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1.20 연탄 배달, 길벗 법회, 일요명상
"어떤 마음으로 연예인을 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방송, 영화, 연극 예술인들의 마음공부 및 사회활동 모임인 ‘길벗’에서 연탄 배달 봉사를 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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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길벗 모임과 함께 연탄 배달 봉사를 하기 위해 새벽 4시 20분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창밖으로 해가 떠올랐습니다.

오늘 연탄 지원 봉사를 하는 곳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입니다. 스님은 차 안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후 오전 9시 20분에 구룡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배우 조인성 님, 이정은 님, 임세미 님, 이희준 님, 조혜정 님을 비롯해 김제동 님, 노희경 작가님 등 많은 연예인과 방송문화예술인들도 속속 도착했습니다.

“잘 지내셨어요?”

작업복과 마스크를 쓴 스님을 뒤늦게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추운 겨울, 아직도 연탄이 필요한 이웃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매년 따뜻한 손길이 이어져 왔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후원도 줄고, 자원봉사도 발길이 끊겨, 구룡마을 주민들은 연탄을 아껴가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JTS에서는 이 소식을 접하고 연탄 지원을 3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동네 주민이 나와 오늘 연탄을 배달할 집을 알려주었습니다. 오늘 길벗 모임과 함께 배달해야 할 연탄은 모두 3천 장입니다. JTS와 길벗 모임에서는 장애인, 중증 환자, 유공자 등 15가구를 선별한 후 가구마다 2백 장을 배달해 주기로 했습니다. 모두 어렵지만 특히 힘든 분들입니다.

연탄을 나르기 전 먼저 다 함께 준비 운동을 했습니다. 어깨, 팔, 옆구리, 관절을 스트레칭을 하며 풀어 주었습니다.


이어서 길벗 모임 참가자들이 스님에게 여는 말씀을 요청했습니다.

“오늘은 지도법사로 온 게 아니고 연단 배달을 하러 왔습니다. 여러분 모두 활동하느라 바쁘신데 겨울나기 준비하시는 주민들을 위해 봉사를 해주셔서 깊은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 삼아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웃음)

큰 박수와 함께 연탄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JTS 활동가들이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에는 미리 연탄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러나 좁은 골목으로는 차가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길벗 봉사자들이 엇갈리게 마주 보고 서서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날랐습니다.

“1, 2, 3 ...... 8, 9, 10”




연탄을 하나씩 나를 때마다 몇 번째 연탄인지 숫자를 헤아렸습니다. 10장을 나른 후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10장을 날랐습니다.


스님은 집으로 들어가서 연탄을 쌓는 일을 맡았습니다. 연탄을 쌓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스님밖에 없었습니다. 연탄을 반듯하게 쌓는 스님을 보고 길벗 활동가가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스님은 어떻게 못 하시는 게 없어요? 연탄 배달을 해보셨어요?”

“그럼요. 어릴 때 연탄 배달을 많이 했죠. 배달만 한 게 아니라 연탄 배달 회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그때는 전화도 잘 안 되니까 연탄 보급소에서 연탄 배달시키기가 굉장히 불편했어요. 그래서 각 집에서 하루에 연탄을 몇 개 때는지, 이번에 주문한 연탄이 몇 개인지 딱 적어놓았다가 연탄이 떨어지기 며칠 전에 연락해서 ‘연탄 갖다 드릴까요?’ 묻고 배달해주는 회사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스님은 먼저 바닥을 수평으로 만들고 연탄을 차곡차곡 쌓아 올렸습니다.

“198, 199, 200. 마지막 200장 들어갑니다!”


마지막 연탄이 출발하자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습니다.

연탄이 쌓여가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주민이 2백 장이 모두 배달되자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너무 고마워요.”

지체 없이 다음 집으로, 그다음 집으로 배달을 계속했습니다. 연탄을 나르는 같은 동작을 계속하다 보니 중간에 허리가 아프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한 번씩 방향을 반대로 서면서 부지런히 연탄을 날랐습니다. 모두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습니다.



2시간 30분이 지나 3천 장 배달이 끝났습니다.

“마지막 연탄입니다. 끝났습니다!”




온몸이 뻐근하지만 빈손으로 골목을 나오는 마음이 뿌듯합니다. 장갑을 벗으니 연탄재가 까맣게 묻어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수고한 길벗 모임 참가자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까?”

“네.”

“힘들었어요?”

“아니요.”

“아마 집에 돌아가서 좀 힘들 거예요. 저는 매일 농사짓고 사니까 그러려니 하고 이런 일을 하는데, 몸을 안 쓰시다가 쓰셨으면 좀 힘드실 거예요. 그럼에도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조금만 수고를 하면 어려운 사람들에게 큰 격려도 되고, 겨울에 따뜻함을 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활동하면서 번 돈 중의 일부라도 어려운 사람과 나눠 쓰고, 아무리 바쁘더라도 시간을 조금씩 내어서 봉사활동을 하셨으면 합니다. 꼭 돈 버는 데만 시간을 쓰지 말고 이렇게 손길이 필요한 곳에 시간을 쓰는 연습을 해나가셨으면 해요.

봉사활동이 남을 돕는 일 같지만 사실은 자기를 존엄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나도 좋고 남도 좋은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나가시면 종교적인 표현으로 복을 많이 받게 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확실히 그런지 저도 잘 몰라요. (웃음)

실제로 복을 많이 짓게 되기 때문에 나중에 과보가 돌아온다는 뜻이겠죠. 다시 한번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길벗 모임 대표인 노희경 작가님도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적은 수로 와서 간격이 넓었으면 저는 중간에 잠깐 포기를 했을 것 같아요. 다행히 우리가 인원이 많아서 촘촘히 서서 연탄을 나르니까 버틸 수 있었고, 끝까지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싶어요. 감사드립니다.”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길벗 모임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마음 나누기를 하고, 스님은 곧바로 차를 타고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길벗 모임 참가자들과 함께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JTS 모금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는 길벗 모임 참가자들을 위해 최근에 JTS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인도 수자타아카데미 운영, 로힝야 난민캠프 가스버너 지원, 필리핀 민다나오 구호사업, 파키스탄 홍수 피해 이재민 지원 사업까지 생생한 구호 현장의 모습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JTS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오늘 저희가 봉사한 단체의 이름은 조인 투게더 소사이어티(Join Together Society), JTS입니다. 이름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누군가는 돕고 누구는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같이 모여서 함께 이런 일을 하자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입니다. 첫째, 종교, 인종, 성별, 계급의 차이와 관계없이 굶주리거나 병들거나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누구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돕는 일을 할 때도 성별이나 종교, 인종으로 차별하지 않고 누구나 함께 하자라는 의미입니다.

JTS는 큰 구호단체는 아닙니다. 그러나 100%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됩니다. 보통 대부분의 NGO가 사무실 임대료와 인건비 등 운영비가 많이 듭니다. 국제 규정에서는 운영비를 전체 재정의 30%까지만 쓰라고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70%까지 운영비로 쓰는 단체도 있습니다. JTS는 활동가들이 모두 자원봉사를 하기 때문에 운영비를 5%도 쓰지 않습니다. 구호금으로 모인 돈은 100% 구호를 받는 사람들에게 가도록 해보자는 원을 세우고 지난 30년 동안 그렇게 단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구호 사업을 합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서 지원하고 있는데, 결식아동을 위해 영양식을 지원하고 있고, 노인가구에 대한 반찬 지원과 청소 지원, 집수리 지원 등의 사업을 전국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품을 나눠주는 일은 봉사자들이 하고, 그에 따른 재정 지원은 JTS가 하고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한 연탄 배달도 마찬가지입니다. 길벗 회원 여러분들이 함께 해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 말씀드립니다.”

이어서 궁금한 점에 대해 편안하게 묻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누구든지 즉석에서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연예인을 해야 할까요?

“소위 연예인 병이라는 게 있습니다. 제 지인도 정신과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았는데,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사람이 해서는 안 될 직업이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연예인이 되고자 애쓰는 분들도 있고, 실제 연예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지 좋은 말씀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직업병이라는 게 있어요. 학교 선생님 가정의 아이들은 보통 일반 가정의 아이들보다 말썽이 더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보통 일반 가정에서는 집에 가면 엄마 아빠만 있지 선생님은 없잖아요. 집에서는 어리광을 부리기도 하고 말썽도 피우지만, 학교에 가서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선생님 앞에서는 질서도 지켜야 하고 화가 나도 참아야 하죠. 일반 가정의 아이들은 학교에서는 좀 참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집에서는 어리광도 부리고 스트레스도 풀면서 조금씩 교정되어 갑니다. 그런데 직업이 선생님인 사람은 자기 아이에게도 선생님처럼 대하게 됩니다. 그래서 선생님 가정의 아이들은 부모가 없어요. 학교 가도 선생님, 집에 와도 선생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까지는 착하게 지내지만, 사춘기가 되면 반항심이 생겨 말썽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경찰이나 검찰, 신문 기자들이 갖는 직업병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님 같은 사람을 만나도 ‘겉으로는 좋은 척하면서 속으로는 딴짓하는 거 아니야?’ 하는 의심을 늘 한다고 해요. 기본적으로 사람을 의심하고, 특히 친절하면 친절할수록 그 뒤에 무슨 속셈이 있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좋게 말하면 관찰력이고, 나쁘게 말하면 직업병이죠.

이처럼 직업병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습니다. 뭐든지 오래 하다 보면 습관이 되기 때문입니다. 스님이나 신부님들도 반말하는 습관이 생기기가 쉬워요. 왜냐하면 아무리 나이가 많은 신도라도 스님이나 신부님한테는 먼저 절하고 떠받들잖아요. 그게 오래되면 일상이 되어 버립니다. 성당이나 절에서만 그러면 되는데 다른 데 가서도 그 습관이 나옵니다.

여러분도 다르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연예인의 습관이 몸에 붙으면 병이 되는 거지요. 스님이나 신부는 대부분 젊어서 유명해진 게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 늙어서 유명해지거든요. 그리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유명해집니다. 그런데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젊을 때 유명해져요. 연기자도 그렇고 아이돌도 그렇고 주로 20대에 유명해지기가 쉽죠. 여기에 큰 함정이 있는 겁니다.

아직 인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명해지니까 자기가 굉장한 사람인 것처럼 도취해 버립니다. 이렇게 도취하면 두 가지 병이 생깁니다. 첫째, 식당이나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인해달라고 하니까 어디를 가도 귀찮아집니다.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렵고, 외출하기도 어렵고, 늘 얼굴을 가리거나 숨어서 다녀야 합니다. 사람들 만나는 게 귀찮아지고, 주위 사람들에게 냉정하게 대하게 되고, 그래서 사람들이 상처를 입게 되지요.

둘째, 그렇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좋은가? 그것도 아니라는 거죠. 어느 장소에 갔는데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으면 엄청난 충격을 받습니다. 대중이 많은 곳에 갔는데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으면 엄청나게 섭섭해집니다. 알아줘도 문제, 알아주지 않아도 문제인 거죠. 알아보기는 해도 귀찮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겁니다. 그건 내 바람에 불과하지 대중이 그렇게 할 수는 없죠. 나를 알아보면 사인을 해 달라고 하든지 뭔가 요구를 하는 게 당연합니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괴로운 거예요.

특히 연예인이 되면 어릴 때 유명해지는 대신 그 인기가 오래가지 않고 반짝하고 마는 경우가 많죠. 갑자기 인기가 떨어지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충격이 더 큽니다. 공허함을 채우지 못해서 대다수는 우울증에 걸립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들도 우울증으로 은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거나, 심지어는 원래 가지고 있던 우울증과 겹쳐서 자살하기도 합니다. 인기가 있을 때 모은 돈으로 이후에는 일상생활을 하며 살아야 하는데, 일상생활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기를 끄는 직업은 누구나 하고 싶어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경쟁이 엄청납니다. 조금만 인물이 있거나 말재주가 뛰어나면 모두 ‘너 연예인 하면 되겠다’, ‘배우 하면 되겠다’ 하는 말을 듣고 이 경쟁에 몰려듭니다. 그런데 인기를 끌 수 있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낙오하게 되고, 엄청난 상처를 입게 됩니다. 또 요행이 인기를 얻었다 해도 갑자기 인기가 사라지면 큰 후유증을 겪습니다.

그래서 연예인이라는 직종은 고시 합격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직종입니다. 오히려 고시에 합격하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습니다. 인기가 있는 연예인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물론 여러분이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는 것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인기 연예인이 못 되었다고 해서 내 인생이 끝난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요.

첫째, 도전해보는 건 좋지만 너무 시간을 오래 끌지 않으면 좋겠고요. 둘째, 연기자로서 인물만을 믿고 이 일을 하면 반딧불처럼 반짝하고 끝난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연기력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이 일을 하면 나이가 들어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그에 맞는 역할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인물만 믿고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인기의 수명이 매우 짧아집니다.

연기력은 책을 보고 연습한다고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이 슬피 울어본 경험이 있어야 슬피 우는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어요. 노동자의 연기를 한다면 노동자의 고단한 생활을 해봐야 그 연기를 하기가 쉽습니다. 배워서 하는 정도로는 뭔가 서툽니다. 의사를 해본 사람이 의사 연기를 하기가 쉽죠. 그래서 연기 생활만 갖고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때는 이것저것 세상의 직업을 갖는 것이 곧 연기력을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온갖 일을 해보는 것이야말로 실제로 연기력을 키우는 수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예인이 된 사람일수록 보통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연예인도 하나의 직업이에요. 연기를 할 때 왕자 역할을 맡았다 하더라도 그것은 연기에 불과하고 일상생활로 돌아오면 평범하게 살아야 합니다. 경찰청장이라는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도 퇴근해서 밥 먹거나 술 마실 때는 직원들의 동료나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어디를 가도 높은 지위를 갖고 생활하면 그 지위가 사라졌을 때 굉장한 허전함을 느끼게 돼요.

스님도 그럴 위험이 있죠? 신도들이 ‘스님, 스님’ 하면서 떠받들잖아요. 아무리 수행을 통해 이런 병을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안개에 옷 젖듯이 젖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에 가면 기차 안에서 제가 10시간을 서 있어도 누구 한 사람 자리에 앉으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어요. 신문을 깔고 누워있어도 아무도 일어나서 자기 자리에 앉으란 사람이 없습니다. 누구인지 모르니까요. (웃음)

제가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이유도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늘 자각하고 있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이 세상 사람들 중에 평범한 한 명, 즉 N 분의 1이라는 자각을 할 때 이 활동을 오랫동안 할 수 있어요. 돈이 있든 없든, 인기가 있든 없든, 그것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돈이 있으면 보시할 수 있어 좋고, 돈이 없으면 수행할 수 있어 좋고요. 그런 심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연예인이 성지순례나 역사기행을 같이 가겠다고 하면 연예인이라고 봐주지 않습니다. 힘이 있고 젊으면 짐을 들도록 해요. 이렇게 평범하게 사는 자기 자신을 유지해야 오래갑니다. 이것이 자기를 보호하는 길입니다.

여러분은 사람들이 따라다녀도 피하지 말고, 따라다니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말고, 그냥 일반인으로 같이 지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친구처럼 평범하게 지내고 싶다고 해도 내가 유명해지면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되지가 않거든요. 연탄을 함께 나른다든가, 김장을 같이 한다든가, 농사일을 함께 한다든가, 수해복구를 함께 한다든가, 이런 일들을 함께 하면서 대중과 어우러지다 보면 평범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평범해지는 것이 자기를 보호하는 길입니다. 비난을 피하는 게 아니라 비난 속에서도 자유로워질 때 진정한 자기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인기에 집착하면 대중의 아우성에 속박을 받게 돼요. 늘 대중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합니다. 돈 많이 벌고 인기 끄는 재미가 있을지는 몰라도 늘 남의 눈치 보는 삶을 살아야 해요. 말 한 번 잘못 해도 인터넷에서 난리가 나잖아요. 그렇게 사는 게 과연 행복일까요?

그렇다고 대충 살라는 뜻은 아니에요. 자기 전문분야에 성실하게 임하면서 열심히 살되, 결과에 연연하지 말라는 겁니다. 첫째, 여러분 개개인의 인생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되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되려고 하면 그것도 욕심입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삶을 살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큰 박수와 함께 길벗 모임과의 대화 시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자리를 이동하여 3시 30분부터는 법사단과 인도 성지순례 준비 회의를 했습니다. 법사단은 하루 종일 인도 성지순례 준비와 관련하여 회의를 한 후 마지막으로 쟁점 사안을 모아서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쟁점 사안에 대해 더 의견 수렴을 하고, 이후에 준비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한 후 6시가 넘어서 회의를 마쳤습니다.

날이 저물고 저녁 8시 30분에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137번째로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지난주에 올라온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스님의 명상 안내가 이어졌습니다. 죽비 소리와 함께 40분 간 명상을 해 보았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온 소감을 읽어준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명상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두북 수련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주간반 전법활동가 법회를 하고, 오후에는 자재요양병원과 거제도애광원에 농산물을 전달하고, 저녁에는 저녁반 전법활동가 법회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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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각

즉문즉설이 여운이 남습니다. 연애인은 아니지만 저에게도 필요한 말씀이네요. n/1로 역할을 하며 한사람으로 살아간다..감사합니다 스님

2022-12-06 10:07:27

금강지

세상사람중 나는1/N이다를 자각하면서 살되.맡은바 주어진일을 성실히 수행한다

2022-12-01 07:35:59

불린이

길벗님들 멋져요 져아영 ㅎㅎ 봉사해서 자존감도 높아지고 스님말씀듣고 깨달음도 얻어가고 좋은 시간이었겠습니다!

2022-11-28 09: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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