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3.20. 2-1차 영어 입재식, 불교대학·경전대학 직무교육
“적게 소비하고도 행복한 삶의 방식을 찾지 못하면...”

안녕하세요. 오늘은 전 세계에서 외국인 수행자들이 2차 만일결사 및 2-1차 천일결사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2차 만일결사 1일째 기도를 하는 날입니다.

“정토행자 제2차 만일결사 중 제1차 천일결사, 제1차 백일기도 중1일 째 기도를 시작하겠습니다.”

1일째 기도를 하고 나니 2차 만일결사가 시작된 것이 더욱 실감이 났습니다.

어제는 한국에서 2023년부터 2052년까지 30년 동안 진행되는 2차 만일결사 입재식이 있었습니다. 어제의 감동에 이어서 오늘은 미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영국, 아일랜드, 스위스 등 전 세계에서 외국인 수행자 20명이 2-1차 천일결사에 입재했습니다.

오전 7시에 스님은 두북 수련원의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행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영어 통역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At Jungto, we are committed to leading a contented life, living in harmony with others, and protecting the environment. These values are at the core of our community, and we are proud to embark on this 10,000-Day Practice with the shared aspiration of overcoming all suffering and creating a world of pure mind, good friends, and clean Earth.”
(개인은 행복하고, 사회는 평화로우며, 자연은 아름다워 살기 좋은 세상을 청정 국토 ‘정토’라고 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극복하고 바로, 이 땅에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을 실현하고자 큰 서원을 세우고 시작한 만일결사! 제2차 만일결사 입재식에 참가해주신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정토회 대표님의 환영사가 있은 후 외국인 수행자들은 스님에게 입재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30년 전 만일결사를 처음 시작할 때를 떠올리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새로운 천일결사를 시작하는 날입니다. 정토회는 30년 전에 만일을 목표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행하기로 다짐했고, 지난 30년을 잘 마쳤습니다.

모자이크 붓다를 꿈꾸며 걸어온 길

오늘 여러분과 이렇게 새롭게 만일결사를 시작하려고 하니 30년 전 처음 만일결사를 시작할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 저는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함께 한국 사회와 불교의 문제점에 대해서 많은 토론을 했습니다.

‘나 혼자서는 붓다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없지만, 각자 한 가지씩만 붓다를 닮아가려는 사람들이 수백, 수천, 수만 명이 모인다면 붓다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모자이크 붓다’입니다. 모자이크 붓다를 꿈꾸며 20여 명이 만일결사를 시작했고 30년이 지나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정토회는 비교적 바른 관점을 가지고 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기성 사회를 비판하기보다는 우리가 먼저 모범을 보임으로써 다른 사람들도 ‘아, 저런 길도 있구나!’ 하고 따라오도록 많은 일들을 해왔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사회운동에서 이탈했다는 비판도 듣고, 불교계 안에서는 사이비라고 비판을 받으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불교계 안에서는 ‘미래불교의 희망이다’ 하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성장했고, 한국 사회 안에서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단체이다’ 하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지금 출발해서 앞으로 30년 동안 꾸준히 정진하고 활동해 간다면 인류 역사에 작은 희망의 불씨를 당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큰 파워를 가져야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희망과 신뢰를 줄 수만 있어도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정토회는 불교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불교만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종교와 문화에 대해 열려있습니다.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면 누구나 함께 하고자 합니다. 붓다의 가르침이 오늘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가르침에 따르는 것이지, 붓다의 가르침을 맹종해서 모든 사람이 그 길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붓다의 가르침이 인류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각자의 신앙이나 이념을 간직한 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비록 소수의 인원이 출발하고, 30년 후까지 살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30년이 지난 뒤 후세 사람들이 지금 우리의 모습을 돌아본다면 ‘그 때 그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출발했다’ 하고 평가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요구하는 기후 위기

미래 30년을 내다봤을 때 인류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기후 위기인 것 같습니다. 기후 위기는 우리가 안고 있는 다른 많은 문제들보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더욱더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하나의 문명이 일어나서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고, 하나의 나라가 일어나서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나의 문명 속에서 수많은 나라가 흥망성쇠를 거듭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문명을 ‘근대문명’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유럽의 가치와 삶의 방식이 전 세계로 확산된 것입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시작해서 지리상의 발견, 산업화의 시작, 이런 것들이 근대문명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이 근대문명은 초기에는 중세 시대의 봉건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인류의 희망처럼 여겨졌습니다. 종교적인 맹신을 극복할 수 있는 합리성이 나왔고, 과학이 발전하여 전 세계로 확산이 되었습니다.

유럽의 역사를 보면, 포르투갈이 앞서다가 다음은 스페인이 앞서가고, 다음에는 네덜란드가 앞서가고, 그다음에는 영국이 앞서가고, 이런 식으로 문명을 주도하는 나라들이 계속 바뀌어 갔습니다. 결국 독일, 프랑스, 영국이 각축을 한 결과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프리카와 아시아는 식민지 지배를 받아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중국과 소련이 주도권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은 미국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미국의 주도권을 중국이 도전하는 형국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세계는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인류에게 불어 닥친 기후 위기는 이 문명 안에서 누가 패권을 잡느냐보다 훨씬 더 큰 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 문명 자체가 한계점에 이르렀고 문명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문명이 가는 길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해서 중국, 인도, 동남아 국가들도 따라온다면 지구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문명의 종말을 아직은 겪어보지 않았지만, 그것이 얼마 후에 오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적게 소비하고도 행복한 삶의 방식을 찾지 못하면...

긴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이런 방식으로 문명이 종말을 맞은 사례는 수없이 많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떤 길을 갈 것인가?’, ‘지속 가능한 문명은 어떤 것인가?’ 하고 반문해 볼 때가 되었습니다. 침몰하는 근대 문명의 배에 계속 타고 있을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그 배에서 탈출할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토회는 지난 30년 동안 지속 가능한 새로운 문명의 모델을 만드는 일을 해왔습니다.

‘모든 사람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의 길은 어떤 것인가?’

이 질문에 대답을 찾기 위해 정토회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러려면 적게 소비하고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찾아내야 합니다. 경쟁에서 이기려고만 하지 말고 협력을 통해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어떤 사람도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는 삶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설령 답을 찾지 못하거나 문명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우리는 이 길을 갈 것이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도 이 길을 가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이 길을 갈 수밖에 없습니다. 남들이 소비주의라는 마약을 먹는다고 해서 우리도 따라 먹을 수는 없습니다. 나와 우리 모두를 위해서 나부터 먼저 이 길을 가야 합니다. 미래 문명의 대안을 찾기 위해서 부지런히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의 노력이 부족하면 다음 세대가 또 30년을 노력해야 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아마 100년을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오늘 너무 거창한 이야기를 한 것 같네요. 그러나 이렇게 큰 목표도 내가 내 자신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한 발을 내딛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큰 목표를 지향하고 있으면 일상에서 부딪히는 소소한 문제들은 별일이 아닌 것이 됩니다. 그러니 조금 멀리 내다보고 한 발 한 발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그런 출발을 하는 날이 오늘입니다. 동이 트기 전 새벽을 맞이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다 함께 이 길을 걸어가 봅시다.”

이어서 천일결사자 결의식을 진행했습니다. 외국인 수행자들은 천 일 동안 10가지를 반드시 지킬 것을 약속했습니다.

“First, will you practice at 5 AM every day to become the master of your own life?”
(첫째, 내 인생의 주인이 되고자 매일 새벽 5시에 정진하겠습니까?)

“Yes, I will practice at 5 AM every day.”
(예, 매일 새벽 5시에 정진하겠습니다.)

...

외국인 천일결사자 모두가 열 가지 약속을 다짐하자 스님이 천일결사자들을 위하여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수행을 시작해서 백일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백일이 지나고, 천일이 지나고, 만일까지 가도록 해 봅시다. 그때까지 여러분들을 보려면 제가 100살이 넘을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웃음)

다시 한번 입재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한국 속담에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티끌 모아 태산’ 이런 말이 있습니다. 외국 격언에는 ‘어떤 큰일도 작은 시작에서 출발한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또 이와 비슷한 말로 한국 속담에는 ‘시작이 반이다’ 하는 말도 있습니다. 그만큼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시작했으니까 이미 절반은 한 것이 됩니다. 이제 꾸준히 앞으로 가기만 하면 됩니다.

과정이 곧 행복

앞으로 가는 과정에 이런저런 어려운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등산할 때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개울을 건너야 하고, 숲을 지나야 하고, 가파른 길도 오르고, 바위를 타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런저런 어려운 과정을 거치고 정상에 도착했을 때는 지나간 과정에서 힘들었던 일들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닌 것이 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여기 왔다는 게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수록 더 보람이 생깁니다. 그런 어려움이 있어야 이야기 거리가 풍부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순간순간 어려운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도착해서 돌아보면 다 별것 아니에요. 지나간 과정이 어려웠다고 그것이 계속 나를 괴롭힌다면 그것은 ‘트라우마’라고 하는 병입니다. 건강한 사람은 그 과정이 모두 경험으로 축적됩니다. 오늘 출발했으니 백 일이든, 천 일이든, 도달할 때까지 작은 어려움에 너무 집착해서 좌절하지 마시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국제지부 지부장의 닫는 인사를 듣고 사홍서원으로 외국인 수행자들의 2-1차 천일결사 입재식을 모두 마쳤습니다.

곧이어 오전 10시부터는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진행자, 돕는 이들을 위한 직무 교육이 온라인으로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삼귀의와 수행문을 읽고 나서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면서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이 추구해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소임자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이제 봄이 되어서 새 학기의 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토회도 2차 만일결사를 시작했고, 임원도 새로 바뀌었고,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을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새로운 마음으로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운영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처음 수업을 진행해 보는 분들은 불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한두 번만 해보면 적응이 되고 괜찮아집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이 일을 해서 자칫 매너리즘에 빠져서 하는 것보다는 서툴지만 정성을 기울여서 하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주어진 임무를 행해가시길 바랍니다.”

새로 맡은 업무에 어려움이 있거나, 그동안 진행해 오다가 어려움이 있었던 점에 대해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학생들이 수행 연습에 집중하는 것을 어려워하는데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수행 연습에 집중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죠?

“지난 학기 불교대학 진행자를 하면서 느낀 점은 학생들이 수행 연습이나 주제 질문을 어려워한다는 것입니다. 수업 시간에도 주제와 벗어난 이야기로 나누기를 한다고 느꼈습니다. 진행자로서 학생들이 수행 연습이나 주제 질문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교 선생님을 해보면 항상 수업에 집중 못 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정토회에서도 ‘법회가 끝나면 자신이 앉은 방석은 가지런히 쌓아 두고 나갑니다’ 이렇게 안내를 하면 보통 70퍼센트 정도의 사람들은 안내한 대로 합니다. 그런데 30퍼센트는 안내한 대로 하지 않습니다. 아무렇게나 쌓아 놓고 나갑니다. 그중에 한 명 정도는 아예 방석도 안 갖다 놓고 그냥 나가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안내를 아주 자세하게 해도 그렇습니다. 만약 지나가는 말로 대강 안내를 하면 제대로 하는 사람이 50퍼센트 정도밖에 안 됩니다. 아무리 안내를 자상하게 해도 100퍼센트 실천에 옮겨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안내를 잘하고 주의를 여러 번 주게 되면 행동에 옮길 확률을 높일 수 있을 뿐이지 100퍼센트 행동에 옮기도록 하는 건 어렵습니다.

주제 질문에 대한 나누기도 보통 사람들한테는 어려워요. 어떤 주제에 대해 마음 나누기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정토불교대학은 불교 용어를 생활 용어로 바꿔서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쉬워 보일지 몰라도 사실 그 내용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 세상에 항상 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변한다’ 이런 말 자체는 얼마나 쉽습니까? 이 말을 못 알아 듣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일상생활에서는 늘 항상 하는 것이 있다는 무의식적인 생각이 계속 일어납니다. 하나씩 따져 보면 어떤 것의 실체가 없다고 이해하게 되지만, 우리는 늘 악이면 악, 선이면 선, 독이면 독, 약이면 약, 나는 나, 너는 너, 이렇게 실체가 있다는 무의식을 갖고 인생을 살아갑니다. ‘무상’, ‘무아’ 이런 용어가 어려우니까 그것을 쉽게 풀어서 ‘변한다’, ‘실체가 없다’ 이렇게 표현하니 말은 알아 듣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이 가슴에 다가오기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굉장히 깊은 철학적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즉문즉설을 할 때도 최대한 쉬운 말을 사용하여 질문자가 돌이킬 수 있도록 하지만 그렇게 해서 돌이키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습니다. 또 돌이켰다 하더라도 집에 가면 그 때 뿐이고 금방 원래대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부에서 효과가 없었다고 해서 즉문즉설을 그만둘 수는 없잖아요. 꾸준히 함으로 해서 열 명 중의 한 명이라도 자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의미가 있는 겁니다. 그렇게 천 명을 하면 백 명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고, 만 명을 하면 천 명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토회는 이런 관점을 갖고 지난 30년 동안 수행과 전법, 사회적 실천을 꾸준히 해 온 것입니다. 30년 전에 제가 복을 빌지 않고 부처님의 바른 법을 갖고 전법을 해보겠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러자 선배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굶어 죽기에 딱 좋은 소리를 하고 있구나. 출가한 스님들도 그런 관점을 갖기가 어려운데 세상 사람들이 그런 관점을 갖게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토회는 꾸준히 그 길을 향해 갔습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한 번 해본다는 마음으로 수업을 이끌어나가야 합니다.

이 세상에는 자기를 돌이켜보려고 하거나 자기 마음을 알아차려 보려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늘 남 탓을 하며 살기가 쉽습니다. 우리의 업식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마음 돌이켜서 자기를 돌아보라는 것이 말은 쉽지만 행동하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그러니 나부터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되, 안 된다고 포기해도 안 되고, 그렇게 못하는 상대를 탓해도 안 되고,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자신을 탓해도 안 됩니다. 이 일은 애초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되 늘 극복해야 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정토회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것 역시 어려운 일이에요. 쉬운 일이면 다른 사람이 금방 했지 왜 안 했겠어요.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이 길이 해결의 길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꾸준히 이 관점을 가지고 실천을 해나가야 합니다. 너무 조급하게 하지도 말고, 학생을 탓하지도 말고, 부족한 자신을 탓하지도 말고,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 함께 그 길로 나아간다는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특히 현대 사회는 뭐든지 자기 방식대로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기주장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소비주의 사회입니다. 욕구대로 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주변에서까지 권장하는 이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과제로 삼는 것이 사실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여러분들도 해보니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마찬가지로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학생들이 이런 내용을 금방 알아듣고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에요.

대부분의 사람이 학교 다닐 때부터 암기식으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우리의 경험에서 공부라고 하면 그저 지식을 외우는 정도밖에 생각을 못 합니다. ‘자기를 돌이킨다’, ‘자기 마음을 알아차린다’ 이런 공부는 눈뜨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어요.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처럼 학교에서 주제를 주고 자발적으로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훈련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저 외우기만 하고, 사지선다로 정답을 맞춰야 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이런 공부가 쉬운 건 아닙니다.

보통 사람이 술을 안 먹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지만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안 먹는 것은 어려운 일이듯이 이 공부 자체는 쉬운데 이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어렵게 느껴질 수가 있습니다. 이 점을 우리가 이해하면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 질문들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마지막으로 스님이 소임자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신입생을 잘 맞이해서 진행자와 돕는이가 서로 협력하여 수업을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격려를 해주라고 요청을 하시니까 '격려'를 합니다!” (웃음)

모든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12시가 다 되어 직무교육을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작업복을 입고 농사일을 했습니다. 날이 많이 따뜻해져서 상추밭 비닐을 걷었습니다. 상추는 며칠 사이에 더 무성해져 있었습니다. 잡초를 뽑고 상추도 솎아주었습니다.


화단에 나무 잔가지도 정리했습니다. 지난 가을에 베려다가 올 봄에 꽃이 피기를 기다렸습니다. 꽃을 보고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정리를 마치고 상추밭, 꽃밭에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스님은 쉴 틈 없이 다음 일감을 찾았습니다. 다른 텃밭에 가보니 이제 막 상추 싹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상추가 고르게 나지 않고 한쪽은 촘촘하고, 한쪽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상추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모여 있는 상추를 뽑아 빈자리에 줄지어 심었습니다.


화단에도 모여서 자라고 있는 화초를 화분에 옮겨 심었습니다. 막 옮긴 꽃들은 햇볕에 두면 오히려 마를 수 있기 때문에 물을 듬뿍 주고 그늘로 옮겨 두었습니다.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시들해진 화분도 다 정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추와 고수를 따서 다듬고 씻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거사님들과 함께 산윗밭에 올라가 대나무 및 가시나무를 제거하고 정리하는 일을 한 후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서울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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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미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요구하는 기후 위기 단락 밑에 오타인것 같아 확인 부탁드립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중국과 소련이 주도권을 가지게 되었고" 중국이 아니라 미국으로 알고 있는데 확인 부탁드립니다

2023-04-01 21:34:18

이준호

순간순간의 어려움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말씀이 위로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2023-03-31 21:06:44

바람

자기 마음을 돌아보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나는 모자이크 붓다입니다. 지금 출발입니다. 두렵지만 한발 내딛습니다. 세상인연에 감사합니다.

2023-03-30 09: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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