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3.26. 일요명상
“남편이 술을 먹으면 성매매를 하고 옵니다,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두북 수련원에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손님들과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벚꽃이 만발한 불국사와 보문단지, 경주 최부자집을 차례대로 둘러본 후 점심 무렵에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오후에는 두북 수련원의 방송실과 살리고 센터, JTS 창고를 소개해 준 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손님들이 돌아가고 나자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에는 김용주 변호사님과 미팅을 가졌습니다.


저녁 8시 30분부터는 일요 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155번 째로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먼저 스님이 시청자들에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한국에는 지금 온 도로에 벚꽃이 만발했습니다. 오늘 차를 타고 주변을 둘러보니까 노란 개나리, 빨간 진달래, 하얀 벚꽃과 목련 등 많은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 있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꽃이 피는 모습이 매우 신기했습니다. 어떤 이유로 저렇게 작은 나뭇가지에서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꽃이 생겨날 수가 있는지 참 궁금했습니다. 이렇게 자연은 늘 우리에게 신비감을 줄 뿐만 아니라 ‘왜 그럴까’ 하고 탐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줍니다.

괴로움의 원인을 탐구해 보면

어떤 현상이든 원인을 모르면 신비하지만, 원인을 규명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생의 괴로움도 마찬가지입니다. 괴로움의 원인을 모르면 ‘하나님이 벌을 줘서 그런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그런가’, ‘사주팔자가 안 좋아서 그런가’ 하고 신비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괴로움이 일어나는 과정을 잘 탐구해 보면 그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괴로움이 생기는 원인을 탐구하셔서 그 원인이 ‘무명’, 즉 어리석음이라고 밝혀냈습니다. 조금 더 세분화해서 욕심, 성냄, 어리석음, 세 가지가 괴로움의 원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되면, 즉 사실을 사실대로 알게 되면 괴로워할 일이 없어집니다.

수행이란 어떤 사물이든, 어떤 일이든, 어떤 마음의 작용이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명상 역시 눈을 감고 내 몸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각과 마음의 작용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이 긴장을 하게 되면 알아차림이 무뎌집니다. 몸과 마음에서 긴장을 풀고 편안한 상태에서 들숨과 날숨을 다만 알아차리기만 하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증상들이 저절로 알아차려지게 됩니다. 알아차리려고 애를 쓰거나 노력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편안한 상태에서 그냥 지켜볼 뿐입니다. 아무런 애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명상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알아차림이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편안하게 앉아있기 때문에 힘들지도 않습니다. 어떤 증상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을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이런 일도 일어나는구나’ 하고 알 뿐입니다. 자, 그럼 오늘도 명상을 해보겠습니다.”

오늘은 두 타임 연속으로 명상을 하고 중간에 포행을 하는 날입니다.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갖습니다. 마음을 콧구멍 끝에 관심을 두고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긴장하지도 않고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꾸준히 합니다.”

탁, 탁, 탁!

30분 명상하고, 10분 포행한 후, 다시 30분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스님이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온 시청자들의 소감을 읽어준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엊그제 생방송을 했던 금요 즉문즉설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남편이 술을 먹으면 성매매를 하고 옵니다, 어떡하죠?

“저는 다섯 살, 일곱 살 아이를 키우고 사는 워킹맘입니다. 결혼생활 7년 차인 저의 오랜 고민은 남편이 술을 조금 많이 먹으면 연락이 되지 않고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좀 있습니다. 그런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가 첫째 아이가 갓난아기였을 때였고, 아이를 안고 찾아 나서기도 하고, 연락이 안 되어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미안해하고 알코올중독 센터도 함께 다녀봤지만 남편은 술을 끊을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남편과 같이 살고 싶습니다. 남편이 밉거나 원망스럽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상황에서 참고 사는 것이 과연 옳은지, 나는 이대로 괜찮은지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하고 같이 살고 싶다고 하면서 왜 참고 살아요? 그냥 같이 살면 되죠.”

“성매매를 하는 것은 옳지 않잖아요. 또 성매매를 하면 에이즈나 성병에 걸릴 위험도 있고요. 그리고 남편이 나 아닌 다른 여자랑 관계를 한다는 사실이 저는 불편합니다.”

“어떤 사람이든 100퍼센트 다 좋을 수는 없잖아요. 알코올 중독인 남자와 나는 도저히 살 수 없다든지, 다른 건 괜찮은데 그거 하나만 나쁘니까 그 정도는 감안하고 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겁니다. 술을 먹고 성매매를 하는 남자와는 나는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결정을 하든지,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술을 먹고 취해서 생기는 일이니 그 사람의 병으로 간주하고 그 정도는 감안하고 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지 참을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남편이 고쳐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참게 되는 겁니다. 벌써 질문 내용만 들어봐도 남편이 고쳐지기는 어렵지 않겠어요? 이미 중독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잔소리를 하게 되면 싸움만 커지거나 질문자의 속만 상하게 됩니다.

‘남편이 술도 안 먹고 성매매도 안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은 질문자의 바람과 욕망일 뿐이에요. 남편의 그런 점을 인정하고 살든지, 도저히 못 살겠으면 헤어지든지, 둘 중에 결정을 해야 할 일이지 누가 더 잘했고 잘못했고 따지고 있을 문제가 아니에요. 왜냐하면 남편은 말로 해서 개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도 여러 번 노력해보지 않았습니까? ‘조금 더 기다리면 좋아질까?’ 하는 기대가 안 이루어지기 때문에 괴로운 거예요. 이런 상황에 나는 어떤 길을 갈 것인지는 내가 선택해야 할 문제라는 겁니다. 남편이 돈도 못 벌고 성격도 더러운데 그런 짓을 한다면 이런 고민조차 할 것 없이 벌써 이혼해 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그 부분만 빼고는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으니까 같이 살고 싶은 거겠죠. ‘이것만 고쳤으면 좋겠다’ 하는 나의 욕망으로 인해 생긴 문제이지 다른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싶어요.

만약 이혼을 하게 되면 질문자는 남편의 다른 좋은 점 때문에 후회를 하거나 미련을 갖게 될 겁니다. 같이 살면 그 부분이 안 고쳐지는 것 때문에 계속 스트레스받고 살게 될 것이고요. 그래서 이런 경우는 어떤 결정을 해도 후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째, 질문자가 남편과 같이 살겠다면 용인하고 사는 수밖에 없어요. 남편이 잘 했다는 게 아니라 질문자가 그런 남편과도 이혼할 수 없을 때는 용인을 해야한다는 거예요.

둘째, 나 외에 다른 여자를 만나는 사람하고는 아무리 돈이 많고 사람이 착해도 같이 살고 싶지 않다면 미련을 완전히 끊어버려야 합니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괴롭게 살지 않는 길로 나아갈 수 있어요. 그러니 이 괴로움은 질문자가 지금 양손에 떡을 쥐고 어느 것이 더 좋은지 망설이는 데서 생기는 괴로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관점만 바꾸면 이혼해도 좋고 계속 살아도 좋은 거예요.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이혼해도 후회하고, 같이 살아도 계속 스트레스받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그런 부분에서도 굉장히 고민이 돼요. 지금은 아이들도 키워야 되기 때문에 이혼이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남편과 부부 관계를 안 하고 사는 것은 괜찮지만, 그렇게 살면 부부관계가 피상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피상적으로 살면 어때요? 첫째, 이혼하면 어차피 혼자 살게 되니까 부부관계를 못해요. 그런 선택도 괜찮아요. 둘째, 부부관계가 필요하면 남자친구를 가끔 만나면서 살아야 합니다. 이때 그 남자친구가 총각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결국 부인이 있는 남자를 질문자가 가끔 만나야 하는 거죠. 셋째, 재혼을 해서 사는 길이 있습니다. 재혼을 하더라도 결국 다른 여성과 같이 살았던 사람이랑 재혼을 하게 되는 겁니다.

세 가지 경우를 비교해 보세요. 아이들 때문에 이혼은 하지 않지만 남편과 부부관계는 하지 않고 산다면 그것이 곧 이혼하고 혼자 사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도 가끔 부부관계가 필요하다면 한번 비교를 해보세요. 늘 나와 살다가 가끔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이 기분이 더 나빠요? 늘 다른 여자와 살다가 가끔 나를 만나는 것이 기분이 더 나빠요? 어차피 남자를 만나려면 다른 여자와 늘 살던 사람을 가끔 내가 만나야 되잖아요. 이렇게 비교해 보면 늘 나와 살다가 가끔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우선 이혼을 하고 혼자 사는 길이 있어요. 결혼관계를 유지하지만 부부관계는 하지 않고 사는 길도 있습니다. 같이 안 살려면 그 남자가 어떤 남자든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질문자의 인생관이 딱 안 잡혀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지 남편 때문에 생긴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내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중심이 안 잡혀 있고, 이것도 되었으면 좋겠고 저것도 되었으면 좋겠고, 이렇게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괴로운 거예요.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지 않는 남자와 같이 살고 싶다는 것이 무슨 욕심인가요?’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 남자한테 그걸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는 겁니다. 욕심이 다른 게 아니에요. 불가능한 것을 하려고 하는 게 욕심입니다. 예를 들어 ‘멸치 한 마리를 먹겠다는 게 뭐가 욕심이냐’ 이렇게 말할 수 있잖아요. 그러나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멸치 한 마리를 먹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불가능한 것을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꾸 남편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남편이 변하는 수밖에 해결책이 없게 돼요. 그러면 결국 내 인생이 남편한테 묶여 살게 되는 겁니다. ‘이런 남편을 두고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해 자기 입장을 분명하게 가져야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되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지 못해서 생긴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네, 잘 알겠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을 져야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되는 겁니다. 자꾸 남한테 책임을 미루면 거기에 늘 묶여서 그 사람이 이러면 좋고 저러면 나쁘게 돼요. 마치 주인이 강아지의 목줄을 쥐고 잡아당기듯이 그렇게 내 목줄을 상대가 쥐도록 해놓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나의 희로애락이 좌우된다면 그게 강아지이지 무슨 사람이에요.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해야 합니다.

옛날도 아니고 요즘 같은 시대에 부부가 결혼해 놓고 다른 사람한테 한눈을 파는 사람과 같이 살 이유가 뭐 있어요? 바로 이혼을 하면 되죠. ‘그 남자가 대통령이든, 그 남자가 재벌이든, 나는 다른 여성에게 한눈 파는 남자하고는 절대로 같이 살기 싫다’ 이렇게 자기 인생관이 분명하든지, 아니면 ‘바람을 좀 피우든 술을 먹든 그래도 이만한 남자가 이 세상에 어디 있나. 지금 이 남자를 버리고 다른 남자를 구하려고 해도 이만한 남자를 다시 구할 수 없을 것 같다’ 하고 인정하고 같이 살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니까요.

결국 이 문제는 내 중심이 딱 잡혀야 해결이 됩니다. 인생관이 안 잡혀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그래요. 지금 시대가 조선시대도 아니고, 세상의 온갖 정보가 다 열려있는 시대이고, 모든 사람의 권리가 똑같이 법에 보장되어 있는 시대잖아요. 이런 시대에 내가 어떤 인생을 살 것이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선택입니다. 자꾸 남을 탓하고 있는 것은 자기 인생을 방치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하고, 오후에는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후 저녁에는 두북 수련원을 찾아온 손님과 미팅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24

0/200

들풀

상대가 문제라고 생각하면, 상대가 변하는 수밖에 해결책이 없다. 그러면 결국 내 인생은 상대에게
묶여 살게된다. 는 말씀 새기며 나는 항상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5-08 03:28:48

아이고

첫째를 가졌을때 알았는데 이혼을 안하고 둘째를 낳고선 또 애 둘 핑계를 대고 있다. 상황은 자기가 만든거면서 피해자인척.

2023-04-06 10:06:28

풀옵션인생

내 인생 내가 살자.

2023-04-05 11:11:15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