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9.22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 5일째 회향식, 수행 법회
“의지심 많은 남편과 같이 사는 게 괴롭습니다”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더니 하루 종일 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렀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7시 20분부터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 회향식을 시작했습니다.

210여 명의 참가자들은 지난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4박 5일 동안 스님의 안내에 따라 부지런히 명상을 해보았습니다. 참가자 전체를 대표하여 15명이 명상수련을 하고 난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소감문 발표가 끝나고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이어서 명상수련을 마무리하는 회향식을 시작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스님에게 회향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방법을 이야기하며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했습니다.

“4박 5일 동안의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을 잘 마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일상을 멈추고 충분한 휴식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내가 내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방법

누구나 다 상처를 입습니다. 그러나 이번 명상을 통해 상처 입은 정도가 지나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은 상처를 준 상대가 그 사실을 아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아주 나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은 자기가 상처 준 줄을 알지만, 대다수는 상처 준 사람이 그 사실을 잘 모릅니다. 특히 가족관계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그냥 ‘성질을 부렸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상처를 줬다’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상대로부터 사과를 받아서 상처를 치유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 내가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었구나’ 이렇게 상대를 이해함으로 해서 내가 내 상처를 치유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주기도 합니다. 그러니 누가 나한테 상처 입었다고 말할 때 ‘내가 언제?’ 이러지 마세요.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까요.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조그마한 일에도 타인은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 흔쾌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이고, 그랬어? 내가 기억은 잘 못하지만 그랬을 수가 있겠구나. 그랬다면 미안하다.’

이런 자세를 갖는 게 필요합니다. 이렇게 스스로 상처를 치유해서 여러분의 삶이 좀 가벼워지길 바랍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명상을 통해 몸의 피로도 풀고 마음의 상처도 치유해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조금 더 건강하게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자기 치유를 했다면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입은 상처를 치유하는 단계입니다. 여기에서 마냥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상처를 입지 않는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상처구나’, ‘이것이 상처의 원인이구나’, ‘이것이 상처의 소멸이구나’ 이렇게 하나씩 깨달아 나가면 재발을 방지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어요. 상처가 소멸되면 정진을 멈추는 게 아니라 매일 정진함으로 해서 다시는 상처가 재발하거나 새로운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해나가야 합니다.

병원에서 하는 치료는 주로 상처를 치료하면 끝이 납니다. 병이 다시 생기면 또 병원에 가야 해요. 그런데 수행은 상처 입은 것을 치유할 뿐만 아니라 다시는 상처를 입지 않도록 예방하는 거예요. 그러려면 꾸준히 정진을 해야 합니다. 예방을 해서 다시는 괴롭지 않도록 꾸준히 정진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정진해 나가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과거에 어떻게 태어났든 어떻게 자랐든 어떤 경험을 했든 관계없이 지금 나는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지금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단지 여러분들이 자주 보는 과거의 동영상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현재의 삶을 행복하게 살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것이고, 또 그럴까 봐 늘 불안하고 초조하고 근심 걱정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꾸준한 정진을 통해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합니다

명상수련을 통해 느꼈던 이런 좋음이 나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죠?

‘이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도 나와 같이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이 세상에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합니다.’

이 세상에는 이 좋은 법을 알지 못하고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서 세상을 한탄하고, 하늘을 원망하고, 남을 탓하고, 자기 인생을 비관하면서 괴롭게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 모든 사람들이 어두움에서 벗어나 우리와 같이 밝은 빛 속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하면서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사홍서원으로 회향식을 마쳤습니다.

생방송이 끝나고 스님은 곧바로 작업복을 입고 산에 밤을 주우러 갔습니다. 오늘도 하룻밤 사이에 밤송이가 우수수 떨어져 있었습니다. 밤 줍는 재미에 빠져 쉼 없이 밤을 줍다 보니 금세 두 바구니가 가득 찼습니다.


다음은 감나무 아래 작은 공간에 심어 놓은 더덕을 캤습니다. 3년 전에 심어 놓은 더덕을 작년 봄에 일부 캐내었고, 그중 큰 것은 식품으로 사용하고 작은 것은 다시 심어 두었습니다.

혹시 더덕이 다칠세라 조심조심 캐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 캐고 보니 제법 통통하게 자란 더덕이 한 소쿠리는 나왔습니다.

더덕 밭에 사용했던 줄을 모두 수거한 후 재활용을 하기 위해 줄을 하나하나 구분해 두었습니다.




내친김에 텃밭도 정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열무를 다 수확하고 나서 땅을 뒤집고 다시 평평하게 고루었습니다.

그리고 산 윗 밭으로 올라가서 밤을 더 주웠습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아주 크고 토실토실한 알밤이 정말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우와, 밤 크기 좀 보세요. 정말 큰 밤이에요.”

바구니에 밤을 한가득 담고 산을 내려오니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을 마치고 두북 공동체 행자님들이 스님에게 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스님, 명상 잘하고 왔습니다. 인사 올리겠습니다.”

스님도 작업복을 입은 채 땅바닥에 곧바로 맞절을 했습니다.

두북 공동체 행자님들은 농사일 걱정에 명상을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스님이 농사일을 다 맡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등 떠밀어 명상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농사일 걱정했어요? 저랑 묘당 법사님이 아무 문제가 없도록 다 해결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이 나눠준 과일을 한 입씩 먹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 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4명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의존적인 남편과 함께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습니다.

의지심 많은 남편과 같이 사는 게 괴롭습니다

“저는 의존적인 남편과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게 괴롭습니다. 남편은 정서적으로 어머니와 분리가 안 되었고, 모든 문제는 제게 해결을 떠넘기면서 한편으로는 고집도 있어 늘 설득하느라 진이 빠집니다. 이혼하고 싶으나 합의해 주지 않고, 계속 살자니 불행합니다. ‘다른 사람 때문에 불행해지고 싶지는 않다. 이 상황을 인정하고 살자’ 이렇게 마음먹어도 그게 오래가지 않고 억울한 마음이 자꾸 올라옵니다. 제 마음을 다스리고 행복하게 살 방법이 있을까요?”

“아이는 몇이에요?”

“둘입니다. 딸 하나, 아들 하나입니다.”

“몇 살이에요?”

“딸은 23살이고 아들은 20살입니다.”

“다 성년이 됐네요. 그러면 이혼을 하든 안 하든 부부가 합의하면 되지, 자녀에 대한 의무나 책임을 져야 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두 분이 합의해서 현명한 선택을 하면 됩니다. 만약에 자녀가 미성년자라면 부부지간에 조금 불편하고 어려워도 아이들을 위해서는 성년이 될 때까지 화목하게 지내서 아이들의 성장에 지장이 없도록 해주는 게 자식을 낳은 부모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의 경우는 아이들이 20살이 넘었기 때문에 법적으로든 윤리적으로든 더 이상 자식 문제로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

이제 부부지간의 문제에 대해서만 고민하면 됩니다. 아이가 23살이라면 결혼생활이 24년 이상 됐다는 거네요. 남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의존하는데요?”

“남편은 회사생활 외에는 혼자서 일을 처리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회사에서 어려웠던 일도 항상 저와 상의하고, 제가 회사 일을 상담해줘야 합니다. 저희가 영국에 간 적이 있었는데 은행에 통장 개설하는 게 낯설고 처음이라고 힘들어해서 제가 데려갔고, 운전도 결혼해서 6년 동안은 제가 도맡아 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도 회사를 다니는 것 이외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개념이 없어서 제가 자산 증식이나 관리도 책임을 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아빠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항상 해결은 제 몫입니다. 이사 가고 집을 얻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제가 다 해결해야 하는 생활을 24년 동안 해왔습니다.”

“그런 정도는 크게 문제가 없는 얘기인데요. 질문자가 혼자 살아도 통장 개설하려면 자기가 해야 하고, 운전도 자기가 해야 하고, 애들도 질문자 혼자서 키운다면 자기가 다 책임져야 하잖아요. 남편이 술 먹고, 바람피우고, 돈도 못 벌면서 집에 있는 돈까지 갖다 쓴다면 그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그저 직장 가서 돈만 벌어다 주고, 아내가 살림을 다 책임지고 한다는 건 큰 문제는 아니에요.

물론 그 남자는 내가 바라는 남자가 아니라는 것은 맞습니다. 자기중심이 있고 능력이 있는 남자는 아니에요. 그러나 그 남자가 잘못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는 지금 들어본 얘기로는 없네요.

사물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입니다. 제가 볼 때 그 정도는 큰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남편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질문자의 얘기만 들어봐서는 그것이 이혼 사유로 인정돼서 ‘부부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남자이다’ 이렇게 판결이 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와 남편 사이의 가장 큰 문제는 항상 어머님이 중간에 있다는 겁니다. 결혼할 때는 아버님이 살아 계셔서 어머님이 홀 어머님이 아니셨는데도 남편은 항상 어머님과 분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도 집안의 모든 일을 항상 어머님께 말씀드리고 항상 어머님이 하자거나 시키는 대로 합니다. 회사에 있을 때 저와 통화하는 일은 일주일에 몇 번 되지 않지만, 어머님 하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매일 통화하고, 심지어 제가 없을 때 몰래 몇 시간씩 통화하기도 합니다. 특히 집안에 큰 문제가 있을 경우에 남편이 어머님 말씀을 따르는 게 힘듭니다. 제 얘기에 동의를 했다가도 어머님이 말씀을 바꾸시면 어머님 말씀대로 따라 하거든요. 그 뒤치다꺼리는 항상 제가 도맡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 괴롭습니다.

저는 항상 어머님이 본처이고 제가 첩인 것 같다는 마음으로 결혼생활을 쭉 지속해왔기에 남편한테 이 문제를 여러 번 얘기했습니다. 그러면 남편은 항상 저 몰래 어머니랑 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제가 없을 때 통화하거나 몰래 어머니를 찾아갑니다. ‘우리끼리의 생활에 대해서는 어머님께 오픈하지 않기로 하자’ 하고 여러 번 약속을 했지만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네. 남편이 질문자가 원하는 남자에 못 미친다는 사실은 확실하네요. 질문자처럼 똑똑한 여자가 볼 때는 남편이 질문자에게 좀 부족한 남자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남자의 성격을 한번 보세요. 질문자가 말한 대로 소소한 것도 다 질문자에게 의논하고 질문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남자라면,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늘 어머니와 의논했을 거예요. 자랄 때 어머니가 과잉보호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남편은 그런 소소한 것도 다 어머니와 의논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이렇게 관점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남편의 온갖 감정과 소소한 문제를 다 나에게 의논하기 때문에 내가 그걸 다 감당하려면 너무너무 힘들 텐데, 나이 많은 여자분이 한 분 있어서 그분이 90퍼센트를 상담해 주니 나는 10퍼센트만 상담해줘도 되고 얼마나 좋은가? 이 큰 아이를 나 혼자서는 감당하기가 어려운데 어머니가 그래도 돌봐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남편이 질문자에게 의지하는 것만 해도 질문자가 힘들어 죽겠다고 했잖아요. 질문자가 있어도 어머니한테 그런 얘기를 90퍼센트나 더 하는 사람인데, 만약 어머니가 안 계시면 그 90퍼센트를 질문자한테 다 할 것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질문자는 도저히 같이 못 살 겁니다.

내가 본처이고 그쪽이 첩이든, 그쪽이 본처이고 내가 첩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남편은 회사생활처럼 아주 기본적인 것 빼고는 본인이 결정을 못 하고 의지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대다수를 자기의 어머니에게 의지하니까 질문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그만큼 덜어지는 거예요. 질문자는 10분의 1을 받아주는 것도 힘들다고 지금까지 하소연해놓고, 한편으로는 10분의 9를 어머니한테 얘기하는 것이 또 불만이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질문자는 그게 당연하게 여겨지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볼 때는 모순이에요.

자신이 한 말이 갖는 모순을 질문자가 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렇게 의지심 많은 남편에게 어머니라도 있어서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래, 너희 둘이 밤새도록 얘기해라. 나는 잠이나 자련다’ 이렇게 마음을 대범하게 가져보세요. 그런 남자에게 질문자가 질투할 이유가 뭐 있어요? 남한테도 아니고 어머니한테 그런 소소한 얘기를 좀 하면 어때요? 다른 여자를 사귀어서 그 여자에게 얘기하는 것에 비하면 어머니한테 얘기하는 쪽이 그나마 보안 유지도 되고 제일 나아요. 아예 얘기를 안 하는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현재 상황이 기분이 덜 나쁩니다. 자기 엄마한테 의지하는 거니까요.

아들이 자기 엄마한테 소소한 문제까지 상의하는 건 엄마가 볼 때 굉장히 착한 아들이에요. 질문자도 아들을 키워 봤잖아요. 애인 만났던 얘기든, 회사 일이든, 밖에서 있었던 얘기를 아들이 정기적으로 엄마한테 전화해서 보고하면, 엄마 눈에는 그 아들이 정말 예뻐 보입니다. 결혼생활 24년 차인데도 엄마한테 꼬박꼬박 전화하고 얘기하는 사람은 남이 볼 때는 효자예요. 효자 남편 데리고 사는 게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효자 남편보다는 낫잖아요.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겠어요.

만약 질문자가 이혼해서 혼자 산다고 생각해 봅시다. 어차피 혼자 살아도 자기 할 일은 다 해야 해요. 새로운 남자를 만나서 그 남자가 다 해결해 주고 질문자는 옆에서 의지하며 살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런 남자는 또 질문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오히려 지금의 남편과 같이 살면서 살림이며 돈이며 모두 내가 관리하고, 아들 관리도 내가 하고, 남편의 뒷바라지도 내가 하게 되면, 내 역량이 점점 커집니다. 그러니 큰 아들 하나 키운다고 생각을 바꿔보세요. 첫째 아들이 남편이고, 둘째가 딸이고, 셋째가 작은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큰 아들을 하나 더 키우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실 큰 문제는 아니에요.

좀 멋있고 당당한 남자를 새로 만나서 한 번이라도 같이 살아보고 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수는 있어요. 대부분의 여성이 갖는 자연스러운 소원이기 때문에 그것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 싶으면 이혼을 해 볼만 해요. 그러나 그런 게 아니라면 관점을 바꿔 보세요.

‘큰 아들 하나 키운다고 생각하자.’

이렇게 관점을 바꿔 버리면 큰 문제가 안 됩니다.”

“잘 알겠습니다. 제가 욕심이 과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에요. 여성도 행복할 자유가 있어요. 친구들이 멋있는 남자를 만나서 사는 모습이 부럽잖아요. ‘나도 한번 그런 남자 만나서 살아보고 싶다’ 하는 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러다가는 자칫 잘못하면 제비한테 걸려 들어서 큰 고생을 할 가능성도 있어요. 지난 뒤에 보면 잘했다고 할 수도 있고, 그게 큰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어요. 그러니 우선은 지금 있는 남자에 대한 생각을 좀 바꿔보세요. 시어머니 문제는 이렇게 생각하세요.

‘그래, 잘됐다. 나 혼자 감당하기는 힘든데, 너희 엄마한테 가서 좀 의지하고 품에 안겨 살아라.’

이렇게 생각하고 좀 떼어 주세요. 도저히 안 되겠거든 그때 다시 한번 인생의 결단을 내려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시어머니가 그동안 저한테 했던 모진 말과 행동들이 떠오르면서 괴로울 때 있습니다. 과거의 기억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이 있을까요?
  • 마음 나누기를 하루의 일기처럼 길게 올리는 분이 있는데, 그분의 생활을 속속들이 알게 되니 좀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 마음이란 게 오만가지로 변하여 믿을 바가 못 됨을 알았는데, 또 ‘일체유심조’라고 하며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하니까 헷갈립니다. 바라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는 것과 원을 세우며 기도하라는 것도 헷갈립니다.

즉문즉설이 끝나고 스님이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의지심 강한 남편 때문에 힘들다는 여성분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가진 상을 내려놓는 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네요. ‘내 남편은 이래야 한다’ 하고 고집하는 제 모습을 매번 보고 있지만, 아직도 이렇게 괴로운 걸 보면 말로는 내려놓고 싶다고 하면서도 꽉 붙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정진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은 질문자를 위해 다시 한번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그냥 한번 내려놓아 봐요. 제가 내려놓는 방법을 얘기했잖아요. 남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큰 아들이라고 딱 생각해버려요.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즉시 내려놓아집니다. 자꾸 남편이라고 생각하니까 안 되는 거예요.”

“지금까지 큰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쭉 살아왔습니다. 핸드폰에도 ‘큰아들’이라고 저장되어 있어요. 그래도 참 힘듭니다.”

“좀 더 해보세요. 도저히 안 될 때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항상 ‘36계’라고 해서 모든 전략과 전술에는 마지막으로 도망가는 길이 있습니다. 최후에 써야 할 전략을 중간에 쓰면 나중에 후회하기 쉬워요. 그러니 일단은 최선을 다해 보세요. 죽어도 못 살겠다고 하던 사람도 한 생각 바꾸고 나면 ‘아이고, 그때 스님 안 만났으면 이혼해서 후회할 뻔했다’ 이러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러나 ‘내가 행복해야 한다’ 이 관점만큼은 분명해야 합니다. 환경을 바꾸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게 최선의 길입니다. 그게 안 되면 또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님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방청객 중에서도 한 줄 소감을 말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세번째로 질문했던 분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제 남편도 질문자의 남편과 똑같아요. 직장 다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몽땅 제가 책임져야 했어요. 그런데 저는 그 상황이 오히려 좋았어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었으니까요. 사람마다 똑같은 상황을 정말 다르게 받아들이는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요. 사람마다 다른 거예요.” (웃음)

사홍서원을 한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오늘도 긴 하루였습니다.

내일부터 두북 수련원은 하계 일정을 끝내고 동계 일정을 시작합니다. 여름 뙤약볕을 피해 하루 일과를 조종했는데 이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게 됩니다. 스님은 새벽에 발우공양을 한 후 오전에 농사일을 하고, 오후에는 찾아온 손님들과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9

0/200

예준

의지심 많은 남편 사례 상담은 좀.. ^^;; 결국 세명이서 부부생활을 하는 것 같다는 문제와 여성분은 배우자에게 의지를 하지 못하고 항상 외롭고 고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문제인데, 스님 상담은 상대방이 왜 괴로움을 이야기 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부부상담은 전문가를 찾아가라고 하는 것을 조언해주시 좋을 것 같습니다.

2022-03-15 01:49:55

보리

‘아, 내가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었구나’ 상대를 이해함으로써 내가 내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선정을 닦겠습니다.

2021-10-02 11:07:02

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2021-09-28 15:30:34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