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9.20 농사일
“억울하거나 화가 나면 눈물이 먼저 나옵니다.”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늘도 스님은 밤을 주우러 산에 갔습니다. 계곡에는 하룻밤 사이에 밤송이가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밤을 줍고 나서 산 밑밭으로 가보았습니다. 며칠 사이에 훌쩍 커진 오이와 가지를 수확했습니다.

오전 공양을 하고 어제 비닐하우스 1동에 심은 갓에 물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큼직해진 노각을 수확했습니다.

아침 일찍 포항에 사는 거사님 한 분이 오셔서 비닐하우스 4동 옆 수로를 복개하는 공사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어제 스님이 비닐하우스 4동 옆에 난 수로를 복개하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는데 거사님은 휴일을 마다하고 곧바로 달려왔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를 한 후 스님은 거사님을 위해 참을 내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비닐하우스 4동으로 이동해 배추밭에 물을 주었습니다. 중간중간에 점적호스가 터져 있어서 물이 분사되고 되었습니다. 케이블 타이로 가려서 일단 물이 새지 않게 조치를 취했습니다.


물 주기를 끝내고 다시 산 밑밭으로 이동하는 중에 길가에 잡풀이 많이 보였습니다. 낫으로 잡풀을 모두 제거한 후 밑밭에 도착했습니다.


열무를 심어 놓은 두둑 주변에 잡초가 많아서 깨끗이 뽑은 후 오후 공양을 했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어제와 오늘 아침에 주운 밤을 성한 것과 벌레 먹은 것을 고른 후 벌레 먹은 밤은 빨리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모두 삶았습니다. 화로에 솥을 걸고 나무에 불을 지피자 물이 펄펄 끓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알밤을 건져낸 후 화단을 정리 정돈했습니다.

깻잎 줄기는 모두 뽑아내고, 그 자리에 상추를 이식했습니다.

“오늘 정말 많은 일을 했네요.”

해가 지고 저녁에는 송편을 만들었습니다. 마을 어르신이 송편 가루를 주어서 오랜만에 송편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모양이 제대로 나지 않다가 몇 개 만들어보니 옛날 기억이 나면서 제대로 된 반달 모양 송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송편을 쪄서 맛을 본 후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저녁에는 원고 교정 업무와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1일 행복학교 특강에서 소개하지 못한 즉문즉설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억울하거나 화가 나면 눈물이 먼저 나옵니다

“저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눈물이 납니다. 어린 시절 자연스러운 표현을 못 하고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습니다. 예전에는 우는 게 싫었지만, 이제는 감정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우는 게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서 약한 사람으로 비치는 것 같아 불편합니다. 울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울고 싶어서 우는 게 아니라 눈물이 나는 걸 어떡해요?”

“어떤 사람들은 화가 나면 말도 하고 표현도 하는데, 저는 답답하거나 억울하거나 화가 나면 눈물이 먼저 터져 나옵니다. 눈물 때문에 말도 못 하고 표현을 못 하는 것 같아 괴로울 때가 있습니다.”

“꼭 표현해야 하나요? 화를 내서 성질 더럽다는 소리를 듣는 게 나아요? 눈물 흘리고 동정받는 게 나아요?”

“둘 다 제가 원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둘 중에 선택하라고 하면 어떤 게 나아요?”

“저는 성질부리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질문자는 누가 성질부리지 말라고 해서 안 부리는 게 아니라 성질부려서 돌아오는 비난을 감내하기가 두려운 거예요. 착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착한 병’에 걸린 겁니다. 비난 듣는 게 싫으면 화가 나도 참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아야죠. 감정을 억누르니까 마음이 못 견디는 것이고, 마음이 못 견디니까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러니 눈물 좀 찔끔 흘리고 살면 됩니다. 막 성질부리는 사람보다는 눈물 흘리는 사람이 나아요. 눈물 찔끔 흘리는 게 세상에도 피해가 적고 자기 자신에게도 낫습니다. 물론 눈물도 안 흘리고 화도 안 내면 제일 좋지만, 질문자 상태가 그 수준이 안 되잖아요. 화를 버럭 내고 눈물을 안 흘리는 게 낫겠어요? 화를 안 내고 눈물을 흘리는 게 낫겠어요? 둘 다 좋은 건 아니지만 둘 중에 고르라면 어느 게 낫겠어요?”

“그래도 제 마음 표현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꼭 화를 내서 성질 더럽다는 소리를 들어야겠어요?”

“저는 위로 저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 세 명과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이 계십니다. 그런데 항상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조용히 해. 넌 알 것 없어’ 이런 식으로 억눌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사회생활에서 저를 그런 식으로 대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서 눈물이 납니다. 이성적으로 정확하게 내 의견을 말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얘기를 듣고 화도 안 내고 눈물도 안 흘리고 내 의견을 또박또박 이성적으로 얘기할 수 있으면 제일 좋죠. 하지만 그 길은 질문자가 앞으로 가야 할 길로 우선 차치해 둡시다. 현재 질문자의 상태는 화를 안 내는 대신에 눈물을 흘리는 거잖아요, 그런데 눈물을 안 흘리는 대신에 화를 버럭버럭 내는 사람도 있어요. 둘 다 세상에서 지향하는 바는 아니지만, 둘 중에 더 나은 쪽을 고르라고 하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어요?

“눈물 흘리는 사람이 더 나을 것 같아요.”

“그래요. 그래서 질문자가 그걸 선택한 거예요.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한 게 아닙니다.”

“제 직업이 사진영상 쪽이라 직장에 남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제가 화가 나서 울면 저를 무시하고 약한 사람 취급합니다. 저를 업무에서 배제할 때도 종종 있고요. 그래서 더 이성적으로 얘기하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자꾸 저를 감정적이라고 취급을 해버리니까 더 고민이 됩니다.”

“성질을 버럭버럭 내는 사람도 어차피 업무에서 배제당하는 건 똑같아요. ‘아이고, 성질 더러워서 저 사람이랑 같이 일 못 하겠다’ 이렇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낫겠어요? 아니면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눈물을 뚝뚝 흘려서 ‘아이고, 감정이 약하구나’ 이래서 배제당하는 게 낫겠어요? 둘 다 안 좋은 상태이긴 한데 둘 중에 선택하라면 어느 쪽이 낫겠어요?”

“그럼 어느 쪽이든 결국은 업무에서 배제당하는 거네요”

“모든 업무에서 배제되는 건 아니고 일부 배제가 되겠죠. 둘 다 안 좋은 상태니까 일부 배제된다는 정도는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만약에 질문자가 남자 입장이 되어서 볼 때 같이 일하는 여직원이 시끄럽게 성질을 바락바락 내요. 그럴 때 업무를 주기도 하고 업무를 빼버리기도 하잖아요. 아니면 조금 힘들면 눈물을 자꾸 흘려요. 그래서 약하다고 빼기도 하고 마음이 안돼서 넣어주기도 합니다.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이익일까요?”

“솔직히 잘 판단이 되지 않습니다. 두 가지 마음인 것 같아요. 강하게 얘기하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니까 자꾸 눈물이 나는 거 같아요.”

“그건 지금 질문자의 마음이고요. 질문자가 어릴 때는 어떤 선택을 주로 했을까요? 화를 버럭버럭 내서 성질 더럽다고 비난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쪽과 그래도 사랑받고 착하다는 소리 듣고 싶어서 자기 성질도 못 내고 참다 보니 억울해서 눈물이 나는 쪽 중에 질문자는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선택했을까요?”

“착한 소리 듣고 우는 쪽이 낫다고 선택했던 거 같습니다.”

“질문자가 그 길을 선택했다는 겁니다. 그것은 질문자에게 누가 준 것도 아니고, 하늘이 명한 것도 아니고, 태어날 때 사주로 타고난 것도 아니고, 전생에 지은 죄 때문도 아니에요. 단지 질문자의 어린 마음에는 ‘우는 게 나한테 이익이다’ 하고 자기 나름대로 터득한 길을 간 겁니다. 연세 드신 부모님과 나이 든 언니들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질문자가 선택한 겁니다. 어른이 된 지금 돌아보면 그게 꼭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어릴 때 그 상태에서는 그것이 자기에게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고 선택한 거예요 ”

“저는 지금 나이를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눈물이 나는데, 이건 어떡하죠?”

“눈물이 나면 울면 되지요. ‘왜 스님이 내 심정을 몰라주고 답답하게 저럴까?’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제가 이렇게 똑같은 얘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지금 상태가 괜찮은 상태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서입니다. 이 상태가 몹시 나쁜 상태가 아니고 자기 나름대로 괜찮은 상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쭉 머리 굴려서 여기까지 온 거예요. 이보다 더 나은 상태가 있지만, 질문자 힘으로는 거기까지는 못 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지금이 최악의 상태는 아니에요. 이보다 더 나쁜 상태도 있습니다. 그보다는 질문자가 이게 낫겠다고 선택해서 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지금도 괜찮은 겁니다. 이걸 질문자가 자각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눈물 나면 울면 된다.’

‘눈물 흘린다고 업무에서 배제하면 울면서 업무 배제하지 말라고 얘기하면 된다.’

질문자가 눈물을 흘리지 않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형성되어 온 습관이기 때문이에요. 다만 지금 도전해 볼 수 있는 것은 말도 못 하고 눈물을 흘리는 수준에서 벗어나서 눈물을 흘리면서 할 말은 하는 정도는 해보는 겁니다.”

“네.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질문자가 어떻게 하면 눈물을 안 흘리느냐고 물어오니까 저는 질문자가 눈물을 흘리는 방식을 선택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온 것이고, 30년 넘게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습관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게 되기는 어렵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눈물을 흘리지 않고 화를 버럭 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싶어도 오랜 습관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화를 버럭 내어 보면 그 손해가 더 크기 때문에 지금까지 눈물을 흘리는 방식을 유지해온 겁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비교해보면 손해인 것처럼 보이지만 질문자의 수준에서 보면 이 방식이 최선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인정해야 해요.

가령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을 보면 걸어가는 자신이 뒤처지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현재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다면 이 조건에서는 걷는 게 최선이라는 겁니다. 이 이상이 되면 좋겠지만 이 이상은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니 걷지도 못하는 사람과 비교했을 때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일이라는 점을 먼저 받아들여야 합니다.

질문자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나쁜 것도 아니고 남을 해치는 일도 아니에요. 반면에 성질을 내는 것은 남에게 고통을 주는 행동입니다. 눈물 흘리는 행동은 아무한테도 고통을 주지 않아요. 나쁜 게 아니니까 당장 고치려고 하지 마세요. 만약 질문자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똑바로 하고 싶다고 한다면, 눈물을 흘리면서도 할 말을 또박또박해보는 쪽으로 시도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감정이 격해져서 눈물이 나오고 입에서 말이 잘 안 나오더라도 끝까지 하고 싶은 말을 해보는 것은 지금이라도 연습하면 가능합니다.

질문자가 눈물도 안 흘리고 할 말도 또박또박하고 싶다고 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든지, 화를 내면서 말하든지, 웃으면서 말하든지 간에 일단 끝까지 말해보는 것을 목표로 연습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제가 우는 모습을 보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울면서라도 제 의사표현을 하는 게 올바른 건가요?”

“그걸 갖고 ‘올바르다’, ‘올바르지 않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어서가 아니고, 질문자가 자신의 말을 또박또박해보고 싶고 그것을 원한다고 하니까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시도해보라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올바르고 올바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질문자는 자신의 말을 또박또박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서 화를 버럭버럭 내면서라도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하고 싶다는 것을 선택할 만큼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맺혀있다는 거예요. 우는 것을 고치려고 하지 마세요.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니까요. 우선 울면서 말하든, 화를 내면서 말하든, 웃으면서 말하든지 간에 질문자가 하고 싶은 말을 또박또박 끝까지 말해보는 것을 연습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안 되면 다음에 또 도전해보는 것은 질문자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겁니다. 안 울면서 또박또박 말하려니까 울음이 나와 버리고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실패하게 되니까요. 목표를 울지 않는 것에 두지 말고, 감정이 격해지든지 말든지, 목에서 말이 나오든지 말든지 간에 울먹이면서라도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것에 두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상대방이 질문자를 무시하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문제는 따지지 마세요. 왜냐하면 그것은 그 사람의 일이지, 질문자의 일이 아니니까요. 질문자가 울면서 이야기하든지, 웃으면서 이야기하든지 간에 그런 모습에 대한 평가는 그들의 일이죠. 그 문제는 그들에게 맡기고, 질문자는 울든지, 화를 내든지, 웃든지 간에 할 말을 또박또박 끝까지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연습해보는 겁니다. 감정이 격해져서 말이 잘 안 나오면 상대방에게 ‘기다려주세요. 제가 지금 감정이 격해져서 말이 잘 안 나옵니다’ 이렇게 양해를 구해가면서까지 하려고 했던 말을 끝까지 해보라는 거예요. 그건 할 수 있겠죠?”

“네.”

“울지 않으면서 끝까지 말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눈물이 나는 순간 실패하는 게 되잖아요. 그러나 눈물이 나면 울어가면서 이야기하고, 화가 나면 화를 내면서 이야기하고, 감정이 격해지다가 진정되면 진정되는 상태로 이야기하고, 이렇게 일단 자신의 의사를 또박또박 표현하는 것을 시도해보자고 목표를 정하면 비록 처음에는 잘 안 되더라도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내일부터 회사에서 당장 시도해보세요. ‘저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느냐, 업무에서 배제하느냐’ 이런 생각은 질문자의 생각일 수 있어요. 실상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들의 일이지, 질문자가 관여할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것은 마치 가게에 갔는데 물건의 가격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비싸다면 다른 가게 가서 사면 되지 그 가게를 탓할 일은 아닌 것과 같습니다. 사회 법규를 위반한 것이라면 고발을 하면 되고요. 그게 아니라면 가게 주인과 싸울 일은 아니잖아요.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면 좀 더 싼 다른 가게에서 사면된다는 거예요.

비행기 타면 더 빨리 가는 것을 알지만 자신에게 비행기 값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요. 그런 생각은 현실적으로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느냐 울지 않느냐를 차치해두고 질문자는 울면서라도 할 말을 끝까지 표현해보는 연습을 먼저 시도하세요. 그다음에 감정 조절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는 수행이 필요한 일입니다. 질문자의 습관, 즉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되지 않습니다. 조금 더 자신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마음공부를 조금 더 해야 해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께서는 제게 ‘착한 병’이라고도 말씀하셨는데요. 제가 울 때 비난을 받아왔거든요. ‘네가 울면 내가 우울해져. 그러니 울지 마’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까 제 자신이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하면서 자학을 많이 해왔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그런 사람들에게 울면서라도 ‘나는 이러저러해서 우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신경이 쓰이면 다른 곳으로 가든지, 아니면 내가 자리를 비켜줄게’ 하고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못 한다는 게 잘 안 믿어지네요. 지금도 또박또박 자신의 말을 다 하고 있잖아요.” (웃음)

“스님, 제 생각에는 제가 원래 말하는 것을 엄청 좋아하는데 말을 못 하게 해서 그것 때문에 우는 것 같아요.” (웃음)

“말을 못 하게 해도 말을 하면 되지만, 그것이 최선책은 아니에요. 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에 걸림이 없는 게 최선이에요. 말을 안 해서 병이 났다고 하니까 질문자에게 말을 하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말을 안 하는 게 더 좋은 일이에요. 그러면 연습할 것도 없어요.” (웃음)

“네, 알겠습니다.”

전체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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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

젊을땐 억울해고속상해 그냥눈물이 나오던데 ~~80가까이 되어가니 화는 나지만 또 저러는구나로 그냥 바라보게 되더라구요~~변하지 않기에 내가 무의미로 보고 사네요 ^^

2021-10-15 15:15:05

김은주

눈물나면 울면된다.
우는 나를 문제삼지 않기,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
지혜로운 말씀 감사합니다.

2021-10-02 20:10:48

고경희

내가 선택한 삶, 착한병, 사실은 내가 차선을 원했구나^^

2021-09-26 1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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