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3.21. 대나무 정리
“수행할 때 알아차림을 한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거사님들과 울력을 하는 날입니다. 작년 봄에 산윗밭 아래 대숲에 대나무가 꽃을 피우더니 모두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거사님들과 작년 10월 초에 죽은 대나무들을 모두 베었고, 11월 말에 그 대나무들을 한 차례 정리를 했었습니다. 그때 정리를 다 하지 못한 대나무들을 오늘 다시 정리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도구를 챙겨서 산에 올랐습니다. 초록색 대나무 한 그루가 쓰러질 듯 서 있어서 나뭇가지를 잘라서 받쳐주었습니다. 한창 작업 중에 대구경북지부와 부산울산지부에서 거사님 10명이 도착했습니다. 먼저 여는 모임을 했습니다. 지난번 대나무 정리 울력에 이어 다시 참가하셨다는 거사님들도 있었고, 저마다 잘 쓰일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나누기가 많았습니다. 새로운 명심문인 ‘우리는 모자이크 붓다입니다’ 하고 큰 목소리로 외친 후 일을 시작했습니다.

대나무 작업은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잔가지를 쳐내고, 일정한 길이로 잘라 트럭에 실었습니다. 땀을 흘리며 2시간을 일한 후 비빔국수를 한 그릇씩 먹고 계속 작업을 했습니다.




스님은 네 분의 거사님과 윗밭 둑에 있는 가시덩굴을 쳐내기 위해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날이 무척 더웠습니다. 땀을 흠뻑 흘리며 덩굴을 걷어냈습니다. 1시간이 지나서 일을 마무리했습니다.


거사님들은 대나무로 가득 찬 트럭을 몰고 수련원으로 가고 스님은 빗자루를 만들기 위해 대나무 가지를 모았습니다. 대나무 잔가지를 모아 가져가려고 하는데 묶을 끈이 없었습니다. 한참을 찾아도 끈이 나오지 않아서 스님은 칡넝쿨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평소 그렇게 많던 칡넝쿨도 없었습니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데 딱 그 모양새네요."

스님은 축대에 붙어있는 칡넝쿨을 찾았습니다. 날이 건조해서 다 말라붙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덜 마른 것으로 골라서 대나무 가지들을 묶었습니다.

“빗자루를 만들어서 가을에 나비장터를 할 때 내어놓아야겠어요.”

울력을 마치고 오후 4시 30분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를 4시간 동안 달려 저녁 8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본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주 행복학교 특강에서 있었던 내용을 전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수행할 때 알아차림을 한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죠?

“행복학교에서 수행 연습을 할 때 평소 제가 자주 하는 말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제가 자주 하는 말은 '피곤해'와 '짜증나'였습니다. 상대방이 그 말을 들으면 부정적인 기운을 받을 수 있는 말들인데요. 알아차린 다음에는 그런 말을 그만 쓰려는 노력도 같이 하는 게 좋을까요?”

"질문자가 생각할 때 ‘피곤해’, ‘짜증나’ 이런 말을 하는 습관은 고치는 게 좋아요, 안 고치는 게 좋아요?"

"고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고치면 되지요. 예전에는 내가 ‘피곤해’, ‘짜증나’ 이런 말을 쓰는지 몰랐는데, 수행 연습을 해보니 '내가 조금만 문제가 있으면 못 살겠다는 말을 자주 쓰는구나' 하고 알게 되었잖아요. 행복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여기까지만 가르칩니다.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라고 가르치지, ‘짜증나’, ‘피곤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나쁘니까 고치라고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개인이 어떻게 살든 그건 개인의 자유예요. 그러나 자기 상태에 대해서는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질문자가 그런 말을 쓰는 것을 남들은 다 알아요. ‘저 사람은 성질이 급해’, ‘저 사람은 욕심이 많아’, ‘저 사람은 자기주장이 강해’ 이렇게 다른 사람들은 다 아는데 본인만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들은 나를 잘 몰라도 나는 나를 잘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친절한 사람이라고 말해도 나는 내 안에 짜증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해요. 그래야 자신을 개선해 나갈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도 다 아는 사실을 자기만 모르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상대가 지적을 해줘도 '내가 언제 화를 냈어?', '내가 언제 주장을 했어?', '너는 주장을 안 해?' 이런 식으로 대응을 하기 때문에 자기 변화가 없습니다.

행복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는 우선 나를 알자는 것입니다. 내가 행동하는 습관, 말하는 습관,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과 감정을 알자는 거예요. 내가 어떤 말을 할 때 어떤 감정이 일어났는지 본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기분 나쁜 감정이 계속 쌓입니다. 참는 줄도 모르고 참고 있는 거예요. 그러다가 어떤 일에 감정을 폭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먼저 나를 알자는 겁니다. 내가 행동하는 습관이나 말하는 습관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내면에서 일어나는 불쾌한 감정들, 즉 어떤 일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처럼 속에서 일어나는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 곧 나를 알아가는 것입니다.

나를 알게 되면 고칠 건지 안 고칠 건지는 그 다음에 선택하면 됩니다. 일단 나를 알게 되면 '이렇게 행동하면 나한테 손해잖아' 하는 마음이 들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고치고자 하는 내적인 욕구가 일어날 수밖에 없어요. 이것이 자각입니다. 자각을 해야 변화를 위한 동력이 생겨요.

예를 들어, 선생님이 '너 그런 말은 하지 마' 이렇게 잔소리를 하면 겉으로는 고치겠다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 '나만 문제야? 너는 안 그래?' 하고 반발을 하기 때문에 변화가 오지 않아요. 고쳐야 한다는 의무감만 있지 내면으로부터 자발성이 일어나지 않는 겁니다. 야단을 치면 일시적으로 하는 척하다가 상황이 바뀌어 버리면 원래대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변화’라는 것은 ‘자각’이 되어야 가능합니다. 남이 지적해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내가 이런 게 문제네’ 하고 자각이 되고, 또 ‘이런 건 좀 바꾸는 게 낫겠네’ 하고 자기 내부에서 마음이 일어나면, 이것이 바로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질문자는 행복학교를 하고 있으니까 한꺼번에 너무 욕심내지 마세요. 자기를 아는 단계만 되어도 변화를 향해 한 발을 딛는 게 될 수 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조금씩 자기 변화를 향해 나아가게 됩니다.

‘빨리 바꿔야지’ 하고 욕심을 내서는 안 돼요. 욕심을 내서 한다고 해도 잘 안 바뀝니다. 잘 안 바뀌면 안 바뀌는 자신에게 또 실망을 하게 됩니다. ‘나는 안 돼. 에이, 생긴 대로 살지. 꼭 바꿔야 하나’ 하면서 포기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너무 욕심내지 말라는 거예요. 지금은 그저 ‘아, 이런 게 있구나’ 하고 천천히 해나가면 됩니다. 아는 것만 해도 큰 소득이잖아요. 지금까지도 이렇게 살았는데, 당장 안 바꾼다고 못 살건 아니잖아요. 수행도 욕심을 내서 하면 안 돼요. 우선은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해요. 즉, 나를 아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변화는 다음 단계예요.

나를 알되, 조금 더 자세히 알아야 해요. 말과 같이 드러나 있는 것은 남들도 다 알아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을 알아야 합니다. 마음을 잘 살펴서, 겉으로 드러나기 전의 감정 변화를 알아차려야 해요.

‘이런 말을 들으니 내가 기분이 나쁘네’
‘저런 말을 들으니 내가 기분이 좋네’

이렇게 감정이 드러나기 전에 알아차리는 것이 ‘마음 알아차리기’입니다. 동작을 알아차리거나 말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더 나아가 마음 알아차리기를 하고 그것을 도반들에게 내어놓는 연습을 하는 것이 행복학교에서 하는 마음 나누기 프로그램이에요.

그런데 마음을 내어놓는다고 하면 보통은 ‘내가 너 때문에 기분이 나빴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마음을 내놓는 것이긴 하지만 결국 상대방을 탓하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상대방과 싸우게 됩니다. 도반들끼리의 나누기는 이와는 달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그 말을 듣고 저는 기분이 나빴습니다’ 하고 말하는 거죠. 이것은 상대방을 탓하는 게 아니라 내 기분이 이렇다고 자각한 것을 드러내놓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그래서 행복학교에서는 ‘생각 나누기’라고 하지 않고 ‘마음 나누기’라는 말을 쓰는 겁니다. 다른 말로 하면 ‘자기감정에 깨어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부하면 조금씩 바깥의 자극에 쉽게 흥분하지 않게 됩니다. 흥분하려고 할 때 벌써 탁 알아차리게 되니까요. ‘너 또 흥분하네’, ‘너 또 기분이 나쁘구나’ 하고 마치 제3자가 지적해 주듯이 자기가 자기를 지적하기 때문에, 감정이 확 올라오다가 내려가는 경험들을 하게 됩니다.”

“마음을 알아차리고 그 중에 고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고치면 된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는 알아차리는 것도 조금 벅차서 알아차리는 것에 집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그런데 괴로움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의 실제모습을 좀 알고 싶지 않나요? 내가 사람들의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내가 내 모습을 모르면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 인공지능이 계속 발전하면 나중에는 광고를 할 때도 전부 맞춤 광고를 하게 될 겁니다. 이 사람은 뭘 좋아하고, 저 사람은 뭘 싫어하는지, 저 사람한테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런 걸 전부 데이터화 해서 여러분들에게 맞춤 광고를 딱 때리면,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도 사게 되는 겁니다. 선거 때도 이렇게 맞춤 광고를 딱 때리면, 그 광고를 보는 순간 ‘아, 저 사람을 찍어야지’ 하는 마음이 일어나도록 하는 거죠.

그래서 앞으로는 진짜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게 아닌 경우가 많아질 겁니다. 정말로 대통령을 잘할 사람을 뽑는 게 아니에요. 빅데이터를 가진 사람이 각 개인별로 맞춤 광고를 해서 결과를 좌지우지 할 겁니다. 결국 누가 돈을 많이 쓰느냐에 좌우되니까 세상이 엉망이 될 소지가 있습니다. 이렇게 기술의 발전에는 좋은 것만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런 것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자기가 자기를 딱 알아야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혹할 때 ‘아, 이게 나를 유혹하는 도구이구나’, ‘아, 이 내용으로 나를 유혹하려고 나한테 광고물을 보냈구나’ 이렇게 딱 알아야 해요. 그래야 내가 거기에 놀아나지 않게 됩니다.

옛날부터 뇌물을 주는 방식도 다양했습니다. 두려움이 많은 사람에게는 협박하고, 욕망이 많은 사람에게는 재물을 주고, 성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미인계를 쓰고, 이렇게 해서 다 구워삶았습니다. 상대편의 적장도 그런 식으로 다 미끼를 던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미끼에 혹하는지 알려면 자기 자신을 좀 알아야 됩니다. 우리가 말하는 ‘경계’라는 게 미끼입니다. 누가 욕을 하거나 누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거기에 내가 확 화를 내거나 아니면 끌려가거나 이렇게 되기가 매우 쉽습니다.

그래서 자기를 아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성자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했잖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자기를 모르고 삽니다. 그러니 자기 관찰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자기 관찰만 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는 바깥의 것은 많이 아는데, 내면에 대해서는 몰라요. 마치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과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하고, 주간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한 후, 오후에는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에 참석하고, 평화재단 기획위원회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저녁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64

0/200

개밥바라기

알아차리고 뭘해야할지 몰랐는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08-17 18:00:01

이준호

자신을 잘 알아야한다는 말씀, 깊이깊이 새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3-31 21:09:17

호롱불

남은 나를 몰라도 나는 나를 알아야 한다는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3-29 11:29:1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