 늘 자신의 의지처가 되어줄 사람을 찾게 됩니다. 옛날에는 여자로 태어나면, 어릴 때는 아버지에게 의지하고, 결혼하면 남편에게 의지하고, 남편이 죽으면 아들에게 의지해서 살아야 했습니다. 평생 주인이 세 번 바뀐다고 해서 ‘삼종지도’라고 불렀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의지심이 강했던 이유는 육체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지난 5천년 역사 동안 늘 남자에게 의지해서 살아온 '카르마'를 계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긴 역사와 문화 속에서 쌓여온 카르마로 인하여 여성은 행복을 스스로 얻기보다 누구를 통하려 얻으려 하는 경향이 생긴 겁니다.

그래서 현대 교육을 받은 요즘에도 일부 여성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에잇, 시집이나 가버리자' 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태도는 자기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지 않고 남자를 통해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심이 반영된 겁니다. 의지심을 갖고 있는 한 해탈하기도 어렵고 부처가 되기도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육체적으로 여성이기 때문에 부처가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의지심 때문에 부처가 되기 어려운 겁니다.

질문자는 그런 의지심이 좀 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의지심은 모든 중생이 갖고 있는 병이에요. 그러나 질문자는 그 증상이 좀 심한 편입니다. 그러니 의사의 도움을 좀 받고 스스로도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저는 스님에게 혼날 각오를 하고 질문했는데, 오히려 자가 치유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신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스토킹이 되지 않는 선에서 자가 치유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은 어렵지만 스스로 외로움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병을 치료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스토킹도 해보세요. 아마 감옥에 가서 있어보면 상대에 대한 정나미가 떨어질 거예요. 그 남자가 좋아서가 아니라 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평생 의지심을 갖고 사느니 저 같으면 감옥에서 한 1년 살다가 나와서 앞으로는 의지심을 갖지 않고 살 것같아요. (웃음)

의지심이 과도한 것은 병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작은 벌레도 새도 다 다른 것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살아갑니다. 아주 어릴 때만 어미에게 의지하지 그 이후에는 자기 스스로 살아요. 의지하는 것은 인간이 갖는 병 중에서도 가장 큰 병입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대성석가사, 천축선원 스님과 신도 대표를 만나 1,250명이 인도 성지순례를 잘 다녀올 수 있도록 협조해주신 것에 감사한 마음을 전할 예정입니다. 저녁에는 평화재단 통일의병 주관으로 평화통일 즉문즉설을 온라인 생중계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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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호

늘 감사합니다 스님 🙏

2023-04-03 06:26:18

서순영

의지심이 오천년 역사속에서 생겨난 것이라는 것을 알게되니 나를 비난하지 않게 되어 감사합니다.
아버지, 남편,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나를 믿고 의지합니다.

2023-04-01 06:35:40

백순례

의지처를 찾지않고 홀로서기를
해보겠습니다_()_

2023-03-31 11: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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