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9.21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 4일째, 즉문즉설
“명상할 때 의식적인 호흡만 느끼게 되는데,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민족의 큰 명절인 한가위입니다. 새벽녘부터 보름달이 온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었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스님은 차례를 지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서울 정토회관에서는 추석맞이 합동차례를 전국 생방송으로 중계했습니다.

차례가 끝나고 다 같이 음복을 한 후 오후에 농사일을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비닐하우스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를 모두 물에 씻고 건조기에 넣어 두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엊그제 자원봉사자들이 비닐하우스 2동과 3동에 있는 고추를 전체적으로 한 번 수확을 해준 덕분에 평상에 널려 있는 고추의 양이 아주 많았습니다. 먼저 스님이 널려 있는 고추를 컨테이너에 담아 농막으로 이동시켜 주었습니다.


“색깔이 빨갛게 잘 익었네요.”

스님이 옮겨준 고추를 행자님들이 물로 깨끗이 씻었습니다. 3단으로 대야를 놓고 세 번에 걸쳐 고추를 씻은 후 마지막으로 씻은 고추를 채반에 고루 펼쳐지게 담았습니다.


채반에 담아진 고추는 마지막으로 스님이 건조기에 넣었습니다.

씻고, 채반에 담고, 건조기에 넣는 일을 여러 번 반복한 결과 건조기 전체 칸에 고추가 가득 찼습니다. 건조기를 가동한 후 울력을 마쳤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스님은 잠시 비닐하우스 전체를 둘러보았습니다. 비닐하우스 4동에 가을배추를 심은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곳곳에 말라죽은 배추 모종이 보였습니다.

“다른 건 다 생생하게 잘 자라고 있는데 군데군데 말라죽는 것들은 원인이 뭘까요? 똑같이 물을 주는데 왜 이 모종은 말라죽는지 모르겠네요.”

모종이 말라죽는 원인이 무엇인지 며칠 더 연구해 보기로 하고 다시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20분부터는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 참가자들을 위한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참가자 210여 명이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지난 4일 동안 명상을 하면서 푹 잘 쉬셨습니까? 아니면 명상이라는 일을 열심히 애써서 하느라고 피곤하고 지쳤습니까? 푹 잘 쉬었다는 분은 손을 들어 보세요.”

많은 분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이어서 명상을 하면서 의문이 들었던 점에 대해 스님에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11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명상할 때 의식적인 호흡만 느끼게 되는데, 어떡하죠?

“저는 마음을 콧구멍 끝에 집중하려고 할 때 호흡을 관찰하는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호흡을 하게 됩니다. 항상 하고 있는 들숨과 날숨을 그냥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는데 스스로 호흡을 만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런 습관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처음에 호흡을 알아차리려고 하면 호흡에 신경을 쓰기 때문에 호흡이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 일어납니다. 초심자는 누구나 다 그런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래서 그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의도적으로 호흡을 하면 의도를 하기 때문에 알아차리기는 쉬운데 힘이 들게 되고 힘이 드니까 5분 내지 10분이 지나면 자기도 모르게 의도를 놓아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즉 의도적으로 하지 않고 저절로 자연스럽게 호흡이 되는 겁니다. 대신 알아차리지를 못하지요. 다시 알아차리려고 하면 곧장 의도가 개입되어 호흡을 의식적으로 하게 되고요.

질문자는 지금 의도적으로 할 때만 호흡을 알아차리고 자연스러운 호흡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알아차리고 싶은 욕망이 자꾸 개입을 하다 보니 호흡이 의도적으로 되는 것입니다. 편안하게 호흡을 알아차리면 됩니다. 너무 의도를 가질 필요가 없어요. 목표는 알아차림이니까요. 의도적으로 해서 알아차리게 되면 지금처럼 의도적으로 호흡이 일어납니다. 그저 가만히 편안한 상태로 눈 감고 있으면 호흡은 저절로 알아집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멈추면 호흡이 우리 몸에 끼치는 자극 중에 제일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심자가 야외에서 명상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거나 또는 매미소리와 같은 자극이 호흡의 자극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 자극에 노출되어 있으면 호흡의 자극을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거의 방음이 되었다시피 한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호흡을 저절로 알아차릴 수 있어요. 그것은 호흡이 끼치는 자극이 제일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호흡이 끼치는 직접적인 자극보다 더 센 자극이 있습니다. 바로 생각입니다. 생각에 빠지면 보아도 보이는 것이 없고, 들어도 들리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멈추면 저절로 호흡이 알아차려집니다. 호흡을 알아차리려고 애쓰지 말고,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고 있으면 저절로 호흡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알아차림의 최대 방해꾼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생각에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자꾸 생각에 의미를 두게 되지요. 지나간 과거에 의미를 두고서 자꾸 기억을 찾아냅니다. 그래서 생각에 골똘히 빠지게 되고, 이내 호흡 알아차림이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호흡 알아차림이 없다는 것은 호흡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내가 생각에 빠져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생각이 아직 멈춰진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뜻합니다. 호흡 알아차림이 유지된다는 것은 생각에 골똘히 빠져있지 않고 지금 여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에 빠졌다가 돌아오고 또 빠졌다가 돌아오기를 당분간은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의도적인 게 좀 있더라도 개의하지 말고 일단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어 보세요.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의도적인 것은 사라지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질문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4일 동안 직접 명상을 해보았기 때문에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질문이 많았습니다. 또 다른 질문자는 범죄 피해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는데, 직업이 자신의 심리에 주는 영향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직업병을 치유하는 방법

“저는 살인사건과 같은 범죄 피해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보람을 느낄 때도 있지만 일과 관련된 경험이 제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 명상 수련 중에도 여러 가지 상념 속에서 범죄 피해 현장 등이 떠올랐는데 그래도 호흡을 놓치지 않으려고 연습을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새벽에 그 범죄자에게 칼에 찔리는 악몽을 꾸면서 일어났습니다. 이대로 괜찮은 건지, 앞으로 좋아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어서 질문드립니다.”

“결핵 환자하고 함께 살면 결핵에 전염이 됩니다. 바이러스 같은 경우는 전염력이 워낙 강해서 같이 살지 않고 2시간 정도 밥 먹고 얘기만 나눠도 전염이 되잖아요. 이렇게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의해서 육체적인 병이 전염되듯이 우리들의 정신적인 병 또한 전염이 됩니다. 상대가 많이 울 때 옆에 있으면 여러분들도 같이 슬퍼지잖아요. 그건 슬픈 마음이 서로 전염이 돼서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화내는 사람 옆에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게 되는 것도 일종의 전염이에요.

그러나 부처님은 우는 사람과 있다고 해서 같이 울고, 웃는 사람 있다고 해서 같이 웃고, 화내는 사람과 있다고 해서 같이 화내지 않았어요. 전염이 안 되는 분이었습니다. 상대가 막 화를 내고 얘기해도 부처님은 빙긋이 웃으셨고, 상대가 막 울어도 ‘무슨 일인가?’ 하며 자신의 편안함을 유지하면서 대응을 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이 볼 때는 ‘사람이 저렇게 냉정해서 되나?’ 하는데 그건 냉정한 것과는 다릅니다. 아주 온화하시면서도 상대로부터 괴로움이 전염되는 것을 막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질문자에게 지금 그런 증상이 있다는 것은 이미 자기도 모르게 정신적으로 전염이 되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직업을 그만 두든지, 아니면 과거에 생긴 트라우마를 명상을 통해 치유하듯이 매일 기도하고 명상하면서 치유하든지 해야 합니다. 전염이 되었다 해도 아직 그 정도가 약한 상태인 오늘 바로 치유를 해서 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정신건강을 유지해 가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성추행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일을 20년 정도 해온 여성들과 대화를 해보면 여성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게 대응을 합니다. 왜냐하면 늘 그런 피해만 다루어 왔고, 또 그런 피해 중에는 남자가 아주 유명한 사람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 또는 종교인 등도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존경심이 없어지고 의심을 하게 되면서 굉장한 저항감을 갖게 됩니다. 이런 것도 다 일종의 전염성입니다. 남의 경험이 자기화가 되는 겁니다.

스님도 여러분들이 ‘법륜스님, 법륜스님’ 하면서 선물도 갖다 주고 고맙다는 말을 하는 분위기 속에서 오래 살다 보면 여기에 습관이 생깁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나는 잘난 사람이고, 선물을 받는 게 당연하다’ 이런 생각이 들게 됩니다. 저는 이걸 막기 위해서 농사를 짓습니다. 농사를 짓고 풀을 뽑고 있으면 농사꾼보다 더 못하면 못했지 나은 게 하나도 없잖아요. 그리고 오지 여행을 다닙니다. 오지 여행을 해보면 항상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세상 사람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이런 걸 늘 자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자기를 지켜낼 수 있어야 자신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거예요. 꼭 겸손하고 훌륭해지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니라 이것이 바로 자기가 자기를 지켜나가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자기를 한 사람으로서 온전하게 지키지 못하면 쉽게 망상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러니 직업병에 걸리지 않도록 항상 자기를 잘 보호하는 게 필요해요.

신부나 스님들의 직업병은 뭘까요? 바로 교만함입니다. 신도들이 ‘우리 신부님’, ‘우리 스님’ 하면서 늘 잘 대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목에 깁스를 한 듯 말도 반말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직업병이에요.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오랫동안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항상 유의를 해야 됩니다.”

“감사합니다.”

11명의 질문에 대해 모두 답변을 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호흡 알아차림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명상 중에 망상이 일어나는 것. 상념이 일어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대신 그걸 가지고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감정 개입을 하고 놀아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매미 소리가 들릴 때 ‘어, 무슨 매미지? 참매미인가? 아, 소리를 들어보니 왕매미네’ 이렇게 하지 말라는 거예요. 매미 소리가 나면 매미 소리가 나는 가운데도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그러면 내가 매미 소리로부터 자유로워집니다. 그것처럼 망상이 일어나는 가운데도 내가 호흡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연습을 하게 되면 나의 감정으로부터 내가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됩니다.

호흡을 알아차려서 뭐 하겠어요? 호흡은 원래 있는 건데요. 호흡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는 이유는 내가 어떤 사람에게 욕을 듣고 감정이 확 일어날 때 그 감정에 빠지지 않고 알아차림을 유지해서 거기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입니다. 항상 목표는 해탈과 열반에 있어요. 어떻게 하면 내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하고, 생각하는 속에서도 괴로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느냐?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옳으니 그르니 하는 시비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롭고 걸림 없이 살 수 있게 되는 것이 우리가 명상을 하는 목표입니다. 거기에 도움이 되는 걸 지금 연습하고 있는 겁니다.”

즉문즉설이 끝나고 잠시 명상을 한 후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 4일째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한가위 온라인 명상수련 5일째 날로 소감문 발표와 회향식이 진행됩니다. 낮에는 농사일을 하고, 저녁에는 수행 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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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담

호흡의 알아차림
일반적으로 호흡에 집중해라고 만 하는데,
스님의 세세한 설명으로
꼭 알고 싶었던 내용의 답변을 질문자님 덕분에 저도 알았네요~
법륜스님의 소중한 법문
고맙습니다_()()()_
질문하신 법우님도 고맙습니다_()_

2021-09-30 11:30:36

김민정

생각에 의미두지 말기
상대에게 전염되지 말기
꾸준히 연습합니다

2021-09-27 22:03:43

보각

감사합니다 스님, 명상의 목표에 대해서도 알았고, 저도 화장실 청소 하러가야겠습니다.ㅎㅎ

2021-09-27 15: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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