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7.28. 채소 수확, 정토불교대학 즉문즉설
“남편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 운명이란 정해져 있나요?”

안녕하세요. 10일 만에 다시 스님의 하루 연재를 시작합니다. 스님은 7월 29일부터 8월 7일까지 10일 동안 여름 명상 수련과 하안거 수련을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스님의 하루 제작팀도 수련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명상수련 전날인 7월 28일 소식을 전해드리고, 내일은 하안거 수련을 마치는 8월 7일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7월 28일,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스님은 곧바로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여름 안거 하루 전날입니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기도를 마치고 울력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산밑밭으로 가서 작물을 수확했습니다.

“내일부터 명상수련에 들어가면 열흘 후에나 올 수 있으니까 싹 땁시다. 요즘 채소가 비싸서 사고 싶어도 못 산대요. 수확해서 수련원으로 가져가면 되겠어요.”


스님은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잎 사이사이를 꼼꼼히 들추어 보았습니다. 가지, 토마토, 오이, 호박을 수확하고 고추까지 꼼꼼히 땄습니다.

“아이구, 어지럽네.”


스님은 내려가서 잠시 쉬기로 하고 행자들에게 뒷마무리를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밭을 내려온 스님은 쉬지 않고 화단을 정비했습니다.




“스님, 안 쉬세요?”

“글세 쉬려고 하니 일이 더 잘 보이네요. 텃밭도 한동안 돌보지 못할 테니 상추랑 깻잎을 싹 따놓아야겠어요.”

스님은 텃밭으로 가서 상추를 수확했습니다.



상추를 따던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같은 날 심었는데도 크기가 다 다르네요. 상추도 이런데 사람이 다 다른 건 말해 뭐하겠어요.”

곧 밑밭에서 일을 마친 행자들도 텃밭으로 와서 함께 수확을 했습니다.

“열흘 동안 오지 못하니까 잎을 싹 따주세요.”



줄기만 어린잎만 남겨놓고 잎을 싹 수확했습니다. 수확한 채소는 수련원으로 가져갈 수 있게 포장해두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무더위를 피해 낮에는 실내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8시부터는 정토불교대학 생방송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수업을 끝으로 부처님의 일생에 대한 공부를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은 부처님의 일생에 대한 강의 내용 중 궁금한 점에 대해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8400여 명의 학생들이 모두 온라인에 접속하자 스님은 가볍게 인사말을 한 후 곧바로 학생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두 시간 동안 여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부처님의 열반에 대해 미리 이야기한 내용을 언급하며 운명이란 정해져 있는 것인지 질문했습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 운명이란 정해져 있나요?

“남편이 8년 전에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남편은 17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자가용이나 비행기만 타고 다녔는데, 그날따라 고속버스를 타겠다고 해서 제가 터미널에 내려주고 저와 헤어진 지 30분 만에 저 세상으로 갔어요. 평소에 아팠던 것도 아니고 젊었기 때문에 전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생각도 못했는데, 17년 동안 한 번도 타지 않은 고속버스를 타겠다고 한 것부터가 어떤 운명이 정해져서 그런 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불교대학 수업에서 부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3개월 후에 열반에 들 것이라고 말씀하신 내용을 배우면서 남편의 그때 일이 떠올랐습니다. 운명이란 정해져 있는 것인지 너무 궁금해서 질문드립니다.”

“그건 사람마다 달리 말합니다. 운명론을 믿는 사람에게 물으면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평소 안 타던 차를 탔다고 말할 것이고, 저한테 묻는다면 그냥 사고가 나서 돌아가셨다고 얘기할 거예요. 저처럼 전 세계로 많이 돌아다니는 사람은 확률적으로 봤을 때 방에서 편안하게 죽을 가능성이 높을까요, 객사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객사할 가능성이 높죠.”

“그렇다면 ‘스님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저렇게 열심히 수행해도 객사할까’ 이렇게 말하는 것이 맞을까요?”

“못된 짓을 많이 한 사람들은 90세도 넘게 사는데, 남편은 성실하고 부모님한테도 잘하고 나라에 세금도 꼬박꼬박 내서 좋은 납세자라는 표창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객사를 하게 되었을까요? 그게 운명하고 연관된 건지가 늘 궁금했습니다.”

“질문자는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은 오래 살고, 나쁜 일을 하는 사람은 일찍 죽는다는 이상한 논리를 갖고 있네요. 죽는 것과 착한 일을 하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어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도 ‘단명할 과보인데 착한 일을 많이 하고 욕을 먹으면 수명이 연장되는 복을 받는다’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옛날 사람들은 사람의 명이 정해져 있다고 믿었습니다. 좋은 일을 하면 명이 늘어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죠. 게다가 사람이 죽으면 극락이나 지옥에 간다고 믿는다면, 그 사람에게 있어서는 많이 베푸는 것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그렇다고 ‘지옥에 간다는 것이 진짜 사실이냐?’ 하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옥에 간다는 걸 믿는다면, 베푸는 것이 해결책이라는 뜻이에요. 마찬가지로 단명한다고 믿는다면, 단명을 극복하는 법은 좋은 일을 많이 하고도 욕을 얻어먹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명이 길어지는 복을 받는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수행적 관점에서는 죽는 것과 착한 일을 하는 것이 별 상관이 없어요. 착한 일을 하는 것과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무 관계가 없어요. 어부가 바다에 고기를 잡으러 가는데, 착한 사람은 고기를 많이 잡고, 성질이 더러운 사람은 고기를 전혀 못 잡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고기를 많이 잡으려면 좋은 어구를 갖고 고기가 많은 데로 가야죠. 그 사람이 착한 지 안 착한 지는 고기를 많이 잡는 것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걸 연결시키기 때문에 ‘우리 남편같이 착한 사람이 왜 교통사고로 일찍 죽나’ 자꾸 이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러면 점쟁이를 찾아가야 되고, 전생론을 따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처럼 차를 타고 일 년에 수십만 킬로미터씩 다니는 사람은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이 높죠. 수행을 많이 한다고 해서 교통사고가 안 나는 게 아닙니다. 확률적으로 보면 차를 많이 타고 다니는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이 높고, 오지 탐험을 많이 하는 사람이 절벽에 떨어져서 죽을 확률이 높은 거예요. 그런데도 제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했을 때 ‘스님은 그렇게 좋은 일을 많이 하고도 교통사고로 죽는 걸 보니 결국 수행을 제대로 안 했나 봐’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종교적인 생각입니다. 수행자는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해요. 남편은 그냥 사고가 나서 돌아가신 겁니다. 이미 돌아가셨으니까 남편이 벌어준 돈이 있다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널리 베풀고, 내 인생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수행적 관점입니다.”

“네, 잘 알았습니다. 수행적 관점으로 잘 살겠습니다. 저는 남편이 그렇게 젊은 나이에 다른 세상에 간 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운명론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수행적 관점을 갖고 내 인생을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수님은 서른세 살에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는데도 ‘전생에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길래 저렇게 사형을 당해서 죽었나’ 이렇게 말하지 않잖아요. 오히려 그것이 신앙의 기본이 되고 ‘우리도 십자가 정신을 갖고 살자’ 이렇게 되잖아요.

‘좋은 일을 하면 복을 받는다’ 하는 것은 믿음에 속합니다. 가능하면 좋은 일을 많이 하라는 의미에서 그런 믿음이 생긴 거예요. 그런 면에서는 권선징악적인 교훈이 사회에 유익한 영향을 끼쳤지만, 그것 자체를 진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정토불교대학에서 배운 부처님의 가르침은 좋은 일을 해서 복 받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은 어떤가’ 이것이 핵심이에요. 사실을 사실대로 알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괴로움이 생기는 이유는 어리석거나 모르거나 욕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해탈이라는 것은 괴로움이 없는 상태입니다. 즐거운 것이 해탈이 아닙니다. 열반은 ‘괴로움 없음’이고, 해탈은 ‘속박 없음’입니다.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해탈이 아닙니다. 어떤 속박도 없다는 것은 주어진 조건에 내가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일상생활에서 괴로움이 있다면, 그것은 내 무지나 욕망, 자기 성질대로 하려는 것이 원인입니다. 여러분들이 뭔가 눈치를 보고 속박을 받고 있다면, 그런 원인들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원인에서 좀 자유로워지면, 주어진 조건에서 괴로움 없이 살 수 있습니다. 인도에 가면 인도에서, 한국에 가면 한국에서, 태국에 가면 태국에서, 미국에 가면 미국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요. 물론 다른 나라에서는 말이 안 통하고 문화가 다르니까 약간의 불편은 있습니다. 그러나 약간의 불편 속에도 여러분들은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고, 둘이 살아도 귀찮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혼자 살면 외롭고 둘이 살면 귀찮기 때문에 혼자 살았다 둘이 살았다를 되풀이하게 되는 겁니다.”

이 외에도 부처님의 일생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욕구를 따라가지도 말고, 거부하지도 말고, 다만 지켜보라고 하셨습니다. 다만 지켜보는 것이란 욕구가 덧없음을 알고 탁 놓아버리는 것인가요?
  • 부처님께서는 자신을 등불로 삼으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저는 ADHD 장애를 갖고 있다고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등불로 삼아 나아갈 수 있을까요?
  • 수행자들은 걸식을 할 때 좋거나 싫거나 가리지 않고 차례대로 일곱 집을 방문하여 걸식을 했습니다. 자급자족을 하면 가장 이상적일 것 같은데, 왜 나도 불편하고 타인도 불편한 걸식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 일회용품 줄이기, 부정육 먹지 않기 등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재가 수행자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들은 계율을 어떤 마음으로 지켜나가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질문자들의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두 시간의 대화를 끝내며 마지막으로 스님은 붓다의 삶과 가르침은 미래로 향한 옛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불교의 기본 요체와 수행에 대한 것은 앞에서 배운 실천적 불교사상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그런 철학적인 가르침을 실제로 현실 속에서 삶으로 보여주신 분이 고타마 붓다였고, 후세에 그분의 삶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그분의 삶이 조금씩 신비적이고 신화적인 측면이 덧붙여진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류문화사적인 관점에서 붓다가 한 사람으로서 당시 인도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갔느냐를 살펴봤습니다. 지금 우리가 볼 때는 지나치게 훌륭한 분으로 비칠 수도 있고, 어쩌면 현실감이 떨어질지도 모르겠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미래로 향한 옛길

부처님은 먹고 입고 자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신 분이고, 그러면서도 타인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고, 자신도 자유롭고 행복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분의 삶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옛날 같으면 밥 잘 먹고, 옷 잘 입고,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고, 지위가 높아지는 것이 삶의 목표였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래에는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 될 것입니다. ‘당신의 삶이 행복한가’ 이것이 중요해요. 무엇을 먹든, 무엇을 입든, 어디서 자든, 어떤 생활을 하든, 내 삶이 자기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지가 미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 될 겁니다. 저는 붓다의 가르침이야말로 거기에 가장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붓다의 삶과 가르침은 단순히 과거의 얘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미래의 얘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붓다의 가르침을 ‘미래로 향한 옛길’이라고 말합니다. 이 길은 비록 옛날 얘기이지만 미래로 향해 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 미래로 가는 길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여러분들의 삶에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생방송 수업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4시에 스님은 온라인 여름 명상 수련을 진행하기 위해 문경 수련원으로 이동했습니다. 문경 수련원에서는 7월 29일부터 8월 7일까지 10일 동안 여름 명상 수련과 공동체 하안거 수련을 했습니다. 내일은 8월 7일에 있었던 하안거 회향식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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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심

항상 감사드립니다

2022-08-13 20:14:45

세숫대야

고맙습니다

2022-08-11 15:54:01

신수진

감사합니다

2022-08-11 14: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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