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2.1.25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
“기후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울 정토회관에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7시에 평화재단에서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했습니다. 최근 북한 사회의 동향과 앞으로 남북 관계의 전망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중국과 북한 사이의 물자 이동, 환율 변동, 식량 가격의 변화 등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며 현재 북한의 식량난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함께 공감했습니다.

이어서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연이어 미팅을 한 후 오후 1시부터는 ‘기후 위기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오늘은 인권 사회학자인 조효제 교수님을 모시고 탄소중립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함께 점검해 보고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교수님이 한 시간 반 동안 기후 위기를 어떻게 볼 것인지 발표했습니다.

“생명이 빠진 ‘탄소중립’은 인류를 기후위기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탄소중립 논의는 ‘생태계 복원’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나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탄소 제거가 중요하다는 점에는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탄소중립과 전 지구적 생태계 보전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시각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중략)

첫째, 에너지 전환으로 타격을 입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후위기가 악화하고 삶의 질이 나빠질수록 사회적 약자는 더 큰 피해를 받고, 희생양이 될 수 있어요.

둘째, 기후위기는 인권문제라는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기후위기 피해를 ‘천재에 의한 불운’으로 보지 않고 ‘인재에 의한 불의’로 봐야 해요.

셋째, 시민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에너지 전환의 충격파를 내 지갑으로 체감하는 순간 사회가 극심하게 분열될 수 있어요. 시민들이 결정권을 갖는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시민들로부터 지혜를 구해야 합니다.”

교수님은 기후위기와 생태위기가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린 복합적 위기임에도 생태계 복원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님은 탄소 감축에 더해 자연의 역량을 넘어서 소비하고 성장해온 인류의 생활방식을 바꾸어야 ‘기후와 생태의 복합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교수님의 주장에 적극 공감하면서 교수님의 발표를 듣고 난 소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질문도 한 가지 덧붙였습니다.

“환경문제 뿐만 아니라 환경문제와 관계된 사회적인 문제까지 얘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환경문제를 환경윤리주의로만 접근하면 때로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이 죽는 것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가 있습니다. 지나친 환경윤리주의자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빈곤퇴치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종종 충돌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최소한의 인간 생존을 위한 문제와 환경문제가 서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오늘 그런 사회적인 문제와 환경문제를 연결해서 말씀해 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환경문제를 다루더라도 사회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생존을 중심에 놓고 환경운동을 진행해야 한다는 대목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기후 위기와 생태 위기를 함께 제기해 주신 점도 참 좋았고요. ‘인간은 변화된 환경에 계속 적응을 해나가기 때문에 환경위기를 잘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하고 문제를 제기해준 것도 좋았습니다.

기후 위기가 지구의 종말을 의미할까요?

크게 본다면 결국 인간은 환경변화에 적응해서 살아갈 것입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서 어떤 생물 종은 소멸할 것이고, 어떤 생물 종은 적응할 것이고, 어떤 생물 종은 변화하는 기후에 맞게 진화를 할 것입니다. 결국 우세 종과 열세 종 간에 주도권이 바뀌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역사적으로도 지구환경 생태계가 기후변화로 인해 바뀌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후 위기를 지구 위기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넓은 눈으로 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후 위기로 인간이 어려움을 겪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을 지구의 종말로 볼 수 있는 문제인가 하는 것은 조금 더 토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교수님의 생각이 어떠한지 질문드립니다.”

스님의 질문에 대해 교수님이 조심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기후 위기의 해법이 경제성장이 안 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같이 생존할 수 있느냐에 대한 대안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풀기 쉽지 않은 문제인데, 이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분야가 ‘지속 가능 연구’입니다. 이 연구 주제 안에 온갖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대 임금론? 자연에 기본권을?

가령 최대 임금론이란 게 있습니다. 최대 임금론이란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최대치의 소비 한계를 정하자는 겁니다. 어려운 사람들한테 최저임금을 주는 것만이 아니라 최대 임금을 정해서 소비의 상한선도 정하자는 거예요. 최대 임금 내에서만 소비를 하도록 제한하는 거죠.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부자들 1%가 현재 소비량의 절반만 줄여도 나머지 99%가 탄소 감축을 전혀 하지 않아도 지구 온도 1.5도 낮추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2008년 9월 에콰도르는 자연의 권리 조항을 담은 헌법개정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킴으로써 헌법에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 첫 번째 나라가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강물에 기본권을 주는 헌법을 마련한 거예요. 이런 획기적인 발상들이 많이 연구되고 있어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그런데 사회학에서 이야기하는 개념 중에 ‘자기 충족적 예언’이라는 게 있습니다. ‘아휴, 현실적으로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하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거예요. 저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지만 ‘안 될 것 같다’라고 확실하게 마음을 먹는 순간 진짜 끝나는 겁니다. 그래서 실제로 안 될 것 같아도 스스로한테 희망을 계속 불어넣어야 하는 거예요. 지금 현 상태는 전혀 낙관할 수 없습니다. 사실 비관적이에요. 하지만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희망을 갖는다는 것은 하는 데까지 해보는 것을 말합니다.”

교수님의 대답을 듣고 평화재단 연구위원 분들도 다양한 의견을 이야기하며 열띤 토론이 펼쳐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오늘 토론을 마무리하는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기후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

“지금까지는 인간윤리만 얘기해 왔는데, 앞으로는 생태윤리의 바탕 위에 인간윤리가 재설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토회에서는 30년 전부터 이런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자.’

저는 기후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소비주의 극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기술개발이나 다른 방법들을 시도한다는 것은 모두 다 시차를 잠깐 늦출 뿐입니다. 그동안 인간은 소비에 의한 만족을 행복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제는 다른 무엇으로 소비에 의한 만족을 대체할 것인지에 대해 대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걸 못하면 기후 위기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꼭 소비하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새로운 가치관이 정립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는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제도가 필요해요. 왜냐하면 인간의 가치관이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리니까요. 가치관이 바뀌기 위해서는 많은 중간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비록 교수님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연구해 오셨지만, 저희가 생각해 온 많은 내용들이 적절했다는 사실을 함께 공감해주는 그런 말씀이어서 저희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큰 박수와 함께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곧바로 스님은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최근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앞으로 평화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의논을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에도 스님을 뵙기 위해 평화재단에 여러 사회 인사들이 찾아왔습니다. 밤늦게까지 미팅을 연달아 가진 후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민족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한 후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들과 미팅을 연이어하고, 저녁에는 수행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7

0/200

김태림

'손텀장인' 꼭꼭 실천하고 있습니다.
종이컵에 커피 나누어 줄 때 텀블러 주면서 저는 여기에 주세요. 자신있게 내어 놓는 용기가 생겼어요. 미미 하지만 나비효과는 있다고 믿어요. 감사합니다^^

2022-09-28 06:13:24

임인택

지구상에서 살면서 가장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생물은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상에 인간수가 많으면 한 사람당 에너지를줄인다해도 의미가없다. 전세계적으로 적정 인간수를정해야한다.

2022-01-31 15:40:08

김정용

일회용생수만 줄여도 비용과 환경에 큰 도움이 됩니다. 계몽하고 실천이 중요합니다. 솔선수범하는 단체가 많이 나오기를 기원합니다.

2022-01-30 09:12:00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