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5.15. 스승의날, 머윗대 수확, 영어 즉문즉설, 일요명상
“어떻게 하면 무아를 경험하고 괴로움을 줄일 수 있나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외국인을 위해 영어 통역으로 즉문즉설과 온라인 일요 명상을 하는 날입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이제 논물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바로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대중들보다 일찍 나와서 머위대를 수확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논둑에 있는 머위를 다 수확합시다. 그래야 오후에 예초기를 돌릴 수 있어요.”

어제 머위를 수확하던 자리에는 이미 스님이 수확해 놓은 머위가 쌓여 있었습니다. 사면에 올라가 낫으로 머위를 베어서 논둑에 올려놓으면 법사님과 행자님들이 스님이 베어놓은 머위를 한 곳에 모아서 잎과 줄기를 분류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하는지 스님의 설명을 듣고 모두들 빠르게 머위를 손질했습니다.




“잎도 먹을 수 있으니까 잘 모아주세요. 줄기는 컨테이너 박스에 담아 주시고요.”

머윗대를 모두 모으니 컨테이너로 다섯 박스가 되었습니다. 머윗잎도 양이 많았습니다.


법사님과 행자님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는 사이에 스님은 아랫논에 있는 머위를 다 베고 윗논으로 올라갔습니다. 윗논에도 머위가 군락을 이루어 사면에 빼곡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머위를 모두 베어서 박스에 담아 농막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는 법문을 해야 해서 먼저 내려가겠습니다. 뒷마무리 좀 부탁해요.”

스님은 생방송 법회가 있어서 먼저 내려오고, 법사님과 행자님들은 8시 30분까지 더 작업을 한 후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오전 8시에 스님이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하자 외국인을 위한 영어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영어 불교대학 1기생을 위한 즉문즉설 시간으로 마련되었습니다.

영어 불교대학 학생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불교를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과 경험을 통해 체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불법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첫째, 원리를 이해해야 하고 둘째, 실천하고 경험해서 체득해야 합니다. 그래야 법에 대한 믿음이 생겨요. 제가 하는 법문은 이해를 돕는 거고, 여러분들이 하는 나누기는 경험에 관계되는 거예요. 법문만 듣고 나누기를 하지 않으면 지식을 들은 것에 불과합니다.

괴로움은 마음에서 일어나고, 마음은 무의식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식을 쌓는 의식 작용만으로는 무의식에 영향을 주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법문을 두 번 세 번 듣고 이해한 후에는 반드시 스스로 실천해보고 도반들과 실천한 경험을 나누면서 자기화하는 작업을 해야 해요.

수행의 과정에서는 스승과 도반 가까이 살면서 인격적으로 감화를 받는 게 필요합니다. 법은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지기 때문이에요. 한자로는 이심전심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오프라인에서 함께 만나서 교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온라인상에서라도 나누기를 통해 인격적인 교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다섯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그동안 불교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궁금했던 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어떻게 하면 ‘무아’를 경험할 수 있고, 고통을 줄일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무아를 경험하고 괴로움을 줄일 수 있나요?

“Anyounghaseyo, Sunim. I can understand the concept of non-self or impermanence nature of things from a knowledge level. Like what you said, hearing but I find it in my daily practice I still find a strong sense of self.

For example, I would grasp that ‘this is my family’, ‘this is my identity’, and ‘this is my belongings’. When things happen to those things that I’m attached to, I still suffer a lot. My question is how can we incorporate the concept of non-self or the impermanence nature of things into our daily lives and reduce our attachment to our identity and live a more carefree and happy life.”

(안녕하세요, 스님. 저는 ‘무아’나 ‘무상’의 개념을 지식으로는 알겠습니다. 스님이 말씀하신 대로 듣기는 하지만 매일 기도를 할 때 보면 여전히 저는 제 자아에 대한 감각을 강렬하게 느끼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저는 ‘이들은 내 가족이야’, ‘이게 내 정체성이야’, ‘이건 내 거야 ‘ 이렇게 쥐고 삽니다. 그렇게 제가 집착하는 것들에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여전히 많이 괴로워요. 어떻게 하면 무아와 무상의 개념을 일상생활에 접목시킬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제 정체성에 대한 애착을 줄이고 더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무아를 일상에서 체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그 개념이 진실이 아닌 것은 아니에요. 늘 사물을 볼 때 ‘무아’와 ‘무상’의 관점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는 마치 태양이나 달을 보는 것과 같아요. 지구에서 태양을 보면 날마다 태양이 뜨고 집니다. 그런 태양을 보면서 지구가 돌고 있다는 걸 체험할 수 있나요?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생각하기는 쉽지만, 지구가 태양을 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지구 안에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내 눈에 태양이 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실제로 태양이 돌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만약 지구 밖에서 우주를 바라본다면 금방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하고 생각하는 것들이 다 진실은 아닙니다. 근데 우리는 진실이라고 착각하고 있어요. 마치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마치 달이 기울었다가 찬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아요. 그러나 달은 찬 적도 없고 기운 적도 없습니다. 다만 우리 눈에 찼다가 기울었다가 할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아와 무상을 느끼기가 어려운 거예요.

그러나 과학자들이 관측하고 측량해보니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이론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려 지구 밖에서 지구를 바라볼 수 있게 되기 훨씬 전인 16세기경부터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당시 많은 사람들이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걸 경험할 수 있니?’ 이렇게 물었죠. 사람들은 지구가 태양을 도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지구가 태양을 돈다면 그 원리와 법칙이 무엇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과 그 원리를 찾아내는 데 거의 100년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만유인력 법칙도 발견한 거예요.

다윈이 화석을 모아서 진열해 보고 연구를 하다가 생물은 창조된 게 아니라 진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원숭이를 오래 놔두면 사람 되나?’ 이런 식으로 다윈을 조롱했어요. 그러나 많은 증거자료들이 나오면서 진화론이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진화의 원리를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진화의 원리로 여러 가지 주장이 나왔어요. 돌연변이설도 그중 하나입니다. 20세기 들어 유전자를 발견하고, 유전자에 끊임없이 변이가 일어난다는 사실까지 발견하면서 진화론이 전체적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지구 안에 살고 있어서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걸 경험할 수 없듯이 내가 하는 의식이 작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작동의 주체인 내가 있다는 관념을 버리기가 어렵습니다.

인공지능을 생각해 보시면 이해하기가 쉬울 겁니다. 미래에 인공지능 로봇이 거의 사람처럼 말도 하고 생각도 하고 모든 걸 다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렇다고 그 로봇에 독립된 자아라는 게 있을까요? 인공지능은 독립된 자아는 없지만 사람처럼 거의 모든 기능이 작동합니다. 그런 인공지능 기계가 고장 나서 해체해야 할 때 인공지능의 영혼이 있어서 다른 곳으로 갈까요? 그러니까 과거의 윤회나 천당과 지옥에 대한 믿음은 마치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믿음과 같은 거예요.

부처님이 무아를 얘기하신 것은 당시의 인도 사람들이 하늘에는 브라만이라는 신이 있고 인간에게는 신의 분신인 아트만, 자아라는 것이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에요. 또 아트만은 항상 하고 즐거움으로 차있고 아주 청정하다고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런 불변하고 독립된 실체로서 자아는 없다고 말한 거예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당시 인도 철학, 믿음과 관계없는 용어가 아니에요. 2600년 전 인도 사람들에게 진실이 무엇인지 알리고 당시 철학과 믿음을 부정하는 가르침이었습니다.

핵심은 잘못된 믿음이나 착각 때문에 괴로움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착각을 하지 않으면 괴로울 일이 없습니다. 배는 고파도, 배고픔이 괴로움이 되지 않는 거예요. 가시가 박히면 육체적 통증은 있지만, 통증이 괴로움이 되지 않는 거예요. 괴로움은 정신적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착각에서 깨어나 진실을 보면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살 수가 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은 누구나 괴로움 없이 살 수 있다는 거예요. 괴로움은 정신적인 착각에서 생기기 때문입니다.

좋은 환경에 있든, 나쁜 환경에 있든 괴로움이 없이 살 수 있습니다. 물론 좋은 환경에 살면 덜 괴로울 수도 있고, 나쁜 환경에 살면 더 괴로울 수는 있지만, 환경이 괴로울 이유는 아니라는 거예요.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 불편하면 개선하면 됩니다. 개선할 수 없으면 적응하면 돼요. 괴로움이 환경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람들은 더 잘 살기 위해서, 행복하기 위해서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그 결혼 때문에 괴롭다고 하면 선택을 잘못한 거예요.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만 있었지 행복하게 사는 원리를 이해하고 노력을 안 한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결혼해서 괴로우면 이혼해서 해결하려고 하잖아요. 이혼하면 또 외롭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래서 다시 사람을 만나서 해결해요. 그러다 갈등이 생기면 다시 헤어지기를 반복합니다.

부처님은 혼자 살든, 둘이 살든 괴로움이 없는 길을 알려주셨습니다. 괴로움은 집착에서 옵니다. 집착의 원인은 알지 못함, ‘무지’로부터 발생해요.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내려놔버릴 수 있으면 무아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I think I need to incorporate the practice by making it into action and sharing it with others and not just understanding it from a theory perspective. Thank you.
(수행을 그냥 이론으로만 이해하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를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이 감정적인 괴로움을 제게 표현할 때, 제가 무심하게 듣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제가 그의 감정을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 괴로움의 원인을 없애기 위해서 중도를 수행해야 한다고 하는데, 가장 적절한 길을 의미하는 중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정토회는 배고픈 사람을 먹이고,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아이들을 교육하고,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합니다. 이런 일도 욕망이 아닌가요?
  • 인연과보의 법칙과 연기법 모두 불교의 핵심 가르침입니다. 비슷해 보이는 두 가지 개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대화를 다 마친 후 다음 이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후에는 농사일을 했습니다. 대구와 울산에서 거사님들 12명이 논둑 예초 작업을 도와주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거사님들은 각자 예초기를 등에 매고 아주 숙련된 솜씨로 논둑에 풀을 베어나갔습니다.

2400평 논, 1000평 논, 느티나무 논, 800평 논, 윗 논, 아랫 논까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논들을 샅샅이 훑어가며 논둑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논둑 예초 작업을 마치고 거사님들은 오늘 스승의날을 맞이하여 스님에게 꽃다발을 선물하고 스승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스님, 늘 좋은 가르침 주셔서 감사합니다.”

거사님들의 굵고 투박한 목소리에 스님도 활짝 웃음을 머금었습니다. 거사님들이 예초 작업을 마치고 돌아간 후 스님은 텃밭으로 향했습니다. 곳곳에 장미가 활짝 피어서 5월의 봄기운을 물씬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며칠 전 국화 꺾꽂이를 하기 위해 개울에서 고운 모래를 담아 와서 모종판을 여러 개 만들어 두었는데, 꺾꽂이를 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스님은 미리 국화 줄기를 싹둑싹둑 잘라 놓았습니다. 일손을 도와주러 온 향존 법사님과 행자님이 도착하자 모종판에 꺾꽂이를 시작했습니다.


향존 법사님이 잎을 2개 내지 3개 정도만 남기고 아랫잎을 모두 제거해 주면 스님이 모종판에 국화 줄기를 2cm 깊이로 꽂았습니다.


꺾꽂이를 한 다음 물을 흠뻑 주어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모종판을 둔 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수고했어요. 잘 키워서 선유동 연수원에 보내주면 올 가을에는 예쁜 꽃밭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은 상추밭을 정리했습니다. 요즘 들어 상추의 꽃대가 왕성하게 올라오면서 잎이 질겨지고 쓴맛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상추의 꽃대를 모두 뿌리째 뽑아서 새로운 밭을 만들었습니다.

“오늘 수확한 상추는 모두 서울 공동체에 가져다 줍시다.”

상추는 잎을 몽땅 사람에게 주고 대는 거름이 되었습니다. 다음은 들깨 모종을 옮겨 심었습니다. 얼마 전 들깨 모종을 정식했는데 군데군데 시들어버리거나 죽어버린 구멍이 많이 보였습니다. 빈 자리마다 싱싱한 모종을 다시 심었습니다. 싱싱하게 잘 자라길 바라며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그리고 상촛대를 뿌리째 뽑은 자리에 다시 상추 씨앗을 뿌렸습니다. 새로 뿌린 씨앗이 잘 자라면 다시 싱싱한 상추를 계속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텃밭의 빈자리마다 다양한 씨앗을 뿌렸습니다. 스님이 호미로 흙에 줄을 그으면 향존 법사님이 씨앗을 뿌리고, 다시 스님이 호미로 흙을 덮었습니다.


열무, 치커리, 얼갈이배추 등 다양한 씨앗을 심은 후 물을 흠뻑 주고 농사일을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에 예불을 한 후 두북 공동체 대중 전체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스님과 묘당법사님, 화광법사님에게 꽃을 선물했습니다.

삼배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다 함께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렀습니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스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행자님들을 위해 한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최근에 많이 힘들어하는 행자님이 있었는데, 어떻게 관점을 잡고 수행을 해나가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본인이 자기를 돌아봤을 때 자꾸 불평불만이 많아지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 우울증일 수 있어요.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우울증이 쉽게 생깁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관계가 서로 안 좋아질 때가 있는데,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그 감정이 증폭이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서로 싸우고 나서 기분이 나빠졌다가 조금 있으면 금방 풀려버리는데, 우울증이 발병하면 계속 그 생각을 붙들고 있게 돼요.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밤에도 나고, 이튿날 아침에 밥을 먹다가 또 나고, 한 생각이 끝도 없이 일어납니다. 그러면 본인에 대해서 딱 알아차려야 해요.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아야겠구나’

저도 편두통이 일어날 징조가 보이면 곧바로 약을 먹거든요. 그렇게 그때그때 응급처방을 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특별한 문제라고 여기지 말고 감기 걸리면 약을 먹듯이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면 돼요. 기분이 나쁠 때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자꾸 한 생각에 빠져서 ‘내가 살면 뭐하나, 차리리 죽는 게 낫지’ 이렇게 가는 경우도 있고, 여러 가지 불안 심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상태를 잘 알아차려 가면서 정진해나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조촐하게 스승의날 행사를 가진 후 저녁 8시 30분부터는 일요 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110번째 진행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스님은 오늘 아침에 있었던 영어 정토불교대학 즉문즉설 시간을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오늘 오전, 미국 시간으로는 어제저녁에 영어 정토불교대학에 다니는 사람들의 즉문즉설이 있었습니다.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데 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비유를 들어서 말씀드리면,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어렵기는 하지만 조금만 배우게 되면 운전을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자동차가 왜 움직이는지, 핸들을 이렇게 틀면 왜 저렇게 움직이는지, 자동차가 움직이는 원리를 설명하려면 꽤 복잡합니다. 그것처럼 우리가 마음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명상을 어떻게 하는지, 이것에 대한 설명은 비교적 쉬운 편이에요. 그런데 왜 그렇게 하면 좋아지는지 그 원리를 묻는다면 설명이 좀 길어집니다.

주로 개인적인 문제를 갖고 즉문즉설을 하면 답변하기가 쉬워요. 자동차가 고장 났는데 어떻게 하면 고치느냐고 하면 정비기술자가 간단하게 고쳐줄 수 있는 것처럼 비교적 안내하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명상을 하거나 마음공부를 하면 괴로움이 없어지는지, 그 원리를 설명하려면 마음이 작용하는 여러 가지 법칙과 이치에 대해서 설명해야 합니다. 정토불교대학은 학교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런 원리를 궁금해해서 답변을 하느라 통역하시는 분이 수고를 많이 해주셨어요.

지금 우리가 명상을 하는 것은 운전하는 것처럼 방법만 알고 연습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이 좋아지는 것을 체험할 수가 있어요. 그러나 그 작동 원리를 설명하려면 복잡한 내용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지난주에 영어로 올라온 질문이 없어서 곧바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눈을 편안히 감고, 동작과 생각을 멈춰 봅니다. 관심을 콧구멍 끝에 둡니다. ‘숨이 들어가고, 숨이 나가고, 호흡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편안한 상태에서 호흡만 느껴 봅니다. 관심이 다른 데 빼앗겨서 놓치게 되면 ‘놓쳤구나!’ 할 뿐 다시 호흡을 느껴봅니다.”

탁! 탁! 탁!

죽비소리와 함께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이 끝나자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온 소감을 스님이 직접 읽어준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밤 10시가 다 되어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주간반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하고, 오후에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후, 저녁에는 저녁반 전법활동가 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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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린이

스님을 스승님으로 모실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2022-05-24 11:36:44

ㅎㅎ

한생각이 계속일어나면 우울증이군... 털어버려야 겠다 감사합니다

2022-05-23 11:24:11

괴로움없는삶

스님 법문 감사합니다.

2022-05-23 07: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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