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7.27 애광원 농산물 전달, 수행법회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안녕하세요. 두북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자마자 스님은 농사일을 하러 밭으로 나갔습니다.

“자, 밑밭으로 갑시다.”

오늘은 거제에 있는 지적 장애인 생활시설 애광원에 쌀과 과일을 전달하기로 한 날입니다. 직접 키운 채소도 함께 가져다주기 위해 출발 전에 수확을 했습니다.



스님은 밑밭에서 수확을 하고 다른 행자들은 앞밭에서 가지, 단호박, 옥수수를 수확했습니다. 수확을 마친 스님은 텃밭으로 가서 얼갈이배추를 수확했습니다.

“아니, 어젯밤까지 멀쩡했는데 하룻밤 만에 벌레가 배춧잎을 왕창 갉아먹었어요. 만찬을 즐겼나 봐요.” (웃음)


뒷텃밭에 배추를 다 수확하고, 하는 김에 앞텃밭 배추도 다 수확했습니다.

수확한 배추는 바로 절여서 김치를 담갔습니다.

텃밭에 배추를 모두 뽑고 수확해온 채소를 포장했습니다.



어제 쌀과 수박을 실어놓은 트럭에 채소를 싣고 그물과 천막으로 덮었습니다. 스님은 작업복에 장화를 신은 차림 그대로 트럭에 올라탔습니다.


쌀 1톤, 수박 20통, 채소 등을 실은 트럭에 스님과 행자까지 셋이 끼어서 타고 7시 30분에 거제로 출발했습니다.

“차가 무거워서 흔들리지 않고 안정감이 있네요.”(웃음)


두 시간을 달려 거제 애광원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이 짐을 내리기 시작하자 애광원 선생님들이 달려 나와 함께 쌀과 과일, 채소를 내렸습니다.

“스님, 작업복 차림으로 오셨네요.”

“제가 짐을 내려야 하니까요.”

스님은 웃으며 짐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채소들은 오늘 아침에 막 수확해서 가져왔어요.”

“아이고, 농사지은 거 다 가져다주시는 거 아닙니까?”

“아니에요. 채소 농사가 잘 안 돼서 많이 못 가져왔어요.”

“그래도 가지가 엄청 큰데요. 농사 좀 배우러 가야겠네요. 요새 채소 값이 금값이라서 영양사 선생님이 엄청 힘들어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채소가 인기가 좋았습니다.

식품창고 안까지 쌀과 채소를 옮겨놓고 스님은 곧바로 차에 올랐습니다.

“가보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도착한 지 20분 만에 애광원을 나왔습니다. 다음 장소는 진해에 있는 ‘참좋은유치원’입니다. 유치원을 운영하는 원장 스님에게도 쌀과 채소를 조금 드렸습니다.

쌀을 내리는데 원장스님이 달려 나왔습니다.

“아이고, 스님. 두세요. 저희들이 옮기겠습니다.”

“아니에요. 다 했어요.”


쌀과 채소를 내리고 원장스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유치원에 등원한 아이들이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오자 스님이 혼잣말을 했습니다.

“아이고, 과자를 좀 가져올 걸. 다음에 올 때는 과자도 가져와야겠네.”

한 아이가 또박또박 인사를 하며 꽃이 활짝 핀 화분을 건넸습니다.

“법륜스님! 우리 유치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고맙습니다.”

아이들은 먼저 삼배로 인사를 하고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노래를 불렀습니다.

“친구들, 우리 유치원에 누가 오실지 궁금했죠? 바로 우리가 노래 연습했던 ‘법륜’이랑 똑같은 이름을 가진 법륜스님이세요. 그럼 스님께 노래를 불러드려 볼게요. 시작!”

“굴러가네. 굴러가네. 법륜이 굴러가네. 날마다 쉬지 않고 굴러가네. 집집마다 마을마다 굴러굴러굴러가네.”

아이들이 노래를 마치자 스님은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습니다.

“잘했어요!”

아이들이 나가고 원장 스님과 더 이야기를 나눈 후 유치원을 나왔습니다. 원장 스님은 직접 키운 보리수를 한그루 나눠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짐으로 가득 찼던 트럭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보리수 한 그루를 싣고 두북으로 돌아왔습니다. 스님은 차에서 잠깐 단잠에 들었습니다.

오후 2시가 되어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선물로 받은 보리수 화분은 화단 한편에 내려놓았습니다.

오후에는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모레부터 정토회는 10일 동안 명상수련에 들어갑니다. 이 시간은 정토회 회원들 모두 자기 정진에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5일 동안 명상을 하는 사람도 있고, 7일 동안 명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토회 공동체에 들어와서 사는 사람들은 10일 동안 하안거 수련을 진행합니다. 명상 수련에 참가하지 못하는 분들도 하루 중에 시간을 좀 길게 내어 자기 정진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매일 300배 절을 한다든지, 3천 배 절을 한다든지, 이렇게 해서 자기를 좀 더 단단히 하는 정진 기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또 가정과 회사 일이 밀린 분들은 이 기간 동안에 집안 정리도 잘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기 정진에 집중하는 10일

명상기간 중에는 불교대학 수업도 한 주 쉽니다. 이 기간 중 행정 업무는 최소화하겠습니다. 회원 여러분들도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든, 각자 집에서 정진하든, 열흘 간은 자기 정진의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지난 주말에 으뜸절에서 회원들이 봉사활동하는 모습과 스님이 농사일을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자유롭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여러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을 백중을 맞아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분들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일하는 노동 현장이 안전하고 사고의 위험이 없어야 하는 곳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현장 실습을 나간 학생이 죽는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우리 사회가 안전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 다시는 이 같은 죽음이 없도록 산업현장의 안전을 요구하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정치권에서는 다시 논의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들의 외침이 허공의 메아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젊은이들 소식을 접할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사회의 안전과 산업안전 보장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먹고살기가 어려울 때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중국에서 북한 난민들을 도와보면 그분들은 정말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나들고, 중국에 와서도 사는 게 정말 비참합니다. 그런데도 고통을 감수하고 국경을 넘고, 온갖 어려움과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한국까지 오기도 하고, 숨어서 유럽이나 다른 나라로 넘어가 난민 인정을 받아서 살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보면 정말 눈물 나고, 또 그 위험이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겨울에는 강을 넘다가 미끄러져서 빠지면 목숨을 잃게 돼요. 봄이 되어 얼음이 녹으면 이런 시신들이 둥둥 떠내려 오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여름 홍수 때도 시신이 떠내려 오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이번 홍수 때 임진강에서 아이들 시신이 떠내려 왔다는 최근 뉴스 보도가 있었잖아요. 지금 우리는 그런 위험한 행위를 할 엄두조차 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먹고사는 것이 곤궁해진 사람은 돈 되는 일이라면 죽음도 무릅쓰는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은 유럽처럼 수백 년이 걸려서 지금처럼 잘 사는 나라가 된 게 아니라 불과 50년 만에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했어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케이스에 속합니다. 제가 어릴 때인 50여 년 전만 해도 먹고살기가 힘들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했습니다. 특히 월남 전쟁이 그런 예입니다. 돈을 벌려고 전쟁터에도 자원해서 간 거예요. 전쟁이라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가 침공을 받았다고 한다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에 전쟁에 참여할 수 있어요. 그러나 남의 나라 전쟁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데는 돈이 큰 요인이었습니다. 자원해서 참전한 사람들에게 미군에서 돈을 지급하는데, 그렇게 군인 신분으로 받는 돈이 직장인의 월급보다 더 많았던 거예요. 그렇게 2년 복무하면 제대할 때 목돈을 쥘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자기 발로 전쟁터로 가는 위험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물론 ‘자유 우방 국가를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것도 다 돈 문제에 관계되는 것이었습니다.

또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울산의 대형 조선공장 같은 곳에서는 매일 사람이 떨어져 죽었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산업재해에 대비하는 장치가 충분하지 못했던 거죠. 경부고속도로를 닦을 때도 사람이 많이 죽었습니다. 그래서 고속도로 닦다가 숨진 사람들을 위한 위령비를 추풍령에 세울 정도였어요. 그러나 그때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거기에 취직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이 조금 좋아지면서 그런 위험한 일에 대해서는 수당이 주어지게 되었고, 더 나아가서는 안전 관련 장치가 점점 강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엄청나게 개선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노인 세대는 어릴 때부터 위험을 당연시하고, 위험한 곳을 다니며 자란 성향이 있어요. 그래서 저도 필리핀 민다나오, 인도 불가촉천민 마을, 아프가니스탄 난민촌, 이런 곳에 가면 험한 산이나 가파른 절벽을 그 동네 사람들과 함께 다닙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오신 분이 이런 저의 일정을 따라왔다가 엄청나게 화를 냈습니다.

‘이런 곳을 가려면 미리 안전 교육을 시키고, 안전장치도 하고 가야지, 어떻게 이런 위험한 곳에 아무 준비 없이 갈 수 있습니까!’

이 분의 말은 정말 맞는 말이에요. 또 미국의 사회 안전시스템과 안전교육은 모두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원주민들이 어디 그렇습니까? 위험한 산길을 그냥 타고 다니죠. 저도 어릴 때 그렇게 자랐기 때문에 원주민들과 같이 아무렇지 않게 다니지만, 스님이 좋은 일을 한다니까 따라온 사람들은 ‘이건 너무 위험한 짓이다’ 이렇게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처럼 안전에 대한 감각이 서로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산업화하는 과정을 겪는 바람에 기업인들이 이익을 더 많이 내려고 안전에 대해서 부주의한 상태로 사업을 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이 자꾸 희생되니까 이제 법을 점점 강화해서 안전 수칙의 기준을 높이게 된 겁니다. 그러나 그동안의 습관이 있고 안전에 대한 감각이 다르다 보니 이것이 잘 안 지켜지는 거예요. 그래서 부실공사를 하거나 안전장치를 안 하는 일이 자꾸 발생하는 겁니다. 물질 면에서는 발전했지만, 항상 이렇게 대충 해서 돈을 벌어왔던 우리의 오랜 습관은 급격히 변화된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는 거예요.

이러다 보니 경제 수준이 비슷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보면 안전사고가 많이 나는 축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외국도 다 이런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경제 수준이 높아질 때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런 과정을 겪었기에 안전 관련 제도와 의식이 함께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급속도로 경제 성장을 하다 보니 물질적인 발전 수준은 외국과 비슷하지만 안전 관련 수칙이나 국민의식은 제대로 안 갖춰진 상태가 되었어요. 그래서 OECD 국가 내에서 다른 가입국들과 비교하면 안전사고율이 매우 높은 축에 들어갑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안전사고율이 중국보다 높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중국이나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는 우리가 훨씬 안전장치가 잘 갖춰져 있고 의식도 높은 편이지만, 선진국하고 비교해 본다면 아직도 안전 불감증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안전 문제가 쉽게 개선되기 어려운 거예요. 왜냐하면 기업에서는 사망사고가 일어나도 보상금 등 돈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안전장치를 하는 데 100억 원이 든다면 그냥 작업하다가 인명사고가 일어났을 때 보상금은 10억 원만 주면 되니까, 기업 하는 사람은 그냥 안전장치 없이 작업하는 쪽을 선택하기 쉽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업주에게 법적으로 책임을 묻게 된 겁니다. 보상만 해주는 것으로는 안 되고, 현장에 있는 감독을 처벌하는 것만 갖고도 안 된다는 거예요. 기업주가 안전장치를 마련해 주지 않으면 사고는 늘 일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고가 나면 기업주가 책임을 물도록, 즉 돈만 갖고는 해결이 안 되고 형사처벌을 받도록 법과 제도를 강화시킨 거예요. 100퍼센트 안전한 대책이란 없겠지만 그래도 안전의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이런 법을 만들었는데,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에서는 극렬하게 반대를 했죠.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러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해서 기업주가 구속되는 건 좀 말이 안 된다. 이러면 겁이 나서 기업을 어떻게 운영하겠느냐? 돈이 있어도 증권투자나 다른 일을 하지, 무서워서 어떻게 기업 운영을 하겠느냐?’

이런 관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회사가 안전장치를 충분하게 마련해주지 않은 거예요. 우선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투입되어야 하는 곳에 혼자 가게 한다든지, 안전시설을 확실하게 마련해 주지 않는다든지, 한 사람에게 무리한 업무량을 할당해서 너무 과로하게 만든다든지, 이런 행위들이 모두 여기에 들어가요. 예를 들어, 운전기사도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운전을 하면 사고 확률이 높아지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주를 처벌하는 법을 진보적인 정부가 들어서서 만든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서서 ‘이 법이 너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라고 평가를 하고 있어요. 이 법을 만들 당시에도 반대가 많아서 유예 기간을 둘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니까 곧바로 ‘법을 완화해야 되지 않느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전에 대한 것도 너무 강화하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해서 반대하고, 기후위기에 따른 CO2 배출 규제에 대해서도 규제를 너무 강화하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식으로 의견이 상충되어 있어요.

어느 한쪽이 꼭 나쁘고 어느 한쪽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체적인 추세는 안전을 강화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해서 CO2 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CO2 가스 발생량이 많은 화력발전소를 줄이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긴 시간으로 놓고 보면 이건 하나의 대세입니다. 노인 연금을 올리고, 군인 월급을 인상하고, 무료 급식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 확대하고, 이런 식으로 다양한 사회 보장을 실시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은 사회적인 추세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느 정도의 속도로 진행할 것인지를 두고 진보와 보수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있는 겁니다. 질문자가 얘기한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항상 진보적 관점에 서 있습니다. 성차별을 부정하고 남녀를 평등하게 대하고, 계급을 부정하고 계급의 평등을 실천하고, 인권을 존중하고, 평화를 사랑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습니다.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기본적으로 평화주의이고 평등주의예요. 요즘 말로 하면 민주주의, 즉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진보적 입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는 중도(中道)입니다. 기본 관점은 진보적 입장을 갖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대를 악마라거나 나쁜 놈이라거나 틀렸다는 관점으로 보아서는 안 돼요. ‘견해가 다르다’라는 관점에 서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은 그대로 유지하되, 사람들의 반발을 항상 대화로 설득하면서 이 문제의 개선을 꾸준히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정토행자들 역시 기본적으로 진보적 관점을 갖지만, 우리 사회의 일부 진보 정치세력처럼 자기만 옳고 상대는 다 틀렸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견해가 있어요. ‘중국과의 관계를 잘 쌓아가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그래도 미국하고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게 우선이다’ 이런 사람도 있고, ‘북한하고도 관계를 평화적으로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사람도 있고, ‘저 나쁜 놈들이 말을 듣겠느냐’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를 좀 내려놓고 이제는 일본과 서로 협력해야 되지 않을까?’

‘아니다. 저 나쁜 놈들은 아직도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고, 위안부 문제며 징용 문제도 사과하지 않는다. 저런 놈들과 얘기할 필요가 뭐 있어?’

이렇게 사람의 생각은 저마다 다릅니다. 그 수가 많고 적고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한국 인구 5천만 명 중에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우리는 이 점을 우선 인정하고 ‘이런 의견도 있기는 하지만 먼 미래를 바라볼 때 우리가 이렇게 가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방향성을 갖고 평화적으로 풀어나가야 해요.

안전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기업의 호소에 무조건 반대하지 말고, 기업가들이 기업 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을 모두 경청해야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 관련 수칙과 보장은 점점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사람 목숨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이런 걸 아무리 강화한들 사고가 아예 안 나는 건 또 아니에요. 그러니 사고가 발생했을 때 모든 게 기업주 책임이고 정권 책임이라고 보는 시각도 너무 극단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사고가 안 나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둘째, 사고가 나면 신속하게 대응해서 희생을 줄여야 합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경우에도 과적이다 뭐다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었지만, 사고가 났을 때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국민들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했습니다. 우리 모두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너무 답답했잖아요. ‘애들이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는데 왜 저걸 빨리 못 구해줄까’ 이런 생각이 드니까 국민들이 분노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이런 비상시를 대비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옛날에는 ‘국가안보’라고 하면 남북관계나 국토방위만 안보에 속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인간안보’라고 해서 인간 생명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안보를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수칙을 마련해야 하고, 안전이 위협받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는 훈련이 이루어져야 해요. 북한군이 쳐들어왔을 때만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도 신속하게 대응하고, 평상시에도 그런 훈련을 실시하고 대비함으로써 재해를 줄이는 국가 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양쪽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 사이에 견해 차이가 있습니다. 또 정권마다 그 이익을 대변하는 게 조금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세는 안전을 강화하는 쪽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어요. 이걸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면 불만이 커져요. 또 너무 안주해서 ‘옛날보다 낫잖아. 그러면 됐지 뭐’ 이렇게 생각해도 안 됩니다. 대한민국이 안전 문제에 있어서 항상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유지한다면 불명예잖아요. 먹고 살기 어려울 때는 조금 위험 부담을 안는다 하더라도, 이제는 먹고살만해졌으니까 안전을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났을 때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세월호 사고 이전과 이후는 우리나라가 달라지겠구나. 성장에만 너무 매달리지 말고, 이제는 정말로 안전을 중요시하겠구나. 전 국민이 이 점을 깨우쳐 한마음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세월호 사고가 정쟁이 되면서 안전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는 뒷전이 되어버리고 ‘이게 누구의 책임이냐’ 하는 것만 갖고 아직도 싸움이 안 끝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큰 희생을 치렀다면 다시는 이런 대형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여러 가지 법적, 제도적 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할 텐데, 정쟁 속에서 이런 문제는 뒷전이 되어 버렸어요.

그런 면에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호국영령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가 이렇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희생되신 노동자들과 기술자들의 공로에 대해서도 우리는 은혜를 잊지 않고 추모를 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호국영령에 대해서만 추모를 하다가, 최근에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서 투쟁하신 분들에 대해서도 추모를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언젠가는 이렇게 노동 현장에서 희생한 분들도 나라를 위해서 희생한 분들처럼 우리가 추모하는 때가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은 우리가 백중날에라도 이런 분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면 좋겠습니다. 호국영령과 민주 열사들은 이제 국민 모두가 추모하게 되었으니, 노동 현장에서 희생되었거나 수많은 아픔을 겪는 분들은 우선 우리부터라도 추모를 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백중 기도 때 여러분이 가족이나 부모는 기도 명단에 안 올린다 하더라도 이런 분들을 기도 명단에 올리는 것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어쩌면 군인보다 더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됐을 수도 있어요. 백중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이분들의 공로를 기억하고 이분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내면 더 좋겠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얼마 전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연쇄 살해한 범죄가 충격을 주었습니다. 죄와 사람을 나눠서 생각할 수 있을까요?
  •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법당이 없어졌는데 삼보수호비는 어디에 쓰냐는 문의가 있습니다. 삼보수호비를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요?
  • 부처님은 작은 나라 출신이지만 깨달음을 얻고 전법을 하시면서 굳이 자신의 나라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민족사 바로 세우기나 세계 전법에 대한 스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공지

7월 29일부터 8월 7일까지 10일 동안 정토회는 여름 명상 수련과 하안거 수련을 진행합니다. 모든 회원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정진을 하는 기간입니다. 이 기간 동안 스님도 대중의 명상 수련을 안내하고, 함께 정진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스님의 하루는 변함없이 계속되지만, 스님의 하루 제작팀이 10일 동안 명상 및 하안거 수련에 참가하기 때문에 스님의 하루 발행을 잠시 쉬어가고자 합니다. 내일부터 10일 동안 휴간을 한 후 하안거 수련이 끝나고 8월 9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전체댓글 49

0/200

보각

감사합니다

2022-08-09 11:05:39

김학준

스님의 하루를 읽으며 항상 지혜를 얻고 희망을 찾습니다. 감사합니다.

2022-08-06 09:08:19

보디사트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_()_

2022-08-05 17:5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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