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2.28. 8일 출가열반 정진 2일째, 농사·유통·으뜸절 간담회
"부처님도 출가하고 나서 번뇌가 일어났어요, 어떤 번뇌일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처님의 출가열반재일을 맞이하여 8일간 용맹정진 하는 2일째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10시에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유튜브 생방송에 접속하자 스님이 정진 2일째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2월에 1차 만일결사를 잘 마쳤습니다. 오는 3월 19일이 되면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합니다.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기 전에 정토회 회원 모두가 8일 동안 정진을 하기로 했습니다. 부처님의 출가, 성도, 교화 과정과 열반의 의미를 되새긴 후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한 가지도 내려놓기 어려운데 부처님께서는 왕위, 부귀, 가족의 정, 친구 관계, 나라를 이끌어야 할 책무 등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홀연히 단신으로 출가하셨습니다. 출가하기 전 부처님은 인도의 북쪽 카필라국이라는 나라의 왕자였습니다. 싯다르타 태자는 미래가 보장되어 있었습니다. 성인이 되면 왕이 되어 나라를 잘 다스려야 하는 진로가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인생이었지만, 그 길로는 인생의 고통과 괴로움을 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인생의 괴로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길을 찾아 출가를 했습니다.

싯다르타는 출가할 때 해탈과 열반이라는 목표가 분명했지만, 그 길은 아직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이었습니다. 희망만 있을 뿐 매우 불투명한 미래였습니다. 불투명할 뿐 아니라 매우 험난한 과정이었어요. 진리를 체험하고 증득하기도 전에 의미 없이 죽을 수도 있었죠. 대부분의 사람이 자신이 현재 하는 일, 현재 맺고 있는 인관 간계, 현재 사는 집에 안주하려는 특성이 있습니다. 부처님은 그 길을 과감하게 박차고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험난한 길을 향해

큰 결단을 내려서 출가를 했지만 곧바로 매우 험난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직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가하기 전에 부처님은 궁궐에서 좋은 음식만 먹었습니다. 그런 부처님이 남이 버린 음식을 주워 먹는 게 쉽지 않았겠죠. 제일 좋은 옷만 입다가 남이 버린 다 떨어진 옷을 주워 입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안락한 궁궐에서 자다가 나무 밑이나 동굴에서 잔다는 것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어려운 것은 의식주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야 할 길도 매우 불안정하고 불투명했어요. 마치 지금까지는 눈을 뜨고 큰길을 걸어가는 것 같았다면, 앞으로는 눈을 감고 오솔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큰길의 끝에는 낭떠러지가 있다면, 오솔길은 험난하지만 낭떠러지를 면할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새로운 길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앞선 이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앞선 이를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를 합니다. 태권도를 배우든 운동을 하든 외국어를 배우든 학문을 배우든 우리는 앞선 사람을 의지하고 그분의 도움을 얻어서 그 길을 가죠. 싯다르타도 위대한 스승을 찾아 출가를 했다면 미래가 불확실하고 불투명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러나 싯다르타는 홀로 출가의 길을 갔습니다. 이것이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이었죠. 왜 고타마 싯다르타는 처음부터 스승을 따라가지 않았을까요? 부처님은 출가를 결심하고도 십여 년을 스스로 정진하고 고민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스승을 만나 보면서 ‘누군가에게 더 배울 게 아니라 이제 출가를 결단하기만 하면 된다’ 하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단 성을 나가는 것에 너무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스승을 찾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없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출가해서 정진만 하면 곧바로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부처님의 출가 과정을 읽어보면 그 결심이 대단했습니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도를 얻기 전에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리라.’

이런 대단한 결심을 하고 나서 싯다르타는 아버지인 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말을 타고 먼 길을 달려가서 출가를 했습니다. 궁궐을 나와 스스로 머리를 깎았으니 외형적으로는 원하던 것이 이루어졌죠. 이렇게 출가만 하면 금방 깨달을 것 같았지만 깨닫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보통 사람은 외형도 바꾸기 어렵습니다. 집을 떠나고 가족을 버리고 머리를 깎고 누더기를 걸치고 생활하는 이런 삶 자체를 선택하기가 어려워요. 결단을 하고 절에 들어왔다 하더라도 좋은 옷을 찾고 좋은 음식을 찾고 높은 지위를 찾아 헐떡거리는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대부분은 아예 집에서 나오지도 못하지만, 나오더라도 좋은 옷, 좋은 음식, 높은 지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세월이 지나고 보면 외형을 바꾸는 일은 습관을 극복하는 일에 비하면 사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부처님도 출가하고 나서 번뇌가 일어났어요, 어떤 번뇌일까요?

싯다르타는 이제 누가 봐도 훌륭한 수행자가 됐습니다. 첫 3일은 아무 두려움 없고 오직 출가를 한 것이 기쁘기만 했어요. 그런데 3일이 지나고 5일이 지나도 깨달음이 잡힐 듯 말 듯 하고 도무지 증득 되지 않았어요. 그러자 회의감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배는 고픈데 얻어온 음식은 구역질이 나서 도저히 못 먹겠고, 동굴에서 자려고 하니 독충이 물고 야수들이 울부짖었어요. 마음에서 괜히 출가했다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집에 있었으면 따뜻한 밥 먹고, 독충이나 야수의 위험 없이 편하게 잤을 텐데...’ 하는 번뇌가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부처님은 대결정심을 내고 출가를 했는데도 홀로 있다 보니까 이런 번뇌가 일어난 겁니다.

이런 번뇌는 크고 작은 차이만 있지 우리 모두에게 일어납니다. 정토회에서 4박 5일이나 9박 10일 동안 명상수련을 한 모습을 사진으로 보면 참 부러워 보이죠? 인도 성지순례에 참가한 사진을 보면 참 멋있어 보이죠?

직장에 휴가를 내기도 어렵고, 남편이나 아내의 눈치도 보이고, 애들도 돌봐야 해서, 참가신청을 망설이다가 정말 어렵게 결단을 해서 명상수련이나 인도 성지순례에 참가합니다. 그러나 막상 참가해 보면 밖에서 보는 것처럼 좋지가 않습니다. 결단을 해서 참가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직접 참가해 보면 고요하게 명상이 안 됩니다. 번뇌는 더 많이 올라오고, 미련은 더 많이 생깁니다. 졸음이 쏟아지고, 다리는 아프고,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고, 조금씩 집에 갈 궁리를 하게 됩니다. 참가할 때의 다짐은 온 데 간 데 없어져요.

싯다르타는 10년 이상 각오하고 결심하고 꿈에 그리던 출가자가 됐지만, 자칫 잘못하면 생각이 바뀌어 수행을 포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생긴 겁니다. 그래서 더 이상 혼자서 수행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10년을 준비해서 가족들에게 아픔을 주고 출가를 했는데 일주일도 안 돼서 후회하는 자신을 견책하면서 다시 마음을 바로잡고 원래의 다짐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길을 떠난 싯다르타는 스승을 찾아가서 배웁니다. 그러나 그 배움 또한 완전한 해탈이 아니었기에 다시 스승에게 인사하고 그 자리를 떠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스승은 늙은 자신을 대신해 교단을 맡아달라는 제안까지 하며 싯다르타를 붙잡았습니다.

‘저는 한 교단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출가한 것이 아닙니다. 무상정등각을 얻기 위해서 출가를 한 것입니다.’

싯다르타는 이렇게 말하고 그곳을 떠납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더 높은 경지에 이른 스승이 누구냐고 물으니 그분보다 더 유명하거나 뛰어나다고 소문난 스승은 없다는 대답을 듣게 됩니다. 그래서 남은 길은 누구한테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고 자신이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음을 알고 홀로 고요히 정진을 시작합니다.

싯다르타가 스승의 곁을 떠나올 때, 동료들 중에 다섯 명이 ‘싯다르타는 친구지만 정말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고 함께 길을 떠나왔어요. 가야산에 올라가서 주위를 쭉 돌아보니 네이란자라강 건너편에 언덕이 보였는데 그곳은 시타림 지역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죽은 시신을 버리는 곳이었어요. 시체를 갖다 버리니까 그곳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곳이 수행하기에 좋겠구나 싶어서 그곳에 자리를 잡고 살이 말라비틀어지게 될 때까지 정진을 하게 됩니다. 세속에 대한 미련은 이미 십여 년을 망설이면서 완전히 끊어졌어요. 먹고 입고 자고 쾌락을 즐기고 지위를 갖는 세속적인 미련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르마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번뇌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싯다르타는 지금까지 해온 수행보다 더 집중해서 정진하기로 다짐하고 용맹정진에 들어갑니다.

결단을 내리고도 후회가 올라올 때

이런 부처님의 출가 과정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번뇌가 일어날 때 ‘명상을 하자’, ‘깨달음의 장을 가자’ 이렇게 좋은 마음을 냅니다. 하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첫째, 결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합니다. 둘째, 결단을 내려도 막상 수행을 하다 보면 힘이 들어서 후회가 올라옵니다. 안주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포기하지 말고 재발심해서 그것을 뚫고 나가야 해요. 그래야 진전이 있습니다. 출가열반재일 정진기간도 마찬가지죠. 어제 하루 정진을 했는데 벌써 하기 싫은 마음이 들죠. 그럴 때는 부처님의 대결정심을 떠올리며 하기로 한 것은 편안하게 해 봅니다. 마치 왕위를 제안했을 때도 부처님은 아무런 미련이 없었던 것처럼 자꾸 편안함을 추구하지 말고 꾸준히 정진을 해나가 봅니다.”

법문이 끝나고 다 함께 300배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무변심 법사님의 염불 소리에 맞춰 각자 자신의 방에서 한 배 한 배 절을 했습니다.

정진이 끝나고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접속하여 마음 나누기를 한 후 8일 출가열반재일 2일째 정진을 마쳤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2시에는 콜럼버스정토회 이사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작년 사업보고와 올해 사업계획을 점검하고 승인한 후 이사회를 마쳤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으뜸절, 농사, 유통, 불사에 관계되는 전임, 신임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겸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먼저 대중이 스님에게 여는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오늘 논의한 결과를 모두 수렴하여 신임 담당자들이 자기 주도 하에 사업을 진행해 나갈 것을 당부했습니다.

“오늘 간담회에서는 전임 담당자가 수립한 사업계획을 기본으로 논의를 하겠습니다. 신임 담당자는 오늘 논의한 내용까지 수렴해서 최종계획을 세워서 다음 주 공동체 공청회에 발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질문이나 건의사항이 있으신 분은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 주세요. 충분히 논의해서 올해 일 년은 자기 주도 하에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내년부터 3년간 전국의 으뜸절을 책임질 법사님과 실무자를 발표하고, 각 으뜸절 별로 2022년 사업평가와 2023년 사업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는 올해부터 지하 대강당에서 월 1회라도 즉문즉설 강연을 해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제안들을 수렴한 후 스님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으뜸절에서 추진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 중에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점이 무엇인지 짚어 주었습니다.

“으뜸절은 장기적으로 정토회 오프라인 활동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으뜸절을 관리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데 사람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죠. 그러다 보니 각 으뜸절을 담당하는 실무자뿐만 아니라 지회장, 지부장, 법사님은 물론이고 봉사하러 오는 일반회원까지도 봉사를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으뜸절에 가면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입니다.

회원들이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제가 지난해에도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으뜸절은 사람이 있으면 운영하고, 사람이 없으면 운영을 안 해도 됩니다. 기본 관리는 해야 하지만 그 외의 일은 할 수 있으면 하고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일단 회원들이 으뜸절에 와서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해주세요. 여유가 생기면 농사나 그 외의 활동을 더 해도 됩니다.

으뜸절이 일반 회원들에게 놀이 삼아 올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다고 으뜸절에 와서 술 마시고 노래하는 유흥을 즐기라는 뜻은 아니에요. 한가하게 휴식 삼아 올 수 있는, 여유 있는 으뜸절이 되면 좋겠습니다. 사람만 오면 붙들어서 일을 시키는 분위기가 안 되도록 해봅시다.” (웃음)

이어서 농사, 유통, 불사를 맡은 활동가들도 사업평가와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3시간 동안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넓고 깊게 수렴할 수 있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삼일절입니다. 오전에는 목사님, 주교님, 교령님, 교무님 등 이웃 종교인 분들을 모시고 104년 전 3.1 운동 정신을 다시 되새기는 특별 법회를 하고, 오후에는 출판, 영상, 스님의하루를 제작하는 활동가들과 올해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간담회를 할 예정입니다.


2025 3월 정토불교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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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3-03-20 11:10:07

유종순

결단과 꾸준히 할 수 있느

2023-03-08 08:19:07

박효진

모자이크 붓다의 큰 한조각이신 법륜스님,
오늘도 행복하세요~🤗🤗

2023-03-06 06: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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