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1.9.15. 인도JTS 활동가 간담회, 수행법회
“딸이 나의 나쁜 점을 닮은 것 같아 괴로워요.”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태풍이 분다고 했는데 진로가 조금 바뀌었나 봅니다. 일기예보에서는 3일간 비가 온다고 했지만 오늘 두북 수련원의 날씨는 해가 쨍쨍했습니다. 가을 날씨가 완연해진 느낌입니다.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치고 오늘도 스님은 농사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산 밑밭으로 가서 가지, 오이, 토마토를 수확했습니다.

“오늘도 수확해야 할 가지가 많네요.”


행자들이 밭에 도착하기 전 이미 스님은 오이와 토마토를 한 바구니 가득 수확한 상황이었습니다.

행자님들이 도착하자 스님은 비료를 추가로 주면 좋겠다고 부탁했습니다.

“추비를 좀 주면 수확을 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달 전에 부탁한 것 같은데 다들 바쁘나 봐요.” (웃음)

“네, 오늘 추비를 다 주겠습니다.”

호박은 암꽃에 수정이 계속 안 되고 있어서 열매가 시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벌이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요? 수정을 좀 시켜줘야 하는데...”

스님이 직접 수꽃을 따서 꽃술을 암꽃에 묻혀 주었습니다.

방울토마토는 껍질이 갈라지는 문제가 발생했는데 오늘은 다시 싱싱해져 있었습니다.

“방울토마토는 다시 건강해진 것 같아요.”

약을 치지 않는 유기농을 하다 보니 병충해가 많이 들고 있습니다.

“태풍이 오기 전에 고추를 따야 하는데, 일할 사람이 부족하네요. 고추는 내일 땁시다.”

바구니에 오늘 수확한 채소를 가득 담아 놓은 후 스님은 산 아래 밤나무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밤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한 번 가서 봅시다.”

밤나무 아래에는 벌써 밤송이들이 모두 입을 ‘아’ 벌리고 바닥에 우수수 떨어져 있었습니다.


까끌까끌 날카로운 가시들 사이로 밤의 속살이 살짝 보였습니다. 이미 껍질 밖으로 빠져나온 알밤들은 집게로 줍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이미 누군가가 밤을 주워 갔나 봐요. 빈 껍질이 많네요. 계곡으로 내려가 봅시다. 물에 떨어진 것은 아무도 안 주워 가거든요.”

계곡으로 내려가니 속이 꽉 찬 알밤이 수북했습니다.


“이것 보세요. 그냥 줍기만 하면 돼요.”


토실토실한 알밤을 준비해 간 가방에 가득 담아서 계곡을 나왔습니다.

“오늘은 밤을 삶아서 후식으로 냅시다.”

밤을 주워온 후 깨끗이 씻고 정리해서 공양간에 두었습니다. 오늘 하기로 했던 불교사상 세미나가 내일로 변경되어서 화단의 나무를 전지 했습니다. 소나무, 복숭아나무, 매화나무 등 정원에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을 깨끗이 다듬고 오후 1시부터 인도JTS 활동가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시작했습니다.

현지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인도JTS 활동가 모두가 보드가야 시내로 나와서 미팅홀을 빌린 후 온라인 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3월부터 수자타아카데미를 휴교한 후 지난달에 근 1년 6개월 만에 다시 학교를 열었습니다. 학교에 아이들 소리가 들리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뵙지 못했던 스님에게 코로나 기간 동안 어떻게 인도JTS 사업이 진행되었는지 발표하고, 뵙고 싶었던 스님을 영상으로나마 뵙고 말씀을 듣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빤쯔실(삼귀의 오계)을 하고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드린 후 간담회를 시작했습니다. 인도인 스텝들이 학교, 유치원, 병원, 마을개발, 건축부 순으로 파트별로 진행한 사업에 대해 보고를 하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통역은 쁘리앙카 교장선생님이 했습니다.

스님은 건기 때 식수가 부족한 마을은 없었는지, 모내기는 잘 마쳤는지, 코로나 바이러스로 죽은 사람은 없는지, 결핵 환자가 왜 많이 늘었는지, 열병 환자가 왜 많은지, 우기에 집이 무너진 가구는 얼마나 되는지 등 여러 가지를 질문했습니다.

발표와 질의응답 시간을 마치면서 인도 상카시아에서 석가족들에게 전법 활동을 하고 있는 수바스지가 스님께 드리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힌디어로 노래를 부르고 가사는 스님이 읽을 수 있게 화면에 띄웠습니다. 가사는 스바스지가 직접 썼다고 해서 더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어서 스님에게 정리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코로나로 인한 위기 상황을 어떻게 하면 새로운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지 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화상으로라도 여러분 모두의 얼굴을 보고 얘기를 들으니까 참 좋습니다. 1년 반이라고 하는 긴 시간 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마치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것처럼 친근한 느낌이 들었어요. 다들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반갑고 감사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코로나19로 인해 생겨난 변화는 우리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기 때문에 다소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전쟁이 났다 하더라도 학교에서는 수업을 하고 고 상인은 장사를 하고 여행을 다니게 마련인데, 이번 경우는 전쟁보다 훨씬 더한 멈춤이 일어났어요. 그 누구도 여기에 대해서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모두가 우왕좌왕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이 되면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것 같아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주 종식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로 접어들지 않겠나 싶습니다. 옛날처럼 많이 이동하지는 않겠지만 필요한 일이 있으면 이동을 하는 식으로 국가 간의 관계나 정부의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하거나 만남을 갖는 방식에 있어서는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비중이 더욱더 높아질 것 같아요.

우리는 이런 변화된 시대에 적응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한 통제가 어느 정도 풀린다 하더라도 아주 옛날처럼은 돌아갈 수 없고, 이 변화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일을 해야 할 것인지 지금부터 연구해야 합니다. 이것은 앞서간 나라나 앞서간 사람이 있어서 우리가 그것을 따라 배울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각자가 연구하고 대책을 세워 나가야 합니다. ‘옛날에 이러저러하게 했다’ 이런 걸 자꾸 고집한다면 변화에 적응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이 변화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관점을 갖고 연구를 해나가야 합니다. 수자타아카데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에게 교육을 해야 한다는 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뒤처진 사람이 앞서갈 수 있는 기회

세상이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 계속 흘러간다면, 앞서간 사람은 항상 유리하고 뒤처진 사람은 불리합니다. 뒤처진 사람이 앞사람을 추월하려면 굉장히 어려워요.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옛날에는 유럽이나 미국이 앞서가고 우리는 뒤따라갔는데, 이제는 그 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어요. 잘하면 뒤처진 사람이 앞서갈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앞으로 두 가지 경우가 생길 겁니다. 첫째, 애초에 앞서가던 사람이 이 변화된 국면에 더 앞서가서 뒤처진 사람들과 거리를 더 벌릴 가능성이 있어요. 둘째, 앞서가던 사람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뒤처진 사람이 앞선 사람을 따라잡고 앞으로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뒤처진 사람이 앞사람을 따라잡고 더 앞으로 갈 가능성이 열렸다고는 하지만, 가만히 있기만 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건 아니에요. 지금 상황에 맞는 새로운 방식들을 연구하고 개발해야 합니다. 제 이야기가 인도인 스태프들에겐 너무 어렵게 들릴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집중해서 듣고 있습니다.” (모두 웃음)

“얘기의 요점은 이거예요. 상황은 어렵지만 여러분이 앞서갈 가능성 혹은 기회가 열렸다는 겁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어렵다고 마냥 낙담하고만 있지 않고 이를 극복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이번 위기는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됩니다. 아이들 교육도 옛날 방식을 자꾸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방식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겠느냐’ 이런 것들을 여러분이 연구해 주세요.

정토회는 170개나 되던 정토법당을 다 없애버리고 온라인정토회로 전환했습니다. 그것처럼 여러분도 새로운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지금 상황을 우리에게 더 유리하게 만들겠다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요즘 농사를 짓고 삽니다. 하루에 최소 2시간은 농사를 짓고, 나머지 시간에 법문도 하고 다른 활동을 해요. 예전처럼 이동을 많이 하지 않는 대신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잘 활용하게 됐어요. 농사를 지으면서도 오히려 예전보다 법회를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가 인도JTS에 가면 농사 책임자를 맡아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인도JTS에는 학교, 병원, 마을개발을 담당하는 책임자만 있지 농사 책임자는 없잖아요. 제가 가면 농사를 맡을 거예요. 한국에도 지금 농사팀이 새로 생겼는데 제가 초대 팀장이에요.” (모두 웃음)

스님이 한국에서 농사팀을 책임 맡고 있다고 하자 인도인 스태프들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자, 그러니 너무 움츠러들지 마세요. 어깨를 펴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기운을 딱 차려서 생활해 나가도록 합시다. 알았죠?”

“네.”

“사무지가 헤?” (이해하셨습니까?)

“예스!”

인도인 스태프들이 큰 목소리로 대답하자 스님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달걀 선물 증정식을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근 1년 6개월 만에 학교를 열었더니 제대로 먹지 못해 아이들이 많이 약했습니다. 그래서 1, 2학년들에게 달걀 지급을 했더니 3~8학년 아이들도 달걀을 먹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토회 공동체 성원들이 마음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80여 명의 정토회 공동체 성원들은 얼마 전 정부로부터 지급받은 코로나 재난지원금의 일부를 기부해서 수자타아카데미 전교생에게 달걀을 먹이게 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이틀 동안 달걀 후원금을 모금한 결과 전교생이 몇 달 동안 달걀을 먹을 수 있는 금액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랜선으로 모금액을 보내겠습니다. 인도 돈으로 5락 정도 됩니다. 인드라짓 선생님, 학생들에게 잘 전달해 주세요.”

“단야바드. 스님지.”

스님이 보낸 봉투가 랜선을 타고 인도로 전달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매일 달걀 하나씩 먹고 건강해지기를 기원하겠습니다.”

수자타아카데미 아이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인도JTS 활동가 간담회를 마쳤습니다. 인도인 스태프들은 화면 속 스님을 가운데로 하고 다 같이 단체 사진을 찍어서 한국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스님은 복도를 이동하여 곧바로 5시부터 결사행자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9월 온라인정토회 정식 출범을 앞두고 만일준비위원회에서 실천장소별 책임지회와 실천장소 운영 개선안을 발표하고 토론했습니다. 이어서 결사행자 교육후보자 추천안에 대해 다 함께 검토를 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700여 명의 저녁반 정토회 회원들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오늘 아침에 밤나무 밑에 가봤더니 벌써 밤이 많이 떨어져 있었어요. 밤을 주워와 대중들과 함께 맛을 봤습니다. 앞으로 2주 동안은 매일 동이 트자마자 밤 주우러 가는 게 저의 일과가 될 것 같습니다. 들판에는 벌써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을날에 여러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전에 4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딸이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는 모습이 꼭 자신의 모습을 닮았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딸이 나의 나쁜 점을 닮은 것 같아 괴로워요

“딸이 결혼을 해서 잘 살고 있지만, 예전에 제가 하던 대로 남편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는 모습을 봅니다. 수행자가 된 지금의 저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면서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저의 까르마를 물려준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눈물이 나고, 저의 어리석었던 모습이 보여서 마음이 괴롭습니다.”

“나의 까르마를 딸에게 물려준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얘기했는데 ‘아닌가’가 아니라 까르마는 딸에게 그대로 물려주었습니다. 또 딸이 그대로 물려받았고요. 그 딸을 누가 낳았어요?”

“제가요.”

“누가 키웠어요?”

“제가 키웠습니다.”

“그럼 누구를 닮았을까요?”

“딸은 목소리도 저와 똑같습니다. 너무 저를 닮았어요.”

“붕어빵이 따로 없겠죠. 얼굴보다 버릇을 더 똑같이 닮습니다. 질문자의 딸은 또 그 딸에게, 이렇게 대를 이어서 내려갑니다. 신체적 특성이 유전자를 통해서 내려가듯, 정신적인 까르마도 그대로 본받기를 반복하며 모방해서 내려갑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지금 질문자가 걱정하는 것은 ‘아이고, 얼굴이 나를 닮아서 못생겼다’ 이러는 것과 똑같아요. 잘생겼든 못생겼든 나를 닮아야 내 딸이듯이, 까르마도 나를 닮아야 하는 거예요. 닮는 게 정상입니다.

질문자도 그런 까르마를 가졌지만 남편에게 잔소리도 하고 서로 싸우면서도 지금까지 잘 살았잖아요. 그러다가 불법을 만나 정신을 차렸고요. 그러니 딸들도 질문자처럼 살다가 질문자의 나이쯤 되면 또 정신 차려서 잘 살 거예요. 까르마를 이미 물려주었지만, 또한 수행의 씨앗도 뿌려놓았기 때문에 때가 되면 또 정신 차려서 잘 살 거예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내 딸인데 나를 닮지 누굴 닮겠어요? 좋은 것도 나를 닮고, 나쁜 것도 나를 닮는 거예요. 그러니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다만 지금이라도 내가 조금 고치면 딸도 나이 들어서 조금 고치겠죠. 예전에 내가 사는 모습을 보고 딸도 그것을 닮았던 것처럼 지금 내가 고치면 그것도 닮아요. 지금 딸한테 ‘너는 그러지 마라’ 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되고 갈등만 생깁니다. 말리면 더 닮아요. 그러니 이렇게 생각하세요.

‘아이고, 나를 닮아서 저러는구나. 내가 저러고 살았구나. 그러니 지금이라도 내가 확실하게 반성해야겠다. 이제까지는 그렇게 살았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그렇게 안 살겠다.’

내가 과거처럼 살지 않을 생각만 해야지 딸 걱정은 하지 말라는 겁니다. 내가 한국말을 했으면 내 딸도 한국말을 하지 영어를 하겠어요? 질문자가 영어를 하고 싶다면 본인부터 지금 영어를 배우면 돼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가 하는 얘기는 본인은 한국말하면서 딸에게는 영어 하라고 계속 강요하는 것과 같아요. 그렇게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지금이라도 영어를 배우면 딸도 ‘늙은 엄마도 영어를 배우네. 나도 할 수 있겠다’ 하면서 질문자를 따라갈 수도 있어요.

자기 변화가 먼저입니다. 내가 먼저 변해봐야 ‘아, 우리 딸도 변할 수 있겠다’ 이런 희망이 생기게 됩니다. 본인은 안 변하면서 자꾸 딸 집에 찾아가서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입니다.

지나간 것을 후회하는 건 내 인생에 아무 도움이 안 돼요. 지나간 것에 대해 후회하는 것을 갖고 굉장히 반성하는 것으로 여기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반성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자존심이 굉장히 강한 거예요. 나는 저렇게 안 살아야 할 인간인데 저렇게 살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후회하는 거예요.”

“네, 맞습니다.”

“네, 그렇게 사는 게 현재 질문자의 수준이에요. 본인이 대단하다고 여기지 마세요. 우리 엄마 본받아서 나도 저렇게 살았고, 우리 딸도 또 이렇게 본받고 사는 거예요. 까르마는 대를 이어 내려갑니다. 대를 이어 내려가는 걸 윤회라고 해요.

‘부처님 법 만났으니 나는 윤회를 끊고 해탈을 해야겠다. 나부터 한번 해보자. 내가 된다면 우리 딸도 언젠가는 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설령 변화시키지 못하더라도 괜찮아요. 지지고 볶는 가운데에서도 자식 낳고 잘 살았잖아요. 스님은 자식도 없는데 질문자는 그래도 자식이 있잖아요. 그러니 ‘나도 잘 살았으니까 우리 딸도 잘 살 거야!’ 이렇게 믿으세요. 딸을 비난하면 안 돼요.”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저에게는 정신지체 3급의 오빠가 있습니다. 도움을 주고 싶어도 올케가 거절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전법활동으로 불교대학 홍보를 권유받을 때 공감이 잘 되지 않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인에게 자꾸 홍보하라고 할 때마다 난감해집니다.
  • 일을 하고 나면 항상 망상이 많아집니다. 일을 하지 않을 때 망상이 적어집니다. 일을 다 포기하고 수행 정진에만 집중할까 생각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즉문즉설을 마치고 질문자들에게 한 줄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딸이 내 까르마를 물려받은 것 같아 걱정이 된다는 분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생각해 보니까 딸한테 미안한 마음에서 눈물이 난 게 아니라 저의 어리석었던 모습이 부끄러워서 눈물이 났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걱정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이대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수행정진 열심히 하겠습니다.”

스님은 질문자를 위해 다시 한번 격려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네. 지금이라도 부처님 법 만나서 참 다행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조금만 일찍 만났으면’ 하고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그래도 죽기 전에 부처님 법을 만난 덕분에 조금이나마 변화가 있잖아요.

‘나는 지금 행복하다. 내생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있다면 조금 변화해서 시작할 수 있을 테니 이생보다는 조금 더 낫지 않겠나.’

이런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즉문즉설이 일찍 끝나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한 방청객 중에서도 즉석 질문과 한 줄 소감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질문자의 입장에 공감해주는 사람,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며 격려를 해주는 사람 등 방청객들의 활발한 참여 속에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아침에 농사일을 한 후 오전에 정토대전 사상팀 회의를 하고, 오후에 논에 가서 피 뽑는 일을 한 후 저녁에는 공동체 법사단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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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희

나도 우리딸을 생각하면 ( "못된건 누굴닮아 그런가?"...)마음이 무거웠었는데 나를닮아 이랬었구나!....지금부터라도 내가 바뀌어 행복해지겠습니다. 부처님법 만난것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하겠습니다~~~

2021-09-26 08:57:05

이미이

감사합니다ᆢ스님~
건강하세요~

2021-09-26 08:48:21

산노을

코로나로 인해 스님 얼굴 못 뵌지도
언 2~3년이 훌쩍 가네요~
그동안 건강히 계시죠~?
오늘은 갑자기 스님 얼굴이 스처 가길래 갑자기
문자로 안부 인사 드리고 싶었어요~
항상 건강하시옵고 앞으로 더 많은 법문을 듣게 되여 영광 입니다
항상 건강하셔요~ *꾸벅* _()_

2021-09-24 09: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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