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5.16 죽순 채취, 전법활동가 법회
“집값이 두 배로 오르니 후회하는 마음이 들어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오전과 저녁에 전법활동가 법회가 있는 날입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스님은 작업복을 입고 대밭으로 향했습니다. 먼저 산윗밭 울타리 안과 밖에 솟아난 죽순을 캤습니다.


산윗밭 아래에 있는 대숲으로 가서 죽순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숲이라고 하지만 야산 속이라 경사가 깎아지른 듯했습니다.


“어, 저기 있다!”

키가 큰 대나무 사이로 땅을 뚫고 올라온 죽순들이 보였습니다.


스님은 대나무 사이를 다니며 죽순을 캤습니다.




눈에 보이는 죽순이 더 이상 없자 산을 나왔습니다.

산에서 돌아와 바로 죽순을 다듬었습니다. 예전에는 죽순을 껍질 째 통으로 오래오래 삶은 후 손질해 먹었습니다. 그런데 죽순을 많이 먹는 중국 사람들은 죽순 껍질을 다 까고 반으로 잘라 삶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삶는 시간도 짧고 손질도 한결 간단합니다. 오늘은 중국식으로 죽순을 삶아보았습니다.


주워온 화로에 불을 땠습니다. 엄나무 순을 따고 모아둔 가지를 땔감으로 사용하니 불이 아주 잘 타올랐습니다.

“옛부터 가시나무는 땔감으로는 최고였어요. 공기를 접촉하는 면적이 더 넓기 때문에 잘 타는 거예요.”


솥에 물이 끓어오르자 죽순을 넣고 잠깐 끓였습니다.

죽순이 잘 익었는지 확인한 후 죽순을 건졌습니다. 대가 굵어 덜 익은 죽순은 한 번 더 삶았습니다.


삶은 죽순을 찬물에 담가 요리하기 좋게 다듬어 두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삶은 머위가 한 대야 가득 담겨있었습니다.

“봄에는 농사를 안 지어도 먹을 게 정말 많다니까요.”


발우공양까지 시간이 남아서 스님은 텃밭에 물을 주었습니다. 오줌으로 만든 액비도 섞어 곳곳에 뿌려주었습니다. 꺾꽂이해 둔 국화에도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발우공양 시간 전에 두북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와 오전 9시부터 발우공양을 했습니다.

“원단일체악 원수일체선 원공제중생 동성무상도”

소심경을 한 후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대중이 스님에게 한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오후 공양 시간에 밥을 일찍 먹는 사람과 늦게 먹는 사람이 계속 생기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절에서 공양을 할 때는 전체가 다 모였을 때 함께 먹어야 합니다. 지금 두북 수련원의 경우 오후 공양 시간이 3시인데, 물론 전체 대중이 다 모이면 3시 이전에 식사를 시작해도 됩니다. 그러나 3시가 되어도 한두 명밖에 안 왔다면 대중이 절반 이상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어야 해요. 공양은 원래 전체가 다 모였을 때 먹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전체가 다 모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가 있기 때문에 최소한 절반 이상 모였을 때 식사를 하도록 한 거예요.

식사 시간을 지켜야 하는 이유

저희가 약식으로 먹어서 그런데, 원래는 전체 대중이 밥과 반찬을 다 떠서 자리에 앉은 후 공양게송을 하고 나서 식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밥을 일찍 뜬 사람은 다른 대중이 다 뜰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전체 대중이 밥을 다 떠서 앉으면 공양게송을 하고 밥을 먹는 겁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먼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자꾸 생겨서 공양게송을 먼저 하고 밥을 뜨도록 한 거예요. 원래는 밥을 먹기 직전에 전체 대중이 함께 공양 게송을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한 전체 대중이 3시 정각에 모여서 식사를 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하기가 도저히 어렵다면 공양 시간을 전체가 모일 수 있는 시간으로 조정해야 해요.”

이어서 농사일과 관련하여 몇 가지 의논을 한 후 9시 50분에 발우공양을 마쳤습니다.

10시부터는 전법활동가 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전법활동가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한 가운데 스님도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어제는 스승의날이었습니다. 스승의날을 맞아 전법활동가들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활동가 한 명이 편지를 써와서 낭독했습니다.

“며칠 전 어버이날, 딸의 편지 속에 ‘우리 집을 화목한 가정으로 만들어 줘서 고마워. 우리 집이 행복한 이유는 모두 엄마 덕분이야’ 하는 구절을 읽으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내가 법륜 스님을 만난 덕분에 딸에게 이런 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었구나. 늘 전쟁터처럼 느껴졌던 우리 집이 어느 순간 웃음소리가 넘치는 화목한 가정이 되어 있구나. 법륜 스님을 만나기 전 우리 집은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시고, 그런 소리를 듣기 싫은 남편은 늘 신경이 곤두서 있고, 아이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보았습니다. 저 또한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그런 중에 만난 스님의 즉문즉설은 목마른 대지에 내린 단비처럼 저에게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고 나서부터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싸워도 그건 그들 부부 사이의 일이니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술은 남편에게 보약이니 혹시 밖에서 안 마시고 들어오면 집에서 간단히 마실 수 있도록 안주라도 만들어주고, 오히려 옆에 앉아 하소연을 들어주니 잘 소통되는 부부가 되었습니다. 자녀는 스무 살이 넘었으니 내가 간섭할 일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스님 가르침대로 살아가니 함께 있으면 즐겁고, 따로 있어도 외롭지 않은 관계가 되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불협화음으로 시끄럽던 집이 어쩜 이렇게 많이 변할 수 있었을까요? 팔순이 다 된 친정엄마가 ‘너는 법륜 스님 만나서 잘 살고 있는 것이다’ 하고 말했습니다. 백 번 천 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온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여주시는 스님의 모습을 보면 매일매일이 감동입니다. 넘어지면 일으켜 주시고, 어두운 곳에 등불을 밝혀 주시는 스승님이 계시니 저도 그 길을 따라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겠습니다. 스님, 이 시대에 저희들의 스승으로 계셔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스님의 모습을 닮아가겠습니다.”

편지 낭독을 들으며 전법활동가들도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정진해 나갈 것을 함께 다짐했습니다. 이어서 존경의 마음을 담아 스님에게 꽃다발을 증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곁에 스승이 계심을 기뻐하며 행복한 마음을 담아 스승의 은혜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영상에는 스님이 농사짓고 법문하고 활동하는 모습이 가사와 함께 지나갔습니다.

화면 속 전법활동가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도 했습니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뒤로하고 전법활동가들은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남방불교의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며 법문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남방불교의 부처님오신날입니다. 남방불교에서 부처님오신날은 인도 달력으로 2월 보름달이 뜨는 날입니다. 인도에서 2월은 ‘바이샤카월’이라고 하고, 보름달이 뜨는 날은 그달의 마지막 날입니다. 즉, 오늘은 인도 달력으로 2월 30일입니다. 인도 달력 기준으로는 2월 보름날에 부처님께서 태어나신 것입니다. 만약 한국의 윤달이 없다면 한국의 부처님오신날과 일주일 차이가 납니다.

올해는 불기 2566년입니다. 불기는 ‘불멸’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에요. 부처님의 탄생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는 2646년이 됩니다. 우리나라는 서양의 달력을 따르기 때문에 서양 달력을 기준으로 한 해가 넘어가면 불기도 같이 넘겨서 계산합니다. 1월 1일에 불기도 한 해 지나가는 것으로 계산하는 거예요. 그런데 남방불교에서는 부처님오신날이 지나야 불기가 한 해 지나갑니다. 그래서 연초에 인도나 태국에 가면 그곳의 불기와 우리나라의 불기가 1년 차이가 날 때가 있습니다. 남방불교의 불기로는 어제가 작년의 마지막 날이고, 오늘이 새해의 첫날입니다.

남방불교에서는 부처님이 태어나신 탄신일, 깨달음을 얻은 성도일, 열반에 드신 열반일이 모두 같은 날입니다. 부처님께서 오늘 오셨고, 오늘 깨달음을 얻으셨고, 오늘 열반에 드셨습니다. 그래서 남방불교에서 부처님을 기념하는 날은 오늘 하루예요. 남방불교의 불자들에게 부처님 오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어서 지난 한 주 동안 스님과 공동체 법사단이 함께 농사짓는 모습을 영상으로 본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즉석에서 자유롭게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오늘도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중 한 명은 집값이 두 배로 오르면서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고 후회하는 마음이 든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집값이 두 배로 오르니 후회하는 마음이 들어요

“저는 2019년도에 살고 있는 집을 갑자기 파는 바람에 급하게 집을 새로 살 수가 없어 집 사는 것을 잠깐 유보한 상황에서 집값이 두 배로 뛰었습니다. 돌이켜보니 대한민국 모든 사회가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나름의 신념이 있었어요. 사람이 사는 집을 갖고 투기를 해서는 안 되고, 학교의 교사들에게 촌지를 주면 안 된다, 이 두 가지 신념을 그동안 지켜왔는데, 제가 손해를 보고 난관에 봉착하니 ‘내가 잘못 살았나?’ 하는 후회가 듭니다. 이럴 때 어떻게 관점을 잡아야 할까요?”

“질문자의 고민은 잘 살고 잘못 살고 하는 문제도 아니고, 땅을 투기하는 문제도 아니에요. 질문자가 손해를 보니까 고민이 생긴 겁니다. 집값이 이렇게 많이 오를 줄 누가 알았어요.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런 것을 미리 알았다면 경제학자라든지 정부 관리들이 대책을 다 세웠겠지요.

우리가 많이 아는 것 같지만 모르는 것도 많아요. 대충 짐작은 하지만 이렇게까지 많이 오를 줄 아무도 예상을 못했습니다. 질문자도 갑자기 집값이 두 배 세 배로 오를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못 하고 적당하게 누가 집값을 더 준다고 하니까 팔게 된 것이고, 마침 시기가 안 맞아서 집을 안 사고 기다리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거예요. 이럴 때 수행자라면 이렇게 관점을 딱 가져야죠.

‘추석날 고향에 가다가 죽기도 하고, 설날에 부모님께 인사 가다 죽기도 하는데, 돈을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 남 배부른 것 가지고 배 아파하지 말자’

그 이상 아무것도 아니에요.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 됩니다. 지금 질문자의 마음 상태는 ‘집을 좀 늦게 팔았거나 좀 일찍 샀더라면 이익이 훨씬 더 많을 뻔했다’ 하는 아쉬움이에요.

주택을 갖고 투기를 하는 것은 당연히 잘못된 거죠. 세상 사람들이 다 그렇게 간다 하더라도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과소비가 세상 전체의 흐름이지만 우리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따라가지 말자고 얘기하지 않습니까. 그것처럼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이런 생필품을 갖고 투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그런데도 세상은 지금 곡물 투기가 엄청납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곡물 투기를 하기 위해 위성으로 세계 농작물들을 살펴서 수확량을 예측할 정도예요. 부족할 것 같으면 미리 사버리고, 남을 것 같으면 미리 팔아버리지요. 그래서 농작물이 조금 남으면 폭락해버리고, 조금 모자라면 폭등해버리는 겁니다.

지금 식량 가격이 세계적으로 60~70% 가까이 올랐어요. 특히 밀, 옥수수 이런 것들이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생산은 해놓았는데 전쟁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수출을 못하고 있고, 더욱이 지금 전쟁으로 파종을 못해버리면 전쟁이 끝나도 가을까지 영향을 주고, 내년까지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매점매석을 하기 때문에 식량 가격이 엄청나게 오르는 거예요. 한마디로 폭리를 취하는 거죠.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을 갖고 장난치는 이런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엄격하게 말해 이런 행위는 범죄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런 투기 행위를 법적으로 허용해 놓았기 때문에 경제활동의 범주에 속하게 된 겁니다. 이것을 누군가가 불법화시켜버리면 전부 범죄에 들어가는 거예요.

이런 것들을 따질 것 없이 질문자는 일단 수행자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수행자는 ‘죽고도 사는데, 그런 것 가지고 뭐 신경을 쓰냐’ 하는 관점을 가지고 그냥 넘어가는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탁 놓아버리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네, 가볍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불교대학 운영, 농사, 행복학교 홍보, 안락사 문제 등 다양한 주제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다음 이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끝냈습니다.

오후 1시 30분부터는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후 오후 3시에는 공양을 하고, 오후 5시에는 공동체 법사단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화상회의를 모두 마치고 나니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이 되자 스님은 다시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저녁반 전법활동가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하자 오전 법회처럼 스승의날 행사를 먼저 진행했습니다.

저녁반 전법활동가들도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꽃다발을 증정하고, 청년활동가가 편지 낭독을 했습니다.

편지 낭독이 끝나고 스승의 은혜 노래를 함께 불렀습니다.

“태산 같이 무거운 스승의 사랑
떠나면은 잊기 쉬운 스승의 은혜
어디 간들 언제인들 잊사오리까
마음을 길러주신 스승의 은혜”

이어서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5월은 농사짓는 사람에게 아주 좋은 시기입니다. 저도 요즘은 아침 일찍부터 농사일을 하고 있습니다. 낮에는 기온이 너무 올라가서 새벽에 기도가 끝나는 대로 농사일을 시작합니다. 발우공양은 9시에 하고, 저녁은 오후 3시에 먹습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다시 오후 농사일을 합니다. 요즘은 이렇게 일상의 시간표를 조금 바꾸어서 농사일을 하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 이후에 매년 공동체 법사님들은 수련을 하는데요. 이번에도 3일 동안 모여서 농사도 짓고 함께 수련도 했습니다. 농사 울력하는 모습을 같이 영상으로 보겠습니다.”

재미있게 영상을 본 후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불교대학 진행, 환경문제 등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그중 한 명은 여러 가지 소임을 맡아서 과로를 하다 보니 건강이 걱정이 된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몸에 집착하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죠?

“저는 불교대학 진행자, 모둠장, 법회 담당, 일반 그룹장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며 여러 가지 소임을 동시에 하다 보니 제가 의도하지 않게 뒷목이 당기거나 밤에 잠이 잘 안 오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아침 기도를 마치고 나면 다시 이불 속에서 잠을 자고, 허겁지겁 출근을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제가 몸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도록 어떻게 마음을 관리해 나가야 할까요?”

“우선 지금 몸에 집착하고 있는지, 일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계율에는 두 가지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몸에 집착해서 게으르지 말라.
일에 집착해서 몸을 함부로 하지 말라.

질문자는 지금 몸에 집착해서 일하는 걸 힘들다고 하는 건지, 일에 집착해서 몸에 병이 난 건지 스스로 헷갈려하는 것 같아요. 이걸 아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병원에 가서 지금 건강상태를 검사해보면 됩니다.

만약 검사를 했는데 혈압 수치나 당뇨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와서 의사가 휴식을 권하면 의사의 처방을 따르면 됩니다. 의사가 지금 과로 상태이니 무리하면 안 된다고 하면 지회장에게 이야기해서 소임 중 하나를 그만두는 방법이 있습니다. 학생을 우선시 하니까 불교대학 진행은 계속하더라도 모둠장은 그만두고 지회장이 모둠장을 대행하는 방법도 있어요.

몸은 힘든데 막상 검사를 해보니 몸에 별 이상이 없다고 나오면 쓰러질 때 쓰러지더라도 일단 ‘네’하고 끝까지 가보는 거예요. 그러다가 쓰러지면 다시 검사를 해보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하면 그때 가서 쉬는 방법이 있습니다.

질문자처럼 사정을 이야기하자면 저도 요즘 매일 농사일을 해서 팔도 제대로 못 움직이고, 또 온라인으로 전환된 다음 법문이 얼마나 많아졌습니까. (웃음) 예전에는 제 얼굴을 한 번 보기가 어려워서 대개 과거에 녹화한 법문으로 법회를 했었는데, 요즘은 거의 하루에 한 번 꼴로 얼굴을 보잖아요. 거기다가 외국인, 청년은 법회를 따로 하고, 회의는 회의대로 잡혀있어요. 올해는 작년보다 법문 수가 늘어서 작년만큼 농사를 못 짓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제가 농사팀장이라고 큰소리치는 입장이었는데, 올해는 누가 물어보면 ‘일일 봉사자’라고 대답합니다. (웃음)

시간을 충분히 내지 못하니 팀장을 맡을 수가 없어요. 그저 시간이 나면 밭에 나가서 시키는 일을 합니다. 제가 시간을 내서 주도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니까 그렇게 조절을 하는 거예요.

질문자도 마음을 한번 점검해보세요. ‘내가 직장 다니면서 집안 살림하기도 힘든데, 소임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해서 두려운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마음에 두려움이 있으면 정신적으로 지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평소에도 아침에 눈 뜨면 ‘살았네!’ 하고 마음을 가볍게 가지고 일단 해보라고 하는 거예요. 마음이 가벼워야 오래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요즘 손목이 아프다고 하니까 누가 손목에 감는 보호대를 보내줘서 그걸 사용하고 있어요. 아프기 전부터 썼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이미 통증이 시작된 다음에 사용하니까 그보다는 효과가 덜합니다. 만약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뼈에 금이 갔거나 힘줄이 늘어나서 쉬어야 한다고 하면, 스님도 붕대를 감고 휴식을 취하지 그런 상태에서 억지로 일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몸에 고장이 났는데도 계속 일을 하는 건 어리석은 짓입니다. 오히려 비효율적이잖아요. 또, 그러다가 몸이 아파서 누워버리면 오히려 손해입니다. 그러니 게으름도 아니고, 용기가 없어서도 아니고, 객관적으로 몸이 아파서 신호를 보내거나 객관적으로 무리일 때는 쉬어야 합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병원에 가서 검진을 한 번 받아보세요.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하고 있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의사 선생님이 사정만 듣고도 벌써 ‘과로’라고 진단을 내릴 수 있어요. 그러니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말고, 요즘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며 검사를 한 번 받아보세요. (웃음) 검사 결과를 보고 의사가 휴식이 필요하다고 하면 지회장에게 이야기를 해서 모둠장이나 불대 진행자 소임을 내려놓는 방법을 고려해 보고, 의사가 별 이상이 없다고 하면 하는 데까지 해보는 거예요.

마음에 부담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큽니다. 명상도 그냥 편안하게 쉬는 것처럼 하면 괜찮은데, 괜히 ‘잘해야지’하는 생각으로 하면 오히려 더 힘이 듭니다. 명상은 휴식을 취하는 시간인데도 명상수련이 끝나고 하루 더 쉬겠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쉬는 명상을 하고 너무 힘들다는 건 모순입니다. 그런 것처럼 ‘일과 수행의 통일’은 몸이 조금 피곤하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일단 해보는 자세입니다. 그러니 혼자서 ‘몸에 병이 나면 큰일인데’하고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한번 받아보세요.

저도 매일 머리가 아프거나 여기저기 증상이 나타나는데, 조금 살펴보고 이상이 있다 싶으면 바로 약을 먹습니다. 두통이 느껴지면 바로 두통약을 먹고, 감기 기운이 있으면 바로 감기약을 먹어요. 그전에는 목이 자주 부어서 이비인후과에 자주 들렀는데, 그래도 코로나 이후로 병원에 적게 가는 편입니다. 목이 따갑고, 콧물이 나고, 오들오들 떨려도, 법문 시간이 되면 법문을 하고, 일할 시간이 나면 일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옆에서 보면 스님이 무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이 자기 죽을 짓을 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견딜 만한지 봐가면서 합니다. (웃음)

어쩌면 질문자와의 차이점은 저는 두려워하는 마음 없이 일하는 거예요. 그리고 견딜 만한지 살피면서 무리하지 않게 일을 합니다. 또 상비약을 늘 챙겨 다닙니다.”

“네, 스님 잘 알겠습니다. 마음을 조금 더 가볍고 편안하게 해서 다시 해보겠습니다.”

“네, 직장 다니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소임을 해내기가 어렵긴 어려워요. 저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방송실을 나오자 운동장 위로 동그란 보름달이 휘영청 떠올랐습니다. 남방불교에서는 오늘이 2월 보름 부처님오신날이라고 하는데, 정말로 보름달이 떴습니다. 운동장 위로 떠오른 보름달을 보며 스님이 말했습니다.

“저 보름달이 부처님오신날 보름달이에요.” (웃음)

보름달이 아주 동그랗고 붉었습니다.

내일은 두북 수련원에 손님이 찾아와서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 보낸 후 저녁에는 정토불교대학 실천적 불교사상 수업을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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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

스승의 날 감사의 편지 쓰신 분 참 잘 쓰셨네요. 님의 글을 보면서 월인천강지곡을 생각했습니다...님의 강에 비친 달들을 이웃집의 강에도 비춰주시면 큰 공덕이 되겠네요...!

2022-05-25 18:03:35

보덕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겁니다
몸이 신호를 보낼 때는 일단 휴식을 취하고 점검하라는 겁니다
병이 났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니 몸이 이상 현상을 보일 때 휴식과 진찰 그리고 회복기를 가져야 합니다
나의 건강은 내가 제일 잘 압니다 가족이라도 잘 모를 수 있는 데, 하물며 남들은 모른다고 봐야 합니다
아파봐야 건강의 소중함을 압니다 그전에 예방이 제일입니다

2022-05-25 13:22:57

불린이

스님의하루 사진 중에 손목 보호대를 차시고 법문하고 계시는 스님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스님도 상비약으로 버티지 마시고 병원에 가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22-05-24 1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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