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6.15. 농사, 사회활동 간담회, 군전법 회의, 수행법회
“직장, 가정, 봉사... 이도 저도 아닌 상태입니다,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렸습니다. 오늘도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비가 오니까 비닐하우스에서 일합시다.”

얼마 전까지 쌈 채소를 수확해서 먹던 자리에 참깨 모종을 심기로 했습니다. 덮어둔 볏짚을 걷어내고, 주변에 잡초를 뽑고, 수확 후 아직도 흙속에 박혀 있는 뿌리를 제거하고, 두둑을 가지런하게 정비했습니다.


“참기름 좋아하는 사람은 전부 여기 와서 일손을 보태야 하는데, 다들 어디 갔어요? 요리는 할 줄 모르면서 무조건 참기름 넣는 사람들 있잖아요.” (웃음)

농사팀 행자님이 참깨가 가득 심겨진 모종판을 들고 왔습니다.

“모종이 너무 작네요. 쯧쯧.”

너무 어린 모종이어서 아주 조심히 다루어야 했습니다.

“한 사람은 모종을 꺼내서 두둑에 올려주고, 한 사람은 모종을 심고, 이렇게 2인 1조가 되어서 해봅시다.”

한 번에 모종을 3개 내지 5개씩 흙 속에 콕콕 심으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모종을 심고 나서 바로 물을 줘야 모종이 안 죽고 살 수 있어요.”

행자님 한 명이 호스를 끌고 와서 모종을 심은 자리마다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벌써 울력을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아침에 또 와서 심읍시다.”

스님은 비닐하우스 전체를 한 번 둘러보았습니다. 얼마 전 심어 놓은 오이 모종이 군데군데 죽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쯧쯧... 모종을 심을 때 땅 속에 뿌리가 박힐 수 있게 꾹 눌러줘야 하는데, 그냥 흙만 덮으니까 모종이 붕 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죽은 거예요.”

스님은 너무 배게 심어진 곳에서 일부를 삽으로 떠와서 모종이 죽은 빈자리마다 옮겨 심었습니다.

내일 양배추를 수확할 예정인데 얼마나 잘 자랐는지 몇 개를 시범적으로 수확해 보았습니다.

“이 정도 양이면 내일 금방 수확하겠네요.”

비닐하우스를 나가는 길에 측면에 스님이 옮겨 심어 놓은 콩잎을 발견했습니다.

“콩잎이 참 맛있는데 왜 안 따먹어요?”

스님은 콩잎을 한 움큼 땄습니다. 두둑을 정리하면서 양파, 호박, 상추 등 소득이 많았습니다. 먹을 수 있는 것들만 모아서 바구니에 담은 후 비닐하우스를 나왔습니다.

비닐하우스 옆 동에서는 봉사자들이 쌈채소를 수확하고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봉사자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9시부터는 두북 공동체 대중과 함께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대중공사를 한 후 오전 10시부터 스님은 정토회 기획위원회 산하 사회활동분과 구성원들과 화상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내년에 2차 만일결사를 새로 시작하면서 환경, 평화, 빈곤퇴치 등 사회 활동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면 좋을지 사회활동분과 구성원들이 그동안 토론하고 연구해 온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스님은 발표 내용을 경청한 후 미래 3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2차 만일결사에서 향후 30년 동안 나아갈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려면, 좀 더 시간을 많이 안배해서 여러 가지 조사를 해봐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환경운동단체, 평화운동단체, 복지운동단체 등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그들의 한계가 무엇인지를 긴밀하게 연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30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미래 30년, 어떤 사회활동을 해나가야 할까요?

예를 들어 빈곤 퇴치를 한번 생각해 봅시다. 30년 전에는 빈곤 퇴치라는 개념이 신선하게 다가왔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것도 엄청나게 새롭고 긍정적인 이미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빈곤 퇴치라는 개념이 전혀 신선하지도 않고, 빈곤을 퇴치하는 운동 단체도 일반 이권단체와 비슷해졌어요. 전부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고, 이 돈을 가지고 그저 사업을 하는 것처럼 운영됩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복지 사업이죠. 모금은 일부일 뿐 모두 정부 지원금을 가지고 하는 이런 수준의 복지 사업을 정토회가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고 환경운동도 지금 정부가 맡아서 하는 부분이 많아졌습니다. 이럴 때 과연 정부 영역이 아닌 시민 영역을 어떻게 개척해 나갈 것인지 좀 더 충분히 논의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정토회에서 직접 환경운동을 하려면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서 환경 운동을 하는 NGO 활동가들을 훈련시키거나 운동 방향을 잡아주거나 지원해 주는 것도 환경운동의 한 역할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평화운동 영역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서 현재 정토회가 활동하고 있는 빈곤퇴치, 환경, 평화, 세 가지 영역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지금 안고 있는 문제가 어떤 것인지 우선 실태조사를 좀 해야 합니다. 미국에 가보면 온갖 대형 단체들이 엄청난 예산을 가지고 활동을 합니다. 북한에 인도적 지원의 경우 퀘이커 교단 구호단체인 AFSC(미국친우봉사회)처럼 규모가 작은 단체는 자신들이 모금한 돈을 갖고 인도적 지원을 하지만, 그밖에는 전부 USAID(미국 국제개발청)에서 돈을 주면 지원하고, 돈을 안 주면 지원을 못 하는 식이에요. 모금을 한다 해도 그저 사무실 운영 경비나 직원 월급을 충당하는 정도이고, 모든 지원은 다 정부에서 받아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물론 정부 입장에서도 이런 단체가 필요해요. 정부에서 직접 이런 활동을 하려면 엄청난 인력과 노하우가 필요한데, 이런 단체들과 결합하면 이 단체들이 대행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거든요.

이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정토회가 이런 일을 계속할 것인지, 이런 일은 다른 단체에서 하도록 내버려 둘 것인지는 검토가 좀 필요해요. 시간이 없어서 설계를 못 한다기보다는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조사가 안 돼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거든요.

수행과 전법처럼 종교의 영역이라면 다른 종교인의 영역이나 한계 등을 우리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으니까 별도의 영역을 개척해 가는 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환경, 빈곤퇴치, 평화활동은 그저 여느 시민단체에서 하는 것과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니 때로는 경쟁관계가 되거나 영역이 서로 겹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영역이 겹칠 때는 오히려 우리가 빠져주거나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고, 다른 단체들이 손을 못 대는 영역이면 우리가 나서서 해야 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미혼모들이 낳은 자녀를 본인이 안 키우겠다고 하는 경우 적극적으로 받아서 키우는 시스템을 구상해 보는 것은 정토회가 추구하는 정신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주자는 게 아니라 입양이 될 때까지 또는 아이의 양육 환경이 안정이 될 때까지만 키워주는 거죠. 그 기간만큼은 깔끔한 시설을 갖추고 아이들을 편안하게 키워주는 거예요. 이런 방향의 사업은 좀 더 고려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사회활동 분과 구성원들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두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스님은 오후 2시부터 군인 포교와 관련하여 부서 담당자들과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얼마 전 군법사님들이 스님을 찾아와 군인 포교를 위해 정토회가 해주었으면 하는 일들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돌아갔습니다. 스님은 군법사님들의 제안을 정토회가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 각 부서 담당자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군전법을 위한 회의 단위를 구성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곧이어 오후 4시부터는 INEB(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 사무총장 무(Moo) 씨와 미팅을 했습니다. 오는 10월에 2022년 INEB 세계 대회를 정토회가 주최하게 되었는데, 행사 준비와 관련하여 의논할 게 있어서 사무총장이 직접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문경 정토연수원과 정토사회문화회관을 비롯해 대회가 열리는 장소는 다 둘러보셨어요? 행사를 진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겠습니까?”

“Yes, Very Good!”

무(Moo) 사무총장은 동남아시아에서 많은 스님들과 불교 단체에서 스님을 직접 만나서 가르침을 듣고 싶어 한다며 이번 INEB 세계대회의 참가 인원을 160명까지 늘려주면 좋겠다고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인원이 참석하면 회의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약해지지 않을까요?”

“지난 7년 간 스님들 위주로 참석해서 법륜 스님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는데, 이번에는 청년들이나 재가 신자들, 서양에 있는 불자들도 법륜 스님을 많이 만나고 싶어 합니다. 미얀마를 예로 들면, 7개의 불교 단체가 있는데 단체별로 최소 3명씩만 참가해도 20명이 넘습니다. 태국에서도 20명 정도가 참가하고 싶어 하고, 인도에서도 20명 정도가 참가하고 싶어 합니다.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중국까지 포함하면 참가 희망자가 160명은 될 것 같습니다.”

“네, 정말로 실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온다면 충분히 수용 가능합니다. 하지만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여행 오듯이 참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대회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흐려질까 봐 걱정이 되어서 한 얘기입니다. 만약 실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조금 더 참가 인원을 늘려도 괜찮을 것 같아요.”

INEB 세계 대회 준비와 관련하여 약 두 시간 동안 의논을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이 외에도 미얀마 사태 등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사회 문제들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무(Moo) 사무총장에게 질문하고, 그 현황에 대해 자세히 들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스님이 두북 수련원 곳곳을 직접 안내해 주었습니다. 먼저 물건들을 재활용하기 위해 만든 살리고센터로 향했습니다.

“여기는 전국에서 모은 물품들을 재활용하는 공간입니다. 재봉틀을 이용해서 찢어진 옷도 수선해서 입을 수 있어요. 내일모레 이곳에서 재활용 물품들을 나누는 장터가 열립니다.”

운동장 반대편에 JTS 창고를 보여주고 나서 얼마 전에 새로 만든 꽃밭을 보여 주었습니다.

“꽃밭에 기와가 많이 보이죠? 이 기와도 다른 절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저희가 재활용하기 위해 받아 온 겁니다.” (웃음)

“재활용하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두북 수련원을 한 바퀴 돌고 나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이곳은 어제부터 비가 흠뻑 와서 날씨도 선선하고 농사짓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면 흙이 쓸려 내려가는 피해가 발생하는데, 이번에는 보슬비가 어제부터 천천히 하루 종일 내려서 밭작물에는 충분히 해갈이 된 것 같습니다.”

이어서 지난 주말에 전국 으뜸절에서 실천활동을 한 모습과 스님이 농사짓는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곧바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직장생활과 가정생활, 정토회 활동을 병행하느라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며 힘든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직장, 가정, 봉사... 이도 저도 아닌 상태입니다, 어떡하죠?

“결혼해서 직장생활과 정토회 봉사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과 결혼생활도 잘하고 싶고, 정토회 활동도 잘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선택한 길인데도 힘이 듭니다. 여기에 한 발, 저기에 한 발씩 걸쳐놓은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 인생의 주인으로 살기보다는 끌려가는 기분이고, 선택을 할 때 망설이게 됩니다. 현재 직장생활도 만족스럽지 않아 사직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이직하게 되면 정토회 활동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종종 합니다.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은 상태로 계속 살아도 괜찮을까요?”

“애초에 가정생활과 직장생활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서 정토회에 오지 않았나요? 직장생활과 가정생활 중 어느 쪽이든 힘들어서 즉문즉설을 듣고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의 어려움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졌을 거예요. 그래서 ‘도움을 받아서 감사하다. 나도 정토회에 뭔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이런 마음으로 봉사를 하기 시작했을 겁니다. 그런데 원래 결혼생활과 직장생활만으로도 힘들었는데 정토회 봉사활동까지 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시간은 더 부족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가정생활이며 직장생활이 힘들어서 법문을 들었는데 왜 가정생활 직장생활이 좀 수월해졌을까요? 그것은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이 객관적으로 힘들었던 게 아니라 사실은 마음이 욕망에 휩쓸리거나 생각에 사로잡혀서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공부를 통해 마음이 좀 바뀌니까 별로 힘이 안 들게 된 거예요. 그러니 ‘정토회 활동까지 하니까 더 힘들다’라는 말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정토회 활동이 이 힘듦을 가져온 게 아니에요. 마음이 다시 옛날처럼 돌아갔기 때문에 힘든 거죠. 관점을 이렇게 잡아야 해요.

정토회 활동이 힘들면 정토회를 그만두면 돼요. 그게 뭐 어려운 일이겠어요? 저라면 셋 중에서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그만두고 정토회 활동만 하겠지만, 사람은 저마다 생각이 다르니까요. 그런데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이 힘들어서 정토회를 만난 여러분이 정토회 활동이 힘들다고 한다면, 그 원인은 마음공부에 있는 것이지 정토회 활동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에요. 정토회에 오기 전에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할 때도 힘들었잖아요. 그때 정토회를 만나서 오히려 활동력이 더 커졌잖아요.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에 수월해지고 좀 좋아졌던 거예요.

그렇게 보면 질문자가 지금 다시 힘들어진 것도 정토회 활동 때문이 아니에요. 마음이 옛날로 돌아갔기 때문에 온 문제입니다. 옛날 마음이란 욕심으로 어떤 일을 했다는 뜻입니다. 직장생활을 욕심으로 하다가 안 되니까 그만두고 싶은 것도 같은 문제예요.

우선 정토회 활동을 그만두면 이 문제가 해결이 될까요? 잘 모르겠다면 일단 그만둬 보면 돼요. 직장을 그만두려면 새 직장을 못 구할까 염려가 되니까 선뜻 실행하기 어렵지만, 정토회는 그만둬도 문제가 없잖아요. 정토회를 그만뒀을 때 힘든 것이 없어지고 아무 문제가 없다면 그만두면 되지, 뭣 때문에 정토회를 다녀요? (웃음) 그런데 그만둬 보니까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어요. 마음공부가 안 되니까요. 그러면 이걸 알면 됩니다.

‘내가 지금 힘든 원인이 정토회에서 봉사하기 때문은 아니구나. 내가 마음공부를 잘못해서 힘들어진 것이구나. 해결책은 마음공부에 둬야지, 뭘 그만두고 안 두고에 두는 것은 잘못됐구나.’

그런데 지금 ‘일단 뭐든지 하나 덜어보자’ 이렇게 생각한다면 직장을 그만두는 것보다는 정토회를 그만두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뭘 그만두는 해결책은 세상의 방법이에요. 결혼했다가 힘들면 이혼하고, 직장 다니다가 힘들면 직장을 그만둬서 해결을 하는 거예요. 수행은 결혼생활을 해도 괜찮고 이혼해도 괜찮고, 직장을 다녀도 괜찮고 안 다녀도 괜찮아요. 수행이란 이런 거예요. ‘어느 게 더 좋은가’ 이건 수행이 아니에요. ‘어느 쪽을 해도 나는 괜찮다’ 이게 수행이에요. 어느 쪽으로 해도 괜찮기 때문에 두려워할 일이 없고 망설일 이유도 없습니다. 인연 되는 대로 그냥 하면 되니까요.

그러니 첫째, 마음공부를 다시 하시기 바랍니다. 관점을 다시 잡으세요. 두 번째, 관점이 잘 안 잡히거든 직장을 그만두지 말고 정토회를 먼저 그만둬 보세요. (웃음) 정토회를 그만둬서 문제가 풀리면 좋아요. 정토회에 다시 안 나와도 됩니다. 그러나 정토회를 그만둬도 문제가 해결 안 된다면 이건 정토회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관점을 이렇게 잡아야 합니다. 추가적인 질문이 있으면 더 해보세요.”

“그러면 지금 제가 욕심 때문에 결정을 잘 못하는 걸까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건 당연히 욕심이죠. 제가 보기에는 직장 다니면서 정토회 활동하는 것이 그 정도로 힘들다고 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질문자가 지금 마음이 우울하거나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럴 가능성이 좀 더 커 보입니다. 질문자가 힘들다고 한다면 저는 농사도 지어야 하고, 법회도 해야 하고, 불교대학 강의도 해야 하고, 회의도 해야 하는데 힘들어서 어떻게 살겠어요? 제 경험으로 볼 때 몸이 좀 힘들어도 정신적으로 건강하면 괜찮거든요. 그러니 이럴 때는 병원에 가서 체크를 한번 해보는 게 좋습니다. 확인해본 결과 우울감이 좀 심하다거나 병적으로 악화된 부분이 있다면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지, 직장을 그만두는 게 핵심이 아니에요. 제가 늘 얘기하잖아요. 별 이유 없이 자꾸 다른 사람이 미워지면 먼저 병원에 가서 자기를 체크해 보는 게 좋습니다. 약을 먹었을 때 그런 마음이 없어지면 상대방이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질문자도 지금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있어서 힘들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그러나 굳이 뭘 하나 그만두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려면 정토회를 그만두라는 거예요.”

“네, 직장이나 정토회 활동 때문에 힘들다고 탓하기보다 일단 제 마음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저는 24살 때부터 기도를 했습니다. 괴로움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요즘 들어 약간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기도를 하면 될까요?
  • 저는 0세에서 2세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가정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운영의 어려움으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 요즘 저는 적게 입고, 적게 먹고, 적게 자는 것을 실천하면서 훨씬 소탈하고 간소하게 살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불안감이 컸습니다. 지금도 남편에 대한 원망감이 있고, 순간순간 부정적인 생각이 올라옵니다. 이것이 인간의 뇌 구조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태국 PBS 방송국이 두북 수련원을 찾아와 스님과 인터뷰를 한 후, 오후에는 스님이 농사짓는 모습을 촬영하고,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인간붓다 제6강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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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정말 감사합니다

2022-06-26 07:36:40

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2022-06-23 11:06:59

산무명

힘들면 나를 점검하라는 말씀 잘알겠습니다. 스님감사합니다.

2022-06-21 06: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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