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3.24 전국법사단회의, 금요 즉문즉설, 인도JTS 이사회
“아이들이 자주 싸울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아침부터 봄비가 촉촉이 내렸습니다. 곳곳에서 새싹이 움트고, 벚꽃은 하루가 다르게 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는 봄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6시 30분부터 전국법사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법사단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하자 먼저 스님이 여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고 나서 정토회의 정기법회가 수행법회로 통합이 되면서 법사님들께서 회원 교육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운영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은 각 모둠에 편성된 회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수행을 지도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정토회 회원들에 대한 서비스를 더욱 우선한다는 관점을 갖고 지부장, 지회장, 모둠장과 함께 회원들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정토회의 운영과 법사단의 역할에 대해 궁금한 점에 대해 자유롭게 스님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2차 만일결사가 시작되고 새로운 변화가 많다 보니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아침에 직장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 법사님들도 있어서 40분 동안만 질의응답을 하고 안건 토의를 한 후 8시에 전국법사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8시 30분에는 4월부터 법사교육을 받게 될 행자님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자님 다섯 명이 법사교육 입재를 앞두고 열흘 동안 스님과 함께 지내기 위해 두북 수련원으로 내려왔습니다. 행자님들은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법사 교육의 주안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출가해서 법사와 같은 생활을 한 지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법사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는가’ 하고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법사교육을 받아도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이 있어요. 출가를 했으면 늘 수행적 관점을 갖고 살아야 하는데 여러분은 ‘일과 수행의 통일을 지향한다’, ‘사회적 실천을 한다’ 이런 미명하에 세상의 일을 주로 하다 보니까 마음은 수행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지 못할 때가 많았다는 겁니다. 이 점이 앞으로 1년이라는 법사교육 기간 동안 여러분이 개선해야 할 가장 큰 과제입니다.

법사가 되기 위해 해야 할 공부

세간과 출세간은 차이가 있습니다. 세간은 재능과 능력, 역량이 평가 기준이 되지만, 출세간은 괴로움이 없는 삶의 자세가 기준이 된다는 것이 다릅니다. 세간에서는 화내고 짜증 내고 욕심내고 해도 능력만 있으면 나머지를 다 봐주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법사가 된다는 것은 출세간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음의 자세를 어떻게 갖느냐입니다. 대중들은 아침마다 수행문을 읽으면서 그 내용을 지향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사는 그 내용을 내가 도달해야 할 목표로 분명하게 인식하고 정진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정토회가 미래에도 순수성을 계속 유지해 나가려면 능력이 부족하고 재능이 없더라도 수행적 관점을 기준으로 법사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격려가 되어야 해요.

법사가 되려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행의 DNA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려면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해요.

첫째, 일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주어진 일을 하지만 일에 대한 집착은 내려놓아야 해요. 일을 어떻게 잘할 것인지가 과제가 아니고 ‘그 일을 내려놓아라’ 할 때 탁 내려놓는 것이 과제입니다.

둘째, 개인이 가진 취향, 취미,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취향, 취미,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하면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마음이 뒤틀어져서 근본을 놓치기가 쉽습니다. 마치 작은 세균이 몸 전체를 병들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은 출가를 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이미 극복을 한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작은 것들이 더 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극복을 못하더라도 취향, 취미, 습관에 사로잡혀서 자신의 마음이 뒤틀리고 있다는 사실은 최소한 자각할 수 있어야 나중에 도반들의 지적을 받았을 때 돌이킬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재능이 부족한 것은 정토회의 정체성을 훼손시킬 정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수행적 관점을 놓치는 것은 정토회의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러니 도반들과의 탁마를 통해 수행적 관점을 놓치는 것을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내 삶이 어떤 조건에서도 편안해야 합니다. 아무 일을 안 해도 마음이 편안하고, 열심히 일하고 나서도 칭찬받으려 하지 않고, 비판을 받아도 괜찮고, 칭찬을 받아도 들뜨지 않고, 아무런 권한이 없어도 마음이 편안해야 합니다. 수행적 관점을 놓치면 늘 남의 눈치를 보게 되고, 긴장을 하게 되고,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아무 일도 안 해도 마음속에 분별심만 없으면 몸져누워서 살아도 법사로서의 자격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가장 수행하기 좋을 때가 언제일까요?

마음속에 분별심이 일어날 때가 가장 수행하기 좋을 때입니다. 확 마음이 틀어질 때가 내 모습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그러나 마음이 틀어지면 내 모습이 보이지가 않고, 마음이 평온하면 과제가 없어져버려서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게 됩니다. 그래서 마음이 틀어질 때야말로 마음의 본질을 꿰뚫어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어떤 일을 하든 주안점은 자기 마음을 알고 깨치는 것입니다. 일은 내 마음을 깨치는 도구일 뿐이지 일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그러니 일과 마음공부가 별개가 아니라는 관점을 갖고 1년 동안 수행을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행자님들은 스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감사의 마음을 담아 삼배를 한 후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해외에 거주하는 분들과 주간반 시청자들을 위해 오전에 즉문즉설을 하는 날입니다. 23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먼저 스님이 환하게 웃으며 봄소식을 전했습니다.

“지금 바깥에는 봄비가 촉촉이 내렸습니다. 꽃들이 예년보다 일찍 피고 있습니다. 4월이 되어야 벚꽃이 피는데 3월 하순에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지난겨울은 예년보다 더 추웠는데 봄은 예년보다 일찍 오네요. 이런 좋은 봄날 여러분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캐나다에 이민을 왔는데 직장에서 영어를 잘하지 못해 위축감이 든다며 어떻게 하면 직장생활을 잘할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해서 위축감이 듭니다

“저는 캐나다에 살고 있고 이민 온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영어를 잘 못하다 보니 직장동료들과 대화에 끼지 못하고 묵묵히 일만 하다가 퇴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위축되고 소외감이 듭니다. 또 문화적인 차이도 있어서 일하면서 동료들과 종종 부딪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도 아니고 한국에서는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즐겁게 직장생활을 했었는데, 여기서는 그러지 못하니 답답한 생각이 많이 듭니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은 만족스러워서 앞으로 은퇴하기 전까지 20년 더 다닐 생각이라 동료들하고 잘 지내고 싶습니다. 영어를 잘 못해도 즐겁고 당당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요즘 한국 축구선수들 중에 유럽이나 외국에 나가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많죠. 반대로 외국인 선수가 한국에 와서 운동하는 것도 보셨을 겁니다. 그들은 축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까? 아니면 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까?”

“축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수들끼리 모여서 한국말로 수다를 떨 때 한국말을 못 하면 마음이 위축될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외국에 가서 산다고 할 때는 마음이 위축될 것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질문자는 외국에 가서 살면서 한국에 있을 때처럼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괴로운 겁니다. 그게 바로 욕심이에요. 한국 사람들끼리 수다를 떨고 싶으면 한국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외국에서 구한 직장이 더 편하고 좋으면 한국에서처럼 수다 떠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두 가지를 다 취하려니까 어렵죠. 그것은 마치 스님도 되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어 하는 것과 같아요.

만약 제가 여러분에게 ‘스님이 되고 싶어서 절에 들어왔는데 혼자 사는 것이 너무 외롭습니다’ 하고 질문하면 여러분은 ‘밖에 나가서 살면 되지 않나’ 하고 대답할 겁니다. 그것만큼 질문자의 생각은 어리석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의 이야기를 듣고 대부분의 사람이 ’ 어려운데 뭐 하러 외국에서 사나요? 한국에 와서 살면 되죠’ 하고 대답을 할 겁니다.

질문자처럼 캐나다에 살고 싶다고 한다면 언어가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감안을 해야 됩니다. 외국에 살면서 뭐 때문에 수다를 떠는 무리에 끼려고 합니까? 수다 떠는 무리에 낄 생각을 안 하면 됩니다. 그냥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돼요. 이 세상에 수많은 일들이 말을 안 해서 생긴 문제보다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생긴 문제가 더 많아요. 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친구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나는 말을 못 해서 못 끼어든다고 생각하지 말고 친구들의 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면 돼요. 이 사람이 말해도 끄덕끄덕, 저 사람이 말해도 끄덕끄덕 하면서 어울리면 됩니다.

옛날에는 술과 담배를 하는 문화가 많았습니다. 그런 시대에도 술을 먹지 않는 사람이 술값만 내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담배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얼른 빼서 대접하는 것만 잘해도 담배를 안 피우는 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술을 안 먹는다고 끼워주지도 않지만 술값도 내주고, 술에 취한 사람들을 택시에 태워 집에 보내서 뒷정리까지 해주고,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다들 좋아합니다.

그러니 수다를 떨 때 나도 같이 수다를 떠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수다를 떠는 건 누군가가 들어주었으면 하고 떠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수다를 잘 들어주면 됩니다. 꼭 내가 말을 많이 해야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들이 얘기를 하면 잘 들어주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됩니다. 어울리지 않고 나 혼자 따로 지내도 아무 상관이 없고요. 어울리고 싶으면 이야기를 들어주면 되고요. 이런 관점을 갖는다면 내가 말이 좀 부족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화적인 차이도 있어서요.”

“문화적인 차이는 어쩔 수 없잖아요.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캐나다에 갔으면 그들의 문화를 수용해야 합니다. 술 먹고 담배 피우는 문화가 있다고 해서 내가 꼭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듯이 그들의 문화를 거부하지 않고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한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만약 교회에 가서 살게 되면 나의 신앙을 바꾸지는 않지만 그들의 문화인 주일 예배에는 참석해야 합니다. 기독교인이라고 해도 절에서 살게 된다면 아침예불은 참석을 해줘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게 싫으면 참여하지 않고 떠나면 됩니다.

어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살면서 한국문화를 거부하면 한국 사람들이 볼 때 좀 얄밉잖아요. 한국에 왔으면 한국에 있는 동안은 한국문화를 수용해줘야 합니다. 꼭 좋아하고 즐길 필요까지는 없어요. 최소한 수용은 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기독교인이 불교 집안에 시집이나 장가를 갔다고 해서 제사를 안 지내겠다고 하면 가족 관계에 금이 갑니다. 내가 제사를 모시지 않고 절은 하지 않더라도 음식을 함께 만든다든가 그 일에 필요한 뒷바라지 정도는 해줘야죠. 그래야 함께 어울릴 수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질문자의 독선적이고 강한 고집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그들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질문자가 외로운 이유는 그들이 자기를 왕따 시키기 때문이 아니라 내 것만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외로우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면 돼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성추행한 아버지와의 관계회복이 고민입니다. 아버지가 혹시나 조카들에게도 성추행할지 않을까 불안합니다. 남편은 용서할 가치도 없다고 하는데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친정 부모님 때문에 억지로 한 결혼에 대한 원망도 크고, 망쳐진 내 모든 인생에 대한 후회도 듭니다. 목숨만 붙어있지 미칠 정도로 답답합니다.

  • 최근 대통령이 취한 일본에 대한 굴욕적인 행동 때문에 걱정이 많아 잠도 오지 않고, 일에도 집중할 수 없습니다. 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답변을 다 하고 나서 12시가 되어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1시 30분부터는 인도JTS 이사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지난 2월에 인도성지순례를 갔을 때 인도JTS 이사회를 열었어야 했는데 순례객이 너무 많아서 오늘 별도로 이사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사업보고와 결산, 그리고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을 각 담당자가 발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올해부터 이사를 사임하는 분, 새로 이사가 되신 분을 각각 소개하고 인사를 나눈 후 이사회를 모두 마쳤습니다.


이어서 인도정토회 이사회를 시작했습니다. 작년 사업보고와 결산, 그리고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을 각 담당자가 발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후 이사화를 마쳤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시청자들을 위한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저녁에는 52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했습니다. 오전처럼 가볍게 봄소식을 전한 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아이들이 집에서 너무 심하게 싸운다며 부모로서 어떻게 중재를 하고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주 싸울 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1 아들과 중2 딸을 둔 엄마입니다. 남매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너무 많이 싸웁니다. 서로 조금도 양보하지 않고, 상대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꼴을 못 봅니다. 항상 서로 자기만 억울하다고 합니다. 저는 아이들 한 명 한 명과는 사이가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뒷산에 운동하러 갔다가 둘이 너무 싸워서 화가 나 집에 돌아온 적도 있습니다. 주중에는 직장 일로 바빠서 주로 주말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이제는 산책할 때 요일을 달리해서 아이들을 한 명씩 데리고 나옵니다. 문제는 집에서 아이들이 싸울 때, 제가 주의를 줘도 계속 격해집니다. 제가 언성을 높이고 소리를 질러야 겨우 멈춥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아이들이 싸우면 저도 자동으로 소리를 지릅니다. 이제는 주체할 수도 없을 정도로 화가 많이 납니다. 아이들이 싸우고, 제가 기분이 안 좋으니 남편에게도 다정하게 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이 싸울 때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이들 각자 사정이야 어떻든 형제끼리는 싸우는 게 좋습니까? 안 싸우는 게 좋습니까?”

“저는 아이들이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싸우든 말든, 엄마와 아이들하고는 서로 싸우는 게 좋을까요? 싸우지 않는 게 좋을까요?”

“저하고는 사이가 너무 좋은데요?”

“아이들이 싸우면 질문자가 고함을 지른다면서요? 고함을 지르는 게 싸우는 거지 꼭 때려야 싸우는 건가요?”

“아! 맞습니다. 저도 같이 막 싸우게 되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티격태격한다고 엄마가 고함을 지르고 정신이 없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아이들이 싸우든 말든 엄마라도 조용한 것이 좋을까요?”

“엄마라도 조용한 게 좋습니다.”

“그러면 질문자도 조용히 하는 게 안 되는데 아이들이 어떻게 될까요? 질문자부터 안 되잖아요.”

“맞습니다. 저도 막 화가 올라옵니다.”

“그러니 아이들을 나무랄 일은 아니에요. 질문자의 문제입니다. 질문자는 고함을 지르고 정신이 하나도 없으면서, 아이들한테는 ‘서로 싸우지 말고 조용히 사이좋게 지내라’ 하니까 그 말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예요. 그건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고 질문자의 문제입니다. 질문자부터 먼저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아이들이 싸우든 말든 그건 아이들의 문제다. 너희들이 싸우든 말든 고함도 지르지 않고, 큰소리도 치지 않고, 정신을 잘 차리겠다. 나는 너희들의 상황이 어떻든 내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겠다.’

이렇게 자기 수행이 먼저 되어야 아들에게도 ‘동생이 어떻게 하든 너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라’ 하고 가르칠 수 있고, 동생에게도 ‘오빠가 어떻게 하든 너는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라’ 하고 가르침을 줄 수 있어요. 내가 되어도 아이들은 안 될 가능성이 큽니다. 내가 안 되는데 아이들에게 ‘동생이 어떻게 하든 오빠니까 참아라’, ‘오빠가 어떻게 하든 너는 동생이니까 참아라’ 하고 말한다고 해서 그 말을 듣겠어요?

만약 질문자가 ‘나는 아이들하고 사이가 좋은데, 왜 아이들은 서로 싸울까?’ 하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기 합리화에 불과합니다. 자기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고, 아이들만 문제라고 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오늘부터 아이들이 어떻게 하든 더 이상 문제 삼지 말아야 합니다. 큰 상처를 입히는 폭력행위, 즉 법적으로 처벌받을 만한 정도의 싸움이 아닌 이상은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의 싸움에 대해 직접 관여하지 않는 연습을 지금부터 해야 합니다. 이것이 된다면 내가 되니까 아들과 딸한테도 ‘엄마는 이렇게 하니까 되더라, 너도 한 번 해봐라’ 하고 조언을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산책을 가든, 집에 있든, 어디를 가든, 어떻게 싸우든 아이들의 문제는 손대지 말고 그저 강아지 두 마리가 자기들끼리 싸우는 걸 웃으면서 구경하듯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못해봤어요. 애들이 서로 싸우고 시시비비를 가릴 때 얼른 그만두게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같이 싸움에 휘말리기만 했는데 정말 새로운 관점입니다. 감사합니다. 스님.”

“제 말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엄마의 사랑을 서로 받으려는 심리의 기저는 질투심입니다. 질문자한테도 그런 질투심이 있어요. 질투심은 누구나 다 있지만 아이들이 조금 강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닙니다. 엄마가 아이들을 보면서 ‘어릴 때는 다 그렇지’ 하고 웃으면서 지내면 저절로 가라앉게 될 일입니다. 아이들 싸움에 엄마까지 끼어 들어서 고함을 지르고 난리를 치니까 갈등이 점점 증폭이 될 뿐이에요. 아이들의 문제는 놔두고 ‘내가 조용한 마음이 되는가’ 이걸 과제로 삼아서 지내보시기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시아버지가 만날 때마다 본인이 죽고 난 후에나 아기를 낳을 것이냐고 기분 나쁘게 말합니다. 그래서 시아버지를 만나 뵙기가 불편한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 남편이 성매매 종사 여성과 성관계를 합니다. 아는 것만 해도 수차례이며 제가 임신 중에도 했습니다. 이제는 저도 무뎌지며 자꾸 외면하게 됩니다. 답답한 마음에 도움을 청합니다.

  • 미래의 인류는 서양의 물질문명과 동양의 정신문명을 통합하지 못하면 중대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합니다. 스님의 고견을 알고 싶습니다.

질문에 대해 대답을 다 하고 나니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에 사회 실천에 대한 질문이 나와서 이에 대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한 생각을 바꿔서 행복해지는 길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결혼 생활과 자녀의 싸움에 대해 특별한 해결책을 찾는데, 약간 떨어져서 관점을 바꾸어 보면 ‘별일이 아니구나’ 하고 금방 해결이 됩니다. 그러나 기후위기나 전쟁의 위험은 내가 관점을 바꾼다고 해결이 되는 게 아닙니다. 이것은 원인을 잘 규명해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아주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하게 사는 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나의 관점과 생각을 바꿔서 행복해지는 길이 있습니다. 둘째, 우리가 사는 사회 환경을 바꿔서 행복해지는 길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두 가지 길을 동시에 추구해 나가야 합니다. 마음만 바꾸면 된다는 것에 너무 치우치면 세상을 외면하는 사람이 되고, 세상을 바꿔야 된다는 것에 너무 치우치면 투쟁 일변도로 가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자기를 변화시키는 마음공부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회실천 활동을 함께 해나가야 됩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행복운동특별본부 대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오후에는 정토경전대학 입학식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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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억

스님 가르침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2023-04-09 14:52:54

김숙경

_()_

2023-03-29 21:50:17

이수미향

내 취향, 취미,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연습을 해야합니다. 나는 내 좋은것만 하다 다른것을 받아 드려야하니 저항이 큽니다.순간순간 고뇌 스럽지만 꼭 해내리라 연습해 나가고 있습니다 내가 받은 배려를 생가가하면서~
감사합니다~~

2023-03-28 18:4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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