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9.23. 금요 즉문즉설
“서울대 의대를 가고 싶은데 떨어질까 봐 불안해요”

안녕하세요. 오늘도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필리핀 민다나오 방문 일정을 마친 후 이번 주 내내 서울에서 머물며 생방송 법회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오전 8시부터 천일준비위원회와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다음 천일에 대해 논의하면서 청년전법과 국제전법은 특별지부로 편성해서 그 상황에 맞게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10시 정각이 되자 스님은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오늘은 해외에 계신 분들과 주간반 시청자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오전에도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는 날입니다.

지난주에 필리핀 민다나오를 방문하고 온 모습을 영상을 본 후 곧바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그중 한 명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는데 서울대 의대를 가고 싶지만 떨어질까 봐 너무 불안해서 공부가 잘 안 된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서울대 의대를 가고 싶은데 떨어질까 봐 불안해요

“저는 서울대 의대를 지망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제 성적보다 높은 목표를 꿈꾸면서 매일 부족한 저를 자책했어요. 그러다 우울 및 불안 장애도 왔고요. 제 특성상 정신과 의사가 제격인 것 같아서 오래전부터 정신과 의사를 꿈꿨습니다. 저처럼 힘든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꼭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은데, 의대 입시에 떨어질까 너무 불안해서 공부가 잘 안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인생은 살아보면, 내가 원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에요. 목표를 서울대 의대로 정했다 하더라도 올 11월에 수능을 쳐보면 성적이 나올 거 아니에요? 그러면 그 성적에 따라 맞춰서 대학에 가면 됩니다. 서울대 의대가 아니라 연대 의대에 갈 수 있고 고대 의대도 갈 수 있고 부산대 의대도 갈 수 있고 경북대 의대도 갈 수 있어요. 목표가 서울대라고 해서 꼭 서울대 의대를 가야 되는 건 아니잖아요.

등산을 할 때도 정상이 목표지만 가다가 다리를 다치거나 몸이 아프다면, 끝까지 정상에 가는 것보다 8부 능선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게 낫습니다. 그건 실패가 아니에요. 8부 능선까지 가도 등산을 하긴 한 거잖아요.

질문자는 의사가 목표니까 어떤 의대든 가면 되는 거예요. 꼭 서울대 의대에 가야 의사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공부하는 과정에는 서울대 의대를 목표로 하더라도 성적이 안 되면 성적이 되는 대학을 가면 되지 않을까요?

지금 성적이 안 될 것 같으니까 자꾸 불안해지는데, 불안하면 공부에 집중이 잘 안 됩니다. 불안해서 약을 먹으면 잠이 오고, 잠이 오면 공부하는 데 효율이 떨어지잖아요. 결과적으로 욕심을 내면 나한테 이익이 아니라 손해가 되는 거예요.

목표는 목표대로 두고 나는 최선을 다해 보지만, 선택은 성적에 맞춰서 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나오는 대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의사가 꼭 되고 싶은 건데 어떤 의대면 어때요?

만약 의대에 갈 성적이 안 되면 두 가지 길이 있겠죠. 하나는 재수하는 길이 있고, 다른 하나는 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의대 비슷한 분야를 가는 길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생물학과를 가서 바이오를 전공하면 나중에 의대로 편입학하기가 쉬워요. 아니면 원자력공학과 같은 과를 가서 의대 방사선학과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유사 학문을 공부했다가 편입을 하는 방법이 있어요.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은데 의대에 갈 성적이 안 되면 상담 심리학을 전공해서 정신적인 연구를 하는 쪽으로 가도 되겠죠. 의대에 가서 정신과를 전공하면 육체와 정신을 같이 다루게 되고, 심리학을 전공하면 육체보다는 심리를 전문으로 다루니까 조금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유사학과에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단 지금은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어느 의대든 가세요. 어떤 의대가 좋다는 걸 따지면 안 돼요. 의대를 갈 수 있다면 가능한 곳에 안전하게 들어가는 게 좋습니다. 그다음, 의대를 갈 수 없는 성적이라면 목표 전공과 유사한 학과를 가서 나중에 기회를 보는 방법이 있어요. 세 번째는 재수를 해서 한 번 더 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인생은 한 번 실패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욕심을 가지면 한 번 실패하고 인생이 끝나지만 욕심을 버리면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대학 입시에 실패하면 인생이 끝날 것 같아요. 그것은 제 욕심이고, 욕심을 버려야 기회가 더 많아진다는 말씀이신가요?”

“대학입시에 실패한다고 인생이 끝날 거라고 생각한다면 첫째는 욕심 때문이고, 두 번째는 정신질환 때문입니다. 대학에 떨어졌을 뿐인데 왜 내 인생이 끝이 나요?

그건 내 원하는 대로 안 되면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건 일종의 정신 질환에 속하는 거예요. 자살은 대부분 다 정신질환입니다. 연애하다 실패하면 딴 사람 만나면 되는데 그 사람을 다시 못 만나면 죽는 게 낫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실연했기 때문에 자살하는 게 아니라 그런 사건을 통해서 원래 가지고 있던 정신질환이 발병하는 거예요. 사업에 실패해서 자살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사업에 실패했기 때문에 자살한 게 아니라 그런 정신질환이 있었는데 사업에 실패하는 사건과 결합해서 자살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겁니다. 범죄자들도 일반 사람들이 보면 나쁜 놈이지만, 다 정신질환에 들어갑니다. 자기가 자기 컨트롤이 안 되는 거예요. 어떤 한 상황에 생각이 딱 사로잡히면 그렇게 돼요.

의대에 못 간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에요. 이 세상에 의사가 몇 명이나 됩니까? 의사 말고도 수천수만 가지 인생의 길이 있습니다. 의사는 그 가운데 한 가지 길 일 뿐입니다. 그 길을 가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어요. 바로 가는 방법도 있고 돌아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질문자는 그 수많은 길 중에 의대에, 그것도 서울대 의대에 초점을 맞춰서 그 길이 아니면 인생이 끝날 거라고 생각한다면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심각한 병이에요. 치료 안 받으면 위험한 병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만약에 그 생각이 깊어지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실패한다고 인생이 끝이 아니에요.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면, 정신적으로 어떤 고장이 나서 그런 생각이 자꾸 들도록 부추기고 있는 거예요.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해보고 잘 안 되면 지금이라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먹으면 훨씬 마음이 편안해지고 공부에도 집중이 잘 될 거예요. 우울증이 있었다니까 이미 치료를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의대를 가겠다는 건 욕심이 아니에요. 내 선택이니까요. 그러나 내가 뭘 하겠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잖아요. 대통령 되겠다고 선거에 나온 후보가 떨어졌다고 죽어버리면 어떡해요? 국회의원 되겠다고 나왔는데 안 된다고 죽는다는 건 아니잖아요. 어떤 사람은 일곱 번 떨어지고 여덟 번 만에 된 사람도 있어요. 지금 대통령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를 아홉 번 만에 통과했다고 하잖아요. 질문자 같았으면 벌써 죽었을 거예요. 동료들과 비교해 보면 낙오자잖아요.

서울대 갈 정도로 잘 나가다가 그렇게 되면 그 실망감이 엄청나게 크단 말이에요. 그렇지만 그렇게 늦게 가면 어때요. 저렇게 대통령까지 되잖아요. 그 사람 대통령 자질이 있나 없나 이 문제 갖고 지금 토론하려는 게 아니에요. 지금 '기회'를 말하는 거예요. 인생에 기회는 무궁무진하게 있습니다. 일단 그 목표를 향해서 공부를 하되, 선택은 성적에 따라 해야지, 점수가 안 되는 걸 보고도 서울대 선택하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서울대 의대에 정원이 미달되는 그런 아주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성적이 안 되면 떨어지는 건 분명하잖아요. 그러니까 안전하게 선택하는 게 나아요. 내가 의사가 되는 게 중요하지 서울대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어떤 의대도 갈 성적이 안 된다면 유사학과를 선택하세요. 정신과에 집중해서 선택한다면, 심리학과가 유사한 학문이니 그렇게 선택하면 됩니다. 의사 되는 게 더 중심이면 바이오 생물학이라든지 이런 쪽이 비교적 유사한 학문입니다.

아홉 번 만에 합격한 사람도 있으니까, 다 털고 다시 도전하는 방법도 있어요. 재수를 하려면 시험 친 이튿날부터 해야지 한두 달 놀고 내년 3월부터 한다고 생각하면 현역 때보다 더 성적이 떨어집니다. 재수는 정말 간절할 때 효과가 있지, 간절하지 않고 욕심만 내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지치게 되고 생각대로 공부가 안 돼요.”

“네, 진짜 감사합니다.”

질문자들과 대화를 마치고 나니 약속한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 실시간 댓글창에는 스님이 보여준 필리핀 민다나오 영상에 대한 소감이 많이 올라왔고, 스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글도 많이 올라왔습니다.

오후에는 온라인으로 화상회의 방에 접속하여 여러 부서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 시청자들을 위해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했습니다. 저녁에도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한 후 상임 천일준비위원회와 화상으로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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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회

의대 가실듯^^

2022-09-30 20:35:54

김형국

학창시절에 제 모습을 보는 것 같네요. 그때 스님을 알게 되었다면 어땠을까... ㅎ 대부분 비슷한 생각이시겠지요

2022-09-29 16:38:36

추향자

현실에 맞게 앞길 잘 열어주시는 안내 감사합니다

2022-09-29 15: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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