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7.22 농사, 금요 즉문즉설
“신체장애를 갖고 사는 게 너무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딸기밭에 철사를 세워 천막 그늘을 만들어주고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딸기 순이 많이 자란 후에 다시 심어서인지 시들시들하네요.”

산밑밭으로 갔습니다. 서울에 다녀와서 이틀 만에 밭에 가게 되었습니다.

“일을 안 하니까 더 피곤하네요.”(웃음)

아무도 찾지 않는 이틀 동안에도 작물들은 쑥쑥 자라 있었습니다. 먼저 가지를 따고 오이를 땄습니다.

“오이는 추비를 좀 줘야겠네요. 잎이 시들시들해요.”


밭고랑에 가지와 오이가 줄지어 섰습니다.

작아서 따지 않았던 호박은 팔뚝보다 굵어져 있었습니다.


무성한 호박잎 사이에서 늙은 호박도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빨갛게 익은 토마토까지 다 땄습니다.


이틀 만에 밭에 오니 수확량도 두 배였습니다. 작물은 저온고로 옮기고 텃밭으로 갔습니다.


텃밭 주변에 잔디가 많이 자라 잔디 깎는 기계로 깎아주었습니다.


오래된 기계에서 요란한 굉음과 매캐한 기름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날을 낮추며 여러 번 텃밭 주변을 오갔습니다. 깎은 잔디는 그러모아서 감나무 아래에 거름이 되라고 뿌려주었습니다.


기계가 닿을 수 없는 곳은 낫으로 직접 벴습니다.

머리를 잘 민 것처럼 텃밭 주변이 말끔해졌습니다.

텃밭에 심어놓은 토마토도 빨갛게 익어 따주었습니다.


울력을 마치며 방금 딴 토마토를 하나 맛보았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오전 10시부터 인도 성지순례 실무준비팀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1250명이 참가하는 인도 성지순례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게 인도 현지로 사전답사팀을 파견했습니다. 오늘은 답사 15일째입니다. 사전답사팀은 성지순례 코스를 모두 답사한 후 그 결과를 스님에게 보고했습니다.

“답사를 하면서 숙소를 최대한 확보를 했지만, 간혹 시설이 열악한 곳도 있었습니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가는 순례인데, 부처님처럼 길거리에서 안 자는 것만 해도 어딥니까. 그 정도면 충분해요.” (웃음)

숙소 준비 상황을 비롯해 수자타아카데미 개교기념식 행사 준비와 만인 공양 프로그램, 버스 차량 준비, 항공권 예약 상황 등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손님이 찾아와서 함께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날이 선선해지기 시작하는 오후 5시에 스님은 작업복을 입고 산 아랫밭으로 올라갔습니다. 농사팀이 트랙터로 밭을 가는 모습을 지켜본 후 산 밑밭으로 가서 호박과 오이에 지주대를 세워주는 일을 했습니다.




해가 질 무렵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53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시청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즉문즉설은 여러분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고민들을 가지고 대화를 하는 시간입니다. 인생살이라는 게 뭐 특별한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토끼도 살고 다람쥐도 사는데 사람으로 태어나서 왜 못 살겠습니까.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면 사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조건이 나를 괴롭히게 하는가?

만약 내가 약간의 장애를 갖고 있다면, 정상적인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괴로워집니다. 그러나 다른 동물하고 비교해 보면 어때요? 그래도 인지 능력이나 동작 능력이 훨씬 낫습니다. 결국 객관적인 조건이 우리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 남과 비교해서 '그 사람보다 돈이 적다’, ‘그 사람보다 키가 작다’ 이런 생각이 우리의 삶을 괴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존재 자체에는 우등하고 열등한 것이 없습니다. 서로 비교해서 우열로 인식을 할 뿐입니다. 그렇게 인식한 것이 객관적인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에 ‘우월하다’ 또는 ‘열등하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진실을 알게 되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그래서 이런 대화를 하는 겁니다.

지금 괴롭다고 하지만 이건 나 혼자의 생각일 뿐입니다. 자신의 고민을 드러내 놓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돌아보게 되면 ‘이게 특별히 괴롭다고 할 만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한 후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오늘은 네 명이 손들기 버튼으로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신체장애를 가진 분이었는데, 자신이 어떤 잘못을 하였기에 신체장애를 갖게 된 것인지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신체장애를 갖고 사는 게 너무 힘듭니다

“저는 신체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제가 도대체 어떤 잘못을 하였기에 신체장애를 갖게 된 건지 알고 싶습니다. 장애를 갖고 사는 게 너무 힘이 들고 고통스러울 때가 정말 많습니다. 이 고통을 없애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지금부터 50년 전에 여성이 남성에 비해서 차별을 많이 받고 살았다는 걸 알고 있습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그 때는 부모가 아들을 낳는 걸 좋아했을까요, 딸을 낳는 걸 좋아했을까요?”

“제가 태어났을 때는 딸보다 아들을 낳는 것을 더 기뻐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옛날에 여자들이 '아이고,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여자로 태어났나?' 하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어요? 여자 아이를 낳은 부모가 '아이고,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딸을 이렇게 줄줄이 낳나?' 이렇게 하소연하는 소리를 들어봤어요? 옛날에 여자들이 그런 얘기들을 자주 했었다는 건 알아요?”

“네.”

“정말 무슨 죄가 있어서 여자가 됐을까요? 아니면 여자를 차별하니까 마치 여자에게 죄가 있는 것처럼 생각을 하게 됐을까요? 옛날에는 양반과 종이 있었다는 거 알아요?”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있어요. 없어요?”

“지금은 없습니다.”

“옛날에 종으로 태어나면 사는 게 힘들어요, 안 힘들어요?”

“힘들었습니다.”

“전생에 죄를 지어서 종으로 태어난 거예요? 아니면 사회가 신분을 차별하는 제도 때문에 종이 고생을 한 거예요?”

“신분 차별 제도 때문에 고생을 한 겁니다.”

“미국에 가면 흑인이 백인보다 차별을 더 받을까요, 덜 받을까요?”

“흑인이 백인보다 차별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흑인으로 태어나면 사는 게 백인에 비해서 좀 힘들까요, 안 힘들까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면 흑인으로 태어나 사는 게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힘든 것일까요, 세상이 흑인을 차별해서 힘든 걸까요?”

“세상이 차별해서 힘든 것 같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가 부러졌다고 합시다. 이때 죄를 많이 지어서 교통사고가 난 거예요, 운전을 잘못해서 교통사고가 난 거예요?”

“운전을 잘못해서 사고가 난 겁니다.”

“그러면 질문자가 신체장애를 갖게 된 것은 몸에 무슨 고장이 생겨서 그런 걸까요, 죄를 많이 지어서 그런 걸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옛날에는 교통사고가 나거나 벼락을 맞아 죽으면 '죄를 많이 지어서 사고가 났다' 이렇게 말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말하지 않잖아요. 그냥 사고라고 생각하죠.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병이 생기고 사고가 생기듯이 우리들의 유전자도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유전자 질환이 있습니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을 할 때나 태중에 있을 때 어떤 변이가 일어날 수가 있다는 거예요. 태어나는 과정에서 뇌에 어떤 손상이 생기면 뇌성마비가 될 수 있고, 눈에 어떤 손상이 생기면 시각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태어날 때는 괜찮았지만 태어난 후에 눈을 다치면 그 이후부터 못 보게 되고, 배 속에 있을 때 눈의 세포를 다치면 태어날 때부터 못 보게 되는 거예요. 이것은 전생에 지은 죄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고 사고로 고장이 난 겁니다.

만약 자동차 사고로 인해 두 다리를 못 써서 휠체어를 타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럴 때 안 죽고 살았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아니면 설악산 등산을 못 간다는 게 중요한 거예요?”

“안 죽고 살았다는 게 중요합니다.”

“사고가 이미 났는데 사고가 안 난 사람과 자꾸 비교하면서 '나도 옛날에는 설악산을 자주 갔는데 지금은 못 가게 되었다' 이렇게 한탄하면 남은 인생을 평생 괴롭게 살아야 됩니다. 걷지는 못해도 휠체어가 있잖아요. '휠체어 타고 살면 되지' 이렇게 받아들이면 남은 인생을 그나마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질문자는 뇌성마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눈은 시각 장애가 아니고, 귀는 청각장애가 아니잖아요. 지체부자유든 뇌성마비든 시각장애든 청각장애든 ‘그래도 안 죽고 살았다’, ‘보지는 못하지만 들리기는 한다’, ‘듣지는 못하지만 보기는 한다’ 이런 마음을 갖는다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하고 비교해서 ‘나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나’ 이렇게 생각하면 죽을 때까지 괴롭게 살아야 돼요.

‘말하는 것도 좀 힘들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말을 아예 못하는 사람보다 낫고, 눈이 안 보이는 사람보다 낫다’

이렇게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하루를 살더라도 앞으로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장애는 불편할 뿐이지 열등한 것이거나 죄는 아닙니다. 좀 불편한 건 사실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다 조금씩 불편한 게 있습니다. 늙어도 불편해요. 걷는 것도 불편하고,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잘 안 들립니다. 누구나 조금씩 이런 불편이 있듯이 질문자도 좀 불편한 것일 뿐이지 열등한 것은 아닙니다.

옛날에는 왜 죄를 지어서 장애가 됐다고 말을 했냐면 장애가 있는 사람을 차별했기 때문이에요. 여자를 차별하고 종을 차별하듯이 장애자를 차별하니까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나’, ‘하나님이 나를 버렸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자기가 생긴 대로 살 수가 있는 세상이 되었어요. 얼굴이 검으면 검은 대로, 희면 흰 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남자는 남자대로, 장애가 있으면 장에 있는 대로, 모든 사람이 그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불편한 것만 생각하지 말고, 좋은 점을 생각해야 돼요. 그래도 눈으로 볼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잖아요. 청각장애보다는 잘 듣고, 시각장애보다는 잘 보잖아요.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런 가운데 나는 나대로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죄하고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저희 어머니가 말하기로는 제가 어렸을 때 경기를 해서 몸이 이렇다고 하셨습니다.”

“경기를 해서 그랬다면, 몸이 약하게 태어난 상태에서 어릴 때 고장이 났다고 볼 수 있죠. 태중에 있을 때 사고가 나면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되는 것이고, 태어난 뒤에 어떤 병으로 인해서 사고가 나면 태어난 뒤에 장애가 되는 거예요. 둘 중 어느 것이든 죄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제가 몸이 많이 불편하지만 장애인들이 다니는 직장도 다니고 있거든요. 그런데 일반인들을 보면 나는 왜 몸이 불편해서 이렇게 살고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자꾸 비교를 해서 생긴 병입니다. 제가 서울에 있으면 제 주위에 있는 사람이 전부 저보다 나이가 어려서 제가 늙은 축에 들어가요 요즘은 시골에서 살고 있는데, 제가 동네에서 제일 젊은이입니다. 우리 동네에 제일 나이 많으신 분이 98세, 96세, 94세, 줄줄이 이렇게 계십니다. 저는 나이가 70세인데 맨 꼴찌예요. 그래서 이 동네에서 가장 젊은 사람 취급을 받아요. 동네 어르신들이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으면 ‘저기 젊은 스님한테 물어봐라’ 이래요. 나이가 70인데 젊은 사람이 되었어요. (웃음)

이것은 모두 비교해서 생긴 일입니다. 키가 170이면 키가 작은 것도 아니고 큰 것도 아닌데, 키가 180인 사람과 같이 있으면 작은 사람이 되고, 키가 160인 사람과 같이 있으면 큰 사람이 되는 것과 같아요.

비교를 하지 않고 나만의 나로 살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누구하고 비교해서 ‘우월하다’, ‘열등하다’ 하는 것은 교만해지거나 비굴해지는 삶입니다. 비교하지 말고, 나는 나대로 그냥 살면 됩니다. 비교하지 말고 사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애는 다만 불편할 뿐이지 열등한 것이 아닙니다. 불편한 것은 앞으로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 많이 대체가 될 겁니다. 우리 동네에 할머니들은 저보다 훨씬 더 빨리 달립니다. 저는 걸어 다니는데, 그분들은 다 조그마한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제 옆을 쌩 하고 지나갑니다. 그리고 뒤에는 조그마한 바구니를 달아서 저보다 훨씬 더 많은 짐을 싣고 다닙니다. 그러니 불편한 것은 보완할 수가 있다는 거예요.”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저를 키워준 할머니를 제가 직접 모시지 못하고 병원에 모시고 있는데 너무 죄스러워요.
  • 혼자 사는 53세 여성입니다. 2주 전에 ‘로맨스스캠’이라는 신종 사기를 당해 1억이라는 사채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그 돈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너무 막막합니다.
  • 저는 재혼을 했는데 남편의 딸이 ADHD를 앓고 있습니다. 아이는 제가 친엄마가 아니라는 걸 알고 힘들어하고 있어요. 저 또한 제가 낳은 아이만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아서 힘들어요.

대화를 마치고 나서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신체장애를 가진 것 때문에 힘들어하던 분도 밝게 웃으며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 자신을 자학하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정상인이 참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자학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자의 씩씩한 목소리에 스님도 웃으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그렇게 씩씩하게 살아야 됩니다. 사람이 죽는 거야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모르지만 그러나 살아있는 동안은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생방송을 마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실시간 채팅창에는 질문자를 응원하는 댓글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한 후 대중들과 함께 함께 아침 울력을 하고, 오전에는 경전대학 학생들과 즉문즉설을 하고, 오후에는 결사행자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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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조건이 우리를 괴롭히는게 아니라 남과 비교해서 우리의 삶을 괴롭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2022-09-18 20:53:59

우원경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비교하지 않고 나를 보며 살겠습니다.

2022-08-19 07:12:04

노근아

좋은말씀주셔서 감사합니다~^^

2022-08-11 17: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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