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6.18. 천일결사 기도, 나비장터 1일째, 경전대학 즉문즉설, 화엄반 4기 수련
“왜 재앙이 복이 될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천일결사 기도를 생방송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재활용 물품과 농산물을 서로 나누는 나눔과 비움의 나비 장터가 열리는 날입니다.

새벽 4시 30분, 맑은 종성이 랜선을 타고 울려 퍼지며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예불, 수행문, 참회, 108배, 명상, 경전독송을 차례대로 한 후 스님의 법문이 이어졌습니다.

오늘 읽은 경전에 대해 해설을 한 후 수행자는 어떤 관점을 갖고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인간이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늘 일어납니다. 그래서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때로는 기쁘기도 하고, 원망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것은 찰나에 깨어있지 못하고 경계에 끄달려서 과거의 습관들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수행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돌이켜서 바로 돌아와야 합니다. 감정을 움켜쥐고 꽁해 있다면 집착을 하고 있는 겁니다. 미워하고 원망하고 슬퍼하고 그리움에 빠져있는 것은 집착의 결과입니다. 집착하고 있다면 수행자라고 할 수가 없어요. 순간적인 찰나를 놓칠 수는 있지만 돌이키지 못하고 계속 집착하고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도 아니고 어리석은 중생입니다.

감정을 움켜쥐고 꽁해 있다면

괴로움의 원인은 집착입니다. 그래서 어떤 것도 오래 붙들고 있지 말라고 하는 겁니다. 그게 잘 안 된다면, 빨리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해요. 법문을 듣고 딱 깨우치든지, 그게 어렵다면 병원에 가서라도 사로잡힌 상태를 진정시켜서 다시 자각을 하든지 해야 합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거나 슬픔이나 그리움을 오래 간직하고 있다면 병에 속합니다. 옛날에는 남편을 따라 죽으면 열녀라고 했지만, 정신적으로 분석해보면 편집증에 속해요. 한 생각에 딱 사로잡혀서 못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사로잡히는 증상이 옛날보다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극단적인 좌파, 극단적인 우파, 종교적인 원리주의 이런 것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어요. 이름만 다를 뿐 그 사람이 어떤 것에 사로잡혀 있느냐의 차이밖에 없습니다. 불교에 사로잡히면 불교 원리주의자가 되고, 기독교에 사로잡히면 기독교 원리주의자가 되고, 공산주의에 사로잡히면 공산주의 원리주의자가 되는 것이지, 사상과 이념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 편협된 주장을 하는 데에 사람들이 몰려든다면 대부분 그런 정신적인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바른 법을 만났는데도 이게 잘 안 된다면 더 주의를 해야 합니다. 만약 바른 법을 못 만났다면 더 위험한 결과를 빚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좀 더 자유로운 상태로 자기가 자기를 관리해야지, 남을 얘기해봐야 아무 도움이 안 돼요. 누가 내 인생을 도와주겠어요? 이 점을 꼭 명심하셔서 수행자답게 어떤 상황에 처하든 좀 더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생활하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법문을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곧바로 스님은 작업복을 갈아입고 아침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새벽 생방송 때문에 울력 시작이 늦은 데다 8시부터 온라인 회의가 있어서 울력할 시간이 한 시간 남짓이었습니다. 먼저 무밭을 정리했습니다. 진작 다 뽑을 수도 있었지만 은은한 보랏빛 꽃이 예뻐 계속 밭에 두었습니다. 꽃이 지자 스님은 바로 정리를 했습니다.


무를 다 뽑은 후 땅을 뒤엎어 거름을 섞어 준 다음 평평하게 골랐습니다. 오늘은 시간이 없어 작물은 다음에 심기로 했습니다.


무밭 옆에 씨방이 붉게 익은 고수도 보였습니다. 텃밭 곳곳에서 붉게 물든 고숫대만 뽑았습니다.




텃밭 사이에 자란 잡초도 눈에 보였습니다. 잡초를 뽑고 딸기밭에 무너진 돌도 다시 세워주었습니다.

“스님, 7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아이쿠. 벌써 그렇게 됐어요? 화분도 닦아놓으려고 했는데 시간이 안 되겠네요.”

“화분은 오늘 나비장터 봉사자들이 닦는다고 합니다.”

스님은 울력을 마친 후 나비장터 준비를 하고 있던 실무담당자에게 준비상황을 물어보고 한 가지 당부를 했습니다.

“오늘 화분을 주며 JTS 모금을 할 때 사람들에게 기부를 강요하는 말은 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하도록 해줄 것을 당부한 후 8시부터 만일준비위원회와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2차 만일결사 사업방향을 세워 나감에 있어서 여러 가지 주제로 대화를 나눈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두북 수련원에서 나눔과 비움의 ‘나비장터’가 열리는 날입니다. 법당에서 나온 재활용 물품들이나 집에서 안 쓰는 것을 서로 교환하고, 또 두북 수련원에서 생산한 농산물도 구입하는 장터입니다.

오전 9시 40분에 자원봉사자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 스님을 모시고 입재식을 했습니다. 삼귀의, 반야심경을 봉독한 후 대중이 스님에게 인사말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나비 장터를 여는 취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곳 두북 수련원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사용하고 나서 더 이상 사용하고 있지 않은 물건들을 다시 사용하는 재활용 유통 사업입니다. 첫째, 전국 법당을 철수하면서 나온 물건들을 모두 창고에 모아서 재활용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둘째, 여러분 개개인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가져오면 나누어 쓸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비우고 살리고 나누고

나는 사용하지 않는 것을 내어놓음으로 해서 비우고, 다른 사람들은 그 물건들을 필요한 곳에 쓰도록 해서 살리고, 그 수익은 가난한 나라 어린이를 도와서 나누고, 이렇게 비우고 살리고 나누는 일이 재활용 유통사업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연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와 식량 위기에 대비해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두북 수련원에서는 농사를 실험적으로 다양하게 짓고 있습니다. 농토를 구입해서 농사를 짓는 게 아니고, 동네 어르신들이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하는 농토를 빌려서 실험 삼아 여러 가지를 해보고 있어요. 이것은 현대인들이 주말 여가 시간을 소비적으로 낭비하지 않고, 이곳에 와서 봉사를 함으로 해서 생산 활동이 되도록 전환하자는 취지입니다. 우리 먹거리를 우리가 생산해야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이런 두 가지 활동을 겸해서 회원들 간의 친목도 도모하는 행사이니까 재미있는 축제가 될 수 있게 만들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칫 잘못해서 판매에 집착하면 행사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어요. 그러니 대중들이 기부를 할 때 자발적으로 하도록 해주시고, 안내는 자세하게 해 주시되 너무 판매에 집착하지 말아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그런 점에 유의해서 이틀 동안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다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각자 맡은 구역으로 돌아가 정토회 회원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스님은 다시 방송실로 들어가서 오전 10시부터 경전대학 학생들을 위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경전대학 학생들은 지난주 금강경 수업을 모두 마쳤습니다. 스님은 질문을 받기 전에 금강경 수업을 듣고 나서 소감이 어땠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여러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금강경의 가르침이 자신의 삶 속에 어떻게 적용이 되었는지 이야기했습니다. 개중에는 지난달 즉문즉설 시간에 스님에게 질문하고 남편에게 ‘예’ 하고 해 보기를 과제를 받았던 분이 한 달 동안 실천해 본 소감을 이야기해서 큰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분별심이 나서 하기 싫다가 어느 순간 ‘예’하고 해보니 생각보다 남편이 저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어요. 오히려 제가 지레짐작으로 ‘내가 이렇게 잘해주면 남편도 잘해주겠지’ 기대해놓고 결과가 돌아오지 않으면 속상해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제 마음이 편해지니까 남편의 얼굴도 밝아졌어요.”

이어서 다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허리와 발목 통증을 앓고 있는데 재앙이 복이 된다는 금강경의 구절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왜 재앙이 복이 될 수 있나요?

“금강경 16분에서 재앙이 복이 된다는 법문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적절한 어려움은 복이 될 수 있지만, 저 같은 경우 과거의 질병으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자세가 바르지 않아 허리와 발목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질병이나 사고 후유증으로 많이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저에게는 과거의 재앙이 결코 복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왜 재앙이 복이 될 수 있나요?”

“재앙이 복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이 세상에 두려워할 것이 없어집니다. 이것이 금강경 16분의 요지예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있고, 내 뜻대로 안 되는 것도 있어요. 내 뜻대로 되는 것은 복이라 하고,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은 재앙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내 뜻대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내 뜻대로 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좋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또 내 뜻대로 안 된다고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옛날 중국 고사에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야생마를 한 마리 잡아온 것은 큰 복이었지만, 그 복이 원인이 되어 말을 길들이다 넘어져서 다리를 부러뜨렸습니다. 그럼 재앙이 왔죠? 그래서 재앙인 줄 알았더니 전쟁이 나서 사람들이 전쟁에 나가서 다 죽고 집안의 대를 못 이었는데, 이 집 아들은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전쟁에 나가지 않아서 결국 이 집만 대를 이었습니다. 재앙이 곧 복이 된 것입니다. 재앙만 자꾸 생각하면 재앙이 됩니다. 사실 이것은 재앙도 아니고 복도 아닙니다.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복이 되기도 하고 재앙이 되기도 합니다. 방 안에 있는 똥은 방 안에서는 쓸모가 없으니 오물이라고 말하지만 밭으로 똥을 옮겨 놓으면 거름이 됩니다. 진실은 재앙도 없고 복도 없습니다. 다만 그것일 뿐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재앙이 되기도 하고 복이 되기도 합니다.

질문자는 다리에 장애가 있는 것이 재앙이라고 생각하는데, 만약 질문자의 신체가 건강하고 모든 것이 괜찮았다면 질문자는 좀 잘난 척하고 살지 않았을까요?” (웃음)

“그랬을 것 같아요.”

“엄청나게 잘난 척했을 거예요. 그래서 결혼생활도 원만하게 못할 수 있었고, 바깥에 가서도 여러 가지 구설수에 오를 수가 있었어요. 질문자가 아직 그걸 안 겪었기 때문에 모르는 겁니다. 만약 이런 장애가 없었으면 그렇게 살아갈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애가 있다 보니 아무리 잘난 척하려고 해도 잘난 척을 못하고 살 수 있었던 거예요. 어떻게 보면 억울하기도 하지만 잘난 척해서 겪을 재앙을 장애가 미연에 막아주는 효과도 있었어요. 그러니 장애를 불편한 것으로만 생각하지 마세요.

‘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잘난 척하는 마음을 스스로 어느 정도 제어하면서 겸손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을 바꿔보면 좋은 점도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가 언뜻 보면 파워로 건강을 평가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키도 조그마하고 성격도 차분하고 서두르지도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건강하게 오래 살아요. 물론 교통사고도 날 수 있고 암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질문자가 '내가 장애라서 큰 복을 받았다' 이렇게 여길 만한 일이 지금 갑자기 일어날 수야 없겠죠. 그런데 앞으로 경제가 굉장히 나빠지면 정말로 복이 될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어려운데 장애 등급이 있는 사람들은 많은 지원을 받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상황이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일류 대학에 진학을 못한 것이 당시에는 약간 상처가 되지만, 그 사람들이 한 번 실패한 이후에 굉장히 열심히 하게 되면 일류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실패를 극복한 사람은 좌절 없이 성공한 사람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더 인생이 나은 경우도 많습니다.

장애는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잘난 체하는 걸 제어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질문자의 눈에는 그런 게 안 보이지만 스님은 딱 보면 '아, 저 사람이 저게 복인데, 본인은 재앙이라고 생각하는구나' 하고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웃음)

“그렇게 받아들이면 복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내가 가진 장애가 재앙은 아니라는 것까지는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복이 된다는 말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앙이 복인 줄 알면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거예요. 재앙이 복인 줄 알면 벌써 부처 수준에 이른 겁니다. 재앙을 재앙이라고 여기면 범부중생이고, '재앙이란 게 상에 불과하구나' 하는 것까지 깨달았으면 현인 수준에 이른 것이고, '이게 복이구나' 하는 단계까지 가버리면 성인의 단계까지 간 겁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건 재앙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기독교가 이렇게 전 세계로 확대된 것은 예수님이 오래 살아서 그렇게 되었을까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서 그렇게 되었을까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셔서요.”

“당시에는 재앙이었지만 길게 보면 기독교의 출발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일찍 죽어야 복이 된다고 이해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부처님은 80살까지 사셨잖아요. 오래 산 것은 오래 산 대로 복이고, 일찍 죽은 건 일찍 죽은 대로 복이에요. 본래는 재앙과 복이 없다는 것이 진실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재앙이 복인 줄 알면 두려움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늘 재앙은 피하려고 하고, 복은 얻으려고 하기 때문에 전전긍긍하게 되는 거예요. 그러나 재앙이 복인 줄 알아버리면 하는 일마다 복이니까 두려워할 일이 없어집니다.”

“저에게는 언제 그런 깨달음이 올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욕심이라는 거예요. 그런 욕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못 깨닫는 것입니다. 질문자가 뭘 얼마나 열심히 했다고 빨리 깨달아요? 아무것도 한 게 없으면서 욕심만 갖고 있는 겁니다. 그 욕심을 버려야 깨달음에 이를 수 있어요. 수행마저 욕심으로 하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애만 쓰지 얼굴이 밝아지지 않는 겁니다.” (웃음)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다음에 배우게 될 과목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이제 금감경 강의가 끝났습니다. 다음에 배울 내용을 반야심경입니다. 반야심경은 금강경과 조금 다릅니다. 반야심경을 공부하려면 학교 공부하는 것처럼 들어야 합니다. 반야심경은 불교 철학의 엑기스만 모아서 정리해놓은 경전입니다. 그냥 경전을 읽고 그 의미만 설명하면 추상적으로 가기 때문에 저는 여러분이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과학적으로 반야심경의 뜻을 설명합니다. 수학, 화학, 물리학 같은 현대 학문을 빌려와서 논증을 해요.

‘A이면 B이다, B이면 A이다. 명제의 역이 성립하면 A=B라고 말할 수 있다.’

반야심경은 이런 논리체계가 아주 정교하게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학문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반야심경을 공부하고 나서 불교가 너무 과학적이라며 불법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측면도 있지만 불교의 가장 위대함은 그 목표가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겁니다. 불교 사상이 얼마나 위대한지가 핵심은 아닙니다.

그러나 불교가 이런 과학적인 측면도 있다는 걸 여러분이 알아야 합니다. 반야심경과 법성게를 이해하려면 4차원의 세계와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합니다. 그냥 우리가 생각하는 3차원적 합리성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상상력을 높이는데 반야심경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어렵다고만 여기지 말고 진지하게 한번 공부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과학 기술의 시대에 신앙을 가지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비전과 합리성이 있는 신앙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다음 달 즉문즉설 시간은 어쩌면 과학 교실이나 수학 교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운동장으로 나와 나비장터를 둘러보았습니다. 운동장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어떤 물건들이 장터에 나와 있는지, 봉사자들은 누가 왔는지 확인하며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녹색 재활용 창고 안에는 법당을 철거하면서 나온 온갖 물품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며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수고가 많습니다.” (웃음)

스님은 봉사자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운동한 한 켠에는 작은 규모이지만 농산물 바자회도 열렸습니다. 얼마 전 아도모례원에서 수확한 햇감자와 두북 수련원에서 오늘 수확한 쌈채소, 직접 농사지은 쌀로 만든 가래떡, 고춧가루, 모종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지난주에 수확한 햇감자가 가장 호응이 좋았습니다.

“감자는 얼마나 나갔어요?”

“오늘 오전에 완판이 되었습니다. 감자가 가장 인기가 많아요.”

쌈채소 코너도 일찌감치 완판이 되었습니다.

“쌈채소는 얼마나 나갔어요?”

“쌈채소도 다 떨어졌어요. 저녁에 바로 씻어서 먹을 수 있으니까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일회용 포장 없이 각자 가져온 용기에 원하는 무게만큼 담아 갔습니다.

“장터라고 열었는데 대중들이 가져갈 게 별로 없어서 너무 미안하네요. 다음에는 좀 푸짐하게 준비해 주세요.”

봉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뒤로하고 스님은 방송을 하기 위해 다시 방송실로 들어왔습니다.

스님이 며칠 동안 직접 손수 만든 꽃모종 500개는 가장 인기가 좋았습니다. JTS 모금을 한 분들은 꽃모종을 하나씩 받아갈 수 있었습니다.


“스님이 직접 만든 화분이잖아요. 아파트에 살지만 베란다에서 물도 주고 햇빛도 잘 보게 해서 꼭 꽃을 피울게요.”

다들 굶주리는 아이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화분도 잘 키울 것을 다짐하며 꽃모종을 하나씩 가져갔습니다.




운동장 가운데에서는 행복학교 노래를 주제로 플래시몹이 펼쳐졌습니다. 오랜만에 두북 수련원은 축제의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예비 법사교육을 받고 있는 화엄반 4기 행자 교육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행자님들은 그동안 수련을 하면서, 또는 각자의 수행 과제를 일상생활 속에 실천하면서 들었던 여러 가지 의문점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한 명이 한 가지 질문씩 스님에게 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두 시간 동안의 즉문즉설을 통해 행자님들은 각자의 삶 속에서 수행적 관점을 어떻게 잡아 나가야 하는지 중심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수련을 마무리하며 스님이 행자님들을 다시 한번 격려해 주었습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 공부해 나가세요. 법사라는 소임을 함부로 취급해서도 안 되지만 법사가 굉장한 줄 알고 너무 긴장할 것도 없습니다. 법사가 맡은 역할은 대중의 수행을 안내해주는 역할입니다. 그런데 나부터 짜증내고 신경질 내고 욕심내면 이율배반적이잖아요.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어떻게 대중 앞에서 안내를 할 수 있겠어요? 법사는 보통사람보다는 조금 나은 인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말은 버벅대는 수준만 아니면 돼요. 누구나 다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다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 그래도 최소한 내가 나를 알아서 남이 문제 제기할 때 ‘네, 저도 그런 줄 알고 있습니다’라는 말은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서 남이 모르는 나를 알면 더 좋겠지만, 적어도 남이 아는 나를 나도 아는 수준은 되어야 소통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사람과는 소통이 어려워요. 그저 자기 생각대로, 자기 고집대로 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대화가 안 되는 사람, 꽉 막힌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법사를 할 수는 없잖아요. 능력이 조금 부족한 것은 괜찮아요. 그러나 적어도 대화를 할 때 남의 말을 경청해서 들을 줄 알고, 자기 의사를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꽁하고 움켜쥐고 미워하고 원망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일반인은 그럴 수 있지만 법사가 그러면 안 맞잖아요. 그런 것들을 어느 정도 극복해야 합니다. 그게 너무 어려운 길은 아니에요. 나를 위해서도 내 역할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가볍고 꾸준하게 임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사홍서원으로 화엄반 4기 행자 수련을 마쳤습니다. 운동장으로 나오니 나비장터 1일째 행사가 모두 마무리되고 봉사자들은 소임 별로 모여서 마음 나누기와 평가 시간을 가졌습니다.

해가 저물고 스님은 원고 교정과 업무들을 처리한 후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농사일을 한 후 8시부터 외국인을 위해 영어 즉문즉설을 하고, 10시부터는 평화재단 통일의병들과 즉문즉설이 있습니다. 오후에는 나비장터를 둘러본 후 2시부터 청년들을 위해 청춘톡톡 즉문즉설을 하고, 저녁에는 일요명상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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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54

0/200

김민정

이아이의삶은어치해야할까요,,
손톱발톱이나지않아손은붙은채오그라들고,,,
명의주치의말씀이약도없고답도없다합니다
우짜면좋습니까
제딸은정말힘이들어하고갈수록지쳐가고있습니다

2022-07-16 09:14:08

김민정

스님,
제외손녀가희기질환으로저렇게고통받고제딸은몬든걸제쳐두고4년째아이와시름하고있네요,,
표피수포박리증으로힘들게걷기만,부딪치기만해도수포물집이온몸,입속에도생겨먹지도못하고저도살면서이런병을처음알았습니다,,이번생은망했다,, 며울면서도배아파낳은자식이라저리고통속에매일수포를바늘로찔러핏물을빼고항생연고를바르고드레싱을하면서눈물로지냅니다,,
수번의수술에도수포가생긴곤은손가락이거위의

2022-07-16 09:09:27

선우

감사합니다. 마음추스리는 시기인데..
지혜로우신 법륜스님께서 말씀해주시는
인생살려면 필요한 이런저런 케이스별 조언들은
제 인생살이에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2022-06-27 14: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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